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활동으로 점점 귀엽고 매력적인 여자아이로 변해가는 아유무의 모습에
이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달콤씁쓸한 두근거림을 품게 된 유우쨩이 보고 싶다
지금까지는 그냥 어릴 적부터 오래 알고 지내온 절친한 소꿉친구에 불과했는데
안무 연습하는 중에 얼핏 보이는 땀에 젖은 가냘픈 목덜미가 요염하게 보이고
어쩌다 손가락끼리 스치기라도 하면 뺨이 화끈거리는게 꼭 열병에 걸린 것만 같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웃음지으며 얘기하는 아유무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둘만의 귀갓길에서 괜히 쌀쌀맞게 굴다가 방에 돌아와서 후회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멍하니 아유무의 표정과 미소를 생각하다 선생님한테 혼나서 벌도 서고
요즘 뭔가 스스로도 이상해진 것 같은 기분에 자칭 믿음직한 선배인 카린이에게 상담받다
인생 처음으로 자기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걸 자각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칭 연애초고수인 카린이가 '아유무처럼 착하고 예쁜 여자애는 빨리 차지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채갈지도 모른다'는 경고에 안절부절하다 그날밤 고백하기로 결심해서
배란다로 아유무를 불러내는데 순진한 그 눈동자에 심장이 미칠듯이 쿵쾅거리고
눈앞이 아득해져서 소꿉친구의 얼굴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다가
마음속에 있던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서 좋아한다고 조그맣게 말하고 눈을 꼭 감은 유우쨩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던 잠깐의 침묵 끝에 아유무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유우쨩이 이런 자신을 좋아해줘서 고맙고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하면서
자기는 이미 다른 사람과 교제하는 중이라 네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다는 거절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슴속에 가득했던 불안함과 두근거림은 온데간데 없고
차디찬 얼음속에 깊숙히 던져진 것만 같은 어두운 절망감에 휩싸였으면 좋겠다
떨림을 억누를 수 없는 목소리로 혹시 상대가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냐고 묻는데
시오리코쨩과 벌써 한달도 더 전부터 사귀고 있다고 담담하게 대답하는 아유무의 모습에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네가 행복한게 제일이고 밤늦게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등 뒤로 앞으로도 계속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에
필사적으로 억지미소를 지으며 '나는 언제나 아유무의 친구로 있을 거야' 라고
간신히 대답하고 나서 창문을 닫고 돌아서자마자 침대에 무너지듯 눕는데
문득 책상 옆에 놓인 액자에 행복하게 웃고 있는 어린 자신과 아유무의 사진에 눈길이 가자
가까스로 참았던 눈물이 쉴새없이 터져나오는데 옆방에 혹시라도 들릴까봐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숨죽여서 흐느껴우는 유우쨩이 보고 싶다
다음날 벌개진 눈가로 아유무와 등교하던 시간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선 유우쨩은
연극부의 아침 연습을 하기 위해 등교한 성실한 후배와 학교 정문에서 딱 마주쳐버리고
평소 활기차던 선배가 엉망이 된 얼굴로 힘없이 인사하는게 심상치않은 일이 있었음을 직감한
초절정미소녀 연기파 스쿨아이돌 시즈쿠쨩은 유우쨩의 손을 붙잡고 아무도 없는 동호회실로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