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아이리나SS] '아이상...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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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던요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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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25471
- 2020-11-07 18:44:58
(똑 딱 똑 딱)
가게의 벽에 걸린 시계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소란스럽다
아니, 소란스러운건 내쪽인가...
게임센터에 딸려있는 작은 카페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을 때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마주쳐도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해졌었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라고 말한다면 나는 정말 최악의 여자이려나...」
라고 중얼거리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이유라면 언제나 가지고 다니지 않은가
가방속 학생증에 선명하게 적혀있는 글자
-니지가사키 학원 스쿨아이돌부 소속-
나는 그녀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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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이다. 매일같이 보던 그녀, 매일같이 그녀와 함께 오던 게임센터,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는 더이상 그녀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것
「오랜만이네... 리나리.....」
그녀는 말이 없다
언제나 나의 말에 반응해주던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가만히 나를 노려보고있다
아니, 그녀의 표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러니 노려보고 있는건 나의 양심일 것이다
"오늘은 나와줘서 고마워."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금껏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던 그녀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내 심장을 찌르는것만 같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학교에서 말걸려고해도 도망가버리고...」
"...."
반응이 없다 그녀의 표정은 그야말로 위에 쓰여진 말풍선과 같은 무표정이다
「그... 동호회 쪽은... 어때...?」
"아이상..."
내 질문에는 답해주지 않은 채 그녀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이므로 결심한것 같다는 표현은 순전히 나의 생각일 뿐이다
"음료... 가지고 올게"
그 말에 테이블을 보니 진동벨이 미친듯이 울리고 있다
「어... 미안해」
그녀는 이번에도 내 말에 답해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를 가지러 갔다
진동벨은 몇분동안이나 울리고 있었을까
그녀가 카페에 들어온 순간부터 죄악감에 짓눌려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의 존재가... 동호회의 존재가 어떤 의미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텐데...
어쩌면 학교가 아닌 이곳에서 만나자고 한건 그녀가 나에게 주는 벌이었을까
그녀와의 추억이 가득한 이곳에서, 이제는 멀어진 그녀를 만난다는것은 너무나도 괴롭다
하지만 그녀 또한 괴로울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더욱 큰 죄악감에 사로잡힌다
음료를 들고 자리로 돌아오는 무표정한 얼굴이 슬퍼보이는건 기분탓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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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그녀는 음료에 빨대를 꽂아 넣고 공기를 주입하면서 이따금씩 내쪽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무슨 말을 꺼낼지 고민하는걸까
나 또한 음료를 입에 대지 못하고 그녀의 말을 기다리며 컵을 만지작거린다
"아이상... 기억나?"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처음 학교에서 만났을때... 굉장히 무서워 보이는 상급생이 말을 걸어서 무서웠어..."
「아... 그때 내가 리나리를 구해줬었던가?」
".....아이상이 무서워 보이는 상급생이었어"
「아하하... 그랬었나」
거짓말이다
사실은 모두 기억하고있다
그저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할수있는 일이라곤 스스로 광대가 되는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같이 게임센터에 가자고 해줬어... 누군가와 그렇게 즐겁게 놀아본 경험은 처음이었어..."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자 가슴이 더욱 죄여온다
"그 후에도 같이 놀러가거나... 스쿨 아이돌도 함께 하자고 말해줬어... 그런데..."
괴롭다
"어째서... 아무말도 해주지 않은거야?"
어째선지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에는 망설임이 있는것같다
아니 그녀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건 나 자신이었다
「...미안」
말하고보니 그녀에게는 사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나는... 아이상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이어질 수 있었어..."
"그런데 아이상은... 아이상과 이어져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버릴 수 있어?"
나는 왜 그랬을까
언제나처럼 더욱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즐거워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이야기를해도 즐겁지 않았던 것은 어째서일까
그저 귀여운 후배정도로 생각했던 리나쨩이, 어째서 내 마음을 괴롭게 하는걸까
「좋아하니까...」
아차,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이 황당하다는 듯 얘기한다
"아이상은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배신하는걸 좋아하는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자세를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리나쨩 나는 말이야,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는게 좋아.」
그녀는 조용히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지만, 아무리 오래동안 함께 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멀어지게 돼... 그때마다 나는 외로워서 견딜수가 없어져. 그 외로움을 달래줄 또 다른 사람을 찾아다니지.」
「옛날에 리나리와 다르지 않아... 리나리가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멈추는 법을 모르는거야.」
하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을 정당화 시켜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아직도 아이상을 좋아해..."
죄악감이 다시 가슴을 짓누른다
그녀가 가져다 준 음료를 한번에 들이키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벌컥벌컥)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그녀의 눈이 한동안 내 잔을 응시한다
"아이상이 없으면... 나는 다시 외톨이가 되고 말거야"
"나는 아이상과 계속 함께 있고싶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음료를 쪼르르르 빨아들인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그녀는 이미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고, 내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녀가 다시 외톨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틀려, 리나리」
내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건네는 말, 나는 사과의 말 대신 그녀에게 응원의 말을 보내기로 하였다
「리나리는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왔어. 사람들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수도 있고, 반 친구들도 모두 리나리를 좋아하는걸.」
「 리나리는 절대 외톨이가 되지 않아. 믿어도 좋아. 아이상은 리나리에 관한 거라면 뭐든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 나는 그녀의 모든것을 봐왔기에 알수있다
그녀의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녀가 음료를 가지러 가서 무엇을 하였는지도
그렇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말을 그녀에게 전해주어야만 한다
「나는 리나리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즐겁게 얘기하고, 함께 놀러다니고, 스쿨아이돌 활동도 계속하고」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다
「동호회 활동이 금지되고 있다고 해도, 결국 한 학생의 뜻일 뿐이야. 활동을 재개해도 직접적으로 방해를 하지는 못할거야.」
가슴이 아프다
속이 타들어 가는것만 같다
「리나리는 리나리가 생각하는것보다 굉장한 아이야. 아이상은 그런 리나리가 너무 좋아. 리나리가 알지 못해도 아이상은 항상 리나리를 지켜볼거니까, 리나리는 자신감을 가지고 행복해 졌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나는 힘이 풀려 테이블에 엎드렸다
지금의 내가 그녀에게 말해줄 수 있는 전부이다
나는 그녀를 잘 안다
그녀의 모든 것을 봐왔기에 그녀의 모든 것을 안다고 믿고 싶다
그렇기에 테이블에 쓰러지면서 그녀의 입가에 보인 피는
내 눈에서 흐른 피눈물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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キセキヒカル | 2020.11.07 18:46:22 | |
지나가던요소로 | 작성자의 말 : 끝까지 보고 결말을 생각하며 다시한번 읽어주세요 - dc App | 2020.11.07 18:5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