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나타에게 있는 말 없는 말 다 쏟아내고
그렇게 학교를 나와서 거리를 정처없이 터덜터덜 걷는 아유무
손에 든 아나타의 선물은 약간 구겨져 있음
누군가에게 상담이라도 받고 싶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음
그런 말을 해 놓고 동호회에 염치없이 뻔뻔하게 연락할 순 없는걸
다들 아이돌에 정말 진심이었고, 나만 힘든 것도 아니었는데...
모두를 대변하는 것 같은 말을 해 놓고, 혼자 이렇게 뛰쳐나와 버렸네
상담한다고 하면 항상 가장 먼저 생각나던 사람은 당신
힘들 때 언제나 의지가 되어 주던 사람은 당신
울먹일 때 곁에서 눈물을 닦아 주던 사람은 당신
그렇지만 방금 나는 그런 당신에게 심한 말을 해 버렸어
당신을 잘 아는 나니까, 당신이 노력하고 있단 것도 알았을 텐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어쩌면 그 때 그 거리를 걷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아이돌 따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에게 나를 봐 달라고 제대로 말했더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나같이 이기적이네
나, 정말 나쁜 아이가 된 것 같아
걸으면서 다시금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아유무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어느 공원에 들어섰을 때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두드림
화들짝 놀란 아유무, 움츠리면서 뒤를 돌아 봄
거기에는 아유무의 반응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의
시오리코가 있었음
시오리코는 곤란하다는 듯이 이렇게 말함
아까 전에 길에서 마주쳤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더군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계속 따라왔음에도...
일단, 눈물이라도 닦는 게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손수건을 건네는 시오리코
평소대로 엄한 것 같지만서도, 표정에 다정함이 섞여 있음.
눈물을 어느 정도 닦아 내자 시오리코는
조금 조용하고 부드럽고 말투로 다시 말을 걸어 옴
...괜찮다면 얘기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손에 든 그 선물, 저와 같이 골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뭔가 문제가 있었나 보군요.
상상도 못 했던 인물인 시오리코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 주자 감정이 복받쳐 오른 아유무
대체 어떤 일이었는지 질문하는 시오리코의 말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몰려오는 자기혐오감에 고개를 푹 숙이고 생각함
그래, 시오리코 씨가 있구나.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나는 시오리코 씨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
어쩌면 나는... 이렇게 나쁜 아이일까.
다리가 무너져 내리고 눈물이 다시 터질 것만 같아서 시오리코를 달려들듯 껴안는 아유무
시오리코는 잠시 당황하지만, 아무 말 없이 자신도 아유무를 안아 줌
아유무는 등에 와닿는 따스한 손길에 결국 대성통곡을 하게 됨
잠시 등을 토닥여 주는 시오리코. 울음이 조금 멎었을 때 말을 꺼냄
그래요, 아유무 씨... 저기 벤치에라도 앉아서 얘기할까요...
...아니,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 들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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