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항상 다른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곤 했다.
21세기가 된 지금도 한족이 아니라면 중국에선 희끄무레한 시선을 받곤 한다. 그럴때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맛있는게 먹고싶지 않냐며,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해주셨다.
엄마의 고향에서 개발된 음식이라면서 즐거운듯, 추억을 이야기하셨다.
그렇다. 난 중국인이지만, 중국인이 아니다.
아빠는 상하이의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엄마는 일본에서 아빠를 따라 온 일본인이다.
당연히 학교에서도 멸시섞인 시선을 받는다.
이걸 내가 깨달은건 겨우 초등학교 4학년때의 이야기다.
세상은 잔혹하며 빛나지 않는, 희미한 회색이다.
마치 하늘의 색과 비슷했다. 이런 내가 달라질 수 있었던건 자그마한 계기. 바로 엄마의 과거 때문이였다.
중학교 2학년때 쯤이였나?
어느날 가족이 다함께 오랜만에 한 식탁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날따라 기분이 좋으셨던 엄마는, 밥을 먹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렸다.(사실 어쩌다 노래가 나왔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 노래 잘하네? 완전 대박!"
"당연하지, 너희 엄마가 옛날엔 아이돌도 했다구. 그렇지 미사토?"
"스쿨 아이돌이였잖아요. 중요한걸 빼먹었어요~"
그때였다. 내가 스쿨 아이돌에 대해 처음 알게된건.
여러 영상을 찾아보았다. 뮤즈나 아쿠아를 비롯해 수많이 반짝였던 소녀들... 그리고 우리 엄마를
엄마는 무대 위에서, 있는 힘껏 반짝였다. 자신을 쏟아냈다!
나도! 저렇게 빛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난 바로 다음날 학교가 끝나자마자 근처 댄스 학원으로 달려갔다. 나도 반짝이고싶어! 엄마처럼 되고싶어!
1년쯤 연습하자, 노래도 춤도 어느정도 봐줄만할만큼 잘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이중생활을 이어가던 도중, 졸업기념 학예회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학예회 무대에 서려면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다.
난 1년간의 이중생활을 부모님께 밝혔다.
아빠는 아주 크게 화를 내셨다. 대체 뭐하는거냐. 성적이 떨어진 이유가 있었다. 용돈을 많이달라는게 겨우 그딴걸 위해서였냐는 둥...
울음이 나왔다. 나에겐 자그마한 기회도 없는걸까.
난 해선 안될짓을 해버렸다.
"차라리...나도 한족이였으면 좋았을텐데!!!"
집을 뛰쳐나왔다. 몇시간동안 쉼없이 달리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엄마가 경찰서에 왔다.엄마는 나를 따스하게 껴안아 주었다.
"커커야... 내가 왜 너의 이름을 커커로 지었는지 아니?"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너를 낳고나서 세상이 너를위해 아름답게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란다. 물론 네가 노래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
"그리고 네가 앞으로 겪을 모든일에 당당하게, 해낼 수 있을만한 이름을 주고 싶어서 그랬단다."
"그래서 가로로 쓰면 가능가능, 세로로 쓴다면 노래가 되는거야... 난 네 이름이 좋단다."
그렇게 말하며, 난 엄마가 넘겨준 꾸깃꾸깃한 종이를 받았다.
학예회 참가서에 아빠와 엄마의 서명이 있었다.
"가서 네 이름대로 하렴."
눈물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고 그날 밤 난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 울부짖었다.
몇주가 지나고 학예회날, 내가 참여한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모두들 나에게 손가락질했다. 재수없는 혼혈아주제에, 저놈은 젓가락도 반쪽만쓸거야 라는 둥.
유치한 이야기이다. 이제 난 그딴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아.
대기실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 반짝임을 노래하겠어.
모두를...
모두가 나를 볼 수 있도록!
내가 나 일 수 있도록!
그리고 그날, 난 우리 엄마가 예전에 불렀던 노래를 힘껏 불렀다.
내 마음이 모두에게 닿을 수 있도록.
.....
"커커, 정말 가는거야?"
"응, 한번 노래하고 나니까 이젠 이것밖에 없을것 같더라구."
"음... 엄마로썬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하네...우리 예쁜 딸이 혼자 일본으로 간다고 생각하니까..."
"아냐, 난 너무 고마워 엄마. 그 무대 이후로 내 삶은 빛나기 시작했어! 난 더욱 밝게 빛나고싶어!"
그렇게 이야기하자, 엄마는 한숨을 쉬었다.
"누구 딸인지는 확실하네...하아..."
그렇게 이야기하며 엄마는 나에게 비행기표와 학교 팜플렛을 건네주었다.
"유이가오카 여고?"
"이번에 아빠네 회사 자본이 어느정도 들어가서 세운 학교야. 이번년도 신설이라 특별전형으로 입학시켰어."
...우와.
"솔직히, 일본을 가고싶다고만 생각했지 방법은 생각 안했지? 널 위해 아빠가 준비한거야. 네 무대를 보고."
"대신 조건은 단 하나."
나는 급하게 엄마의 손에서 티켓과 팜플렛을 가로채며 이야기한다.
"뭔데 엄마?!"
"너의 있는 힘껏. 빛나고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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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뭐야 하프?"
"여기 후원해준 회사사람 딸이라나봐!"
주변에서 다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익숙한 시선이다.
"그럼, 쿠쿠양? 자기소개 부탁해요."
쉼호흡을 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커커입니다. 쿠쿠라고 불러 주세요입니다! 쿠-쿠-하고 자고 있을 때가 아닌 것입니다! 일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웨이크 업입니다! 쿠쿠는 스쿨 아이돌을 하고 싶어서 상해에서 일본에 왔습니다! 좋아하는 건 초코바나나랑 나폴리탄, 그리고 스쿨―――아이돌 입니다! 엄마의 고향이기도 한 여기 일본에서 스쿨 아이돌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스쿨 아이돌로서 같이 힘내 주라는 것입니다!"
자리에 앉자. 수군거리는 소리가 잦아든다.
분명히 빛나주겠어! 라고 다짐하려는 찰나. 뒤에서 누군가가 쿡쿡 찔러온다.
"쿠쿠양 잘부탁해! 내이름은 카논이야. 같이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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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및 피드백 많이많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