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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물갤문학][시오아유] 알면서 물어보는건, 반칙이니까요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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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27358
  • 2020-11-08 14: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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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디 넓은 학생회실 창문으로는 진한 주홍빛 노을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살짝 눈이 부실만도 한 터라 커텐을 쳐도 되겠지만, 학생회장 미후네 시오리코는 그냥 앉은 채 계속해서 학생회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 빛깔, 싫지 않으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을 계속했다. 그때 똑똑, 작지만 경쾌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굴까요, 아니 이 시간에 절 찾아올 사람은 하나밖에 없죠. 시오리코는 문을 향해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제 노을은 점점 더 길어져서 이제 저 먼 곳 학생회실 문 근처까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주홍빛의 바다 사이로 우에하라 아유무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살짝 갈색빛을 띤 분홍색 머리카락은 노을빛을 한껏 받아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계속 바라보다가는 그 빛의 바다에 영원히 빠져버릴 것 같아서 시오리코는 슬쩍 시선을 내렸다.


“시오리코쨩, 시오리코쨩.”

“무슨 일이시죠, 우에하라상?”


밝고 경쾌한 목소리를 들으며, 시오리코는 여전히 서류에 눈을 둔 채 대답했다. 아유무는 잔뜩 기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내 pv, 어땠어?”


아, 이번에 새로 찍은 스쿨아이돌 pv를 말하는거군요. 마치 이상한 나라 속 흰토끼 같은 귀여운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런 속마음과 달리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딱딱하기 그지없었다.


“알면서 물어보시나요?”

“치사해...”


그냥 귀엽다, 아니 하다 못해 그냥 좋았다는 말이라도 해주면 어디 덧나는 걸까. 아유무는 볼멘 목소리로 작게 투덜거렸다. 시오리코는 여전히 서류 정리에 열중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슬쩍 곁눈질로 아유무의 볼이 부풀어 있다는 것을 보았다. 사실 눈으로 볼 필요도 없습니다. 우에하라상이 지을 표정은 충분히 예상이 가니까요. 시오리코는 탁탁, 하고 종이 뭉치를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에하라상.”

“흥.”


아유무는 한껏 고개를 돌린 채 콧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본 것도 이미 여러번이었다. 이런 상태는, 익숙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저 혼자 역 근처의 크레이프 가게에 가는 것으로...”

“나, 나도 갈거야! 진짜 시오리코쨩 너무해!”


골이 난 표정으로 소리치면서도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는 아유무의 모습을 보자 시오리코는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무 놀린 걸까요. 조금은 저도 맞춰 줘야겠네요. 학생회실을 나서며 그녀는 여전히 부푼 볼로 옆에서 걷고 있는 아유무를 향해 말했다.


“오늘 크레이프는 제가 사도록 할게요.”

“진짜? 정말?”

“네. 절 기다려주느냐 집에도 못 가고 계셨잖아요.”


활짝 웃던 아유무는 이내 허둥지둥 두 손을 휘두르며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 그렇지 않아! 기다려 준 적은 없다 뭐!”

“네, 그런 거로 해두죠.”

“정말...”


아유무는 다시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삐졌다가, 웃다가, 다시 토라졌다가, 우에하라상은 참 바쁘네요. 시오리코는 슬쩍 미소지었다. 이래서 제가 더 놀린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아유무는 슬쩍 시오리코를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시오리코쨩은 나 놀리는 게 재밌어?”

“알면서 물어보시나요?”

“진짜 치사해!! 그 말 너무 반칙이라구!! 애초에 시오리코쨩은...”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었다. 그때 갑자기 아유무가 자신의 손을 주먹으로 살짝 내려치며 말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시오리코쨩은 새로운 pv를 찍을 생각 없어?”

“아직, 좀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과 달리 전 참여가 늦었으니까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시오리코는 아직 자신이 다른 멤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세츠나나, 한껏 귀여움을 보여주는 카스미나, 프로에 가까운 몸가짐을 보여주는 카린, 그 밖에 자신의 특기와 매력을 마음껏 뽐내는 다른 멤버들을 보면 자신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늘 들곤 했으니까. 하지만 아유무는 시오리코의 말이 납득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가...그치만 시오리코쨩 충분히 예쁜데, 노래도 잘 하고, 춤선도 예쁘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아유무를 보며 시오리코는 마음 한편을 무언가가 날카롭게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 이렇게 자신을 향해 웃으며 이야기 하면 무심결에 착각을 하게 될 것만 같다. 우에하라상은 절 좋아하는게 아닐까요, 하고.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사람은 따로 있죠. 알고 있지만, 마음이라는게 제 맘대로 되는 건 아니네요. 시오리코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애써 떠오른 상념들을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저는 오히려 다카사키상이 더 스쿨아이돌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응? 유우쨩? 음...그 아이는 확실히 귀엽긴 하지만...안 돼. 은근 게으르고, 눈치도 없고, 정신도 다른 곳에 자주 팔고 다니고, 야무진 것 같지만 은근 덜렁대고, 아무한테나 웃고 다니고...”


말하는 것들이 어째 점점 스쿨아이돌과는 관련이 없지 않나요? 그리고 잘 미소짓는 건 아이돌로서 오히려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물론 시오리코는 이 생각을 속으로만 삼켰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럴 때의 아유무를 건드리면 좋을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노을빛으로 물든 길을 나란히 걸어갔다.

.

.

.

“우에하라상...늦네요.”


오늘 같이 새로운 디저트 가게를 가기로 했을텐데 말이죠. 시오리코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마, 오늘 연습이 좀 길어지는 거겠죠. 제가 직접 가는 편이 낫겠네요.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짐을 챙겨서는 스쿨아이돌 동호회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저 멀리 아유무의 모습이 보였다. 시오리코는 그녀를 부르기 위해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시오리코의 눈에 누군가를 향해 환하게 미소짓는 아유무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환하게 웃는 그녀를 보자, 가슴을 무언가가 날카롭게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자신을 향해 웃을 때 느꼈던 그 아픔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그런가요. 늦은 이유는, 그래서였나요. 시오리코는 자신의 마음속에 무언가 차갑고 무거운 것이 가득 차는 것을 느끼고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왠지 더이상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아유무에게 어떤 말도 남기지 않은 채로. 돌아가는 길에 몇 번인가 전화가 울렸지만 확인조차 하지 않으며.

.

.

.

다음날, 시오리코는 여느때처럼 수업 시작 전 학생회실로 향했다. 하지만 학생회실 앞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서 있었다.


“우에하라상...”

“시오리코쨩, 왜 말도 없이 그냥 갔어? 그리고, 연락은 왜 안 받아?”


아유무는 전에 없이 화난 표정으로 시오리코를 향해 말했다. 우에하라상, 화나면 무섭군요. 시오리코는 우물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좀 어쩌다보니...”

“내가 분명 같이 가자고 했잖아. 기억 못 했어?”


자신을 향해 쏘아붙이는 아유무를 보고 있으니 왠지 시오리코는 조금씩 마음속에 형용 못할 감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날 선 목소리로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늦으신 건 우에하라상이지 않나요?”

“그, 그건.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말을 들은 순간, 시오리코는 다시금 어제의 그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요, 전 어차피 우선순위가 아니죠. 단지 그냥 가볍게 어울리며 푸념을 들어주는 사람일 뿐이네요.


“어차피 전 그냥, 편한 사람일 뿐이잖아요? 제 약속은 조금 늦어도 상관없는, 그런 거잖아요. 우에하라상의 마음에 있는 사람은...제가 아니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너무 열이 올랐기 때문일까. 시오리코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말을 해 버리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오리코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아유뮤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이었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시오리코쨩. 그 말 진심이야?”

“......”

“그러게, 내가 참 눈치 없이 굴었네. 그렇지? 시오리코쨩에게 난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던거네.”

“우에하라상...”

“돌아갈래. 그럼 이만.”


아유무는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갔다. 시오리코는 그런 아유무의 등을 향해 안타깝게 손을 뻗었지만, 이내 힘없이 늘어트리고 말았다. 전 정말, 최악입니다. 우에하라상을 붙잡을 자격조차 없어요. 그렇게 시오리코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자책해야만 했다.

.

.

.

그 뒤로 시오리코는 아유무와 전혀 만나지 못했다. 사실 차마 그녀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얼굴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 스쿨아이돌 연습도, 학생회 일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핑계도 한계가 있었던 것일까, 결국 계속 바쁘다는 말에 뜬금없이 세츠나가 바쁜 시오리코를 돕겠다고 나타났다. 댄 핑계가 핑계이니만큼 거절하기도 애매해서, 결국 시오리코는 학생회실에 세츠나를 들일 수 밖에 없었다.


“도와드리러 왔어요, 시오리코상!”

“네, 감사합니다 나카가와상.”

“오늘은 제가 있는 힘껏 도와드릴테니 안심하세요!”


함께 일을 하며 둘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세츠나가 먼저 운을 떼긴 했지만 둘의 대화는 의외로 잘 이어졌다. 교칙을 어기는 학생들이나, 필요한 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않는 동아리들에 대해서나, 일처리가 미숙한 학생회 임원들이나, 그런 학생회장과 전 학생회장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가벼운 푸념을 하다 보니 정말 이야기에 끝이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세츠나가 뜬금없이 폭탄을 던졌다.


“저기, 시오리코상. 솔직해지는 건 중요해요.”

“네?”


앞뒤 맥락 없는 세츠나의 말에 시오리코는 손을 멈췄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나카가와상은? 설마...나카가와상이 알아챈 걸까요. 시오리코는 살짝 불안감을 느끼며 세츠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전 제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해서, 그리고 주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솔직하지 못 해서 상당히 고생을 했어요.”


세츠나의 말에 시오리코는 불현 듯 그 당시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밀려오는 미안함에, 시오리코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했습니다, 그 때는.”

“아니에요. 오해는 다 풀렸으니까요. 그리고...결과적으로 시오리코상 덕분에 전 모두에게 솔직해져서 진정한 제 자신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사과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그리고...사과 받기 위해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요.”


세츠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개의치 않는 듯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에 시오리코는 살짝 마음이 놓였다.


“네...”

“전 시오리코상과 대립아닌 대립을 하던 그때에도,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상대에게 전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지금의 시오리코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보여요.”

“...그런가요.”

“네 마치...나카가와 나나와 유키 세츠나를 완벽히 분리하기 위해 애쓰던 당시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왜냐면, 전 그 마음이 어떤지, 어떤 표정과 눈빛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가요, 그래서였나요. 제 맘을 알아챈 이유는 그래서군요. 시오리코는 비로소 왜 세츠나가 굳이 일부러 자신을 찾아왔는지 깨달았다. 세츠나는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고민에 빠진 시오리코를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거였다.


“물론 진심을 전한다면 꼬인 오해도 언젠가 풀릴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점점 오해가 쌓일수록 그것을 풀기 위해선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돼요. 그만큼 서로 더 힘들어지고요. 그러니까...하루라도 빨리 진심을 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

“그럼, 더 이상은 말하지 않을게요. 너무 참견하는 것도 옳지는 않은거겠죠. 자, 이제 빨리 하던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죠! 이런 서류들은 모조리 쓰러트려 주겠어요!”


진지한 모습은 어느새 완전히 날려버리고, 세츠나는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는 오타쿠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카가와 나나일때와 유키 세츠나의 모습일 때의 모습은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 것처럼 차이가 있네요. 하긴 이것도 나카가와상의 모습이자 솔직함이겠죠. 시오리코는 간만에 진심으로 미소가 나오는 것을 느끼며 가볍게 대답했다.


“뭔가요, 그 열혈 만화 같은 대사는.”

“그게 말이죠, 제가 이번에 새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요. 거기에...”


시오리코는 그렇게 일을 마칠 때 까지 한 시간 내내 세츠나의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

.

.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괜찮다면 부디 학생회실로 와 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시오리코는 학생회실 의자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만약 오지 않으면 어떡하죠? 제가 직접 찾아가야 했을까요? 만약 정말 오지 않는다면 그땐 제가 직접 찾아가서 제 마음을 전해야겠죠. 시오리코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새 해가 지며 회장실에 노을을 짙게 드리우고 있었다. 좀 늦네요, 정말 우에하라상은 오지 않을지도...그렇게 생각하던 중 똑똑, 하고 어딘가 낮게 들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시오리코는 흠칫 놀라며 문을 바라보았다. 작게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는, 작게 심호흡을 하며 문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세요.”


달칵, 하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 뒤에서 무표정의 아유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늘 보이던 환한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마치 인형처럼 보일 정도로 차가운 그녀의 표정에 시오리코는 몸이 굳어지며 삐걱대는 소리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얼굴 가득 노을이 드리우고 있었지만, 전과 달리 한없이 그림자를 드리운 것 같은 그런 차가움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굳어있는 시오리코의 앞까지 천천히 다가온 아유무는, 차가운 목소리로 시오리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왜 불렀어?”

“저기...우에하라상...”


시오리코는 말 한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혀가 굳어버리는 것 같아 있는 힘껏 힘을 주어야만 했다. 여기서 또 도망치면, 안 됩니다. 전해야 해요. 움직이지 않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시오리코는 아유무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심한 말을 해버렸습니다.”

“...”

“사과한다고 다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정말 제 진심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화를 풀어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더 화를 내셔도 좋습니다. 그러니...”


시오리코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고개를 숙인 것은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차마 아유무의 얼굴과 표정을 볼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녀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다짐하긴 했지만, 막상 직접 얼굴을 마주한 채 용서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자신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순간, 시오리코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어.”

“네?”


시오리코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보인 것은 약간 풀린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는 우에하라 아유무의 얼굴이었다.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야. 시오리코쨩이 사과를 해 준다면 그걸로 괜찮아. 그리고...멋대로 화를 낸 내 잘못도 있으니까 말야.”

“우에하라상...”


다행이네요. 제 마음이, 전해졌어요. 아직 화를 다 푼 것은 아닌 것 같지만...전해졌다면 그거로 괜찮아요. 시오리코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심을 전하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자신이 마음 속 깊이 품고 있는, 전하고 싶은, 그리고 대답을 알고 싶은 그 마음을 전해야만 했다. 시오리코는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무거운 입을 애써 움직여 말했다.


“저기, 우에하라상.”

“응?”

“저기...그러니까...”


솔직해지세요. 하루라도 빨리 진심을 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세츠나가 해준 말들이 자신의 진심과 섞여 마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시오리코는 다시 힘겹게 입술을 떼었다.


“우에하라상은 혹시 저를...”

“시오리코쨩.”


하지만 시오리코가 채 말을 다 전하기도 전에, 아유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녀는 한껏 쏟아지는 노을을 받으며 시오리코를 향해 살짝 미소짓고 있었다. 마치 저 빛에 묻혀 금방이라도 뒤돌아 사라져버릴 것 같은, 마치 자신을 두고 차갑게 뒤돌아서던 그때의 모습. 그 모습이 떠올라 시오리코는 저도 모르게 아유무를 향해 살짝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유무가 손을 뻗어 시오리코의 떨리는 손을 덥석 마주잡았다. 그리고 얼굴 가득, 그녀의 머리색을 닮은 노을빛 미소를 띤 채 대답했다.


“알면서, 물어보는 거 아니라구?”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이었군요. 그리고...저 말의 의미는 분명, 그런 것이겠지요. 여러모로 전 정말 바보였네요. 네, 그런거였어요. 시오리코는 활짝 미소짓고 있는 아유무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렇네요.”


이렇게 잡은 손을, 이젠 놓지 않기를. 문득 시오리코는 예전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노을은 끝이 아니라 내일 다시 뜨기 위해 잠들기 전 태양이 웃으며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그래요, 노을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었네요, 우에하라상은.


그렇게 손을 마주 잡은 두 사람에게 노을이 점점 더 짙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완-


Sakulight 선추후감 2020.11.08 14:41:18
사자치카 2020.11.08 14:44:23
츄토한파 2020.11.08 14:46:09
NijigAqoUse 2020.11.08 14:46:46
암드바라기 2020.11.08 14:49:00
미후네 시오코 용돈 생각해보니 왜 크레이프 사준다니까 맘아프냐ㅠㅠㅠㅠㅠ - dc App 2020.11.08 14: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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