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적폐쟝의 에피소드니 빠르게 시작해봅시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세츠나에게 스쿨아이돌=러브라이브임. 즉 스쿨 아이돌이라면 당연히 러브라이브를 노리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음. 결국 그 책임감에 눈이 멀어서 부원들에게 무리한 연습을 시키고 카스미에게 상처를 주었음.
이 사실을 깨달은 세츠나는 자신이 좋아하던 것을 전부 포기해버림. 그런데 이때 스쿨 아이돌만 포기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덕질까지 전부 포기해버림. 이는 단순히 것이 누군가를 상처입힌다는 생각에 따른 책임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으니 나도 즐기면 안된다는 속죄의 마인드가 강함.
쓰라린 성장을 한 세츠나는 고양이의 좋아함마저 존중해줄 정도로 달라졌음. 하지만 아직 세츠나의 성장은 미숙함. 누군가의 좋아함을 존중해주고 있지 않거든. 그게 누구냐고? 일단 계속 보자. 일단 힌트를 주자면 세츠나 본인은 아님.
그렇게 세츠나의 삶은 봉인하고 학생회장으로 살아가던 나나는 세츠나의 열혈팬인 유우를 만남. 이때 세츠나를 정말 좋아한다는 유우의 말에 나나는 당황함.
나나는 유우가 세츠나의 팬인걸 이미 알고 있음. 그러면 왜 놀랐을까? 이건 잠시 넘어가고, 나나는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세츠나 없이 스쿨 아이돌을 시작해도 좋다는 작은 지지를 표함.
유우는 기뻐하면서도 세츠나가 왜 떠났는지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이런 이야기를 함.
"그 라이브가 마지막이 아니라 처음 라이브였다면 최고였을텐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날선 반응을 보이는 나나. 세츠나는 이미 그 라이브에 모든 것을 불태우고 모든 미련을 애써 접은 상태임. 자신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러브라이브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최고의 라이브를 하고 떠나버리자고 생각했던 거임.
하지만 아쉬워했던건 유우만이 아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세츠나의 포기를 아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나나는 혼란스러워함. 이때 나나의 독백을 다시 보자.
"기대받는 것은 싫지 않았지만, 한번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었다."
세츠나는 팀원이 응원해주니까 러브라이브에 나가야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리를 했고 그 결과 동료들을 힘들게 했음. 그 결과,
내가 있으면 러브라이브에 나갈 수 없다 - 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러브라이브에 나가야 한다 - 내가 스쿨 아이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정리해야만 하는 어리광이다. 따라서 내가 스쿨아이돌을 하는 것은 오답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임.
어쩌면 이게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름. 세츠나가 한번 일을 그르쳤던 것은 사실이고, 다시 반복될지 안될지는 모를 일이지. 여기서 유우가 던진 대사의 의미가 나옴.
"그렇다면 러브 라이브따위 나가지 않아도 돼!"
스쿨 아이돌은 팬들을 위해 러브라이브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건 분명 틀린 말이 아님. 최소한 뮤즈와 아쿠아에게 러브라이브를 포기한다는 선택지 따위는 없었음. 학교의 운명이 달렸으니까.
근데 니지동은 학교 폐교될 일 절대 없음. 부원은 세츠나가 없어도 이미 5명 넘겼어. 니지동은 처음부터 자유가 있었던 거야. 오답을 선택할 자유가.
나나가 이때 놀란 이유는 자신이 스쿨 아이돌을 그만두는 것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누군가의 좋아함을 깨뜨린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남으면 동료가 상처받고, 떠나면 팬이 상처받는 사면초가에서 나나는 동료를 선택했음.
즉 처음부터 나나에게는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음.
1. 스쿨 아이돌을 포기한다 - 부원들의 좋아함을 해치지 않고 모두가 러브라이브를 목표로 할 수 있지만 세츠나를 응원하는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는 최악의 정답.
2. 스쿨 아이돌을 계속한다 - 부원들의 좋아함에 다시 상처를 입힐 수도 있고, 러브라이브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세츠나를 좋아해주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고의 오답.
세츠나는 아이돌이고, 나나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성실한 우등생임. 두 개의 페르소나가 지금껏 충돌하고만 있었음.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바라는 것을 선택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내 오답을 기대해주는 사람이 나타남. 그러면 유우라는 팬의 기대를 받은 세츠나와 나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답을 선택할 자유를 믿고 기대에 부응해줘야겠지? 이 순간 드디어 세츠나와 나나가 하나가 된거야.
이번 Dive!의 무대는 이전 무대들과 굉장히 다름.
멤버의 이미지 컬러에 뒤덮인 기존 무대와 달리
세츠나의 무대는 기존의 빨간색-불꽃과 대비되는 파란색과 물의 이미지가 공존함.
이는 냉철한 나나와 뜨거운 세츠나의 페르소나가 이제서야 하나가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음. 누군가를 흥분시킬수도 있지만 상처도 입힐 수 있는 주체할 수 없는 불꽃에서, 필요한 만큼만 불타오를 수 있는 완전한 세츠나가 되었다고.
혹은 츠나가 뜨거운 열정만 있었던 미숙한 아이돌에서 한 단계 성장한,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함께할 수 있는 아이돌이 된 것을 미장센했다고도 볼 수 있을듯? 이건 사람마다 다를거라고 봄.
하나 더 다른 점은
아유무와 카스미의 무대가 유우가 올려다보는 구도였다면
그 대신 세츠나를 올려다보는 다른 존재들이 있음. 이런 차이가 생긴 이유는 뭘까?
아유무와 카스미의 무대는 유우만을 위한 무대였다면 세츠나의 무대는 유우만이 아닌 세츠나를 응원하던 모든 사람을 위한 무대였기 때문임. 올려다보는 수직적 구도는 곧 팬과 아이돌의 구도고, 이 순간 세츠나의 무대는 유우만이 아닌 세츠나를 올려다보는 모두의 것임.
즉 유일한 관객이었던 유우의 입장은 이 순간 수많은 팬들에게 확산됨. 팬이 없으면 아이돌이 될 수 없지. 유우 혼자서가 아니라 응원해주는 모두가 있는 지금이 바로 니지가사키 스쿨 아이돌 동호회가 시작하는 순간인거야.
요약하자면 이번 화가 굉장히 급하게 진행된건 맞음. 하지만 잘 뜯어보면 스스로의 성실함과 타협하지 못하는 나나와 누구보다 열정적인 세츠나의 충돌, 기존작과 니지동의 결정적인 차이점,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 나나와 세츠나의 화해까지 연출로 충분히 담아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