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개봉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넘었네.
국내 개봉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서 누마즈행 비행기 끊던게 어제같은데 시간 참 빠르다.
작년에 물갤에 글 여러 개 올리긴 했는데, (링크) 역시 유튜브에 올리고 싶어서 블러로 저작권 요리조리 피해서 올렸음.
영화 리뷰같은 거도 안 짤리니까 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일단 올려봄.
오마주한 씬이 어디서 온건지는 애니 몇번씩 돌린 물붕이라면 뻔히 알겠지만, 그래도 한번에 모아놓고 보는게 편하겠지?
*여기 밑은 그냥 감상이니까 긴 글 읽기 싫으면 그냥 넘겨~
작년에 써두고 올리기는 좀 그래서 보관만 하고 있었는데 아까워서 올려봄.
처음에 이거 만들게 된 계기는 왜 치카만 내려갈 때 안 나오고 리코만 두 번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였어.
찬찬히 생각해 보니까 지금까지는 치카 혼자서 학교를 올라가는 씬 밖에 본 적이 없어서 (2기 13화, 키미코코)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키미코코 말고도 많이 겹쳐서 그냥 통째로 정리했어.
회상 씬도 재활용인줄 알았는데 하나하나 다 다시 그린거더라.
특히 2기 13화랑 연결은 처음 보면 그 의미까지 알아채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9명이 낑낑거려서야 겨우 교문을 닫고, 미련에 다시 학교까지 찾아오던 치카지만 이제 홀연히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라는 메세지를 같은 구도, 다른 반응을 통해서 표현한게 감동이였어.
또 재밌었던 게 뛰는 장면을 성장이랑 테마랑, 반짝임과 연관시켜서 작품 전체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생각보다 달리는 장면이랑 대사가 많더라고. 제일 처음 등장하는 건 다들 알다시피 1기 1화.
평범한 나의 일상에 돌연히 찾아온 기적.
무언가에 몰두하고 싶어서. 무언가에 전력을 다해보고 싶어서.
오직 한곳만 보며 달리고 싶어서. 그래도… 무엇을 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가라앉아 있던 나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서, 날아 들어왔던 거야!
– 1기 1화
μ's처럼 반짝인다는 건 μ's의 등을 쫓아가는 게 아니야.
자유롭게 달린다는 게 아닐까?
온 힘, 마음을 다해서 아무 것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에 따라서!
– 1기 12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면 되는 거죠?
동료들만을 바라보고 눈 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똑바로 달려나간다.
그게 μ's인 거죠? 그게... 반짝인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저의 풍경을 찾아낼게요. 당신의 등이 아니라 저만의 경치를 찾아서 달리겠어요.
모두와 함께! 언젠가... 언젠가...!
- 1기 12화
2기는 아예 시작부터 뛰면서 시작하지?
분명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거야. 포기하고 싶지 않은거야!
마리 쨩이 힘냈던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나도 너희도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소용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마지막까지 힘내고 싶어.
발버둥치고 싶어. 아주 살짝 보인 그 빛을 찾고 싶어.
일으키자 기적을! 발버둥치자 있는 힘껏!
모든 힘을 다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다같이 반짝이자!
– 2기 1화
足搔く(あがく)는 발버둥 치다라고 번역하긴 했지만 앞발을 내딛다 라는 뜻도 있어. (링크)
난 생각해. 기적을 처음부터 일으키려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단지 열심히 열중해서 뭔가를 하려고 하고 있어.
어떻게든 하고 싶어. 뭔가를 바꾸고 싶어. 그것뿐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적을 일으킬거야! 우리한테도!
- 2기 3화
이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달리고 있어.
얼마나 달려온 걸까? 어디까지 온 걸까?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모르겠지만 그때와 지금 생각하는 것 모두가 있어서 여기 도착한 거라고 생각해.
구름 위라도, 하늘을 나는 것 같아도, 있는 힘껏 즐기자! 빛나자! 그리고 우승하자!
우리의 반짝임과 증거를 찾으러!
– 2기 12화
평범했던 내 일상에 돌연 찾아온 기적.
뭔가에 열중하고 싶어서. 뭔가에 전력으로 임하고 싶어서.
한눈 팔지 않고 달리고 싶어서. 하지만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하던 나의 전부를 날려버리고 찾아왔어. 그건, 그 반짝임은!
– 2기 13화
알겠어. 내가 찾던 반짝임은. 우리의 반짝임은.
발버둥치고 발버둥쳐서 드디어 알았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거야.
처음 봤던 그때부터 뭐든지 한걸음씩 우리가 지나온 시간 전부가 그게 반짝임이었던 거야.
찾아다녔던 우리의 반짝임이었어.
– 2기 13화
결국 처음에 전단지를 쫓아서, 전광판을 쫓아서, 뮤즈를 쫓아서, 러브라이브를 쫓아서 왜 달리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달렸던 경험이랑 마찬가지로,
반짝임을 찾아서 달리는 그 과정자체에 가치가 있음을 발견했다는 게, 언뜻 너무 당연한 답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서 문장을 빌려 보면,
‘레빈을 풀을 베면 벨수록 망각의 순간을 더욱더 자주 느끼게 되었다.
그럴 때는 손이 낫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낫 자체가 생명으로 충만한 그의 몸을,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식하는 그의 몸을 움직였으며,
그가 일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일이 저절로 정확하고 시원스럽게 진행되었다.
이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결국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는’이유는
행복한 가정들은, 반짝임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왜 달리는지 생각할 틈도 없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 달리는지도 모르지만 달릴 때는 기뻤던 어린아이의 감정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각자가 달려야 할 이유를, 불행의 이유를 찾게 되는 것 아닐까?
결승에서 넘어진 리아, 폐교를 저지하지 못했을 때의 치카 역시 목표에서 이유를 찾았기 때문에 방황하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 같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위 두 장면도 결국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될까 말까를 생각하지 말고, 그 순간 순간을 즐기라는 것.
이제 다시 극장판으로 돌아와서 마지막 장면을 보자.
키미코코에서는 혼자였지만, 이제 9명이 되서 학교에서 달려나가고 있어.
극장판의 마지막 장면도 역시 여느 장면들과 같이 달리는 장면으로 맺고 있지만,
이번에는 반짝임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던 이전의 독백과 다르게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어.
"전부, 전부, 전부 여기 있어. 여기 남아있어. 제로로는 돌아가지 않아. 우리 속에 남아서 계속 함께 있어.
계속 같이 나아갈거야. 전부 우리 일부야. 그러니까 언제나 시작은 제로였어.
시작하고 나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쌓아나가고, 하지만 눈치채보니 제로로 돌아와 있었고, 그래도 하나하나 쌓아왔어.
어떻게든 될 거라며, 분명 어떻게든 될 거라며 믿고.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제일 이루고 싶은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다시 제로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우리 마음 속에서 많은 보물들이 태어났어.
그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거니까. 푸른 새가 무지개를 넘어서 날았으니까. 우리도 분명 할 수 있어!"
-극장판
‘그리고 되돌아와 우리 앞에 있는 또다른 저 골목길, 그 길고도 소름 끼치는 골목길을 달려나가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영원히 되돌아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라는 차라투스트라의 질문에 제로로, 제로로 몇번이고 돌아와도
달리는 순간 자체에 가치가 있기에, 몇번이고 다시 달려나가야 한다고 대답하면서,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그 달리는 행위 자체에 가치가 있음을 너무나도 쉽게 설명하고 있어.
그래서인지 러브라이브가 더욱더 좋은 대학, 직장, 집 등등
결과, 결과, 결과만을 외치는 세상 속에서 나름의 위안을 주는 것 같아.
결국 그런 달림이 중요함을, 대사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마치고 있는 게 참 재밌었어.
그냥 단순한 애니 하나로 치고 넘기기에는 생각보다 배울 게 많은 작품인 거 같아.
꿈보다 해몽일지도 모르겠지만, 뭐 읽기 싫은 사람은 여기까지는 안 읽지 않았을까?
글이 도움은 안 되도 오랜만에 극장판 보는 계기라도 됐음 좋겠네
*세줄요약
어차피 가독성같은거 포기한 글이니까 그런거 없고 5센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