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등장했던 애니 시리즈 1화 중 최고의 퀄리티였다. 선샤인 1기 1화도 잘 만든 에피소드였지만 니지동 1화가 갓갓인데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뮤즈 1화와 아쿠아 1화는 기본적으로 "아이돌이 되어서 학교를 구한다"라는 거창한 목적이 있어서 필연적으로 그 비하인드를 설명하는데 지면이 할애되었다. 반면 니지동 1화에는 그런 거대한 목적의식 없이 순수하게 캐릭터들의 성장과 상호작용에 집중해 앞으로의 이야기에 많은 이정표를 제공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스쿠스타를 안 하는 대다수 신규 유입층은 니지동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니지동에서 기존 러브라이브에 없었던 성향의 캐릭터인 유우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리뷰어 본인도 니지동 캐릭터에 대한 사전정보가 제로인 시점으로 1화를 시청했다.
일반적으로 유우와 같은 '프로듀서' 성향의 캐릭터는 감정이입을 돕기 위해 최대한 밋밋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로 디자인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유우는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로, 디자인도 개성적이거니와 성격도 평면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유우와 아유무는 전작의 호노카와 치카에서 주요 성향을 하나씩 따온 것을 볼 수 있다. 유우는 호노카처럼 적극적이고 행동력 있고 아유무는 치카처럼 한 발 물러서서 도와주려는 성향이 강하다. 니지동 1화의 전반부 전체가 이런 두 사람의 관계와 우정, 지향하는 방향성을 설명하는데 투자되어 있다.
비중이 적은 리나와 아이도 아주 잠깐만 나왔는데도 한눈에 이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다.
이 한짤만 봐도 대충 어떤 캐릭터인지 감이 오잖아.
-니지동의 새로운 비주얼도 굉장히 좋다. 특히 캐릭터들의 표정이 생생하다. 안면예술가 카스카스는 물론이고 엑스트라 하나하나까지도 표정이 살아 있다.
또한 기존에도 러브라이브가 잘 하던 조명처리를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예술적으로 활용했다. 그냥 둘이 마주앉아서 대화하는 장면일 뿐인데 스샷만 떼놓고 봐도 대화의 분위기가 보인다.
라이브 퀄리티도 무적급 빌리버만큼 압도적이진 않지만 훌륭하다. 특히 첫곡으로 주연 3인방의 신곡을 내는게 아니라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Chase!를 내보낸 대담함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Chase의 라이브를 본 사람이라면 토모리루의 퍼포먼스가 진짜로 이렇게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엔딩 역시도 기존 러브라이브에 없었던 시도를 한 것이 인상깊고 노래 역시도 훌륭했다.
먼저 필연적인 전작과의 비교를 해 보자면 1화에서 호노카는 스쿨 아이돌이 되어서 학교를 구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치카는 평범한 자신을 벗어던지고 특별해지고 싶어서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다. 호노카는 누군가를 위해서, 치카는 변하고 싶어서 스쿨 아이돌을 시작했다면 아유무와 유우는 타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아유무는 이런 성향이 덜하지만 유우는 ADHD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와 대비되는 지루함과 무기력함임 묘사된다.
호노카는 스쿨 아이돌을 시작하기 전에도 삶에 활력이 넘쳤지만 유우는 그게 아니다. 치카는 자신에게 결여된 것을 찾고자 했지만 유우에겐 이미 넘치는 열정이 있다. 단지 그 열정을 쓸 곳이 없어서 지루한 하루하루에 시달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유우에게 이미지 그대로 '불꽃'을 준 것이 스쿨 아이돌이다.
그리고 유우는 스쿨 아이돌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스쿨 아이돌을 응원하고, 사인도 받고, 조력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아유무는 직접 스쿨 아이돌이 되고자 한다. 유우가 응원하고자 하는 존재가 되어 역으로 유우를 조력하려는 것이다. 즉 이 구도는
넘치는 열정으로 누군가를 조력하고자 하는 유우와,
소중한 사람을 조력하기 위해 직접 무대로 오르는 아유무의 대조로 완성된다.
그나저나 아유뿅 너무 귀엽지 않냐? 이거 보고 당뇨병 걸렸다 아유뿅은 레전드다.
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백스테이지와 온스테이지의 상호작용은 지금껏 전원이 무대에 올랐던 기존 러브라이브에서는 다루지 못한 영역이다.
두 무대의 공통점이 보이는가? 둘 다 스테이지가 계단이다. 즉, 유우가 올려다보는 수직적 구도다.
세츠나의 무대의 주요 이미지는 당연히 불꽃이다. 식어 있던 유우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 화염의 이미지다. 즉, 뮤직 비디오의 형식을 띄고 있다.
반면 뮤즈와 아쿠아의 무대는 실제 무대 위, 즉 뮤지컬의 이미지가 강하다. 즉, 니지동의 무대는 작중 인물인 유우가 보고 상상하는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뮤즈와 아쿠아가 묶여 있던 '현실'로부터 자유롭다.
세츠나의 색깔 빨강, 아유무의 색깔 핑크에 완전히 지배당한 스크린. 이 모든 것은 '카메라'가 아닌 '유우'의 시선을 따라가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다.
개인의 개성적인 색깔, 그리고 무지개의 이미지를 핵심으로 하는 니지동에게 있어서 최고의 연출법인 셈이다.
종합하자면 니지동 애니는 오리지널과 선샤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선샤인은 뮤즈 애니의 후속작으로서 공통점을 어느 정도 강조했다면 니지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혀 다른 노선을 강조한다. 이는 러브라이브 전반에 굉장히 신선한 시도고 이만큼이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1화가 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