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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 재업] 단풍나무
글쓴이
시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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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12490
  • 2020-11-04 00:37:37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003164


작가의 말


단풍나무의 꽃말 : 소중한 추억, 아름다운 변화


사랑하는 소녀의 마음을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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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에서 제일 가까운 역까지의 10분간, 당연한 듯이 손을 잡고, 당연한 듯이 옆을 걷는다.

 그녀의 발걸음은 느리고, 그에 맞추는 내 발걸음도 필연적으로 느려진다.

 그녀의 말은 많고, 그에 맞추는 내 말도 필연적으로 많아진다. 

 저무는 해에 저항하며, 10분을 무한대로 만드려는 기특한 노력에 가슴이 타올랐다.


「최근, 추워졌네요

「이젠 가을이니까 말이지」


 하늘 위에서는 작열하는 여름은 떠나가고, 가을이 인사하러 돌아다니기 시작한 듯 하다.

 가을은 좋아한다. 먹을 거는 맛있고, 공기는 맑고, 경치는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밖에서 잘 수 있다.

 가을의 잠은 최고. 부드러운 햇살과 조금 차가워지기 시작한 바람이 공존하는 하늘 아래에서, 담요에 둘러싸여 눈을 감으면, 어딘가에서 풍겨오는 금목서의 향기.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잠기운이 덮쳐온다.


「아무리 지내기 편하더라도 밖에서 낮잠 자는건 그만둬주세요」

「초능력자야!? 그럴 수가... 카나타쨩의 가을이...」

「애초에 어느 계절이든 밖에서 주무시지 말아주세요!! 감기 걸리거나, 수상한 사람 눈에 찍히면 어쩌려고 그러는거에요」

「으헥. 잔소리는 질색이라구. 니지가쿠에 수상한 사람은 없고, 감기 걸리기 전에 시즈쿠쨩이 깨우러 와주니까 괜찮아」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카나타상은」

「에헤헤~. 약속이야」

「네 네. 약속이에요」


 그렇게 츤츤거려도, 저녁 노을보다 붉게 물든 볼을 보면 지금 어떤 기분인지는 간단히 알 수 있다.

 시즈쿠쨩은 만났을 때보다 몇배는 알기 쉬워져서, 다른 아이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표정을 보여주게 되었다.

 그 사실에 역시 가슴이 타올랐다.


「아, 저기!!」

「으응?」

「오늘은...오늘은, 좀 더 이야기 하고 돌아가지 않으실래요?」


 목적지인 역은 바로 눈코 앞, 기특한 노력이 안타깝게도 시계의 침은 10분 전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그녀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교활한 나는 그걸 깨부술 비장의 패를 준비해두었다.


「매력적인 권유지만, 하루카쨩에게 밥을 만들어줘야만 하니까. 게다가, 너무 늦어지면 시즈쿠쨩 부모님이 걱정하신다구?」

「그렇네요. 제멋대로인 말을 해서 죄송해요」


 마지막 희망이 산산조각나, 혼난 강아지처럼 시무룩해진 그녀에게 준비한 또 하나의 카드를 꺼낸다.


「응. 사실은 카나타쨩도 이야기 하고 싶은게 잔뜩 있지만, 지금 이야기 해버리면 주말 데이트 때 이야기할게 없어져 버릴 것 같으니까」

「와...! 저도 잔뜩 이야기 하고싶은게 있어요! 데이트 기대하고 있을게요!!」

「응. 카나타쨩도야. 그러니까 오늘은 돌아가자?」

「네! 내일 또 봐요」

「바이바-이」


 카드의 효과가 뛰어난 것 같아, 나와 자신이 같은 마음으로 있다는 기쁨과, 데이트에 대한 기대를 가득 안고 그녀는 바람처럼 떠났다.

 정말로 그녀는 알기 쉽게 되었다. 알기 쉽고, 너무 알기 쉬워서, 곤란할 정도로.


「주말에 힘내야겠네」


 가을 바람이 뺨을 어루만졌다.

 저녁 노을이 지고 뻗어가는 자신의 그림자는 주위의 누구보다도 깊고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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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어~?」

「아니요, 전혀!」


 며칠은 순식간에 지나고 오늘은 약속한 데이트 날.

 일단 약속시간 30분 전까지는 왔는데, 핫 드링크는 거의 비어있고, 1시간 정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겠지.

 추워지기 시작했고, 미안하니까 그만둬줬음 하는데... 뭐, 오늘은 눈감아줄까.


「오늘 옷 귀엽네」

「에헤헤... 오늘을 위해 산 새 옷이에요」

「더럽히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네」

「어린 애도 아니고, 안 더럽혀요!」

「화내지 말아줘~. 귀여운 얼굴이 아깝다구?」

「ㅈ, 정말! 놀리지 말아주세요!! 자, 가요


 무뚝뚝하게 내민 손을 맞잡자, 시즈쿠쨩은 돌아보지도 않고 차근차근 목적지로 나를 끌고간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기뻐하고 있을게 틀림 없다.

 그야, 내 가슴은 지글지글 타고 있는걸.


 한동안 걷고 도착한 곳은 수족관. 빌딩 옥상에 있는 보기 드문 수족관이라 꽤나 유명한 곳인 모양이다.


「전에 리나상과 카스미상이랑 놀러왔었어요」

「에~. 뭐야 그거. 카나타쨩 못들었다구-」

「앗, 그 때는 아직 교제하기 전이고, 카나타상들은 누마즈에 합숙에 갔었잖아요!」

「아아~. 납득」


 준비한 카드를 바로 꺼내봤는데 효과가 탁월해서, 조금 당황한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런 일 정도로는 화내지 않아요.


「앗! 펭귄 쇼가 시작해버리겠어요! 빨리 가요!!」

「기다려, 기다려, 두고 가지 말아줘」


 이번엔 내가 손을 뻗어서, 아까와 같이 손을 잡고 달린다. 평소 어른스러운 그녀가 펭귄 쇼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무심코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도, 그건 내가 옆에 있으니까라고 깨닫고, 또 지글지글.


「역시 펭귄은 귀엽네요... 특히 저 작은 아이!」

「응응. 하마터면 데리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어」

「펭귄이라 하니, 전에 여기 왔을 때, 카스미상이 펭귄하고 귀여움을 겨루더라고요」


 펭귄 쇼를 보고 난 후 조금 빠른 점심 식사. 카나타쨩 수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카스미쨩과의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시즈쿠쨩. 여기선, 이걸 써볼까.


「저와 리나상은 펭귄의 압승이라고 말했는데, 카스미상, 좀처럼 물러서질 않아서... 어라, 카나타상? 저기, 무슨 일 있나요?」

「딱히~」

「혹시 화났어요?」

「화나지 않았어-. 그저, 카나타쨩은 하루카쨩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시즈쿠쨩은 카스미쨩의 이야기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

「엣? 앗, 아아, 죄송해요」

「신경쓰지 않으니까 괜찮아-다」

「카나타상도 질투하는구나...」

「엣,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질투하지 않을리 없지 않을까 아마.

 카나타쨩도 보통의 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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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즐거웠지」

「네! 점심의 샌드위치도 굉장히 맛있었어요」

「그야, 애정 듬뿍이니까~ 」


 펭귄, 수달, 보기 드문 생물이라면 얼룩말상어나 퉁소상어, 해파리 코너 같은 것도 멋졌었지. 관내를 구석구석까지 즐겼을 무렵에는 해가 저물고, 켜진 일루미네이션을 둘이서 바라보며 기차역을 향해 노닌다. 해가 떨어지면 역시 춥지만, 이어져있는 오른손의 온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조금 더 이야기하지 않으실래요?」


 그럼에도 역시 평소처럼 역까지의 거리는 한순간이고, 연장전을 바라는 그녀도 평소와 같고, 그런 평소처럼에, 내가 응한 것만이 평소 같지 않았다.


「잔뜩 이야기 하자고 약속 했으니까」


 요즘 유행하는 사회적 거리란 뭐냐는 듯, 설치된 벤치에 일부러 어깨를 맞대고 앉았다.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굉장히 즐거...엣취!」

「우와와, 괜찮아? 자, 이거 입어」

「으으으...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너무 얇게 입으면 언니는 걱정한다구~」

「네... 조심할게요」

「그래도, 오늘 옷은 어울려서 무척 귀여워」


 풀 죽은 옆 얼굴에 그렇게 속삭이면, 단풍처럼 빨갛게 볼을 붉히고, 빌려준 카디건을 꼭 쥐는 것이 사랑스러워서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모두와 함께 있을 때면「어린 아이 취급하지 말아주세요!」라고 거절하겠지만, 둘만 있을 때에는 당하는대로.


「저... 카나타상」

「응?」

「어, 저기, 키... 해주실래요...」

「에? 뭐?」

「킷, 키스 말이에요. 키스... 해주실래요?」


 흐리멍덩하고 뜨거운 눈동자로 키스를 조르는 그녀의 표정은, 그야말로 사랑하는 소녀 그 자체. 특별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그녀의 특별한 표정이었다.

 아아 그런가. 최근 좀처럼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던게 이런 이유였던건가.


「미안해. 조금, 아직, 용기가 없어」

「그래도, 저희 벌써, 3개월이나...」

「미안해」

「그런...가요...」


 그 뒤로 그녀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그녀니까, 결사적인 각오로 요구했을 것이다. 그런 각오를 무용지물로 한 죄책감과 선택을 틀리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친다.


 손을 잡는 것도, 허그도, 몇번이고 했다. 그녀를 물들이는 달콤한 말도 간단히 입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그 키스만큼은, 그 입술에만은 닿을 수 없어. 아니, 건드려서는 안 돼. 선택받은 그녀의 이상의 왕자님 이외에는,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니까.


「시즈쿠쨩의 마음에 답해줄 수 있도록 카나타쨩도 노력할테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벤치에서 일어서서 오른 손을 내민다, 그것만으로 고개 숙였던 그녀는 터질 듯한 미소를 지으니 난감하다.


 지글지글. 지글지글.

 가슴 속의 통증에 눈을 감고 그녀의 옆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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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쿠라를 향해 달리는 전차의 규칙적인 진동에 몸을 맡기면, 편안한 피로감과 맡겨진 카디건의 온기에 휩싸인다.

 카나타상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둘만의 관계에 선배 후배의 이름이 붙고나서, 이미 3개월이 지났다.

 둘이서 지내는 시간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카나타상의 매력에 이끌렸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해주는 행위나 호의 하나 하나에 들떠버린다. 닿으면 닿을 수록 나조차 모르는 내가 생겨나서 당황스럽지만, 그 당황스러움조차 기쁘다.


 그야 이 사랑이 이루어질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를 좋아하게 되고, 언젠가는 결혼하고 가정을 가진다, 그런 세상의 일념에서 벗어난 마음. 후배, 친구, 동료, 주어진 관계 그 이상을 찾아버리는 자신이, 카나타상의 상냥함을 독점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리는 자신이 추하고 괴로워서, 엉망이 되어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 나를, 카나타상은 상냥하게 껴안으며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말해주었다.

 그 날부터 시작된 나날은 꿈 그 자체여서, 너무나 행복해서 터져버릴 정도다.

 그러니까 같은 정도로 나를 좋아해주었으면 해서, 있는 힘껏 발돋움하고 있지만, 카나타상은 완전히 여유로워보이고, 나만 좋아하는 듯해서 뭔가 분해서, 더욱 발돋움 해버린다.

 결국 헛돌뿐이지만...

 오늘의 키스만 해도 그렇다, 카나타상은 조금 곤란한 얼굴이었다.

 나와 함께 있을 때 카나타상은 가끔 무언가를 억누른 듯이 웃는다. 그게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으면 하지만「그렇지 않아」로 일관해서, 나이는 따라갈 수 없어도 적어도 대등한 관계로 있고 싶다. 그런 의미를 담은 키스였는데, 아직 너무 빨랐던 걸까? 그래도, 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해주었으니까, 기대해도 괜찮겠지.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수마가 덮쳐왔다.

 어제도 좀처럼 잠들지 못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

 가마쿠라까지는 아직 멀다, 조금 정도는 눈을 붙여도 괜찮겠지.

 가능하면 꿈 속에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욕심 많은 소원을 품고, 전차의 흔들림에 살짝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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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라면 점심 시간에는 시즈쿠쨩과 도시락 데이트지만, 연극부의 미팅으로 부재, 도시락도 데이트의 다음 날은 느긋하게 쉬라고 하루카쨩에게 호되게 야단 맞았으니, 오늘은 학교 식당 구석에 혼자인 것이다.

 딱히 구석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여기가 우리들의 정위치니까. 뭐 오늘은 구석이라 좋을지도 모른다. 어두운 얼굴을 한 사람을 보면서 먹는 밥은 맛있지 않으니까.

 데이트 다음 날은, 언제나 이런 기분이 되버린다.

 함께 있는 것은 괴롭지 않고, 내뱉은 말도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거짓 위에 성립된 관계는 가짜일 뿐이고, 지금까지의 시간도, 앞으로의 시간도 진짜가 될리가 없다. 그런 사실이 참을 수 없이 괴로워서, 가슴 속의 지글거림은 진작에 새카만 타는 쓰레기로 변해있었다.

 울적한 기분 탓인지 카나타쨩의 최애 메뉴인 안카케 (역주 : 조미액에 물이나 육수에 푼 전분을 넣어 가열해 걸쭉하게 만들어 뿌리는 것) 야키소바의 맛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남기는 건 미안해서, 야금야금 입으로 옮기고 있었더니 위쪽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Ciao! 앞에 앉아도 될까?」

「아아 엠마쨩인가. 앉아앉아~」

「고마워. 오늘은 카나타쨩 혼자?」

「응. 시즈쿠쨩은 연극부 미팅이 있어서~」

「그렇구나. 그러고보니 어제 데이트는 어땠어?」

「엣? 아~. 응. 즐거웠어」

「정말? 뭔가 시무룩한 얼굴이라 걱정이야. 혹시 싸우기라도 했어?」

「설마, 할 리가 없잖아~. 카나타쨩과 시즈쿠쨩은 러브러브니까~」


 너무나 날카로운 엠마쨩의 질문에,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듯해 기분이 나빴다.

 안쪽의 타는 쓰레기까지 들켜버리는게 무서워서 순간적으로 화제를 돌렸다.


「엠마쨩은 말이야, 남동생이나 여동생이 거짓말 하면 화나?」

「엣, 갑자기 무슨 일이야?」

「딱히 깊은 의미는 없지만... 엠마쨩은 어떨까 해서. 그, 언니로서의 의견교환 같은 느낌?」

「으-응. 그러네... 왜 거짓말을 했는가, 이유를 들어보고 정할까나」

「라는 것은?」

「물론 거짓말은 안되는 일이지만, 전부 나쁜 거짓말인건 아니잖아? 누군가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서 하는 거짓말은 상냥한 거짓말도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런 거짓말은 화나지 않을까나」

「상냥한 거짓말...」

「카나타쨩은?」

「엣?」

「카나타쨩은 어때? 하루카쨩이 거짓말 하면 화나?」

「화날...려나. 역시 어떤 이유가 있어도 거짓말은 거짓말인걸」

「그런가」

「응, 그래, 분명」

「역시 무슨 일 있었어?」

「아무 일도 아니야. 괜찮아」

「그래? 만약 뭔가 있으면 상담해줘」

「응...」


 나를 바라보는 엠마쨩의 얼굴이 너무나 상냥해서, 그 올곧은 눈동자에 비춰진 나는 어쩔 수 없이 교활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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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온 시간의 언덕에 씨앗을 뿌리자, 씨앗은 애정이라는 물에 의해 쑥쑥 자라, 이윽고 커다란 나무가 되겠지. 사람은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 나는 당신과 다시, 사랑하고 싶어』


『물론. 물론이고 말고. 나는 계속 이 날이 오는 것을 꿈꾸고 있었으니까』


 다양한 엇갈림과 이별을 경험하면서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다시 한번 마음을 전한다. 그런 두 사람의 행복한 키스로 무대는 막을 내린다. 다이쇼 로망을 테마로 한 왕도 스토리이면서도 곳곳에 장치가 있어, 연기하는 우리들 쪽에서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다.

 이 대본은 시오리코상의 추천으로 최근 부를 옮겨온 선배가 쓴 것이지만, 그 완성도는 높고 현재 연극부의 각본을 담당하는 선배도 큰 자극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아앗!! 카스밍이 1등이라고 생각했는데!!」

「유감입니다」


 나를 대본의 세계에서 되돌린 것은 불만스러운 카스미상의 목소리.

 정말... 어째서 내가 비난 받아야만 하는거지.


「어째서 시즈코는 갈아입지 않은거야?」

「어째서긴, 카스미상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에엣! 시즈코, 그렇게나 카스밍을...」

「틀·렸·습·니·다!! 나는 카나타상 일편단심이니까」

「어울려줘도 괜찮은데~!!」

「카스미상, 워워」

「으기익-!!」


 카스미상에게는 미안하지만, 사랑의 나무는 가능한한 예쁜 물로 길러주고 싶으니까, 설령 본인이 없는 곳이더라도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카나타 선배 일편단심인 시즈코는 어째서 카스밍을 기다리고 있던거야?」

「어제의 미팅에서 선배가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해?」

「뭐라 말했더라?」

「오늘은 연습 쉬는 날이야」

「에, 거짓말...」

「미팅 중에 계속 이쪽 보고 있었고, 오늘 아침에 옷 가지고 왔었으니까, 설마 하고 생각했는데... 역시 듣고 있지 않았구나」

「아, 아니야!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율 연습하러 왔는걸!」

「정말로?」

「정말이야! 카스밍 거짓말 같은건 안하니까!! 앗, 그러고보니 요전번의 데이트 어땠어? 키스는 했어?」

「읏...」

「하항. 그 반응을 보니 안됐던 모양이네」


 무리한 화제 전환은 내 급소에 클린 히트, 하라구로계 또는 소악마계라는 말이 딱 맞는 표정을 띄우는 카스미상을 가볍게 노려봐도 히죽히죽 웃을 뿐. 어째서 이런 때만 예리한걸까...


「연애 마스터 카스밍이 특별히 이야기를 들어줄게?」

「마스터라니... 연애 해본 적은 있어?」

「없지만 마스터야!! 정말!! 카스밍이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하고 있으니까, 빨리 말해!!」

「기대에 답할 수 있게 노력할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엣? 잠깐 그거, 무슨 상황인거야?」

「어떠냐니... 평범하게 키스해달라고 부탁해서...」

「하아~~~~~~~~~~~~~? 시즈코는 바보야? 그래선 거절 당한다구」

「바보 아니야!! 왜냐면, 갑자기 한다던가 하는건, 그, 비겁하잖아? 카나타상은 키스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실제로 거절당했고...」

「헤에~. 그럼, 시즈코는 카나타 선배를 믿고 있지 않구나」

「그렇지 않아!」

 

 무심코 몸을 내밀며 카스미상의 말을 부정한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일이 있을 리 없잖아.


「그럼 됐잖아. 너무 어렵게 생각해, 시즈코는」

「그래도...」

「그럼 반대쪽 입장에 서보는건 어때? 시즈코는 카나타 선배가 키스 해주면 기뻐?」

「응. 굉장히 기뻐」

「그럼 카나타 선배도 기뻐할거야. 이런건 다소 무리해서라도 기실을 만드는 편이 좋다고 연애 책에도 써있었고」

「책이라니... 마스터가 아니였던거야?」

「정말!! 얼버무리지 말고!!」

「우후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용기가 났어」

「매번 시즈코가 울며 매달리는 카스밍의 입장도 되어주고 말이야」

「울며 매달리지 않아!」


 울며 매달리진 않지만, 언제나 내가 고민하고 있으면 바로 손을 뻗어주는 카스미상의 상냥함이 정말로 따뜻해서 마음이 든든하다.

 생각해보면 이 사랑이 막 시작되었을 때부터 계속 등 뒤를 밀어주고 있다. 오늘도 또 도움 받아버렸다. 이 이상 걱정하지 않도록 나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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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물들었네」

「네. 날씨도 좋고, 피크닉 가기 최고의 날이네요」


『단풍, 보러가지 않을래?』


 그런 메세지로 기획된 단풍 데이트. 평소엔 내 쪽에서 권유하기만 했으니까, 이 메세지에 들떠서, 이 산의 어떤 단풍보다 붉어진 것은 비밀.


「도시락 가져왔으니까 경치 좋은 곳에서 먹자」

「카나타상의 도시락 기대돼요!!」

「시즈쿠쨩이 좋아하는 반찬 잔뜩 준비했으니까」

「기뻐요... 앗! 저기는 어떤가요?」

「오오~. 좋네, 저기로 하자」


 한층 더 큰 단풍 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앉자, 카나타상은 배낭을 열고 도시락을 꺼냈다.

 정통 가라아게나 계란말이에 더해 가을의 별미인 고구마찜과 밤밥, 단풍 모양으로 잘라 장식된 당근, 도시락통은 세계의 그 어떤 보물상자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서, 이대로 가지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가지고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언제나처럼 마음 속에 담아둔다.

 물론 그런 반짝이들은 입에 넣어도 맛있어서, 카나타상이 잔뜩 생각해서 만들어준게 전해져와서, 조금 과장이지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나를 놀리면서도, 카나타상은, 또 조금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기, 뭔가 문제 있나요?」

「응? 왜?」

「뭔가 어려운 듯한 얼굴 하고 계셔서」

「기분 탓이야. 그래도, 먹었더니 졸려졌을지도」

「바람도 기분 좋으니까, 어쩔 수 없네요. 제대로 깨워드릴테니까, 조금 주무셔도 괜찮아요」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서, 무릎 빌릴게~」

「꺅, 정말... 특별히에요」


 카나타상은 그대로 데굴데굴 내 무릎에 뒹굴더니, 곧바로 새근새근 잠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얼버무릴 수 있었던걸까...」


 오른손으로 카나타상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아직 대등해지진 않은 것 같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너무 분해서. 바로 잠의 세계에 떨어져버린 것처럼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카나타상은 먼 세계로 떠나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괴로워졌다.


『시즈코는 너무 어렵게 생각해』


 가을 바람에 연애 마스터 또는 카스미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건 다소 무리해서라도 기실을 만드는 편이 좋다고 연애 책에도 써있었고』


 시선을 내리면 천진난만한 얼굴로 새근새근 잠든 카나타상, 그 규칙적인 리듬으로 열고 닫히기를 반복하는 입술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되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천재일우의 대 찬스. 이 기회를 놓치면 당분간 찬스는 오지 않는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대등함에 가까워지기 위한 한 걸음, 이어짐을 강하게 하기 위한 한 걸음, 친구가 걱정하게 하지 않기 위한 한 걸음, 많은 의미가 담긴 한 걸음을 내딛을 용기는 이미 받고 있다.


『시즈코는 카나타 선배가 키스해주면 기쁘잖아?』


『그럼 카나타 선배도 기뻐할거야』


 머리카락을 귀에 걸고, 등을 굽힌다. 내 얼굴을 떨어뜨린다, 사랑스러운 카나타상의 곁으로 떨어져간다, 스윽 스윽 숨소리를 내는 사랑스러운 입술까지 앞으로 한 걸음.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한층 박동이 빨라진다. 얼굴이 뜨겁다. 아마도 단풍에 지지 않을 정도로 붉어져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뜻을 다잡고 최후의 한 걸음을 내딛었다.


 시간이 멈춘다.

 우리들 이외의 모든 소리가, 색이, 전부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달콤하게 녹는 듯한 사랑의 맛.

 꿈에서까지 그리던 입술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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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떠보니 단풍보다 빨간 얼굴의 시즈쿠쨩이 있었다. 그것도 제로거리에.

「무슨 일이야?」 라고 묻고 싶지만 뭔가 부드러운 것에 입이 막혀있다.

 온몸의 핏기가 싹 가시는 소리가 들렸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지 않은데 한 순간에 이해해버렸다. 덮여있듯이 되어있는 시즈쿠쨩의 상반신을 억지로 젖히고, 무릎에서 굴러 내려와 일어선다. 


「무슨 짓을 한거야...」


 좀 전까지와는 돌변해 시즈쿠쨩의 얼굴은 창백, 무엇을 말해야할지 몰라 겁먹고 있다. 태도가 돌변한 나에게 겁먹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어쩔 수 없어. 이렇게 된 것은 내 탓. 전부 내 탓이야. 내가 나쁜거야. 하지만, 나도 이 3개월동안, 어떻게든 할려고 힘내왔어. 그런데 어떻게 하지 못했어.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계속 얼버무려왔는데.


「앗, 저기, 저, 죄, 죄송ㅎ...」


 아아... 울어버렸다. 시즈쿠쨩 울어버렸다. 울려버렸다. 그럼 더는 어쩔 수 없지. 이제 전부 의미 없어졌는걸. 잘 힘내왔네 나. 이제 말해도 괜찮겠지.


「미안해. 시즈쿠쨩」


-----

 

 녹아버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더운 여름날이었다. 잘 기억하고 있다. 시원한 물줄기를 찾아 헤메고 있었더니, 몹시 긴장한 얼굴의 시즈쿠쨩을 발견했다.

 최근 시무룩한 얼굴 밖에 못봤으니까 걱정되어서. 선배로서, 언니로서,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참견을 했다.

 그랬더니 엉망진창으로 울면서「죄송해요」라고 사과하기 시작해서, 이유를 물었더니「좋아해요」라고「기분 나빠서 죄송해요」라고「싫어해주세요」라고「좋아하게 돼서 죄송해요」라고. 망가진 라디오처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게 너무나도 불쌍했기에. 사과 같은건 하지 않았으면 했기에. 어떻게 해서든 그 눈물을 멈춰주고 싶어서.


---- 나는 최악의 거짓말을 했다.


 그 이후의 나날은 그녀의 이상의 왕자님으로서 살았다.

 그녀를 신경써서, 그녀를 칭찬했다.

 그 때마다, 그녀는 들떠했다.

 그 때마다 내 가슴은 아프고, 타버렸다.

 그녀의 연심을 능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몇 번이고 그만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을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 수 없어서. 그렇다면 입술만은, 그 아이가 정말로 소중한 사람을 찾았을 때, 진정한 사랑을 했을 때, 제대로 처음을 바칠 수 있도록 지켜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론 이건 그냥 화풀이.

 아무리 변명 해도 그녀의 마음을 범한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잘못한 건 전부 나다.

 하지만,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


「즐거우셨나요?」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는 저를 보며 즐거우셨나요?」


 그녀는 화가 나있었다.

 키스를 했을 때의 백배는 얼굴을 붉히고 화내고 있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마음을 고백했을 때의 백배는 울고 있었다.


「그런거...!! 그런건 아니잖아요!! 그래선 제가 바보 같잖아요!! 제가... 저는!! 진심으로 카나타상을 좋아했는데!!!!」


 등 뒤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떠밀린 듯 하다. 울음 소리와 신발 소리가 멀어져간다. 더는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때 제대로 거절했으면 좋았을텐데」


 후회인지 참회인지 모를 혼잣말은 붉은 융단에 빨려 사라져간다, 지금의 나에게는 땅에 떨어진 단풍의 붉은 빛마저 눈부셨다.


-----


 울고, 울고, 울고, 울며 밤을 지새운 뒤에 남은 것은 후회 뿐이었다.

 속았다고, 배신 당했다고 원망하기엔 너무나 당신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곳에 있었구나」


 아무도 오지 않게 되었을 터인 교실에 귀여운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심호흡을 하고는 이쪽을 향해 가볍게 다가왔다.


「잠깐! 듣고 있는거야 시즈코!!」

「들리고 있어. 어쩐 일이야 카스미상」

「어쩐 일이냐는건 이쪽의 대사야. 5일이나 연습 안 나오고 뭐하고 있는거야?」

「연극부가 바쁘다고 연락 했다고 생각하는데」

「연극부 부장님도 걱정하고 있어」

「하아... 이미 확인한건가...」

「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어렴풋이 알겠지만」

「그럼 내버려둬」

「그럴 순 없어. 시즈코가 오지 않으면 의욕도 안 나고」


 들을 때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듯이, 카스미상은 내 앞의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팔짱을 끼고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하아... 알았어. 말할게」

「좋아」


 전부 말했다. 이 3개월 동안의 일을. 사실은 서로 좋아하는 것 따위 아니였다는 것. 내가 일방적으로 사랑을 하고 카나타상은 그에 어울려주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


「하? 뭐야 그게. 어째서 시즈코는 그렇게 냉정한거야? 화나지 않는거야?」

「화냈다구? 그래도 원망할 생각은 없어. 전부 날 위한 거였으니까」

「그럼 어째서 동호회에 오지 않는거야? 전부 납득하고 있다면 괜찮잖아」

「그건...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서」

「원망하지도 않고, 화나지도 않잖아? 이 이상 뭘 정리하는건데?」


 카스미상의 발언 하나 하나가 신경에 거슬린다. 어째서 그런 짖궂은 말을 하는걸까. 이제 전부 끝난 일인데. 이제와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닌데.


「있잖아. 시즈코는 어떻게 하고 싶어?」

「어떻게라니 뭘?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이젠 좀 내버려둬!」

「시즈코는 앞으로, 카나타 선배와 어떻게 하고 싶은거야?」


 내 말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카스미상은 계속한다. 어떻게 되고싶은가 라니, 그런건 정해져있다. 정해져있다. 그런건...


「정해져있어. 가능하다면 3개월 전처럼 평범한 선배 후배로 돌아가고 싶어. 그저 그것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아 그래」


 들어본 적이 없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비웃는 듯한, 동정하는 듯한, 멸시마저 느껴지는 차가운 목소리.


「뭐어. 헤어져서 잘된거 아니야? 연인이 여자끼리라니 이상하고, 나중에 여배우가 된다면 틀림없이 스캔들이라고」

「잠깐, 그만둬」

「거기에 고백에 거짓말로 대답하는 최악인 사람이였잖아?」

「적당히 해!!」

「연기의 연습도 된거 아니야? 좀처럼 할 수 없다고, 그런 체험. 이걸로 또 대 여배우에 다가갔네, 아팟, 뭐야?」

 

 한시라도 빨리 그 억지 부리는 입을 멈추고 싶어서, 난폭하게 카스미상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분노로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왜 화내는거야? 전부 사실이잖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카나타상은 최악 같은게 아니야!! 나는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카나타상과 함께 있었던게 아니야!!」

「그럼 왜 이런 곳에 있는거야? 어째서 카나타 선배가 있는 곳에 가지 않는거야?」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진심으로 사랑했던 적이 없던 카스미상이 내 기분을 알 리가 없어!!」

「진심이라면!! 진심이라면 그걸로 괜찮잖아!!!」


 교실 안에 울려퍼질 정도로 큰 목소리, 외친 카스미상은 울고 있었다. 얼굴을 붉게 하고 화내고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진심인거잖아? 아직 진심으로 카나타 선배를 좋아하는거잖아? 그럼 그걸로 되는거잖아!! 왜 스스로의 마음에 거짓말 하는거야?」

「그치만 진심으로 좋아하는건 내 쪽 뿐이었는걸!! 카나타상은 나에 대한 것 따위...」


 진심이었다. 어디까지고 진심이었으니까 무서워졌다, 모든 날들이 거짓말이었다고 들이대어서, 진심이었던 것은 자신 뿐이었다고 깨달아서. 마음이 닿지 않게 되어버렸는데, 그 마음을 버리는건 스스로도 무서웠다. 품은 마음에 배신당해 계속하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니까, 보이지 않도록 눌러담아놨는데, 어째서.


「그렇다면!!!! 카나타 선배를 돌아보게 만들어보라고!!!!」

「그런건...」

「설령 상대해주지 않더라도, 짝사랑이더라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다면 포기하면 안 돼. 이쪽을 돌아보게 하지 않으면. 그게 사랑하는 소녀잖아!! 그렇게까지 하더라도 돌아봐주지 않을지도 몰라, 아니, 돌아봐주지 않는 쪽이 많아. 그래도! 그래도, 포기해버리면 거기서 끝. 그러니까 절대로 포기하면 안 돼.」

「카스미상...」

「하아, 하아. 알았어...?」

「응. 고마워」

「그럼, 냉큼 갈 것!」

「고마워. 역시 카스미상은 연애 마스터였구나」

「커헉...., 카스밍, 거짓말 따위 한 적 없으니까...」


 소리를 너무 질러서 다운된 카스미상을 남겨두고 교실을 뛰쳐나간다.

 설령 시간의 언덕이 거짓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있던 진짜를 주워모은다면 분명 씨앗이 될거야. 분명 사랑의 나무는 자랄거야.

 나는 당신과 다시, 사랑하고 싶어.


-----


 그 후로 이미 5일이 지났다.

「공부로 바쁘다」는 적당한 이유를 붙여 동호회를 쉬고있으니까 시즈쿠쨩이 어쩌고 있는지는 모른다.

 동호회에 있을까, 연극부에 있을까, 아니면 당분간 휴식하고 있을까. 모르니까 가까이 갈 수 없고, 가까이 가지 않는다. 저지른 죄도 입힌 상처도 사라지지 않는다, 해결할 수 있는건 시간 뿐. 아무리 사과하더라도 그건 내 제멋대로 밖에 되지 않으니까. 시즈쿠쨩에게 해줄 수 있는 보상은 그녀의 세계에서 코노에 카나타라는 인간이 없어지는 것 뿐.

 뭐 어때. 이제 전부 끝나버린 일이니까. 그녀의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나는 나의 일상을 보내면 되는거야.

 시즈쿠쨩과 함께 낮잠 자고, 시즈쿠쨩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시즈쿠쨩과 함께 돌아가고, 함께...?

 아니야, 아니야. 이건 내 일상이 아니야, 내 일상은 좀 더... 좀 더, 뭐였지?

 고작 3개월 전의 일이 머나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진다. 어째서인가 혼자였을 때를 떠올릴 수 없다.


「Ciao! 앞에 앉아도 될까?」

「오오... 엠마쨩인가... 상관없지만 연습은 괜찮은거야?」


 나를 사고의 바다에서 끌어올린 것은 엠마쨩의 목소리였다.

 부활동의 시간인데도 교복인 채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내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건, 아니, 내게 온 건 어째서일까?


「그건 이쪽의 대사야. 어째서 동호회에 오지 않는거야?」

「유우쨩한테서 못 들었어? 이번 시험이 위험해서, 공부 해야만 해서 말이야. 특기 우대생 유지해야만 하니까, 그러니까 동호회는 당분간 쉬는거야」

「왜 거짓말 하는거야?」


 에버그린의 눈동자가 나를 쏘아보았다.


「시즈쿠쨩에게 들은거야?」

「비밀」

「뭐야 그게. 아아, 그런가, 카나타쨩을 꾸짖으러 왔구나」

「그건 카나타쨩 하기 나름이야. 있잖아,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라니... 전부 들었잖아?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시즈쿠쨩이 잊어주길 기다릴거야」

「그걸로 괜찮은거야? 잊혀도 괜찮은거야?」

「괜찮고 말고. 잔뜩 상처입혔으니까...」

「그런가, 그럼, 미안해 카나타쨩」


 마른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오른쪽 뺨이 욱신욱신 아프다.


「지금은 나쁜 거짓말이야」


 나를 때린 엠마쨩은 나보다도 아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왜 화났는지 알아?」

「그건... 시즈쿠쨩을 속였기 때문이잖아?」

「아니야. 그건 좋은 거짓말인걸. 확실히 방식은 좋지 않았ㅈ디만, 시즈쿠쨩을 생각해서 한 거짓말이잖아? 그렇다면 나는 화내지 않아」

「그럼 어째서」

「카나타쨩은 말이야, 사랑이 뭔지 안 적 있어?」

「...없어」


 어째서일까. 사랑 같은건 해본 적도 없을 터인데. 어째서 한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일까.


「사랑이란건, 무서운거야」

「무서운...거야?」

「응. 무척이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미움받으면 어떡하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생각하고 있으면 굉장히 무서워지는거야」

「그렇구나...」

「그래도, 그런 무서운 마음을 뛰어넘어서, 시즈쿠쨩은 카나타쨩에게 마음을 전했던거야. 그러니까, 카나타쨩은 그 마음에 제대로 답해줘야만 해」

「답했어! 대답했으니까 지금 이렇게 된거잖아!!」

「답하지 않았어. 왜냐면 그건 카나타쨩의 마음이 아니었으니까」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의미를 모르겠어!!」


 엠마쨩의 진의가 보이지 않아 짜증난다.

 나는 답했다. 제대로 답했다. 답을 냈다. 제대로 끝냈다.

 그러니까 엠마쨩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알 리가 없다.


「정말로 전부 거짓말이었던거야?」

「엣」

「시즈쿠쨩과 보낸 시간은 전부 거짓말?」


 눈물로 가득한 에버그린의 눈동자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분명 시작은 거짓말이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시즈쿠쨩과 함께 있는 카나타쨩은 굉장히 즐거워보였다구? 이미 알고 있잖아? 이대로 전부 거짓말로 해버릴거야?」

「거짓이야! 전부 거짓!! 거짓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진짜일 리가 없어!! 전부 전부 가짜야!!」

「도망치지마!!」

「도망치지 않았어!! 내 마음은!!」


『오늘은... 오늘은, 좀 더 이야기 하고 가지 않으실래요?』


「마음은...」


『와...! 저도 이야기 하고 싶은게 잔뜩 있어요! 데이트 기대하고 있을게요!!』


 거짓말이다. 가짜다. 아무래도 좋다. 아무튼 말로 해버리면 전부 끝난다. 이 이야기는 끝으로 할 수 있는데.


『에헤헤... 오늘을 위해 산 새 옷이에요』


『킷, 키스 말이에요. 키스... 해주실래요?』


『카나타상의 도시락 기대돼요!』


『꺅, 정말... 특별히에요』


 어떻게 해도 그 뒤의 말을 자아낼 수가 없었다.


「눈치챘어?」

「응... 드디어...」

「제대로 시즈쿠쨩의 마음에 대답해줘? YES여도 NO여도 좋아. 대답만 있다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테니까」

「미안해 엠마쨩. 화내줘서 고마워」

「아니. 괜찮아. 나야말로 미안해」

「덕분에 눈을 떴어. 아직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시즈쿠쨩을 만나고 올게.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 할게」

「응. 분명 괜찮을거야!」

「응. 다녀올게」


 힘내라며 손을 흔들어주는 엠마쨩은 웃는 얼굴로 울고 있었다.


-----


 거짓에서 시작된 것이니까 전부 가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다르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거짓말을 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호의와 뒤바뀐 죄악감은 타닥타닥 가슴 속을 새카맣게 태워버렸다. 그녀는 그렇게나 진지하게 호의를 향해주었는데, 약한 나는 전부를 배신했다. 그녀를 울렸다.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아직 모른다. 그래도 지금,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달린다. 세 계단씩 건너뛰며 계단을 내려간다. 시오리코쨩이나 선생님에게 나중에 혼날거 같지만 알 바 아니다.

 복도의 막다른 곳을 돌려고 스피드를 늦추고 몸을 트는 순간에 찾는 사람을 찾았다. 아니, 정확히는 찾는 사람이 뛰어들어왔다.


「카, 카나타상!?」


 저쪽도 내 존재를 눈치챈 듯 해서 어떻게 발을 멈추고, 충돌만은 회피했다.


「그렇게 서두르고 무슨 일이야?」

「카나타상이야말로」

「카나타쨩은... 시즈쿠쨩을 찾고 있었어...」

「저도에요. 저도 카나타상을 찾고 있었어요」


 거기까지 말하고 나니 우리 사이에 침묵이 돌았다. 마치 우리들 두 사람만이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그 정도로 답답한 침묵. 그걸 날려버린 것은 그녀 쪽이었다.


「저, 화나지 않았으니까」

「엣?」

「카나타상이 거짓말 한 것, 더는 화나지 않고, 원망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포기하지도 않았으니까. 반드시 언젠가 제 쪽을 돌아보게 만들어 보일거에요. 그러니까 각오하고 있어주세요.」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당당히 손가락을 내밀며, 선전포고처럼 고백하는 시즈쿠쨩. 마음을 고백받은 이상, 나도, 제대로 대답해줘야만 한다. 이번엔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미안해. 계속 속여서 정말로 미안해」

「그러니까 그건」

「그 때의 대답은 NO. 카나타쨩은 시즈쿠쨩을 여동생처럼 귀엽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그런 눈으로는 본 적이 없었어」

「괜찮아요. 알고있어요. 그래도,」

「기다려, 마지막까지 들어줘」

「엣?」

「아까의 고백에 대한 대답을 하게 해줬으면 해」


 솔직히 어리광부리게 된 시즈쿠쨩이 귀여웠다.

 함께 있는 시간을 1초라도 늘리려는 시즈쿠쨩이 사랑스러웠다.

 나에게만 보여주는 시즈쿠쨩의 표정이 무엇보다 소중했다.

 함께 있는 시간은 어떤 보석보다도 반짝반짝 빛났다.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하고 나서도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은 시즈쿠쨩에 대한 것 뿐이었다.

 어째서 엠마쨩이 나를 찾을 수 있었는가. 그런건 간단하다. 그곳이 카나타쨩과 시즈쿠쨩의 정위치였으니까.

 내 행동의 전부에 시즈쿠쨩이 있었다.

 시즈쿠쨩이 없는건 더는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시즈쿠쨩을 좋아해. 계속 보이지 않는 척을 해왔지만 좋아해. 시즈쿠쨩을 정말 좋아해. 그런 일을 했는데도, 이런 말을 해버리는건 최악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말하게 해줬으면 해」


「카나타쨩과 사귀어주지 않겠습니까?」


 내민 손이 가늘게 떨린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무서운 것, 엠마쨩의 말을 몸소 체감했다.


「정말인가요...? 정말로, 괜찮은건가요? 이번에도 또 거짓말인건 아닌가요?」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해도 믿을 수 없겠지」

「네. 믿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증명해주세요」


 지금이라면 더는 무섭지 않다. 지금이라면 이제 괜찮다. 시즈쿠쨩과 나 자신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었으니까, 자신을 가디고 증명할 수 있다.


「눈 감아줘」

「네」


 새빨갛다. 그 날의 단풍의 백배는 새빨갛다. 그래도 그건 시즈쿠쨩도 마찬가지. 처음으로 같았다.


「좋아해, 시즈쿠쨩」

「저도에요. 카나타상」


시간이 멈춘다.

우리들 이외의 모든 소리가, 색이, 전부 저편으로 사라져간다.

달콤하게 녹는 듯한 사랑의 맛.

꿈에서까지 그리던 입술에 닿았다.

그레이트삐기GX 다시 개추 2020.11.04 00:39:46
오미자차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2020.11.04 00:42:57
ㅇㅇ 굿 112.152 2020.11.04 00:55:13
Olfas 개추 2020.11.04 00: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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