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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충 거르면 맨 아래로 ㄱㄱ

 시국이 시국인지라 하도 배달음식을 처먹었더니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요리대회에 강제 타천하게 되었다. 아쉬운 대로 책이나 한 권 읽어서 독후감을 써낼 작정으로 무작정 책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킹의 사진집이었는데, 킹이 예쁘고 옷을 잘 입고 굉장히 도도해보이면서도 귀엽다는 것을 350자로 늘릴 자신이 없어서 결국 하나마루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지스매거진에서 밝힌 세리자와 고오지로가 쓴 인간의 운명이라는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인간의 운명은 총 14권으로 이루어진 자전적 대하소설이다. 자서전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광범위한 시간 배경을 토대로 사회의 변화 과정이나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뜻이다. 물붕이들 다들 박경리의 토지 정도는 읽어 봤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년 수능에도 출제되었는데, 그거의 일본판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물론 다르지만.

 인간의 운명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하는 1권의 부제는 ‘아버지와 아들’이다. 가뉴우도의 명망 있는 집에서 태어난 주인공 모리 지로는 3살 때 아버지가 천의교라는 종교에 귀의하여 집안의 전 재산을 교단에 바치고 마을을 떠난 이후 숙부의 집에 남겨져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된다. 어부 집안에서는 유일하게 누마즈의 중학교에 다니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만, 항상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인해 그들을 그리워하면서도 증오한다. 그러나 마을에서 정신적 아버지가 되는 하치야 씨를 만나게 되어서 부모에 의한 상처를 치료받고 부자의 관계를 회복하게 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키워드는 치료라 생각한다. 지로는 어린 시절의 풍족함을 아버지로 인해 잃게 되고 맨발로 학교를 다니고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등의 극심한 가난을 겪게 된다. 부모를 그리워하면서도 증오하는 그에게 정신적 아버지로 다가온 하치야 씨는 부족한 부성애를 채워주는 존재로 지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애니메이션 1기 4화를 다시 봤는데, 의외로 비슷한 부분이 보였다. 존재감이 없었고 몸치였던 하나마루는 자연스럽게 독서를 즐기게 되었고 책에서 읽은 내용을 통해 공상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루비와 눈이 마주치게 되고,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마루는 초반에 스쿨 아이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몸치에다가 자신의 체력으로는 스쿨 아이돌은 무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스쿨 아이돌에 관심을 두지 않는 루비에게 안타까움을 느껴 루비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자신은 스쿨 아이돌에 대한 관심을 끝내려 하지만 뒤따라온 루비가 하나마루에게 용기를 내 줄 것을 부탁하고, 치카의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다”라는 명대사로 마루도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하기로 결심한다. 루비와 치카가 하나마루가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는 모리 지로와 하치야 씨와의 관계와 굉장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마루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이 책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부자 관계, 형제 관계, 우정 관계, 그리고 가난. 이 모든 환경적 굴레들을 극복해 내며 성장하는 모리 지로를 보며 하나마루도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굴레들을 떨쳐 내고 싶지 않았을까? 애니메이션 2기 마지막 부분에서 스쿨 아이돌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자신만의 대답을 내는 마루를 통해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것만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 들어 코로나의 기승으로 우리는 많은 상처를 입었다. 아젤리아 퍼스트 라이브의 중지. 안짱의 라이브 투어 연기. 츙륭과 낫짱의 내한 중지. 그 외에도 수많은 상처가 우리를 할퀴고 지나갔지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치료해 주고 있다. 공식은 매 주말마다 라이브 영상을 다시 틀어주어서 방구석 뷰잉이라도 볼 수 있게 해 주고, 누군가는 개인 방송을 틀어서 끓어오른 럽뽕이 식지 않게 해 준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어떻게든 코로나가 할퀴고 간 상처를 치료해주려 애쓴다. 우리 물붕이들도 어쩌면 서로에게 있어서 모리 지로가 보는 하치야 씨일지도 모른다.

요약하자면

1. 하나마루의 젤 좋아하는 책인 세리자와 고오지로의 인간의 운명 읽음

2. 인간의 운명에서의 모리 지로와 하치야 다베의 관계 = 러브라이브에서의 하나마루와 루비의 관계

3. 짱깨 개쒸발엠뒤새끼들 코로나로 다 뒤져버려라 + 나이팅게일 물붕이

참조

세리자와 코지로(芹沢光治良)의 『인간의 운명』론 ― 근대 일본의 치유와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