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아유
"후아암..."
숙제를 다 끝내고 기지개를 켭니다. 다 하고 나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 숙제는 특히 많았으니까 작사는 내일로 미룰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무태만이려나? 아니 학생의 직무는 공부니까,' 하고 괜히 저 자신을 변호해봅니다.
♪♪♪♪♩ ♩♪ ♩♪~ ♪♪♪♪
엇, 아유무쨩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옆집이면서 전화를 건다는 것은 참 이상한 기분일 수 있겠지만 10년도 넘게 쭉 그랬으니 저희 둘끼리는 이상하지 않습니다.
"어어, 무슨 일이야?"
"있지, 발코니 쪽 한번 보지 않을래?"
"잠깐, 그러면 잠깐만 기다려 봐."
발코니로 나와 보니 아유무가 반팔 차림으로 머리만 내밀고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닿을 만큼 가깝지가 않기 때문에 통화는 끊지 않은 채로요.
"으응, 뭐 보여줄 게 있어?"
"아, 내 쪽 말고, 저 위쪽에! 봐봐."
"헤에... 유성우다. 아유무쨩이 발견했구나."
"내가 발견한 건 아니고, 오늘 이맘때쯤에 유성우가 관측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방금 저 유성 말야. 학교 바로 위를 지나갔던 것 같지 않아?"
"오오, 정말이네."
"내일은 뭔가 럭키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아?
"유성이 지나가면 행운이 있다고 해?"
뭐, 지금은 여름방학 중이니까 동호회 일은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건 아니라도.. 예감이 좋거든. 이렇게 유성우를 보게 되는 건 드물기도 하고."
"하아, 역시 도시니까. 시골에 가면 잔뜩 볼 수 있겠지."
"... 아, 그래 아유무쨩. 이참에 우리 동호회 여름 합숙 가는 건 어떠려나?"
"합숙? 합숙... 가면 좋겠지만 별장을 마련해줄 사람이 있으려나?"
"으읏, 그것도 그렇긴 하다. 그치만 그렇게 정곡 찌르면 로망도 사라져버리는데. 아하하하!"
"하하, 미안미안."
"그보다 유성우는 멎은 것 같네..."
"유성을 관측한 걸로도 만족해야겠지... 이런 유성도 10년이나 20년 정도 뒤에 겨우 볼 수 있을 거야."
"아, 아유무쨩, 잠깐만. 통화만 다 하고 먹으러 갈게요-!"
"아하하, 너도 부모님이 밥 먹으러 오라고 하시는구나. 그래도 어쩌지. 끊어야 할 타이밍을 모르겠는걸."
"아유무쨩이 먼저 끊어줘."
"아니, 네가 먼저 끊는 게 나을 것 같아. 언제든 네가 먼저 나서줬는걸. 어릴 때부터 말이야."
"하하. 이런거... 만화나 드라마 속 연인 사이에서나 오갈법 한 대화인걸."
"으음, 잠깐만. 내가 먼저 끊을테니까 바깥쪽으로 머리 내밀어줄래?"
"으응, 알았어..."
전화는 정말로 먼저 끊겼습니다. 뭐 때문에 내밀어보라는 걸까요. 뭔가 보여줄 게 있는 건 확실합니다.
" "
"에? 뭐? 뭐라고? 못 들었어!"
하지만 이렇게 말해봤자 안 들릴 것 같습니다. 아유무는 이미 저녁을 먹으러 들어갔을테니까요.
아유무의 입모양은 분명히 봤습니다. 아니, 솔직히,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ㅗㅏㅐ(ㅏㅣㅡㅣ)"라는 모음 정도만 알아봤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입모양을, 그런 대화를 하고 난 뒤라면 당연히...
하아, 전 뭘 생각하는 걸까 싶습니다. 저녁이나 먹어야겠습니다. 방금 저녁 먹으라고 불렀으니까요.
...그 입모양, 확실히, 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어라? 시즈쿠쨩?"
"선배, 혹시 합숙같은 거, 할 생각 없으신가요? 별장이 하나 있는데, 원래 연극부에서 쓰기로 했었는데 일정이 비게 돼서요. 아아, 역시 안 되겠죠?"
"러, 럭키한 일..!"
"네? 뭐라구요?"
"아, 아냐. 여름 합숙이라면 몇번 얘기 나오긴 했는데 잘 됐네...."
아유무쨩의 예견이, 맞아떨어졌네오...
아유무도 주위의 간섭이 없으면 순애파란 말이야
갤떡밥이 SS길래 초단편을 만듦
참고로 유성우는 쏟아지고 그러는거 없이 조건이 정말로 잘 맞아야 잠깐 반짝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