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시이타케 선배."
"응?"
나의 부름에 뒤를 돌아본 그는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어째서 우리 둘은 이렇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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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졸업식이였다.
1년 늦게 들어온 나는 2학년이라는 이유로 졸업식의 준비를 도맡아야했다.
"물붕쿤, 도와줘서 고마워. 학생회가 다 이런 거지 뭐."
왕재수, 명색이 체육선생님이라는 저 사람은 그늘진 벤치에 앉아 가끔 손가락질로 나를 부릴 뿐이였다.
휑-
12월이라 조금 추웠던 탓일까, 휑 하고 부는 바람에 목도리가 그만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나타난 내 붉은 뺨은 터질 것만 같았다.
"읏.. 추워ㅡ"
몸을 부르르 떨며 날아간 목도리를 주우려던 참이였다.
"어라, 물붕쿤 아니야?"
윗쪽에서 들린 개구진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그 곳엔 시이타케가 있었다.
방학 끝무렵에 만나 반가운 것이였을까.
한층 올라간 목소리 톤에 나도 덩달아 반가웠다.
"서, 선배. 아직 방학식도 아닌데 여긴 어쩐일로.."
괜히 멋쩍은듯 웃어보였다.
"자, 여기 목도리."
그는 대답 대신 내 빨간 목도리를 주웠다.
그리고는 몸을 가까이 해 목도리를 둘러줬다.
"감사합니다."
"뭘, 그냥 물붕쿤이 보고싶어서 학교로 왔는데 다행이다."
저 능글스러운 말투, 본인도 알까.
일부러 날 홀리려는 건지 야릇한 눈빛이였다.
"정말, 몰라요 선배."
"하하 미안해."
"맨날 장난만 치고, 미워."
미워. 라는 끝 말에 조금 놀랐던 것이였을까.
움찔거리던 그의 눈망울이 조금씩 촉촉해져갔다.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선배. 저 선배 좋아해요. 하나도 안 미워요."
다급하게 뱉은 좋아한다는 말.
반은 진심이였다.
"헙, 방금은."
뜬금없는 사랑고백에 나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나도."
"네?"
"나도 좋아해."
시이타케가 나를 안았다.
그리고 난 안겼다.
포근한 그의 털이 오늘따라 더 기분 좋았다.
"선배, 갑자기 이러시면."
"아, 아참. 미안. 그냥 장난이였어."
얼버무리던 그는 얼굴이 새빨간 토마토같았다.
괜히 주위를 둘러보던 시이타케.
"저기, 시이타케 선배."
"응?"
나의 부름에 뒤를 돌아본 그는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어째서 우리 둘은 이렇게 된 것일까.
난 발끝을 들어 그에게 입맞췄다.
첫 키스.
다정했다.
따스하고도 추운 겨울 날.
우리의 사랑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