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라노호시 학원에서 현장학습을 오는 날이다.
우칫치는 예쁘게 보여야 한다며 연신 털 손질을 하고있었다.
"윽.."
갑자기 탈의실을 울리는 외마디 신음에 난 깜짝 놀라 우칫치를 향해 외쳤다.
"우칫치, 어디 아파?"
"어..어? 아 아니야 안 아파."
놀란 나의 반응에 덩달아 놀란 것일까.
다소 과장된 그의 대답에 미심쩍어진 나였다.
"우칫치, 배가 아픈거야? 이리 와봐."
우칫치에게 다가가던 나는 이내 그의 손짓에 제지 당할 뿐이였다.
"아니야, 괜찮아."
괜찮기는. 그는 아플 때마다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분명 어제 무리한 탓이였겠지. 몸살에 걸린 듯한 그였다.
"언제든 아프면 말해. 그러라고 내가 있는거니까."
"응, 고마워."
내 쪽은 보지도 않은 채 대충 대답 하던 우칫치.
이런 헤프닝도 잠시였다.
입구에서부터 빵빵 하고 울리는 경적소리에 우린 다급하게 나가야만 했다.
밀려오는 버스에 모두가 분주했다.
그리고 우루루 내리는 학생들에 우칫치가 분주했다.
"여러분~ 우칫치에요!"
짧은 팔, 짧은 다리.
'우칫치' 라고 써져있는 명찰은 오늘따라 더 빛나보였다.
"역시 귀엽네~"
우칫치와 사진을 찍느라 분주해보이는 여고생들 속에서 어딘가 불편해 하는 우칫치가 보였다. 난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이내 우칫치를 끌고 나왔다.
"자, 사진 다 찍었으니 이제 수족관을 구경 하는건 어떨까요?"
"에에~? 난 아직 못 찍었다고~"
"꼰대 아저씨. 최악."
뒤통수에 꽂히는 온갖 욕설을 뒤로 한 채 우칫치를 탈의실에 데려가 벤치에 앉혔다.
"물붕쿤, 갑자기 무슨 단독 행동이야?"
우칫치는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당황 한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촬영을 중지시키고 우칫치를 데려왔기 때문이였다.
"우칫치, 너 어디 아파?"
내 시선을 피하기만 하던 우칫치의 볼을 잡고 다시 한번 물었다.
"우칫치, 어디 아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난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듯 입을 열었다.
" 우칫치의 배, 쓰다듬어줄게."
"ㅁ.. 뭐? "
우칫치의 볼이 순식간에 빨게졌고, 그의 입이 쉽게 떼지지 않는 것을 보아 꽤 고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우칫치, 아플 때마다 내가 배 쓰다듬어 줬잖아."
그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한 마디 덧붙였다.
"시.. 싫으면.. 거절.. 해도 돼."
다시 일어나던 참이였다.
"누.. 누가 안 된대? 여기."
시선을 피하며 배를 내민 우칫치였다. 조용하던 수족관은 나와 그의 심장 소리로 가득찼다.
두근.
두근.
두근.
손을 가져다 대보니 보드라운 살결이 꽤 좋았다.
우칫치는 부끄러움에 사묻혀 고개를 들지 못 했다.
이런 스킨쉽은 꽤 오랜만이였기 때문에, 나도 숨이 막혀왔다.
"왜 거짓말 한거야?"
조금 단호한 투로 그에게 물었다.
"그야.. 물붕쿤이 걱정하는게 싫으니까."
말 끝을 흐리는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정적이 흘렀다.
.
.
.
.
"바보."
"..."
"난 네가 아프면서 안 아픈 척, 괜찮은 척 하는게 더 싫어."
"...그치만."
"이렇게 괜찮은 척 하면 더 아프잖아."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울먹이는 내 목소리를 들었던 거겠지.
"이.. 이제 안 아프지? 난 수족관으로 갈테니까, 쉬고있어."
난 애써 눈물을 감추려 탈의실을 뛰쳐나왔다.
-
우칫치는 뛰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읊조렸다.
"너의 그런 모습이 좋아. 물붕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