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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 번역] 컨플릭트, 콘트라스트
글쓴이
시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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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611923
  • 2020-11-03 12:17:47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4018988


이미 어른인 것 같으면서도 어른이 될 수 없는, 하지만 조금은 어른일지도 모른다. 대학생 동거 설정입니다. 사소한 사랑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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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닌 두부 380엔, 이건 싼걸까 비싼걸까. 근처의 슈퍼에서 식재료를 사고 돌아오는 길, 자주 지나는 횡단보도 근처에 조용히 서있는 중화요리 가게의 간판. 이따금 눈에 들어왔지만 들어가본 적은 없는 곳.

 간편히 먹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건 없겠지만, 조금 힘내면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보통은 뭐든지 손으로 만드는게 싸기도 하다. 이런 건, 이러나 저러나 어른들에게 보호받았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용돈은 천엔짜리 세 개라서, 월말에는 꼭 울곤 했지만, 어머니의 쇼핑에 따라가면 비싼 디저트도 주저없이 먹게 해주시기도 했고, 응석받이로 자랐다는 자각은 있다. 그건 어른들 뿐만이 아니라, 선배들이라던가,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게도.

 지금은 슈퍼의 전단지를 보고 주말의 특가품으로 그 주의 식단을 짤 정도까지 되었으므로, 이게 어른이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술도 못 마시고, 학비나 어느 정도의 생활비도 받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아주 조금, 그래 정말 아주 조금. 어른에 다가선 카스밍은, 아직도 귀여움 받고 어리광부리고 싶은 마음과, 이제는 어른이니까 가슴을 펴고 당당히 행동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매일 갈등하고 있었다.



*



「다녀왔어-」

「.......」

「시즈코 어서 와는?」

「...어서 와」


 마음 속이 복잡한 것은, 연애면에서도 그렇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고, 흔히 말하는 그런 사이인 시즈코와, 진학을 계기로 룸쉐어로 불리는 동거를 시작한지 약 반년. 처음에는 서로 다녀왔어, 어서 와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낯 간지러워서, 부끄러워할 정도였는데, 이런 것도 확실히 일상 레벨까지 떨어져버렸다.

 소속되어있는 연극 동아리의 공연이 가까워져서, 두꺼운 대본과 눈싸움을 하는 시즈코는 세계 제일로 쌀쌀맞다. 식재료를 꽉 채운 무거운 에코백을 안고 귀엽고 귀여운 여자친구가 돌아왔는데, 보채지 않으면 어서 오라는 말도 해주지 않는다. 사온거 냉장고에 넣는거 도와줘! 라고 조금 언성을 높여야 겨우 책을 덮으니까. 똑같이 맞춘 룸 슬리퍼를 신고 다가온 눈매는 명백히 지쳐있는게 보인다, 오랫동안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다.

풀어졌다, 고 해야할까 구겨진 실내복의 파카 모습 같은걸 볼 수 있는건 같이 생활하는 특권일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밥솥 스위치 눌러놨어?」

「... 아,」

「지금 아 라고 말했지-! 식사 늦어지니까 먼저 눌러두라고 말했잖아! 지금 냉동도 팩도 다 떨어졌다고!? 또 대본에 열중하고 있었지 시즈코 바보!」

「미, 미안해」


 딱히 사과받고 싶어서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어서 오라는 말이 무뚝뚝했다던가, 최근 나를 소홀히 하는 태도라던가, 전부 전부 폭발했다, 그런 느낌이 든다.

 시즈코 공연 가까워서 바쁘잖아? 그럼 내가 장보러 갔다올테니까 밥솥 스위치만 부탁할게. 쌀은 씻어놨으니까, 그에 건성으로 대답하는 시즈코 상대로 보인 걱정은, 아마 실패였다. 이럴거면 같이 슈퍼나 편의점까지 데려가서 좋아하는 도시락을 고르게 한다던가, 큰 맘 먹고 외식이나 배달을 시켜버린다던가, 예약 취사로 해놓는다던가, 그런 판단을 했으면 괜히 눈살을 찌푸릴 일도 없었을텐데. 눈 앞에서 고개를 떨구는 시즈코를 보고 자기혐오 그리고, 자기혐오.


「... 너무 집중했어」

「그렇, 지. 나도 알고 있어」


 알고 있다, 그래도 고칠 수 없다. 친정에서는 그래도 용서받은 걸까, 잘 숨겨온 것일까. 타인끼리의 생활은 이렇게 균열을 보이는 걸지도, 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이 패턴, 처음이 아니니까.

 단 둘끼리의 생활은, 도망칠 곳이 없다. 임대료 관계로 서로 각방이 확보된 넓이도 아니니까, 싸운 채로 침대에서 굴러떨어질 정도로 떨어져서 잔 밤도, 몇 번인가. 이럴 리 없었는데.


「으, 배고파아」

「냉동 고기만두 같은거 남아있었어, 아마도. 그리고 바나나라던가」

「카스밍은 밥이 먹고 싶은걸, 반찬도 사왔고」

「... 그럼, 지금부터 밥 할게. 아니면 내가 편의점에서 팩 밥만이라도 사올까?」

「괜찮아. 고작 그거 때문에 옷 갈아입는거 귀찮잖아」


 공복으로 기분이 나쁜 나와, 면목이 없어서 제안을 하는 시즈코. 토라진 카스밍, 귀엽지 않네. 아무리 장보는 역할을 맡았다고 해도, 이런 태도는, 뭔가 생색을 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귀여운 여자친구가 아니니까, 궤도를 수정하고 싶은 참이지만, 이미 늦은 일일지도 모른다. 꾸밀 수 없을 정도로, 몇년이나 솔직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자각은 있다. 서로 말이지.

 우 우 하며 몇 번인가 맞버티고, 시즈코가 옷을 갈아입으러 조용히 침실로 향했다. 나는 나대로, 아직 냉장고에 넣지 않은 신선 식품의 존재를 떠올린다. 최근 서늘해졌다고는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했던, 옷 갈아입는거 보지 말라던가, 지금은 전혀 없고. 각자의 할 일을 묵묵히 한다는 느낌이다. 권태기? 이 나이에? 거짓말이지. 시즈코의 알몸, 몇주째 못본걸까. 의식하면 괜히, 보고싶어진다. 산 것의 나머지는 야채칸에 넣어두고, 서두르지 않으니까 살금살금 걷는다. 이쪽이 일방적으로 기분 나쁘게 해놓고 이런 속마음, 싫어할려나. 그렇지 않아도 여유 없는 시기인데.


「시즈코」


 역시 무단으로 옷 갈아입는 장면을 엿보는 것도 꺼려지므로, 이젠 기분이 풀렸다는 의미를 담아, 잔망스럽게 이름을 부른다. 하지만, 의상 빨리 갈아입기로 단련된 탓인가, 벌써 가볍게 외출 할 수 있을 듯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왜? 라며 평상시의 텐션으로 대답해왔다. 갈아입은 시즈코는 언제나처럼 깔끔했지만, 작전은 실패했고, 말도 안 나오고, 생각이 생각이었으니까 떳떳하지 못한 것도 정도가 있다.


「어, 저기...」

「카스미상, 배고프지」


 그러니까 빨리 다녀올게라며 지갑이 든 토트백을 어깨에 걸고, 문이 있는 쪽까지 발걸음을 서둘렀다. 내가 잠자코 길을 비켜주면, 시즈코는 해질녘에 혼자서 편의점에 가게 되겠지. 그래도 그건 뭔가 아니고, 시키고 싶지 않다.

 카스밍 때문에 휘둘리는거, 싫어.


「뭔가, 별거 아닌 일로 기분 나빠져서, 미안해. 아니, 별거 아닌건 아니고, 카스밍적으로는 중요한 일이라... 최근 무뚝뚝한거, 싫었는걸.」

「그건... 내 쪽이야말로, 미안해. 어서 오라는 인사도 제대로 안하고, 스위치 누르는 것도 잊어버리고. 더는 안되겠네.」

「아니, 그건 이제 괜찮아! 저기,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전하려고 하면 할 수록, 말문이 막힌다. 게다가 눈치 없이 배도 꼬르륵거리기 시작해서, 큰일이네.


「카스미상, 역시 배...」

「대체 뭘까나 이 배는! 우우... 시즈코오, 혼자서 편의점 안 가도 괜찮으니까, 일단 꼬옥 안아줘...」

「...에?」


 카스밍의 너무나 맥락 없는 조르기에, 한 박자 두고 눈 앞의 사람은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결국 옷까지 갈아입게 하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하다.

 그래도 시즈코는 꼭 껴안아주고, 늘 하던대로 쓰담쓰담해주었다. 마음의 만족도와 비례하지는 않아서, 꾸르륵 배가 울려버렸지만. 게다가 아무리 해도 울리는게 멈추지 않으니까, 일단 뭐라도 입에 넣으라고 보채는 상황이 되었다.


「아 정말, 바나나 먹을게...」

「응. 밥은 어떻게 할까?」

「나도 편의점 갈래. .... 같이 있고 싶고」


 아무 일도 없으면 온종일 함께 있을 수 있는 주제에, 혼자 편의점에 보내는 시간도 아깝다니. 아니, 같이 있더라도, 마치 다른 누구도 없는 것처럼이라고 할까, 이상하게 실드를 치는 듯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이건 그녀의 역할에 몰입하는 성격 상 절대 무리이고, 어딘가에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그야말로, 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한, 헤어지자는 이야기까지 갈 것만 같아서, 그것만큼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다. 싫네, 어른이 되면 현실적인 것만 생각해버려서.


 시즈코가 일부러 껍질까지 벗겨주려 한 바나나를 낚아채고, 이 정돈 할 수 있는데요라며 짖궂게 말한다. 만약 이게 속죄하는 의미의 상냥함이라면, 이제 마음 같은건 없는걸까, 하고 조금 슬퍼졌다. 어디까지나 지금은 그런 느낌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스스로 껍질을 벗긴 바나나를 입안 가득 넣으면서, 또 흔들흔들 테이블의 대본에 빨려들어가는 시즈코를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중증이다.

 아마도, 카스밍 쪽이. 바나나로 배는 조금 채웠지만, 쓰담쓰담으로 회복한 기분이 순식간에 시들어가고 있는걸 알았으니까.


「또 대본?」

「아니. 이건 이제 가방 안에 넣어둘려고」


 어. 생각지도 못한 말에 처리가 늦어졌다.


「오늘은 카스미상과의 꽁냥꽁냥 시간에 집중합니다」


 네?


「그건, 그. 상대해주지 않았으니까 속죄 하는 것 같은?」


 말해버렸다. 이런 말은 하지 않을 생각이였는데. 절대 절대 괜한 말이었다, 이건. 그래도, 질문을 받은 시즈코는, 오버 리액션으로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니야. 더는 안 되겠는걸, 내가. 카스미상 성분이 부족해서」 


 ... 카스밍, 시즈코의 양분이였구나. 가 아니라. 카스밍 성분이, 빨려나간다는 것은.

 뭘 빨개져있는거야? 라는 말을 듣고 그제서야,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진 것을 눈치챘다. 바나나의 껍질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려도, 쉬이이익 하고 김이 나는 것만 같다, 어째서 이렇게나 제트 코스터 같은걸까.


「오늘, ... 기대해도 되는거야?」

「카스미상이 배부르게 된 뒤에」


 뭣하면 지금, 조금은 배가 찼으니까, 맛보기 정도는 해줘도 괜찮은데 말이야. 그런 느낌을 중얼거리며 다가서자, 바라는대로 부드러움이 덮쳐왔다. 사실은, 맛보기로 끝나지 않는건 내 쪽일지도 몰라서. 한순간 닿기만 하고 떨어지려 했던 시즈코에게, 괜찮아? 그 정도로 충분해? 라고 부추긴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줄텐데. 부풀어오른 기대감이 부서질 정도다.


「... 그렇지도 않아」


 엉뚱한 방향을 향해 중얼거린 시즈코의 말의 진의를 알게 되는 것은, 그로부터 몇 시간 후의 이야기. 오랜만에 허리를 다친 내가 침대 위에서 우는 소리를 하는 것은, 그것보다 더 나중의 이야기이다. 이 체력 바보, 사과로 고급 과일 타르트를 줘도 용서 안 해줄거니까. 간단히는 커녕, 철저히 음미하며 전부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나쁘지 않았지만.


-----


하와와

H_ERO 2020.11.03 12:27:50
Sakulight 동거 ㅁㅊ 2020.11.03 12: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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