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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아이리나 망상증 환자의 주저리1
글쓴이
호시죠라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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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155865
  • 2020-03-23 16:43:57
 

한팔 샹크스라 오타 많음

내 이름은 텐노지 리나.

니지가사키 중학교 3학년, 아니 이젠 고등학교 1학년이 맞는 말일까? 다른 학교 기준으론 고등학생이 되는 거니깐.

인싸들이 화장떡칠한채 하하호호 웃으며 사진이나 찍으며, 꼭 다시 보자는 둥, 빈말만 가득한 졸업식이란 시덥지 않은 행사는 없어서 마음에 든다. 나는 같이 사진 찍을 친구는커녕, 참여해줄 부모님도 바쁘니깐. 

아직 방학이 끝나려면 1주일정도 남았다. 집 밖에 안나간지 두달 좀 넘은건가? 

배게에 파묻혀 자고 있었는데, 스피커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주인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냥.”

“엥? 오늘 뭐 있어?”

근 두달간 심야애니 방영시간 체크용으로만 쓰던 아란의 일람이 오랜만에 해가 뜬 시간에 작동했다.

“오늘 이과 선후배간의 만남 시간입니다냥. 오후 2시까지니까 서둘러라냥.”

부시시해진 머리를 긁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제 밤새 렌더링 작업하다 자서 그런가 눈이 조금 아팠다. 더듬어 침대 위에 올려져있던 리모컨을 집었다. 그리곤 맨 위 큰 버튼을 눌렀다. 집안이 환해졌다. 나는 침대 옆 슬리퍼를 신고 부엌으로 향했다. 지나가면서 창밖을 바라봤다. 화창한 날씨였다.

“아란, 리나 하우스 식사 모드.”

“리나 하우스 식사 모드.”

집 한가운데 큰 티비가 켜졌다. 수많은 음식 사진들이 스크린에 띄워졌다.

“오늘은 든든하게 먹고 가야지.”

허공에 손짓하자, 음식 사진들이 한장씩 넘어갔다.

“그래, 이걸로 하자.” 그중 딸기 케이크가 눈에 보였다.

제빵 영상을 보고 만든 수제 케잌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잘만들었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

“1주일안에 먹어야하네, 좋아, 아란 냉장고에서 저거 꺼내놔. 나 씻는 동안, 밀크티 끓여두고. 장소는 항상 그곳.”

“네 주인님.”

고양이 로봇이 끄덕거렸다. 냉장고 열리고, 커피포트에 물이 끓는 소리를 뒤로 하고 욕실로 향했다.

거울엔 작은 소녀가 서있었다. 부시시한 핑크빛 머리. 처진 눈. 노란 눈동자. 그리곤 아무런 표정없는 얼굴이 비췄다. 나는 억지로 읏어보려했지만, 입고리가 파르르 떨리더니 다시 공허힌 표정이 되었다. 

나는 표정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맞는 말이다. 내 표정은 항상 이렇다.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않는 그냥 이 오즈의 마법사의 깡통인간 같은 표정. 하지만 나는 감정없는 기계가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 외로움을 잘 타고, 감성에 젖길 좋아한다. 나도 한명의 평범한 소녀이고 싶었다.

우리 부모님은 매우 잘나가신다. 사실 뭘 하는지 잘 모른다. 그들은 내게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틈도 없이 바쁘다. 어릴적부터 넓은 집엔 나와 보모 둘뿐이었다. 나는 보모에게 보채도 보고, 어리광도 피워봤지만, 그녀는 나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어디까지나 돈을 위해 날 돌볼 뿐이었으니까.

어느덧 나도 그 생활에 익숙해졌다. 나는 매일 혼자 항상 똑같은 표정의 테디베어를 가지고 놀면서 어느 순간, 그와 같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내가 좀 더 나이가 들어, 유치원에 가 다른 또래들을 만났을때, 그제서야 내가 다른 표정을 짓는 방법을 까먹었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들과 놀아보려고 노력했다.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꽃의 냄새를 맡고, 멋진 왕자님의 손을 잡은 예쁜 공주님 그림을 그렸다. 환히 웃고 있던 공주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노력은 얼마 안가 물거품이 되었다.

우리 유치원엔 인기가 많은 한 아이가 있었다. 나도 몰래 그 아이를 좋아했다. 그 아이가 나에게 어느 날 고백했다. 나를 좋아한다고. 나는 누구보다 기뻤다. 내 그림 속 공주님이 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왜 아무 표정 없어? 넌 내가 싫어?”

그가 차갑게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뭐가 아니야! 니 표정만 봐도 관심없다는 게 팍 튀는데!”

나는 억지로 웃으려 안간힘 썼다.

“그 표정은 뭐야? 띠껍다는 거야?”

그 말 한마디에, 나는 그 안간힘마저 포기했다. 그리곤 뒤돌아 떠나가는 그 아이의 등을 쳐다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 날 집엘와, 거울에 서 내 입고리를 손으로 올렸다. 웃고싶다. 얼굴 근육이 땡겨 아팠지만, 계속 올렸다. 하지만, 거울 속 나는 웃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날 거울 앞에서 울었다. 슬픈 표정이라도 짓게 해달라고 더 울었지만, 공허한 표정에 눈물만 더 흐를 뿐이었다.

그후, 유치원 내에서 사람들이 은근 나를 피했다. 혼자 도도한 척 하는 공주병 환자니하면서... 나는 얼마 안가 유치원을 그만뒀다. 그들이 흘려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상처 입은 내 마음이 더 이상 버티기엔 나는 너무 어렸다. 나는 다시 테디베어와 끝없이 같이 놀았고, 시간이 지나,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어도 똑같았다. 다른 여학생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했지만, 주위사람들에게 어울리긴 쉽지 않았다. 얼음공주, 이 별명이 학우들 사이에선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줬다.

날 혼자 있게 한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바쁘게 일하시는 덕분에 학비 비싼 이 학교에 다니고, 근처 거대한 집까지 구해 혼자 사니까. 이 수많은 비싼 장비들 아니었음 어캐 살았을꼬.

머리를 대충 수건으로 말리며, 욕실 밖으로 나오자, 진한 밀크티 냄새가 집안에 퍼져있었다. 테이블 위엔 딸기 케이크 한조각과 밀크티 한잔이 놓여있었다. 가장 카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 내가 항상 창밖을 바라보며 밥을 먹는 곳이다.

나는 테이블에 앉았다. 창밖에 사람들이 봄을 즐기듯 환히 웃고 있었다. 나도 저 멀리 보이는 강변 벚꽃을 바라보며 케이크를 음미했다. 역시 내가 생각해도 잘 만들었어.

다 먹은 뒤, 입을 닦았다. 그리곤 침대 옆에서 교복을 꺼내 입었다. 스타일러 안에 오래 있어 그런가 너무 뽀송거렸다. 

문을 열자, 봄향기가 가득했다.

“아린, 그 어제 만든 도면도 프린터 좀 해놔. 다녀올게.”

“다녀오라냥.”

문을 닫았다. 학교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학교 가는 길엔 벚꽃이 가득했다. 나는 가방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찰칵 사진을 찍었다. 나를 찍어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금새 고쳐먹고 학교로 향했다.

니지가사키 학원. 알아주는 명문 학교. 일찍이 차별화된 교육으로 학생들을 세계화의 일원으로 만든다나 뭐라나. 학교는 쓸데없이 커서, 올라가는데 한참 걸렸다. 이 놈의 엘레베이터는 항상 고장이라니깐.

핵핵대는 숨결을 고르며, 교실로 들어갔다. 거긴 익숙한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아 쟤네도 이과였어? 근데 수학을
그렇게 개판치냐. 맨 구석탱이 자리에 앉았다. 그 인간들은 날 슬쩍 보곤 다시 수다 떨기 시작했다.

앞엔 모르는 사람들이 쭉 서있었다. 서로 아는듯 즐겁게 얘기하고 있었다. 리본색을 보아하니 우리 학년은 아닌듯 싶었다.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보고 있자, 앞에 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후배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와줘서 고마워요.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운 시간 되어요 우리~!”

노란머리에 화려한 화장을 한 소녀였다. 나랑 한두살 차이밖에 안날텐데, 왜 저리 몸매가 좋은거지. 난 언제 크는 거야.

한명씩 우리 앞에 앉았다. 언제 봤다는양 서로 웃고 떠들었다. 

그러다 맨마지막 내 자리에도 누군가 앉았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그 소녀였다.

밝게 빛나는 눈동자, 화려한 화장, 깊게 파인 윗옷. 그녀가 환히 내개 웃어주자, 얼굴에 빛이 나는듯했다. 나는 잠시 넋놓아 그녀의 얼굴을 바라봣다.

“나의 이름은 미야시타 아이. 기운 넘치는 아이랍니다! 그렇게 쳐다보면 아이잉 아이, 부끄러워.”

뭐하는 인간이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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