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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시오세츠 - 만약 당신이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별이라면. 前
글쓴이
ほのり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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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14884
  • 2020-11-04 16:29:31
 

*메인스토리 9장을 재해석, 재구성한 글입니다.


*만약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이 개최되지 않았다면, 만약 세계관의 모두가 '일개 학생회장이 멀쩡한 부 하나를 멋대로 폐부시킬 수는 없다'라는 상식을 갖고 있었다면 세츠나는 학생회의 일에 좀 더 전념해도 됐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세츠나는 미후네 씨와 어떤 관계를 갖게 될까요? 그런 상상을 이어나간 글입니다.


*세츠나 키즈나 에피소드 13화까지의 요소가 있습니다.


*33000자 정도 되는 글입니다. 초반은 템포가 느리니 여유를 가지고 읽어주세요.



/글 짤려서 2편으로 나눔 후편은 교정할거있어서 쫌만 ㄱㄷ













1.


학생회의 일이 평소보다 길어진 날. 서류철을 모두 정리해두니 벌써 노을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이 되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잰걸음 하며 부실로 향했습니다.


제 몫의 연습은 이미 늦었으니 이제서야 합류해봤자 그저 얼굴을 비추는 정도밖에 되지 않겠지만, 진심을 다하며 노력하는 멤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부실은 아직 텅 비어있었습니다. 머지않아 완전 하교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다들 열심인가 봐요. 저도 스쿨 아이돌의 의상으로 갈아입고, 이제 머리만 다시 묶으면… 어라, 누군가 부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네에, 누구신가요?"


"실례합니다. 혹시 학생회장인 나카가와 나나 씨가 여기로 들어오지 않았……"



……앗, 미후네 시오리코 씨입니다!



"……."


"……."



이런, 분명히 제 정체를 알아봤습니다…!



미후네 씨는 저와 눈을 마주치고는 잠깐 생각할 것이 있는지 침묵했습니다. 저도 마땅히 꺼낼 말이 없어… 어색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가만히 몇 초가 지나자 미후네 씨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아… 최근 학생회실에 계시지 않았던 이유가 이거인가요, 나카가와 나나 씨."


"아… 절 찾아오셨었나요? 죄송해요…!"



저 같아도 마음에 들지 않을 책임감 없는 대답입니다. 오늘은 학생회실에 붙박여 있었지만 어제도 그제도, 그 전날도 저는 동호회의 활동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비웠으니까요.


미후네 씨는 완전한 스쿨 아이돌도 학생회장도 아닌 모습의 저를 보며 심기가 거슬렸는지 들고 있던 서류철을 검지로 까딱였습니다.



"됐습니다. 그보다는… 스쿨 아이돌의 활동을 위해 학생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 예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



저는 미후네 씨의 날카로운 직언에 잠깐 몸이 굳었습니다. 저 또한 줄곧 고민하고 있던 생각이지만, 남의 입을 통해 듣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죄송해요. 동호회 부원들에게도, 당신과 학생들에게도."


"죄송할 일이라는 걸 알고 계신다면 스스로 선택해 주시기를 권합니다. 어느 쪽을 포기해야 할지를."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저도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선택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학생회장직을 맡지 않으면 스쿨 아이돌 활동도 하지 못한다고 하는 제 개인적인 사정을 남에게 고려해달라 할 수는 없어요. 게다가 괜히 말을 꺼내서 동정심을 사려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 또한 미안한 일이니까요.



저는 결국 침묵을 선택했고 미후네 씨는 쯧, 하며 혀를 차고는 저에게 서류 하나를 들려준 뒤 가버렸습니다. 아마 이게 미후네 씨의 원래 볼일이었겠죠. 읽어보니… 선거에 앞서 열리는 토론회의 날짜가 결정된 듯합니다.



미후네 씨는… 마땅히 화가 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학생들을 가장 강하게 이끌 수 있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다른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다니.


저에게 자격이 없다면 자리를 빼앗으면 그만이겠지만, 만약 저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 그건 제가 미후네 씨를 기만하는 것이 됩니다. 무엇이 됐건… 죄송한 일이에요.


상냥한 부원들의 격려에만 빠져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노력하고 있었지만 노력이 언제나 올바른 방향성을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반성해야 합니다….



선거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해야겠습니다. 우선 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 활동을 줄여야겠다고 전해야겠네요.














2.


선거 준비를 위해 포스터를 비롯한 작업물들을 준비하고, 토론회를 위한 생각들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위기감도 경쟁도 없이 쉽게 얻어낸 자리라서 오히려 안이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걸요.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더 긴장하고, 더 집중하고,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찾아봤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이라고 해서 최소한의 업무조차 내팽개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재선거가 있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후네 씨가 없었다면 저는 여전히 상황에 안주했을지도 몰라요.



오늘은 토론회에 앞서, 공약으로 내세울 안건을 다듬기 위해 리나 씨를 찾아갔습니다. 불편 사항을 접수하는 신문고는 학교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아날로그 방식이라 전달 속도가 너무 느려 실용성이 없다는 평이 많았거든요.


그것을 제가 구상하고 있는 교내 전용 sns 앱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편입시키려고 하는데, 마침 리나 씨도 시간이 남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마운 일이에요.


도움의 답례로 준비해둔 쿠키 한 봉지를 드리자 리나 씨는 보드를 활짝 웃는 얼굴로 바꾸고 친구들과 같이 먹겠다며 기뻐했습니다.



제가 구상한 앱에는 건의 사항의 신속한 전달, 교내 시설의 안내 기능 등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그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부활동에 대한 의견 수집입니다.


당장 리나 씨만 해도 스쿨 아이돌을 통해 사람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됐고,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그리고 그건 공부로 인한 높은 성적이나 부활동에서의 실적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변화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바라는 진심은 그 무엇보다도 강한 힘이 된다고 믿어요. 더 많은 학생들이 그 굳은 심지를 마음속에 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업무와 선거 준비에 집중하다 보니 벌써 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부활동은 전혀 하지 못했고 당분간은 쭉 이렇게 바쁠 테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학교를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바람 또한 저의 진심이니까요.














3.


'그럼 묻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좋아하는 일에 제대로 몰두하고 있나요?'



'학생회 일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 둘 다 어중간하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본인조차 실천하지 못하고서야 무엇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학생회장은 모름지기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당신의 말에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왜 그러시죠? 이건 토론회입니다. 제 발언에 반론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옥상에서 맞는 바람은 적당히 선선해서, 저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됐습니다.


기지개를 켜고 그대로 벤치에 옆으로 쓰러져 누웠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걱정하나 없이 흘러가는 구름이 부러워 손을 뻗었다가, 저 자신이 바보 같아져서 다시 축 늘어트렸습니다.



그건 사실 토론회에서 꺼내기에는 알맞지 않은, 사담에 가까운 주제였어요. 미후네 씨도 그걸 모르진 않았을 텁니다. 그럼에도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마 제 안이한 태도에 대한 화풀이에 가깝겠지요.



부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잠깐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미후네 씨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게 미후네 씨의 진심이에요. 미후네 씨가 자신의 여가시간까지도 모두 포기하고서 가장 이루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제가 미후네 씨를 이기려면, 저 또한 미후네 씨가 각오한 만큼의 시간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도저히 스쿨 아이돌과는 병행할 수 없어요. 저는 하나의 진심만을 위해 다른 하나의 진심을 포기할 수는 없어요.


각자가 바라는 이상과 그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이 다르다는 건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했으며, 애초에 저는 충분한 각오조차 하지 않은 거였습니다.



…우선은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지만, 앞으로 저는 어떻게 해야…














4.


마음이 잠시 흔들렸지만, 밤새 핸드폰으로 '유우키'와 '세츠나'의 명장면을 돌아보며 다시 용기를 얻었습니다. 집에 tv가 없어 작은 화면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스쿨 아이돌의 활동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학생회장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저의 욕심. 이제 와서 저의 꿈을 포기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어요. 하지만 미후네 씨는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입니다. 어정쩡하게 굴어서는 이길 수 없겠지요.


…결국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쉽사리 놓아버릴 수는 없어요. 저는 아직 미후네 씨의 진심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와 제가 첫 대화를 한 건, 미후네 씨가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학생회실에 들어왔을 때 입니다.


저는 갑작스러운 손님에 당황했었지만 이내 그녀가 원하는 것은 모든 학생들의 성공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회장의 자리는 단지 과정에 불과했고요.


비록 적성만을 쫓아 진심을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진 못했더라도, 그 행동에 이르는 미후네 씨의 방식엔 분명 대단한 노력이 담겨 있었어요.


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람들이 지닌 각각의 진심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미후네 씨의 진심은 바로 모든 학생이 최소한의 실패만을 겪도록 인도하는 것.


그 마음에는 전력을 다해서 대답해야만 합니다. 제가 여태껏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더 진심으로 대해야 해요.


학생회장으로서 맡은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도 크게 자리하고 있지만… 우선은 당신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비록 그 끝이 저의 패배일지라도.














5.


오늘은 동료들의 라이브가 있는 날입니다. 저는 일이 바빠 참가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시작 전의 응원만큼은 하고 싶어 잠시 시간을 비워 다녀왔습니다.


동료들을 본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만을 위해 스쿨 아이돌의 복장으로 갈아입었어요. 학생회장의 모습을 하고 갔다면 다들 저를 걱정했을 게 뻔하잖아요.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괜히 염려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부실로 돌아와 다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다시 학생회실로 돌아가려는 찰나, 익숙한 간격의 노크 소리가.



"나카가와 나나 씨. 부재중이라기에 설마 해서 와봤는데, 또 여기 계신 겁니까. 선거를 제대로 치를 마음은 있으신가요?"


"오늘은 봐주세요. 동료들의 라이브가 있어서, 응원의 말만 건네고 곧바로 돌아온 거거든요."



그래서, 무슨 용건이 있으신가요? 의상 정리를 마치고서 그렇게 묻자, 미후네 씨는 여전히 냉랭한 얼굴로 서류철을 건네줬습니다.


이건… 선거 날짜가 확정됐나 보네요. 준비해둔 것들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용건이 끝난 후엔 항상 다음의 볼일을 위해 곧바로 자리를 떠나던 미후네 씨가, 아직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의 용건은 이것뿐만이 아닌가 보네요.



서류를 가방에 정리해 넣고 돌아와 앉아 가만히 미후네 씨를 바라보자, 미후네 씨도 탁자에 다가와 맞은편의 제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할 이야기가 있는데, 잠깐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


"예. 괜찮습니다."



미후네 씨는 냉랭한 태도를 거두고… 무언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전에 공약으로 발표하신 sns 앱 도입에 대한 자세한 계획을 읽어봤습니다."


"성공적으로 도입된다면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더군요."



아, 그렇군요…. 무엇보다 부활동에 대한 의견 수집을 중점으로 둔 계획이니까요. 적성과 성공을 원하는 미후네 씨에게도 유용할 수 있겠어요.



"…진작에 이렇게 할 수 있으셨을 텐데요. 이참에 스쿨 아이돌 활동을 완전히 포기하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아니요, 이건 제 삶의 이유에요. 활동을 줄일지언정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패하겠죠. 둘 중 무엇에도 어중간한 당신의 태도가 결국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미후네 씨의 말이 맞습니다.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저는 패할 것이니, 선거 활동을 포기하고 스쿨 아이돌의 활동에 집중한다는 선택지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세상엔 결과만이 남지 않습니다. 오직 실패와 성공만이 의미를 갖지는 않아요.



그러나 아직 그 말을 꺼낼 수는 없었습니다. 행동으로 증명하기 이전에는 신뢰할 수 없는 말 뿐이기에.


미후네 씨는 이전처럼 저의 침묵이 불쾌하다는 듯 작게 한숨을 쉬고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누가 내세운 공약이든지 누군가는 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얼마간 학생회에 남아 저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그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의 당선을 이미 확정 지은 듯한 말. 하지만 딱히 거기에 반박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박할 이유도 없었고요.


용건이 다 끝난 듯, 미후네 씨는 제 대답을 듣고 작게 묵례를 한 뒤 자리를 떴습니다. 문고리를 열고 부실 밖으로 나서려던 미후네 씨는, 미처 못다 한 말이 있었는지 발을 멈추고 시선을 다시 저에게로 돌렸습니다.



"가능하다면 이후에 이 동호회를 폐지하고 싶지만, 일개 학생회장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당신들에게는 훨씬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재능이 있는데도."


"저는, 원치 않은 성공보다는 저 스스로 원한 실패가 차라리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강한 사람이라면 크나큰 실패라도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당신 같지는 않습니다."



철컥, 하고 경첩이 닫혔습니다. 저도 이젠 학생회실로 돌아가야 했지만 어쩐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잠시만 이곳에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6.


선거에서의 패배는 애초부터 제 예정대로의 일이었습니다. 학생회로서의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더 자격 있는 사람이 학생회장직을 맡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요.


제가 학생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데에는 단지 저의 개인적인 사정 하나만이 문제 될 뿐이었지만, 저는 그에 대한 각오도 이미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건 예정된 패배를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는데, 그랬을 텐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타인의 진심을 알려면 타인을 충분히 관찰해야 합니다. 타인의 적성을 알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겠죠.


그렇다면, 미후네 씨는 과연 저를 얼마나 관찰했던 걸까요?




























*7.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만한 독설을 들었음에도 당신은 왜 미소를 유지하는지.



"당신에게 어떤 적성이 있는지 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스쿨 아이돌 활동을 계속한다면 당신은 실패한다는 것이죠."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선거 활동을 포기하고 부활동에 집중하십시오.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여전히 표정에 구김이 없다. 속마음이 읽히지 않는다.



당신이 성공할 길을 제시해 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라고 제안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침묵을 선택했다.



"…저, 미후네 씨처럼 열심이지 못해 죄송했거든요. 기껏 학생회장의 자리를 얻어놓고."


"제가 입후보하고 나서야 후회했단 말입니까. 그건 다른 모든 학생들에 대한 기만입니다."


"예, 변명조차 할 수 없는 저의 미숙함입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부활동을 하고 남는 시간에 학생회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당신의 최선입니까?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세요."



딱히 죄책감으로 학생회의 업무를 수행하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최선을 다한다는 당신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달라. 그뿐.



당신이 최근 학생회의 일에 열중하고 있다는 건 안다. 좀 더 좋은 모습의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결정적일 때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꿈을 선택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는가. 학생들에게 당신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때, 기꺼이 꿈을 포기할 수 있는가.


지금 당장 증명하지 못할 것이라면, 진작에 그만두는 편이 낫다.



"…언제나 대답을 회피하시는군요."


"죄송해요. 지금은 답할 수 없어요."


"그래요. 괜한 시간 낭비를 했군요."



작게 묵례한 뒤 방을 나섰다. 인사는 들려오지 않았다.




……




나카가와 씨가 말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학교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학생들을 방치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에게 꿈이 깃들어있는 건 아닐뿐더러 자신의 꿈은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으니 그 과정에 학교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환경을 조성하고 오직 지켜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 또한 학생들을 돕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가 패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자격이 없다면 자리를 빼앗으면 그만이었을 테고, 반대로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됐든 받아들였을 것인데. 이도 저도 아닌 당신의 어중간한 모습이 답답하다.


둘 중 무엇도 포기하지 않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다시 한번 당신에게 실패하지 않을 길을 제시하겠다.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그럼에도 당신이 꿈을 좇기를 선택한다면, 그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



"…이게 저의 최선입니다. 나카가와 씨."














*8.


선거 직전의 연설이 곧 시작된다. 단상에 서서 목을 가다듬었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모욕함으로 토론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성숙한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모욕당한 장본인이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면 청중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후보들의 민낯을 모든 학생들이 알지는 못한다. 후보들의 이미지는 토론회, 연설 등의 길지 않은 시간으로만 각인되며, 그 이미지가 곧 선거의 결과로 이어진다.


내가 공적인 자리에서 나카가와 씨의 우유부단한 면을 공격해도 됐던 건 나카가와 씨가 그 자리에서마저 우유부단했기 때문이지, 나에게 어떤 면죄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로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한다면, 나카가와 씨가 결심을 굳힌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지.




당신이 어느 한쪽만을 똑 부러지게 결정할 수 있다면. 당신이 진정으로 동호회의 사람들을 서포트하는 데만 그치고 만족할 수 있다면. 각오가 있다면 지금 증명하세요. 


만약 그런 각오가 없다면, 비방을 들은 본인이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다면 학생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비방을 들은 거라고, 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당신은 패할 거예요.








9.


"하지만 나카가와 후보의 공약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왜냐하면 나카가와 후보의 자세에 근본적인 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 좋아하는 마음은 원동력이 된다. 나카가와 후보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나카가와 후보, 당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건 무엇입니까? 당신은 학생회 활동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대답은 '아니요'일 겁니다. 나카가와 후보는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진심을 외면하고 학생회장이 되려고 합니다."



"학생회 일을 억지로 하려는 것이죠."



"바로 그 자세가 나카가와 후보의 이상과 모순됩니다."



"그렇게 앞뒤가 안 맞는 마음으로 학생회장을 한들 도중에 파국을 맞이할 것은 눈에 선하지 않습니까?"



"나카가와 후보, 제 주장이 틀렸습니까?"



"여기서 단호하게 반박하지 못하는 게 명백한 대답이군요."




-----------




"…마지막 연설에서 저런 말을 하는 건 규칙 위반 아니야?"



"저건 연설이라고 할 수 없어. 토론도 아니고. 너무 자기 할 말만 했잖아!"



아니에요, 카나타 씨. 엠마 씨. 미후네 씨는 아마… 오히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길 바라며 말을 꺼낸 걸 거예요.



걱정되어 찾아온 동료들에게 저는 괜찮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괜찮았으니까요. 이상한 말로 들리겠지만, 오히려 조금 기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저와 미후네 씨 이외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덕분에 정말 괜찮은 게 맞냐며 걱정하는 제 동료들을 다시 부실로 돌려놓는 데에 한참을 고생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혼자가 되어, 옥상에 올라와 선선한 바람을 맞았습니다. 아까의 일을 되새겨보며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봐야겠습니다.




엠마 씨가 말씀하셨듯이 그건 연설도, 토론도 아니었습니다. 결정 앞에서 항상 침묵하는 저에 대한 미후네 씨의 개인적인 감정을 표출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건 단순히 저를 깎아내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미후네 씨는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며, 도리어 사적인 감정을 공적인 장소까지 끌고 간 것은 제가 먼저였습니다. 애초에 제가 모자람 없는 학생회장이었다면 미후네 씨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선거 직전의 연설은 유세 활동의 종지부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절대 허투루 쓸 수 없는 그 시간을, 미후네 씨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에 쓰지 않았습니다.


미후네 씨는, 저에게 선택권을 주려던 거예요. 자신의 당선보다 저를 우선했던 겁니다.


학생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인도하는 새로운 학생회장 후보. 그녀의 궤로에는… 저도 포함되어 있었어요.



물론 스쿨 아이돌의 활동이 곧 실패로 이어진다고 하는 미후네 씨의 말은 아직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꺼낸 말은 아닐 테죠.


그래서 저는, 더 알고 싶어요. 당신이 실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당신이 먼저 절 지켜봤으니, 저도 당신에 대한 걸 알고 싶어요.




오늘의 일까지 포함한다면, 저는 무엇을 포기할지 선택하라는 미후네 씨의 제안에 무려 네 번이나 침묵했습니다. 제 선택은 바로 학생회장이 된 당신을 돕고 싶다는 것이었으니까요. 당신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시작한 일인데 도리어 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인데 저는 당신에게 패배할 생각이라니요. 제가 진심으로 응하지 않는다 느끼실 것 아닙니까. 저의 다짐은 당장 증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다시 당신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제가 당신의 동료가 될 수 있도록.




























*10.


…나카가와 씨가 도서실 문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요전번에 본 것보다 훨씬 더 큰 미소를 머금은 채.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든다. 이렇게 살갑게 대해질 만한 행동을 한 기억은 없는데.



"나카가와 씨. 무슨 볼일이신가요. 인수인계는 좀 더 나중의 일인 걸로 압니다만."


"미후네 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앗, 그러니까, 제가 미후네 씨를 몰래 쫓아다니거나 했던 게 아니라, 도서부 선생님께서 미후네 씨가 요즘 도서실에 자주 들르신다고 하셔서…"


"…제 행선지를 당신이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무슨 용건으로 절 찾으신 겁니까."


"…일단 미후네 씨의 볼일부터 다 본 후에 이야기할게요!"



내 볼일이 언제 끝날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기약 없이 기다리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배알도 없는지.



…마침 빌리러 온 책은 이미 정해져 있던 상태였고, 몇 분 되지 않아 여러 권의 책꾸러미를 가방에 담고 도서실에서 나왔다. 당신은 여전히 눈에 총기를 띈 채로 날 바라봤다.



"당장 부활동을 재개하진 않으시는 건가요."


"예. 당분간은 더 쉬려고 합니다. 아직은 학생회에 좀 더 남아있으려고 해요."


"당신은 선거에서의 승리를 포기하고 꿈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당신의 의중을 모르겠습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아… 진지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쳤다면 죄송합니다."



그래서 대체 당신이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이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답답해하는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당신은 곧바로 다음 말을 꺼냈다.



"그럼,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 혹시 오늘 방과후에 따로 일정이 있으신가요?"


"대회 출전을 앞둔 몇몇 운동부에게 요청이 들어와, 그쪽을 찾아가 볼 예정입니다."


"그럼… 갑작스러우시겠지만 혹시 저도 미후네 씨와 같이 가봐도 될까요?"


"목적을 분명히 밝히세요.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저… 미후네 씨의 방식으로 많은 학생들을 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저도 배우고 싶어요. 안될까요?"



조금은, 예상 밖의 말이었다. 당신은 내 방식의 덕을 본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당신은 나의 방식대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분명히 다른 저의가 있는 거겠지.



"…다시 한번 말씀드리죠, 나카가와 씨. 당신의 방식으로는 절대로 다수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오직 희망과 적성이 일치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남을 뿐이죠."


"하나의 방식만이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적으로 들어맞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여태껏 제가 해왔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할 때, 또는 미후네 씨의 방식으로는 일이 해결되지 않을 때가 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다시 원점이다. 나는 당신을 설득하지 못하고, 당신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허락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대회에서의 높은 성적을 제1의 목표로 하는 운동부. 주전으로 뛰던 선수 중 한 명의 기량이 한계에 부딪혀, 그 자리를 새로 입부 한 뛰어난 부원으로 교체하려 한다는 이야기.


뛰어난 성적을 목표로 한다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다만 문제는, 기존 부원들은 중학교 때부터 한 팀으로 성장하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온 사이라는 것.


그들도 정답이 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단지 외부인의 의견까지 듣고 확신 짓기 위해 날 부른 거였다.


동료애를 선택할지, 아니면 뒤처진 동료조차 내버려 두고 이전부터 목표해왔던 바를 이룰지. 그들은, 그녀는 결국 후자를 선택했다.



"의외네요. 좀 더 시끄럽게 구실 줄 알았습니다만."


"…스스로가 그렇게 선택하셨으니, 제가 무어라 말을 얹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방해했을 거란 말인가요."


"……."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는 게 아닌지. 실패 하나하나에 그런 반응을 보인다면, 당신은 아마 닳아버릴 겁니다.



예상보다 일정이 일찍 끝난 탓에 시간이 조금 남았다. 원래대로라면 도서실에 가 자료를 수집해야 했겠지만…


…당신이 당장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당신에게도 자료 수집을 부탁해 시간을 아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분들의 이전 경기 영상이 남아있더군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예."



오늘부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그녀의 마지막 경기가 담긴 영상. 나는 여기에서 재능의 위아래와 실패를 보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발견할까. 떨어지는 별이 마지막으로 빛나는 모습을 구태여 되새기는 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11.


"―이것으로 인수인계는 모두 끝입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무엇이 그리 기뻐서 자기 자리를 빼앗은 사람에게 시종 미소를 지어오는지. 이해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적대적이란 건 아니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솔직히 기대하지는 않고 있었다. 의무를 저버리고 꿈을 선택한 당신이니, 혹시 마지막 남은 의무조차도 소홀히 하는 건 아닐지.


하지만 아까… 차마 도장을 찍지 못하고 보류해둔 폐부 신청서를 봤다. 그 옆에는 아마 당신이 메모해뒀을 글씨가 빼곡했다.


어째서 폐부하려는 건지, 낮은 실적과 관계가 있는지, 동호회 내의 불화인 건지, 그렇다면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지… 흘낏 본 메모의 내용으로는, 아마 당신은 정말로 그들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당신은 개인적으로 정리해둔 자료일 뿐이라며 그것들을 서둘러 치웠지만. …아마 당신은, 단지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충실했던 건지도 모른다.



"참, 그리고 sns 앱 말인데, 리나 씨가 기본적인 틀은 거의 다 짜놓으셨다고 해요. 학생회에서 앱의 유지, 보수를 맡을 인력이 정해지면 연락을 달라 하셨습니다."


"그런가요. 조만간 감사의 말을 전하러 찾아가겠습니다."



당신에게 전한 감사도 아니건만 당신은 눈꼬리가 휘도록 웃음 짓는다.


…당신에게도….



"…당신의 도움에도 감사드립니다."


"…! 아뇨, 원래 제 일이기도 했는 걸요."



마땅히 해야 할 상투적인 인사에 가까웠건만 당신은 크게 칭찬받은 아이처럼 기뻐한다. 그깟 말 한마디가 뭐라고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당신을 계속 마주 보고 있기 뭐해, 그만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럼… 오늘은 뭘 하실 예정인가요?"


"보건 간호부의 부장과 함께 각종 운동부에 들러 부원들의 부상 상태를 체크하려 합니다."


"아, 저번에 보건실에서 한번 뵌 적이 있어요. 그런 활동도 하시는군요."


"이번이 처음입니다. 생각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갖추고 계셨기에 제가 제안을 드렸지요."


"그렇군요…. 확실히 눈에 띄는 실적이 있는 부는 아니었으니까요. 양쪽에 큰 도움이 되겠어요."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이 바른 곳에 쓰일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내 역할이니까. 단지 중간다리가 되어줄 뿐이다.



짐의 정리가 다 끝나 이제 출발만 하면 되었다. 당신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지 우물쭈물했지만.



"저, 혹시 가는 길에 미후네 씨에게 궁금했던 것을 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 상관없습니다."




……




"미후네 씨는 타인의 적성이란 걸 어떻게 파악하시는 건가요? 한 사람이 모든 분야의 지식을 갖추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 싶은데요."


"당연히 저라고 한눈에 모든 걸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시간을 들여서 관찰해야 하지요."


"더군다나 자신의 적성은 대체로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객관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논할 뿐입니다."


"그렇군요. 듣고 관찰한다…."



당신에겐 이미 익숙한 일이겠죠. 저와 당신이 목표를 이루려는 방식은 똑같습니다. 단지 목적과 방향이 다를 뿐.




……




당신들은 경기에서 패하는 것을 실패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실패는 몸에 무리가 가는 줄도 모르고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으햑!"


"거봐요. 고작 이 정도로 엄청 아파하시잖아요. 최근에 너무 무리하신 거예요."


"그럼 다음 경기는…"


"허튼소리 마세요. 깁스나 안 하면 다행일 테니까. 병원 꼭 가보시고요!"


"네… 고맙습니다, 부장님."



"…미후네 씨는… 상냥하시네요."


"좋을 대로 생각하십시오."














*12.


"드디어 완성! 벌써 전교생의 30% 정도가 다운로드했고, 홍보도 잘 되고 있으니 이제 반응만 기다리면 되네요!"


"일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 다행이군요."



나카가와 씨의 원래 공약이던 sns 앱이 완성되어 배포 중이다. 핸드폰이 보물이라도 된 양 애지중지하며 앱을 계속해서 새로고침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어쩌면 내가 도움을 구하지 않았더라도 당신이 먼저 협업을 제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신이 이 앱을 계획하며 가장 공들인 부분이자 나 또한 큰 관심을 가진 부분. 부활동과의 연계.


부활동을 아예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갖가지 체험 입부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고, 입부 희망자를 원하는 동아리는 사진, 영상 등의 매체로 스스로를 홍보할 수 있다.



"앗, 벌써 올라온 게 있군요. 농구부의… 어디 보자…"


"이런… 아이 씨가 대타로 뛴 경기의 영상을 홍보 목적으로 사용하다니… 아이 씨를 보러 농구부에 찾아가면 어떡합니까. 이걸 허위 광고라고 봐야 할까요?"



……그리고 부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서는 설문조사 데이터를 얻는다. 현재의 부활동이 자신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동아리의 실적과 그에 대한 생각이 어떠한지. 전체적으로 부활동에 만족하는지, 아니면 이적을 원하는지.


그 데이터를 이용한 칼럼을 기고할 계획도 있다. 긍정적인 응답이 많다면 다른 학생들에게도 동기를 부여해 줄 것이며, 설령 부정적인 응답이 많더라도 그것 자체가 냉정한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다는 증거가 된다.


또한 현재의 활동이 불만족스러운 학생들은 앱의 개인 상담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상담사는 아직 나뿐이므로, 응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안내 문구를 적어놓았다. 기본적으로는 채팅만으로 이어지는 상담일 뿐이지만 필요할 시에는 이전처럼 직접 찾아가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저기…』



"…!"



『이거, 미후네 시오리코 씨가 담당하는… 맞지요?』



벌써 첫 응대가 시작되었다. 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




그녀의 고민은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자기 확신이 필요한 것 같았다. 내일 방과후에 잠깐 뵈러 가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잘 됐으면 좋겠네요…."


"…."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언제나 귀 기울인다. 그건 장점으로 발휘될 여지가 큰 능력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이끌만한 재목으로서는 판단을 감정적으로 만드는 단점이 될 뿐이다.



핸드폰에서 다시 알림음이 울려왔다. 다른 사람의 상담 요청이겠지. 서둘러 자판을 두드렸다.




……




『상담 대기 인원수 : 현재 13명』



알림음이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응답이 늦어지면 대기자가 상담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 잠시라도 쉬어서는 안 됐다. 첫날임에도 벌써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 것은 내가 맡은 일이라는 소문이 학교에 이미 퍼진 탓인지.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다. 고작 전교생의 0.5% 도 되지 않는 인원. 단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매체로 연결된 탓에 조금 피로한 것뿐, 이전과 비교해서 더 궂은일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무언가 다짐한 듯 무게가 잡힌 목소리로 내 손짓을 막아선다.



"…미후네 씨."


"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얼추 예상이 됐다. 다만.



"저도 같이 상담 일을 맡으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보아온 당신은 학교에서의 시간을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만 썼는데, 혹시나 무리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 일은 제가 원해서 하는 것이니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학생들을 당신의 방식대로 도울 것 아닙니까. 당신의 방식으로는 다수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말해두겠습니다."


"원해서 하는 일이라도 피로는 쌓이지 않나요. 제 최우선의 목적은 당장 당신의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학생들의 의견을 미후네 씨에게 전달하는 중간다리일 뿐이라도 괜찮으니."



…당신의 제안은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업무가 아닌 오직 선의와 호감일 뿐이었다.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기 위해 몇 초간 명분을 떠올려 보았지만, 차마 내 감정만을 근거로 당신을 거부한다고는 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관리자 id는 알고 계시겠지요."


"…! 예, 당장 시작할게요!"



자신이 남을 도움을 허락받음에 이토록 기뻐한다니. 역시 난 당신을 이해하기 어렵다.














*13.


그로부터 두 주가 지났다. sns 앱은 동아리 간의 부활동 홍보 경쟁 유행에 힘입어 학생들 대다수가 다운로드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늘어난 상담 횟수도 나카가와 씨와 분담해 어찌저찌 처리할 수 있었다. 바쁜 시간은 이미 다 지나갔고 이제 내담자가 줄어가는 추세이니, 이전처럼 학생들을 두루 관찰하며 능력을 평가할 시간이 생길 것이다.



상담 요청은 나에게 우선적으로 연결되게 설정해놓았기에 요즘 당신은 할 일이 없다고 투정이다. 옆에서 내 상담 진행을 한참 지켜보거나, 할 일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거나…


당신이 요즘 하는 일은 내 흉내인 것 같았다. 자신은 타인의 활동을 관찰할 때 오직 그가 가진 흥미만을 따지니 객관성을 잃는 것도 같다고. 타인의 적성도 같이 볼 수 있다면 좋겠다면서.


그러던 와중 자신이 관찰하던 이에게 다가가 조언을 주거나 격려를 하거나, 내가 하던 것과 같은 일을 했다고 한다.


물론 아무리 내 흉내를 내본다고 한들 당신은 결국 당신의 방식대로 행했겠지. 그렇기에 난 당신의 조언을 들은 이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적성을 내버려 두고 흥미만을 좇게 되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 아직은.



언제 또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고, 아직은 당신에게 조언을 들은 이들이 만족하고 성취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나, 당신의 방식은 결국 실패할 것이기에. 나는 당신을 막으려 했다.


당신이… 나는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




"미후네 씨, 미후네 씨!"



당신은 별안간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신난 듯 달려왔다. 무슨 일인데 그러시나요, 라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벌써 스무 번이 넘었고 내가 대답하지 않아도 당신은 곧 세상을 처음 본 아기새처럼 조잘거릴 테니까.



"이거 보세요! 빵이에요!"


"예. 빵이군요."


"그냥 빵이 아니라요! 어제 상담 이후로 만나러 갔더니, 고맙다며 이걸 주셨어요!"


"문장 구조에서 '누가'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알고 보니 카스미 씨의 친구셨더라고요! 구워온 빵을 서로 교환하면서 친해지셨다나?"


"빵이라면 어제의 그분 말입니까. 그것보다 슬슬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간단하게 본론만 말해주십시오."


"앗, 자, 하나 드세요! 미후네 씨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 하셨어요."



감사…말이지요. 예. 잘 받았습니다.



해야 할 일이란 그분에게 유용할 만한 제과제빵과가 존재하는 여러 대학들에 대한 자료를 찾는 것이었지만, 당장 전해온 선의조차 무시하고 그럴 필요는 없겠지. 마침 배가 고파오던 참이었다. 빵을 꺼내 한입 베어 물었다.




……




그 뒤에도 당신은 한참 동안 어제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무슨 식으로든 간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쁜 듯했다.


물론 그 이야기의 절반 이상은 자질구레하고 일상적이고 사적인 잡담들이 차지하고 있었기에 나는 내 할 일을 하면서 반쯤 흘려들었지만.



쏟을 만큼 쏟아냈는지 곧 어제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이내 오늘 있었던 일로 주제가 바뀌었다. 당신은 아까 있었던 상담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앱의 상담사가 우리 둘이라는 거, 학교에 이미 소문이 다 퍼졌지요?"


"직접 만난 학생이 쉰 명을 넘으니 모를 수가 없지요."


"그런데 오늘… 상담이 당신에게 우선적으로 연결된다는 걸 파악하고선, 의도적으로 우회해서 저에게 연락을 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



…아예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 일부러 날 피할 정도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적어주셨더군요. 확실히… 미후네 씨가 자주 다뤄본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좋아하는 일이라면, 보나 마나 적성 있는 일을 포기하고 꿈을 선택했다는 게 아닙니까. 그건 새로울 것도 없는 일입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당신도 같이 만나러 가보시겠습니까."


"…들어는 보겠습니다."




……




"저는 당신의 걱정과 반대로, 오히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까 고민 중인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에 적성이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는 일이 있거든요."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라, 가업을 물려받기는 싫어서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한 번 다치시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제가 그 일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대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몇 년을 쏟아부어야 진정한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들에게 어떤 조언을 들어봤자 이건 결국 제 개인적인 문제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참고할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두고 싶어요."



분명히 기억한다. 저번에 나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던 분이다. 어쩐지 뜬구름을 잡는 느낌이 있더라니. 숨긴 이야기가 있었을 줄은.


왜 나에겐 말해주지 않았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당신은 내 침묵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상대와 대화를 나눴다. 내가 끼어들 곳 없는 공간이, 어색했다.



둘의 대화는, 마찬가지로 가업을 물려받은 입장인 그녀의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겠냐는 당신의 조언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그녀는 상당히 만족한 듯 보였고, 나카가와 씨에게 마저 감사를 전한 뒤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미후네 시오리코 씨."


"그쪽을 피했던 건 미안해요. 당신이 싫어서는 아니고… 그저 저랑은 안 맞는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예."



그녀는 작게 묵례하곤 방을 나섰다. 오래 지나지 않아 이제 우리도 학생회실로 돌아가자는 나카가와 씨의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4.


나는 들을 수 없었던 누군가의 속내를, 당신은 들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


좀 더 가볍게는, 이런 일도 있었다.




-----------




당신은 어딘가 외출할 준비를 하는 듯했다. 목적을 물으려 분주한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또 누군가의 상담 요청을 받으셨나요."


"앗, 아니요. 오늘은 휴식입니다만, 공연을 하나 보러 갈까 해서요."


"공연이라니, 스쿨 아이돌 동호회가 신고한 공연 날짜는 오늘이 아닙니다만."



내가 반문하자 당신은 나도 기억하는 한 연극부원의 이름을 꺼냈다. 그분이 출연하는 공연에 초대받아, 무대를 보러 가는 거라고.



"소강당의 사용 허가 신청…. 기억납니다. 오늘이었군요."


"예. 여태껏 해왔던 것보다 더 굉장한 공연이 될 테니, 꼭 보러 와달라 하시더군요."



당신은 그 연극부원에게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해 줬다. 간단히 축약하자면…


그녀는 3학년이 돼 매너리즘에 빠졌다. 자신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향상을 느낄 수는 없었고, 곧 주연의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각본과 무대 연출 등의 보조 역할에만 치중하게 되었다.


물론 그것 또한 연극인으로서의 일이기도 했으니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두 살이나 어린 후배가 스쿨 아이돌의 활동을 병행하더니 연극의 솜씨도 늘어난 걸 보고, 자극을 받아 다시 의욕이 끓어오르게 됐다. 그런 이야기.



나 또한 며칠 전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으나, 나에겐 말해주지 않았던 내용이다.



나는 그녀가 그녀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스스로도 만족하고 있었으니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의 '필요'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당신에겐 궁금한 것이, 듣고 싶은 것이 아직 더 많이 남아있었다. 아마 그게 당신과 나의 차이점.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당신의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도울 수 있는 학생들은 천 명이 넘고, 그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줄 시간은 없다.



…나는 당신처럼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실패하지 않는 것뿐. 그 이상의 것은 그 이후의 일이어야 할 것이다.



"미후네 씨도 같이 보러 가시겠습니까?"


"…바쁜 일도 없으니, 그러도록 하죠."



여지없이 당신은 나에게 공연을 같이 보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는 특별히 거절할 만한 이유는 없어 승낙했다.

그런데, 잠깐……



"…잠깐. 나카가와 씨. 여기서 그 의상을 왜 꺼내시는 겁니까."



어느새 당신의 손엔 스쿨 아이돌로서의 의상이 손에 들려 있었다.



"네?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왜 안 되나요? 부활동 시간에는 지정된 교복 외의 옷을 입어도 되지 않나요?"


"……."


"헤헤, 지금 저를 막을 규정 같은 건 없다고요, 미후네 씨."


"……."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마주할 땐, 이 모습이고 싶습니다! 안 될까요?"


"…나카가와 씨. 저는 어떤 의미로는 당신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한들 당신은 들어먹지 않으시겠죠."


"절 아주 잘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기뻐요!"


"…하아…."


"자, 그럼 가봅시다!"


"…적어도, 당신의 옆자리엔 앉지 않겠습니다."


"에에……."




……




연극의 총평은… 학생의 수준으로서는 꽤 그럴듯했다. 그 정도뿐.


다만 특기할 점은, 나카가와 씨와 이야기를 나눴던 그녀의 노력이 확연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머지않아… 봉오리 하나가 화려하게 피어날지도 모르겠다.




-----------




왜 나에겐 모든 고민을 털어놓지 않은 걸까. 왜 나에겐 숨기고 나카가와 씨에겐 드러낸 걸까.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행동 원리가 뻔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적성과 효율을 추구하고, 그 외의 일에는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 그 발자취는 자격과 신뢰가 되기도 했지만, 나의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는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당신은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당신이 닿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 사실들이 내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오직 하나의 길로 모든 이들을 이끌 수는 없고, 나는 그중에서 실패를 최소화한 길만을 선택한 것이니.


오히려 나 혼자만의 힘으로 모두를 이끌려 하는 것이 오만일 테다. 소수의 낙오조차 용납하지 못한다면 도리어 아예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미 혼자서 곱씹고 또 곱씹고 내린 결론이었다. 다만 그 결과를 실제로 마주하니, 당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을 나는 할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다.



당신 또한 수많은 실패를 막아왔음이 분명했다. 그건 내가 막으려는 실패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었지만.


당신만이 도울 수 있었던 학생들에게 나는 없는 사람과 다름없었다. 당신의 길은 여전히 내가 막고자 하는 실패와 맞닿아있지만, 그럼에도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았다.














15.


그런데 말입니다. 전 학생회장이 내건 공약을 현 학생회장이 시행했다는 점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이 아주 많더군요.


교내에서 학생회장을 발견하면 그 곁엔 항상 전 학생회장이 있었다. sns 앱의 부활동 상담사로 함께 활동하는 걸 보기도 했다.


학생회장이 전 학생회장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게 아니냐. 학생회장이 전 학생회장을 승부로 굴복시킨 후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냐.(???)


많은 낭설이 오갔고 그게 황당하기도 재밌기도 했지만, 그 이야기들이 뜻하는 바는 모두 같았습니다.



저의 진심은, 저의 대답은 아직 한참 남았어요. 성과에 도취해 노력을 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순수하게 기뻤습니다. 제가 당신의 동료로 대해진다는 사실이. 제가 당신의 곁에 설 자격이 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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