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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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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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03 08:54:47
“지금이 어느 땐고 허면, 날이 너무 가물어서 농민들 눈에서는 피눈물이 맺히는 판국입니다요! 그런디 사장님이 요렇게 호화판으로 놀이허시는 걸 보고 농민들이 뭐라고 그러겄습니까요?”
시오리코를 상대로 나나는 무엄하게도 일장의 훈시를 시작했다. 그러자 대봇둑의 근첩 씨가 불쑥 훼방을 걸어 왔다.
“이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근첩 씨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한 채 나나는 다시 시오리코를 상대했다.
“허지만 좋습니다. 다 좋다니깨요! 사장님이 재미지게 놀다가시는 것이사 지가 무신 권리로 막겄습니까마는, 다 허시드라도 낚시질만은 절대로 안 되누만이라우!”
“이 동네는 누가 사장이고 누가 사원인지 위아래도 알 수가 없네요.
원 양이 참다못해 매섭게 쏘아붙였다. 비로소 시오리코는 내가 이러고만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먼저 헛기침으로 목청부터 가다듬었다.
“너 이놈 나나아!”
“말씸 낮추시지요, 사장님.”
“너를 이 무지개학원 생도원으로 취직시켜 준 사람이 누구냐?”
“그것이사 사장님이지 누구겄습니까요.”
“그런 줄 알면서 사장이 허는 일을 니가 막는단 말이냐?”
“사장님이 정 그렇게 나오신다면 저도 한 말씸 묻겄습니다요. 어느 누구를 막론허고 낚시질을 막으라고 저한티 명령허신 냥반이 누굽니까?”
시오리코는 하도 기가 막혀서 허허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웃으실 일이 아닙니다요!”
“이놈아, 그것이사 따른 사람들 이얘기지 누가 너보고 사장까장 단속허랬냐? 내가 내 재산 조깨 축내는 것도 니 눈엔 도적질로 뵈더란 말이냐?”
“그게 아니지라우! 따른 사람보담도 사장님이 손수 좋은 뽄을 뵈야야 넘들도 따르지, 만약 안 그러고 삼동네 이웃이 개나 걸이나 죄다 나서서 월척을 낚기로 뎀비는 날이면 그 뒷일을 사장님이나 지가 무신 재주로 감당허겄냐 이런 말씸이지라우!”
나나는 터무니없는 억지소리를 고집스럽게 밀고나갔다. 그와 같은 행동의 이면에는 물론 물붕이하고의 감정이 사단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또 아니었다. 무지개학원과 거기에 딸린 모든 부속물 하나하나를 그는 마치 자기 소유인 양, 제 살점이나 다름없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 그처럼 끔찍한 무지개학원을 같잖은 사장 나부랑이와 접객 업소의 여종업원 떨거지들로 하여금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게 하고 싶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는 시오리코 일행의 행동을 자신의 인격이나 자존심에 가해지는 일종의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네. 이노옴, 니놈이 감히 누구를 도적놈 취급이냐!”
드디어 시오리코의 입에서 노성이 벽력같이 뻗어나왔다.
“가암히 누구를 도적놈 취급이냐아!”
대봇둑에서 지르는 근첩 씨의 고함이 메아리처럼 공허하게 그 뒤를 따랐다.
“너는 이놈아, 오날부로 생도원직에서 모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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