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니지가사키/제로
- 글쓴이
- 니코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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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19 09:09:34
유키 세츠나, 그녀는 불꽃과 같은 여자였다. 그 불꽃은 설령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다 해도 밝게 빛났고, 어떤 사람의 마음이라도 녹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불꽃은 너무 맹렬히 탄 나머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마저 다치게 만들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 불꽃은 주변 사람들을 연료로 삼아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 나, 나카가와 나나는 유키 세츠나라는 어리석은 아이의 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결국, 그녀는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운 끝에 자기 자신마저 태워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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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츠나쨩, 잠깐 쉬는 건 어떨까?"
"너무 몰아서 하는 건 좋지 않아."
유키 세츠나는 여기서 쉬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딱히 그녀의 체력이 타인들보다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그녀들을 깔보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단지, 그룹 데뷔까지 이 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의 실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뿐이었다. 안무도 노래도 어딘가 어색했다. 자신들이 연습할 때의 영상을 돌려 봐도 전혀 두근거리지 않았다. 스테이지에 서 있는 사람조차 두근거리지 않는데, 어떻게 관객들을 두근거리게 할 수 있겠는가. 더욱 열정적인, 더욱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필요하다고, 유키 세츠나는 생각했다.
"모두들, 스쿨 아이돌을 정말 좋아하는 거죠? 하고 싶은 거죠? 이런 퍼포먼스로는 팬들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다고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스쿨 아이돌을 좋아해서, 하고 싶어서 모인 것이었다. '좋아함'이라는 마음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할 터였다. 좋아하는 스쿨 아이돌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데뷔 무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데뷔 무대에서 팬을 많이 모아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해서, 언젠가 꿈의 무대인 러브라이브에 서기 위해서. 모두 마음 속으로는 알고 있을 터였다. 비록 힘들더라도 지금은 더욱 노력해주기를 바랐다. 유키 세츠나의 바람은, 그 말을 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산산이 조각났다.
"하지만!"
옥상에 짧고 강렬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보통과 1학년, 나카스 카스미의 목소리였다. 비록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스쿨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마음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아이였다. 그래,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이다. 다시 한 번 설득하면, 그러면서 숨을 좀 돌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습을 시작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해서 모두가 놀랄 만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다. 유키 세츠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꺼내려 했지만, 카스미씨의 다음 말에 가로막혔다.
"이런 거, 전혀 귀엽지 않잖아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유키 세츠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에 가득찬 감정은 분노도, 환멸도 아니었다. 그것은 슬픔이었다.
유키 세츠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어째서 슬퍼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우리 그룹에 '귀여움'이 필요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불꽃과 같은 공연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
"카스밍은, 뜨거운게 아니라 귀여운 공연을 하고 싶어요!"
유키 세츠나는 카스미씨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카스미씨가 스쿨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은 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카스미씨의 '좋아함'은 그녀의 '좋아함'과는 방향이 달랐다. 순간, 옛날에 카스미씨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카스미씨! 스쿨 아이돌 잡지 최신호예요!"
"오, 이번엔 저 그룹이 표지네요?"
"정말 보는 사람까지 뜨거워지는 공연을 하는 그룹이죠! 저도 정말 좋아해요!"
"음... 다른 내용은... 아! 이 그룹의 특집?"
"호오? 카스미씨는 그 그룹을 좋아하시나요?"
"네! 정말 귀엽잖아요! 카스밍도 언젠간 저런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그 때 카스미씨의 미소는 정말 귀여웠는데. 그룹 활동이 정해지고, 연습을 하기 시작한 뒤로는 미소를 보지 못했다. 그 미소를 빼앗은 것은, 유키 세츠나 자신이었다. 자신의 '좋아함'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좋아함'을 빼앗았다. 카스미씨를 똑바로 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엠마씨, 카나타씨, 시즈쿠씨가 있었다. 혹시 자신이 그녀들의 '좋아함'도 빼앗은 것은 아닌가 싶어 무서워졌다. 귓전에 그녀들의 질책이 들리는 듯 했다.
"카스미씨, 좀 진정해."
"하지만 시즈코도..."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죠?"
유키 세츠나는 그 다음 말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 자신이 상상만 했던 것이 현실이 되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워 말을 끊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애써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겁쟁이에 이기적인 유키 세츠나는, 그 날 이후로 동호회 부원들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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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벌써 2주가 지났다. 나, 나카가와 나나는 유키 세츠나와 만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갔다. 마음 속의 유키 세츠나는 이미 죽었다, 라고 애써 자신을 타일렀다. 하지만 꺼졌어야 했을 불씨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가끔은 그 불씨가 큰 불이 되어 내 마음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복도에서 전 부원들과 마주칠 때, 거리에서 스쿨 아이돌의 영상을 틀어줄 때, 아직도 옷장에 걸려 있는 유키 세츠나의 의상을 볼 때.
"학생회장, 혹시 유키 세츠나라는 학생을 알아?"
엠마씨가 학생회실에 찾아온 건, 내가 학생회실에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학생회실 문 밖에는 카나타씨와 시즈쿠씨가. 카스미씨는 보이지 않았다. 평소부터 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결국 나나로도, 세츠나로도 그녀에게 미움받게 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내심 씁쓸해졌다.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일로 오신 건가요?"
"응... 벌써 2주째 부실에 오지 않아서..."
"세츠나씨는 퇴부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책상 아래 넣어 두었던 퇴부 신청서를 꺼내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유키 세츠나의 이름으로 신청하고 나카가와 나나의 이름으로 승인한 퇴부 신청서. 쓰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도장은 어제가 되어서야 찍을 수 있었다. 필체는 흔들리고 여기저기 눈물방울에 젖어 잉크가 번지기는 했지만, 결국 완성했다. 완성만 하면 유키 세츠나라는 존재를 지우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녀는 여전히 떠나가지 않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카나타쨩은, 직접 봐야겠어."
문 밖에 있던 부원들이 들어와서 종이를 확인한다. 믿지 못하겠는지 몇 번씩 읽는다. 먼저 울기 시작한 건 시즈쿠씨였다. 그녀는 엠마씨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다. 엠마씨도 시즈쿠씨를 달래 주다가 같이 울기 시작했다. 카나타씨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이를 돌려 줄 때 손을 무척이나 떨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그녀들에게 상처를 입혔다.
"스쿨 아이돌 동호회는 어떻게 되는 거야?"
"카나타씨, 규정은 알고 계시겠죠."
"...그래. 부원 다섯을 채우지 못하면 폐부."
"유키 세츠나씨 대신 새 부원을 찾는다면 존속할 수 있습니다만."
"아니, 사양할게."
"그럼 스쿨 아이돌 동호회는 폐부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카나타씨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엠마씨와 시즈쿠씨의 손을 잡고, 학생회실을 떠났다. 나는 떠나가는 그녀들에게 이런 말밖에는 해줄 수 없었다.
"새로운 부원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학생회실의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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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이런 건가요?"
방의 옷장 속에서 세츠나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도대체 몇 명을 더 상처입혀야 만족할까. 나라고 좋아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닌데. 그녀의 좋아함이, 나의 좋아함이 누군가의 상처가 된다면 이렇게 묻어버리는 편이 가장 좋을 뿐인데.
"내일은 데뷔 예정일이라구요? 이제라도 가서 화해하죠!"
"그럼 그 다음에는 어쩔 건가요."
"연습하고, 라이브를 열고, 러브라이브에 출전해야죠!"
"당신은 아직도 주변이 보이지 않는 건가요."
"하지만! 아직 라이브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설마, 그것 때문에 아직도 남아 계신 건가요?"
"..."
유키 세츠나는 망령처럼 말 없이 아직도 곁을 맴돌고 있었다. 망령을 성불시키려면 원하는 걸 들어주면 된다고 하던가. 마지막 라이브. 그걸로 그녀가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세츠나의 복장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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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의 오다이바. 공연이 끝나자 눈앞에는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공연의 흥분이 꺼지고 처음 찾아온 감정은 불안이었다. 내가 공연을 제대로 했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나도 불안해서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보았다. 아, 저건 정말로 즐긴 사람의 표정이다. 마음 속으로부터 좋아해 주고 있는 표정도 있다. 공연에 압도되었는지 멍하니 있는 사람도 있다. 나의 좋아함은 제대로 전해졌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기쁨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 사람들의 표정이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카스밍도 언젠간 저런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모두 같이 이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아까 느꼈던 감정들을 모두와 같이 느끼고 싶었는데. 나는 혼자서 뭐가 좋다고 기뻐하고 있었던 건가. 다른 사람들을 상처입혀 놓고는 혼자서만 행복해진다니, 인간으로서 실격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게 마지막 공연이라서가 아니었다. 동호회 부원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이 눈물이 조금이라도 그녀들에 대한 속죄가 되기를 빌며, 나는 마음속으로 미안하다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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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끝내고 벗어놓은 유키 세츠나의 복장을 보니 이제 그녀가 사라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불꽃은 꺼지기 직전이 가장 밝듯이, 그녀는 마지막 라이브에서 모든 것을 불태우고는 사라졌다. 비록 그녀는 마지막 라이브를 끝내고 행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라이브의 내용에 대해서만큼은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복장을 가방에 넣었다. 가방을 메고, 안경을 쓰고 대기실을 나선지 1분이나 되었을까,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웠다.
"진짜 여기서 유키 세츠나의 라이브가 있었나요?"
뒤를 돌아보니 있는 것은 베이지색 머리카락에 붉은 루비같은 눈동자. 그 얼굴을 어떻게 잊으랴. 조금만 방심했어도 유키 세츠나로서 반응할 뻔했다. 카스미씨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아마 니지가사키의 교복만 보고 말을 걸었던 것 같다.
"겍, 학생회장..."
"보통과 1학년 나카스 카스미씨."
"혹시 회장님도 세츠나 선배의 라이브를 보신 건가요?"
"...네. 마지막 라이브라고 했으니 보는 게 예의인가 싶어서."
"마지막...라이브?"
"학생회 측에 퇴부 신청서를 제출한 건 이미 알고 계시겠죠."
"그, 그럼 세츠나 선배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시나요?"
"아니요, 저는 라이브까지만 봤기에."
"그 바보..."
"볼 일이 더 없으시면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사실은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싶었다. 그녀와 아이돌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 버리면 다시 그녀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유키 세츠나는 나카스 카스미의 좋아함을 짓밟게 된다. 그런 일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나는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런 나에게, 카스미씨는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혹시! 세츠나 선배를 만나게 된다면 이 말을 전해주세요."
"아마 다시 만날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카스밍은 아직, 아직 스쿨 아이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그러고 보니, 유키 세츠나씨도 당신을 만나게 되면 이 말을 전해 달라고 했었죠."
나는 도저히 몸을 돌려 카스미씨를 바라볼 수 없었다. 지금 그녀를 보게 되면, 내가 유키 세츠나인 걸 들킬 테니까. 지금의 나는 완전히 유키 세츠나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와 옥상에서 연습하던, 부실에서 같이 웃던 유키 세츠나로. 하지만 이제 그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다. 유키 세츠나로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저 같은 건 잊고 새로운 부원을 찾아 주세요. 멀리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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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세츠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다. 모두에게 좋아함을 전하고자 했던 소녀는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기고는 떠나갔다. 그녀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하지만 그녀가 사라지는 것으로 전 부원들이 행복해진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유키 세츠나였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다."
텅 빈 학생회실에 울려퍼지는 그 대사는, 나카가와 나나의 마음속만큼이나 공허했다.
세츠나 에피에서 과거 좀더 풀어줄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래서 내맘대로 프리퀄 써봄
나나가 세츠나를 다른 사람 취급하는건 의도된 거임
동호회 폭파부터 3화 전까지는 세츠나를 자신의 일부로 인정 안했을거 같아서 그랬음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의 완성은 상황이 비슷해서 넣어봄
아무도 바라지 않는 자기희생을 하며 주변 사람들을 위하지만 실상은 최악의 형태로 끝나는 느낌
다음에피는 아이 스토리라 그거 보고 가볍게 아이리나 써볼까도 싶은데
아이는 말장난 때문에 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음
MURU | 잘봣당 근데 막줄ㅋㅋ | 2020.10.19 09:16: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