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급 빌리버에 대한 고찰
-대립되는 두 상징 거울과 벽을 중심으로
[그저 귀여운 것이 아닌 무적급]
PV의 초기 공개분부터 숨막히는 연출과,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나카스 카스미(이하 카스밍)의 모습에 기대를 모았던 무적급 빌리버(이하 무적급). 풀버전 PV 또한 기대 그 이상으로 끝내줬지만, PV에 붙은 스토리만 보면 초기 공개분이 줬던 기대감과는 다르게 정말 쿠페빵을 만드는 스토리였을 뿐이었다. 물론, 스토리의 내용과는 별개로 노래와 작화와 PV 연출의 퀄리티는 최고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탄하고 넘어갈 만 하다. 하지만 무적급은 그저 카스밍의 세계 제일의 귀여움을 뽐내기만 하는 곡은 아니다. "Mirror no the wall"의 가사에서 나오는 거울과 벽으로 대립되는 두 상징을 중심으로 PV의 세밀한 연출과 가사를 파고들어 가면 무적급의 새로운 면모가 보일 것이다. 이제부터 무적급을 가사에 나오는 거울과 벽, 밤과 아침으로 크게 나뉘는 두 종류의 상징들을 중심으로 분석하여 카스밍의 매력을 더 깊게 이해해보자.
[거울은 다면적인 상징을 가진다]
무적급 빌리버에서 나오는 상징은 거울과 벽으로 대립되는 두 부류의 상징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거울의 상징부터 살펴보자. 거울 그 존재 자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열등감과 좌절과 무력감 등의 부정적 감정에 빠진 카스미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감을 얻게 되는 계기가 '거울'임은 가사와 PV의 연출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울의 상징이 벽과 대립되는 부분, 그리고 거울이 평면적인 소품이 아니라 세계와 세계를 잇는 통로로서 역할하는 부분은 잘 드러나지 않은 채로 있다. 이 부분들에 집중해서 해석하면 '거울'의 상징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카스밍은 거울을 통해 벽으로 둘러싸인 세계를 극복한다]
먼저, 거울이 벽이라는 상징과 대립되는 부분부터 살펴보자. "Mirror on the wall"이 이 상황을 가장 잘 대변하는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가사이다. 거울은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벽'이 있었기에 벽 위에 생겨난 것이다. PV에서 시각적으로 제시된 표면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벽으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그 벽을 넘어서기 위한 수단이 바로 '거울'이었다.
그렇다면 벽은 무엇에 대한 상징인가? 거울에 대해 더 논하려면 벽이 무엇인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벽은 카스밍이 느끼는 세계를 뜻한다. 여기에서의 '세계'라는 단어를 풀어서 쓰면 '카스밍 밖의 모든 것들이 카스밍을 바라볼 때 생기는 시선'이다. 그리고 이 시선이 다른 것이 아니라 '벽'으로 상징화된 이유는 카스밍이 느끼는 주변의 시선이 카스밍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옴을 드러낸다. 나보다 뛰어난 라이벌에 대한 열등감, 나름대로 계속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한 무력감, 열심히 해도 주변의 반응이 기대한 것 만큼 좋지 않고 관심도 크게 받지 못하는 소외감. 이런 카스밍이 드러낸 부정적인 감정은 기본적으로 카스밍 자신이 아닌 카스밍 밖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카스밍에 대한 시선에 기반해 있다. '벽'은, 그렇게 외부에서부터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느끼는 카스밍의 감정과 생각으로 인해 세워진다.
벽은 카스밍의 세계이다. 세계인 동시에 카스밍의 한계이다.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카스밍은 귀엽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외부에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한계 안에 머물게 된다. 이 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 카스밍의 선택지는 여러 가지 있다. 첫째, 벽을 무시하고 벽에 둘러싸인 채로 좁은 자신의 세계 안에 갇히는 것. 카스밍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겠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된다. 둘째, 벽에 대해 적개심을 표출하고 맞서 부수어 버리는 것. 그러나 벽은 카스미 밖의 세계 그 자체이기 때문에 벽을 악의를 가지고 부수는 것은 카스밍의 세계를 전부 부정하는 것과 같다. 카스밍은 세계에 대한 악의로서는 살아갈 수 없는 근본적으로 착한 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카스밍은 카스밍으로서 벽을 넘어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바깥으로부터가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시작하는 믿음은 세계를 바꾼다]
카스밍은 여기서 생각의 전환을 하여, 자신을 바라보는 가치를 재정립하는 길을 택한다. 노래의 후반부 가사를 보자. 극단으로 가서 카스밍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NO라고 말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물론, 전인류가 카스밍에 대해 NO라고 외치는 상황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카스밍을 항상 지지해주고 좋아해주는 니지동의 동료들이 있고, 응원하는 팬들 또한 한 명도 남지 않고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카스밍은 그런 '이론적인' 상황을 가정한다. 벽으로 둘러싸인 세계의 카스밍으로서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는, 그런 이론적인 상황이다.
여기서 카스밍은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나는 나를 믿고 싶다"고, 자신을 믿어주는 길을 택한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카스밍이 느끼는 빗발치는 부정적인 시선, 심지어 카스밍 자신의 주관으로부터 카스밍이 객관화되어 느끼는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카스밍이 무너지지 않고 일어나는 길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결국 세계는 카스밍이 바라보기에, 카스밍 자신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카스밍이 세계를 바라보기에 비로소, 카스밍을 향한 세계로부터의 시선 또한 그 형태를 드러내어 카스밍에게 와닿을 수 있다. 이런 세계 속에서, 카스밍의 세계는 바깥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카스밍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신을 소중히 하고 자신을 믿는 것이 카스밍이 일어설 수 있는 길이란 것을 카스밍은 찾아낸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이야기해보자. 카스밍 자신 또한 '자신'이 바라보는 이상 객관화 될 수밖에, 즉 다시 말해 주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바깥의 세계가 카스밍을 어떻게 바라보던지 그 시선의 가치 또한 카스밍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결국 세계의 모든 것은 카스밍 자신으로부터 바라보기에 존재하고, 카스밍에게로 와닿을 수 있는 것이다. 카스밍의 세계의 출발점은 외부에 있지 않고, 카스밍 내부에 있다. 그렇기에, 카스밍 안에서 시작하는 감정이 부정적인 것이 아닌,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을 소중히 하는 것부터라면 부정적인 것들로 가득차 있던 세계는 비장의 미소와 함께 결정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세계를 잇는 통로로서의 거울: "Girl in the mirror"]
이렇게 세계는 카스밍이 한 생각의 전환 이전과 이후로 결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편의상 변하기 이전의 세계를 부정적 세계, 변한 이후의 세계를 긍정적 세계로 부르겠다. 무적급에는 이 두 세계가 공존한다. 즉, 무적급은 부정적 세계에서 긍정적 세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에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이 전환점을 PV에서는 극적인 연출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거울이 내면을 비추어 긍정적 세계와 부정적 세계의 소통을 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야기를 주고받은 끝에 카스밍은 거울에 뛰어들고, 세계를 바꾼다. 거울은 더 이상 그저 벽에 걸려 있기만 한 장식이 아니다. 거울은 이제 내면을 비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으로 뛰어들어서 벽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여는 문이 된다. 긍정적 세계의 카스밍은 부정적 세계를 향해 말한다. "Hey! Girl in the mirror!"라고. 이전엔 그저 Mirror 'on' the wall로, 벽 위에 걸려 있었지만, 이제 Girl 'in' the mirror로 "거울 너머로 미소의 마법을 걸게" 된다. 이제 거울은 그저 평면적인 존재가 아니라, 평면과 수직 방향으로 공간을 창출해내는 통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통로는 부정적 세계에서 긍정적 세계로 이어지는, 세계와 세계를 잇는 통로이다.
[밤에서 아침으로의 시간적 변화 또한 세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마지막으로 벽과 거울이 아닌, '밤'에서부터 '아침'으로의 시간적 변화를 통해 다른 각도로 카스밍의 세계의 변화를 살펴보자. 무적급 시작 부분의 가사 "홀로 걷는 밤"을 보면 노래의 배경이 밤임을 알 수 있다. 이는 PV에서도 쉽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밤은 카스밍의 부정적인 심리를 보여준다. 이 밤중에 처음 빛나는 것은 반짝이는 일루미네이션. 그러나 이는 그저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니다. 눈부시고, 따라잡을 수 없는 '그 아이'와 같다는 표현은 이 또한 '벽'과 같이 카스밍 밖의 세계에서 카스밍을 억압하는 상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카스밍의 세계가 바뀌는 순간 어둡던 PV의 배경은 밝고 빛나는 세계로 바뀐다. 온갖 조명과 빛 속에서 카스밍은 아름답고, 자유롭게 춤춘다. 이제 카스밍은 밖의 빛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빛 속에서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의 가사에서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곧 찾아온다는 부분은 세계의 결정적 구조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스밍의 세계가 바깥으로부터가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와 성립되는 방식의 변화가 밤에서 아침으로의 시간적 변화 안에 녹아들어가 있다. 또한 "아침"과 "새로운 나"의 예고를 통해 무적급의 배경인 '밤'의 시간은 더 이상 그저 부정적 감정에 파묻히거나 그에 맞서기만 하는 시간이 아닌, 카스밍 자신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위에 놓이게 된다. 밤은 그저 어둠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침을 향해 점점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시간의 흐름은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닌, 카스밍 스스로부터 빛나며 쟁취해나가는 과정 위에 있게 된다.
[쿠페빵 만들기 스토리와 무적급 내용은 카스밍의 새로운 일면으로 이어진다]
왜 하필 쿠페빵 만들기일까? 필자는 무적급이 나오고 나서 이것을 계속 고민해 왔다. 이처럼 파고들 깊이가 있는 곡임에도 그저 쿠페빵 만들기 스토리만을 붙였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 해답의 실마리는 카스밍의 인연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인연 에피소드 19장의 카스미. 언제나 밝고 귀여운 모습 뿐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고민하고 노력하는 카스밍의 숨겨진 모습을 보이는 것, 언제나와 다른 카스밍을 보이는 것이 팬들의 마음을 더 움직일 것이라 하고 있다.]
[인연 에피소드 14장의 카스미. 귀여운데도 빵을 잘 만드는 의외의 일면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위의 14장과 19장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그저 귀여운 것이 아니라 카스밍의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고 싶은 카스밍. 그 하나의 방식이 쿠페빵을 만드는 카스밍의 특기였다. 무적급 빌리버를 그저 귀여운 것이 아닌 카스밍의 새로운 일면을 보여주는 곡이라고 바라본다면, 인연 스토리에서도 제시된 쿠페빵을 만드는 카스밍의 의외의 일면과, 곡 내용의 카스밍의 어두운 면과 노력하며 성장하는 진심에서 우라나오는 의외의 일면이 양립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워진다.
[결론]
이 긴 글을 읽었든지(혹시 읽어 주셨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혹은 스크롤을 바로 내렸든지 이 글을 본 독자는 "왜 이런 소리를 길고 장황하게 써 놨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무적급은 끝내주는 노래와, 환상적인 작화와 연출이 있는 PV 속에서 세계 제일로 귀여운 카스밍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무적급인 가치 앞에서 위에서의 장황한 논의는 사소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이 글을 굳이 쓴 이유는, 무적급을 약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파도 파도 귀여운 카스밍의 놀랍도록 새로운 매력적인 면모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적급의 말을 빌려서 이야기하면,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 글에 대해 NO라고 이야기해도, 나는 내가 찾은 이 카스밍의 새롭고도 매력적인 일면을 믿고, 소중히 하고 싶다. 그저 나의 믿음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에에게 이 생각이 닿아 무적급을 조금이라도 새롭게 보고 카스밍의 새롭게 귀여운 면모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이로서 킹갓곡인 무적급에 대한 분석을 마친다.
3줄요약
1. 무적급의 대립되는 상징인 거울과 벽에 대한 고찰을 통해
2. 카스밍이 그저 귀엽기만 하지 않고 고민하고 성장해나가는 입체적인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3. 한센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