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지난 글]
글 목록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147610
우엥이와 떠난 뉴욕 순례기 (6) - 3/15 (3)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149859
시차 적응과 피로가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났더니 옷도 안 갈아 입고 그대로 쓰러져 잤던 모양입니다. 일단 씻고 나와서 어디를 어떻게 돌아 봐야 하나 일정 확인에 들어갑니다.
일단 호텔을 예약할 때 실수 아닌 실수로 조식을 빠뜨렸습니다. 어디론가 가서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마침 코토리가 거대한 치즈 케이크를 먹으러 갔던 레스토랑, 쥬니어스(Junior's)가 생각났습니다. 브루클린으로 이동해서 그 곳에서 아침을 먹고, 그 다음 브루클린을 잠깐 살펴 보고, 오늘로 예정된 점심 약속을 해치우고 나서 자유의 여신상을 찍으러 가면 되지 싶습니다.
먼저 호텔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타임 스퀘어-42번가 역으로 갑니다. 여러 노선이 지나다니는데, N, Q, R 선 '업타운 & 퀸스'(Uptown & Queens) 쪽으로 가는 플랫폼이 바로 호노카가 "도-시요!!"를 외쳤던 바로 그 장소입니다. '다운타운 & 브루클린'(Downtown & Brookyn) 방향으로 가는 플랫폼 중앙에서 잡지와 음료수 등을 파는 매점을 왼쪽에 끼고 반대편에서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호노카가 이 역에서 당황하지 말고 조금만 노선도나 지도를 보면서 연구했다면 마음 고생을 충분히 피하고 조금 더 일찍 호텔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하나 더 내려가서 S선을 타면 '커다란 역'이 가는 그랜드 센트럴 역까지 5분만에 데려다 주는 셔틀울 타고 갈 수 있습니다. 일단 '커다란 역'이 나오면 그 뒤로는 쉬운 길이 이어지니 어떻게든 찾아 갔을텐데...
코토리가 치즈케이크에 정신줄을 놔 버렸던 '쥬니어스'
지하철을 타고 '디캘브 애버뉴 역'(DeKalb Avenue Subway Station)에서 내려서 쥬니어스를 찾아 갑니다. 주변이 공사중이라서 좀 헤매긴 했지만 구글 지도를 펼쳐넣고 어떻게 찾아 가는데는 성공했습니다.
사실 쥬니어스는 브루클린 뿐만 아니라 맨하탄에도 지점이 있어서 치즈 케이크를 먹고 싶다면 굳이 이 곳까지 찾아 오지 않아도 됩니다. 찾아 보니 서울에도 지점이 있네요. 다만 구극장판에서 나온 그 구도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찾아 가야 합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매우 이상합니다. 보통 아침 메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은 이 시간이면 좀 사람들이 있고 적당히 시끄러워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안 보이고 직원들만 분주히 돌아다닙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오늘(3/16일) 오후 8시부터 적용되는 바와 레스토랑 점내 취식 금지조치때문에 아예 오늘 오전부터 폐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이미 TV 방송국에서도 몰려와서 인터뷰를 따고 난리도 아닙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잠깐 정신줄을 놨다가, 그러면 사진이라도 찍게 해 달라고 부탁해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1층과 2층을 모두 쓰는데, 2층은 닫혀 있고 1층만 열려 있었습니다. 작중에서 등장한 원형 테이블과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테이블만 찍고 간신히 빠져 나왔습니다.
쥬니어스를 빠져 나와서, 대체 그러면 아침을 어디에서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반대편을 보니 또다른 레스토랑인 애플비(Applebee's)가 보입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아무도 없습니다. 여기도 미리 닫아 버렸나? 그러나 다행히도 아니었습니다. 오믈렛과 소시지, 팬케이크에 커피가 나오는 아침 메뉴를 시켜서 배를 채웠습니다.
이 곳도 계속해서 뉴스를 틀어 놓는데, 코로나19 때문에 NBA 경기가 중단되었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만 계속해서 나옵니다.
배를 채우고 'Hello,星を数えて'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왔던 엠파이어 풀턴 페리 주립 공원(Empire Fulton Ferry State Park)으로 갑니다. 내렸던 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뒤에도 10분 가까이 걸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입니다.
구글 지도를 보고 이리 저리 방향을 틀어서 가다 보면 좋아도 싫어도 브루클린 다리를 지나가게 됩니다. 길을 몇 번 헤매면서 지나가다 보면 갑자기 자동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눈 앞에 강이 펼쳐집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호시조라냐!"
린 대신 우엥이가 정ㅋ복ㅋ
여기가 바로 'Hello,星を数えて'에서 린이 "호시조라냐!"를 외쳤던 장소입니다. 울타리가 쳐진 걸로 봐서는 잔디가 깔려 있으니 들어 가면 안 되는 모양인데... 무슨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공원은 브루클린 다리와 맨하탄 다리를 모두 바라볼 수 있는 곳입니다. 반대편으로 보이는 맨하탄 다리도 굉장히 보기 좋습니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직접 다리를 건너 보고 싶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9분, 점심 약속은 12시 30분입니다. 다리를 건너고 사진을 찍고 하다 보면 분명히 늦을 것 같습니다. 점심때 보기로 했던 지인에게 연락해서 약속 시간을 30분만 미루자고 제안했습니다.
다시 구글 지도를 보고 길을 빙빙 돌아서, 교각 아래로 나 있는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브루클린 다리를 걸어서 건널 수 있습니다. 굳이 긴 설명 없이, 사진으로 소개를 대신하려 합니다.
구글 지도로 경로를 찾아보면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데는 24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보고 하다 보면 분명히 시간이 더 걸립니다. 저는 브루클린에서 시작해서 완전히 건너 오는데 약 한 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걸어서 건너실 분이 있다면 최소 한 시간 정도를 비워 놓는게 좋겠습니다.
(계속)
※ 질문 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