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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순례 우엥이와 떠난 뉴욕 순례기 (10) - 3/1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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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죠사진부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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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22 23:08:35
한적하기 그지 없던 유니온 스퀘어 인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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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엥이와 떠난 뉴욕 순례기 (9) - 3/16 (3)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154324
자유의 여신상을 먼 발치에서나마 둘러본 다음 유니온 스퀘어로 갑니다. 구극장판 작중에서는 μ’s 일행이 신발도 던지고, 카페도 둘러보고 하는 곳인데, 의외로 구극장판에 나왔던 곳과 닮은 곳이 잘 없습니다. 대체 어디를 모델로 만들었는지는 제작진만 알겠지요.
말 그대로 넓은 광장이 펼쳐져 있고 원래대로라면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도 열리고, 공연도 열리고 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한 탓인지 이건 뭐 사람들이 없습니다.
유니온 스퀘어 인근에는 호노카가 메트로카드로 입장을 하려다가 트러블이 생겨서 일행과 길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는 14번가-유니온 스퀘어 역이 있습니다. 이 역으로 들어갑니다.
호노카가 들어가려다 가로막히는 게이트.
게이트 모양은 물론 벽에 보이는 전시물까지 정확합니다.
벽에 붙어 있는 전시물.
호노카가 발돋움을 하며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가려고 두리번 거리던 발권기.
일행이 다 지나가는 가운데 낭패하던 호노카가 보이던 그 장면.
'Union Sq West & 16 Street'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는 개찰구가 호노카 미아 사건이 벌어지는 주 무대입니다. 메트로카드에 무언가 문제가 생겨서 개찰구를 통과하지 못한 호노카가 영 다른 방향으로 가는 차를 탔다가 일행과 멀어지게 됩니다.
위 사진을 찍다가 저도 호노카와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바로 위 두 번째 사진까지 찍고 나서 역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고 했는데, '너 이미 한번 역을 통과했잖아'라는 에러메시지만 나타나고 다시 입장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에서 흔히 쓰는 무제한 패스와 달리, 메트로카드는 한 번 역을 통과한 뒤 적어도 18분이 지나야 같은 역에서 입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다른 역으로 들어갔다 나오거나 다른 버스에 한 번 탑승을 해야 하는데, 주위에 이렇다 할 역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일단 나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쿨타임을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동영상과 스크린샷을 확인하면서, 역 밖에서 찍어야 할 장면이 더 있는지 확인해 보고 역으로 들어갑니다. 현재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에 메트로카드를 긁으니 통과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습니다.
호노카가 허겁지겁 뛰어 내려왔던 그 계단(업타운 방향으로).
계단을 지나서 뛰어들어가던 장면에서.
구극장판에서 호노카가 뛰어내려 오던 계단과 플랫폼은 일치하지 않습니다. 뛰어 내려가는 플랫폼은 '업타운' 방향인데, 실제로 출발하는 차는 '다운타운'으로 갑니다. 프레임 상단에 보이는 녹색 기둥이 없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제작진이 착각을 했던가, 아니면 나중에 성지순례하는 사람들에게 엿을 주기 위해서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필요한 장면을 모두 건졌으니 이제는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켄카'(Kenka)로 갑니다. 이 곳은 빵만 나오는 뉴욕에 이틀만에 질려서 밥을 달라고 울부짖던 하나요를 달래려 마키가 어쩔 수 없이 데려간 곳입니다. 아스토어 플레이스 역에서 도보로 약 7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 곳은 엄청나게 맛이 있거나 무슨 시그니처 요리가 있는 곳이 아니고, 그저 뉴욕인데 특이한 분위기라서 장사가 잘 되는 곳으로 보입니다. 눈이 번쩍번쩍 하는 너구리 인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상치 않은 메뉴판
이날 오후 8시부터 음식점과 주점, 카페는 테이크 아웃(to-go)만 허용됩니다. 포장이 되는 음식점을 찾기도 힘들고, 마침 배도 고파 왔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하고 볶음밥과 교자, 삿포로 라이트를 시켰습니다.
주방에서는 음식이 나올 때마다 '마지막 볶음밥', '마지막 카라아게' 하고 자꾸 웃기지도 않는 개드립을 쳐서 듣는 사람을 심난하게 만듭니다.
음식 평 : 돈을 버리고 싶다면 가십시오
일단 볶음밥 양은 많습니다. 뭐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식 볶음밥에서 흔히 기대하는 꼬들꼬들함은 전혀 없고 그냥 퍽퍽하고 눅눅한데다 짭니다. 어찌어찌 먹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못 먹어서 절반 정도는 남겼습니다.
교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겨자 소스를 곁들여서 나왔는데 만두 피가 흐물흐물하고 시들시들합니다.
이런 음식에 팁 포함해서 23달러나 주어야 한다는 건 좀 가혹합니다. 차라리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드세요.
상심한 마음을 안고 다시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돌아가서 호노카와 코난 아지매가 걸었던 루트 사진을 챙겼습니다.
여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인종 차별을 겪었습니다. 그랜드 센트럴 역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Chinese go home, motherfucker."
물론 저도 지지 않고 "Watch your mouth, you white trash whore." 라고 받아 쳤습니다.
호텔 인근에 있는 역으로 나와 걸어가는 길,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옆길은 여전히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고 한산합니다.
호텔에 돌아 오니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일단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바 서비스는 중단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고. 그 아래 잔글씨로 적힌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1. 바 서비스와 야간 음식 서비스는 3월 17일부터 완전히 중단합니다.
2. 아침 부페 서비스도 3월 17일부터 중단하며 커피와 빵, 과일과 요거트로 구성된 제한된 메뉴를 5달러에 제공합니다. 아침 서비스 역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제공되며 주말에는 없습니다.
3. 하루 이상 투숙하는 경우, 요청한 경우에만 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새 수건이 필요하다면 프론트 데스크에 요청하십시오. 무료인 커피와 차도 더 이상 제공되지 않습니다.
박물관이며 공연장, 미술관은 이미 모두 폐쇄됐고, 내일부터는 포장 이외에는 음식을 먹을 방법도 없고, 걸어서 돌아 다닐 수 있는 곳은 다 다녀 왔는데 이제 어디를 더 갈 수 있을까. 그야말로 관광보다는 생존을 더 걱정해야 하는 '뉴 노멀'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다음 날은 일정을 하루 비워서 뉴욕 주 인근에서 유학중인 지인을 만나는 걸로 타협을 봤습니다. 어차피 일기 예보를 보니 비가 올 날씨라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지도 않고요. 마지막인 3월 18일은 뭘 해야 할까... 혹시나 성지 순례에서 빠뜨린 곳이 있다면 되는대로 둘러보기로 하고, 잠깐 누웠다가 그대로 쓰러져 잤습니다.
(계속)
※ 질문 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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