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잠시 집을 비우셔서 아버지한테만 여자친구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제 여자친구를 보더니 아버지는
'캬앗―――!!! 초 카와이한 여자애잖아!!!! 어이 아들녀석아 대체 어떻게 된 거냐!!?!'
하며 만세를 부른 채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둥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낯부끄러운 모습에
'조용히 해 바보아버지!!'
하고 이단옆차기를 날리자 상황은 진정되었죠
'미안미안 아가씨처럼 귀여운 여자애를 앞에 두고는 대화를 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라며 두 손을 모으고 한쪽 눈을 찡끗거리며 사과하는 아버지에게
'그렇다기보다는 동정이잖아'
하고 딴죽을 걸었더니
'느닷없이 직구냐!!!!!!!!!!'
울부짖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부자의 모습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보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갑자기 아버지가 진지한 눈을 한 채 묻는 겁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이 녀석을 행복하게 해 줄 각오가 얼마나 되어있지?'
'호에에엣.....?'
'어... 어이, 무슨 짓이야....'
만류하려는 나를 한 손으로 자제하는 아버지의 눈에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관록이 깃들어 있었다죠
'이렇게 보이지만 이 녀석은 내 소중한 아들이다.
부친으로서 삶이 허락하는 한 맛볼 수 있는 행복은 모두 맛보여주고 싶지.
서로간의 관계를 가볍게 여기고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여자에게는,
설령 초ㅡ 미인이라 할지라도 아들을 맡길 수 없어'
돌연 돌변한 태도와 기색에 긴장한 것인지 여자친구의 눈은 크게 굳어있었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더니,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청명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저는 완벽한 여자라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단 하나 단언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달링은 절대로 행복하게 해 보이겠다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여자친구의 가느다란 두 팔이 제 목을 감싸고,
작고 부드러운 입술이 제 입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으갸―――!!!!!!! 소중한 오빠를 빼앗길 수는 없어~~~~!!!!!!!!!'
하고 여동생이 방문을 박차고 뛰쳐들어왔습니다
아마 문 밖에서 엿보고라도 있었던 것이겠죠
여동생은 여자친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너, 너같은 음란한 여자에게 오빠를 빼앗길 성싶냐~~~!!!'
하고 빽빽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느닷없이 일어난 난장판에 저는 이런이런 하고 한숨을 쉬고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습니다
'진정하고 들어봐 동생아. 너는 내 소중한 가족이야. 그러니까 내가 여자친구와 결혼해
가족이 되면, 너를 좋아하는 마음도 그녀를 좋아하는 만큼 동등하게 되지 않을까'
논리정연하게 일침을 놓자 여동생은 우우... 하며 얼굴을 붉히고 부들부들 떨 뿐이었죠
정말... 하나같이 어쩔 수 없다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녀들에게 듬뿍 사랑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누가 더 정교한 모양으로 사과를 깎아
제 입으로 가져다주는지 경쟁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