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어머님을 찾고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다 말했습니다.
아. 괜찮았답니다. 조금 흉터가 남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했어요.
단지 그이후로 조금 쇠약해져 말수도 줄고 일사병도 자주 걸려서 큰일이었지만요. 그 무렵의 그아이를 보는건 괴로웠지요.
갇혀있는 아이도 그아이대로 머리가 잘못되어버린 것인지. "내가 루비야" 하며 한동안 계속 울부짖었다는군요.
어쨌든 그 이후로 저희가 그 방을 출입하는것은 금지되었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갇혀있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그때 듣기론, 사파이어에게는 병이 있어서 그것이 옮으면 큰일이니 거기서 혼자 지내게 됐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애들에게 설명하는 아동용.
그리고 지금부터가 진짜 이유.
저희 쿠로사와 가문은 왠진 모르겠지만 가계 특성상 쌍둥이가 태어나기 쉽다고 합니다.
여태까지도 조상중 몇번이 그런경우가 있었고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어김없이 동생쪽을 죽였습니다.
예. 잔혹하지요. 죽이는 이유요? 글쎄요.
쌍둥이는 모습이 같으니 언제 동생이 형을 죽이고 형 행세를 하며 가문의 실권을 차지할지 모른다. 였던가요.
요컨대 헛소리입니다. 그래도 그 악습은 사라지지 않고 현대까지 남았어요.
그중 마음착한 조상님들은 차마 자기자식을 죽이지 못하고 성년이 될 때까지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뒀다가 나중에 아무도 모르게 먼 타지의 누군가에게 시집을 보냈다... 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또 인습이되어 죽이지않고 가둬두는것이 관례가 되었죠.
네? 어차피 루비도 사파이어도 맏이가 아니니 그럴 걱정 없지않냐고요? 그러니까 악습이에요.
맏이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전제가 언젠가부터 쌍둥이 동생으로 개념이 확장된거죠.
어쨌든 이런법이랍니다. 이런 시골의 명문가라는것은.
예? 그후로 나오지 못했냐고요?
물론입니다. 그도그럴게 호적도 없다고요? 사파이어는.
당신도 오늘 처음 들었잖아요?
그리고 그런소문도 들어본 적 없지요? 쿠로사와네 댁 따님이 사실은 쌍둥이였다. 같은건.
물론 조금 억지를 쓰면 나올 수 있을거예요. 이웃들 구설수에는 오르겠지만요. 잘만하면 원만하게 넘어갈 방법은 있답니다.
그래도, 아버님은 그것을 바라지 않으시는 모양이에요...
나중에 어떤방법으로 호적을 구해주어 독립시켜준다고는 하지만.. 글쎄 어떨런지요.
그 이후. 제가 중학생이 됐을 무렵. 유모가 제게 부탁했어요.
제가 다쓴 교과서를 사파이어에게 줄 수는 없겠냐고.
사파이어 스스로 공부하고싶다고 했던 모양이에요.
저는 기뻤어요. 제가 사파이어의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말이죠.
이제는 자신이 루비라는 소리도 하지 않는다는듯했어요. 정말로 얌전하고 착하게 있어서 그래서 더욱 불쌍하다는 말도 했지요.
그날을 기점으로 저는 다시금 사파이어랑 만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그 말을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죠.
아아. 사파이어. 불쌍한 내 동생.
그러던 중. 올해 삼월.
유모가 이제는 은퇴해 고향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돌아가기전 유모는 제게 열쇠를 주었어요.
"마음대로 쓰거라."
인자하신 얼굴로 그렇게 말했답니다.
저는 양친이 집을 비운 날 새벽. 그 아이를 만나러 갔답니다.
오랜만에 본 그 아이는 굉장히 아름답게 자라주었어요. 긴 머리칼은 여전히 아름다운 홍옥처럼 빛났지요. 유모가 항상 다듬어줬던걸까요. 루비와 같은 너무 길지도 않은 예쁜 장발이었습니다.
저는 사파이어를 꼭 안아주었답니다.
무슨 얘기를 나눴냐고요?
말씀드리지않겠습니다. 부끄러워요. 여러 얘기를 나눴답니다.
이 말만 알려드릴게요.
"언니. 나 밖으로 나가보고싶어."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고민했어요.
그래도 결국 허락해주었지만요.
저는 사파이어에게 옷을 빌려주고 함께 외출했답니다.
그리고 제가 잠시 한눈을 판사이에 필사적으로 뛰어가버렸어요.
전 그 아이를 잡을 자격이 없었어요.
여태껏 그아이의 처지를 알고도 내버려두고 있었으니까.
그 망설임이 그애를 놓치게 했답니다.
아뇨. 지금도 그 방에 있답니다? 제가 온 마을을 정신없이 뒤지는 사이 돌아와있었답니다. 나중에 루비에게 듣기론 그날 새벽 그아이가 자신에게 사과하러 왔었다고 합니다. 제가 둘이 만나는것을 허락해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나봐요. 사과한 후 스스로 들어가 자물쇠를 잠가달라고 부탁했다나 봐요.
제 방엔 제가 빌려줬던 옷이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신기하게도 그 지하실에서는 자신이 루비라고 주장하는 소리가 다시금 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예. 여기까지가 제 얘기의 끝입니다.
네? 재밌네요. 지금의 루비가 사파이어아니냐고요? 그날 밤 바뀐것이 아니냐고요?
글쎄요. 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바뀔 기회가 그렇게나 있었다면 이제는 누가 루비고 누가 사파이언지 확신이 잘 안가네요.
최근 루비가 이상하다고했죠?
이상한점이요?? 음. 절대 입에도 안대던 스위트 포테이토를 먹기 시작했다는 점일까요. 그리고 갑자기 머리를 자른것도 조금 의문이네요.
그래도 평생 갇혀있던 사람이 그렇게 익숙하게 학교를다니며 지낼 수 있을까요??
스위트포테이토도 어렸을땐 좋아했고, 머리는 뭐, 고교데뷔라는걸까요.
네? 어깨요? 아.. 가위에 찔린 흉터말이죠. 네. 확실히 저는 항상 같이 지내니 봤습니다.
깨끗하고 예쁜 어깨죠.
역시 그 아이는 루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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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부분에 내용 조금 추가했다. 2ch 썰보고 삘타서 썼던글인데 실력부족으로 자잘한거에 모순이나 의문점이 많을거임 걍 그런갑다하고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