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최전열의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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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위험한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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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165193
- 2020-03-28 20:48:50
그 사람은 라이브 때 마다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예정 시간보다 몇 초 늦게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면, 소수점까지 내려가는 짧은 시간만에 가득 차버리는 그 자리.
그 중 대다수는 인터넷이나, 혹은 니코도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몇 배, 혹은 더 한 가격으로 팔린다.
끔찍한 액수의 큰 돈을 내야만 가질 수 있는 자리.
…그 사람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항상 니코의 노래에 맞춰 소리치는 그 사람의 목소리.
아쉽게도 공연장의 거대한 함성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들리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너'라는 걸.
니코를 지독하게도 쫒아다녔던 너라는걸.
너는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겠지.
니코와 붙어있을 때면 달라지는 너의 고동,
떨리는 너의 목소리,
억지로 다른 곳을 향하는 너의 시선,
모든 것이 너를 증명하고 있었다.
지금은…그렇지.
너의 고동은 느껴지지 않지만,
너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지만,
너의 시선 또한 보이지 않지만.
이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너라는걸 알 수 있다.
줄곧 기다렸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도 기다렸다.
그러나, 끝내 너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아니 니코가 너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전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는 관계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다.
그러니,
이 쪽에서 먼저 손을 뻗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니코가 떠나는 순간 너의 눈동자가 말했다.
「기다려줘.」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너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에도.
니코는 계속 기다렸다.
네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너는 악수회나 싸인회 따위의,
조금이나마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행사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조차 비춰주지 않았다.
그래서, 늦은 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네가 좋아할만한 옷을 입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네가 일하는 그 장소로 찾아갔다.
네가, 항상 닿을 수 없는 그 자리에 있는 것과는 다르다.
용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네가, 니코에게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네가 그랬던 것처럼 큰 돈을 내지는 않고, 아무런 계획 없이 너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끊임 없이 걸었다.
너의 어깨를 잡을 수 있었을 때에는,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었다.
병원 뒷편에서,
조금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연기에 둘러쌓인
'너'.
오랫만에 닿은 너의 어깨는, 그 때보다 살짝 높아져 있었다.
"뭡니까?"
너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시선이 니코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그 때 처럼.
"뭐긴. 니코니-지."
자, 모처럼 니코가 이렇게 가까이 와 줬잖아.
너는 무슨 말을 할거야?
"…-"
항상 그랬듯이, 기다려줄테니까.
마나마나 | 2020.03.28 20:52:42 | |
ㅇㅇ | 의사 사위 좋구요 | 2020.03.28 20:57:34 |
ㅇㅇ | 아니 왜지워요 | 2020.03.28 20:5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