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세츠시오 -2일차-
- 글쓴이
- 얀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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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글 주소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110950
- 2020-03-06 12:50:18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네. 그보다 나카가와 씨.」
「아, 네!!」
모두가 학교 통제를 위해 학생회실을 떠나고, 미후네 씨와 나밖에 없는 고요한 교실.
미후네 씨는 나에게 책보따리를 받아들고 풀어헤쳐 그 중 한권을 집고는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이건 다른 스토리인가요?」
「네!! 그건 가상현실 게임에서 탈출한 후의 일인데요...」
미후네 씨가 절대 좋아하지 않을것 같은 라이트노벨에 빠진 것은 어제 지루해하던 미후네 씨에게 권유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미후네 씨는 마지못해 받아본 것 같았지만 점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더니 끝날 때까지 그 다음 권을 요구하면서 결국 초반 스토리를 완벽하게 정독하였고, 결국엔 그 다음 스토리를 빌려줄 것을 나에게 부탁하였다.
나야 같은 오타쿠 동지가 한 명 더 늘었다는 건 기쁘지만, 미후네 씨가 넘어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거지만 착각하지 마십시요. 저는 어디까지나 요즘 학생들의 취향 분석을 위해, 또 무엇보다도 나카가와 씨의 권유로 보는 것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하여튼...」
얼굴을 약간 붉히며 변명을 하는 게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대답을 너무 적극적으로 해버렸다.
미후네 씨는 다시 독서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아, 근데 이번 코미케는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코미케에서는 어떻게 해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동인 작가님의 동인지 신간이 나온다고 했었다.
또 그토록 내달라고 해도 안내놓던 캐릭터의 피규어까지 코미케 한정으로 내놓는다고 하니까 이번에는 어떻게든 가고 싶어서 미후네 씨에게 접근해 도와주겠다고 자청한 것이었다.
'화장실이나 다른 핑계를 대서 슬쩍 변장하고 갔다오려고 했는데....'
미후네 씨에게서 떨어질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을 갈때나 점심을 먹을때, 중간중간 점검을 위해 교내를 돌아다녀도 미후네 씨는 나와 항상 붙어다녔다.
마치 내가 코미케를 목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눈치라도 챈 마냥.
「......」
하지만, 지금은 어제와 좀 다르다.
미후네 씨에게 어제 「나이프 아트 오프라인」을 권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면.... 괜찮을지도....'
슬쩍 나가려고 의자에서 살짝 일어나려던 그때, 책상에 있던 무전기에서 갑자기 잡음이 들렸다.
「학생회실 나와주세요.」
나는 재빨리 착석했고, 미후네 씨는 방해라도 받은 듯 귀찮은 내색을 띄며 무전기를 들었다.
「학생회실입니다, 말씀하십시요.」
「신문부에서 코미케 관련 취재 협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들여보낼까요?」
「니지가사키 학원 신문부 맞습니까?」
「네, 학생수첩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일단 학생회실에 방문하라 해주십시요.」
「알겠습니다.」
무전기를 내려놓은 미후네 씨는 귀찮은 내색을 감추지 않았지만 보던 책을 덮고 책상 밑에 감추고 상황 매뉴얼을 보며 나에게 물었다.
「신문부에서 이런 취재 협조 요청이 들어오곤 합니까?」
「어... 네, 꽤나 큰 행사라 지난 겨울에도 취재하러 오기도 했습니다.」
나는 지난 겨울에 경험해 보긴 했지만 처음 일어난 상황에 미후네 씨는 약간 당황하긴 한 모양이다. 당황해봤자 소용없다는 듯 노크소리가 학생회실에 울려퍼졌다
「들어오십시요.」
미후네 씨의 말과 함께 문이 열리고, 카메라와 가방을 멘 2명이 들어왔다.
「아, 나카가와 씨도 있었네요. 그러면 더 편해지겠네요.」
「이번에도 잘 부탁할게요!」
「...무슨 부탁이죠, 나카가와 씨?」
「아하하...」
미후네 씨는 불안과 의심을 안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거기에 멋쩍은 웃음밖에 돌려줄수 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니지가사키 학원의 마스코트 나ー쨩과!」
「시.... 시오링입니다....」
「우오오오옷!!!」
마치 마법소녀인 양 가발과 코스튬을 입고 마법봉을 휘두르며 포즈를 취하는 나와 미후네 씨를 향해 사진을 찍어대는 신문부와 수많은 사람들.
그렇다, 코미케마다 니지가사키 학원의 학생회장들은 코미케 2일차때, 신문부의 촬영 협조라는 명분 하에 니지가사키 학원의 마스코트로 코스프레를 하여 회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나는 스쿨아이돌을 위한 연습이라 생각하기에 그렇게 부끄럽지는 않지만,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인 미후네 씨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듯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소심한 모습이었다.
「...이런 업무가 있다고 왜 말씀 안하셨죠?」
미후네 씨가 나에게 속삭이듯이 말을 걸었다.
그 말투는 수치심 반 분노 반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할 줄 몰랐어요....」
「나중에 스쿨아이돌 동호회는 물론이고, 신문부도 예산 축소를 고려하겠습니다....」
「설마 이런 일로 학생회장이 그렇게 비겁하게 권한을 쓸줄 몰랐는데요....」
「으윽....」
미후네 씨는 결국 모든걸 내려놓았는지 마법봉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면서 여러가지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을 보는 신문부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환호를 금치 못했다.
「아아악, 시오링!!」
「귀엽다!! 시오링!!」
내가 살짝 뒤로 빠져도 모를 정도로 모두가 미후네 씨를 집중적으로 찍고 있었다.
그만큼 미후네 씨도 기운을 얻은 듯 더욱 적극적으로 응대했다.
「모두들,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촬영회가 끝나고 환복을 위해 회장의 스태프공간으로 갔다.
「후우... 이런 일 두 번은 못하겠습니다.」
「그런거 치고는 꽤나 즐긴거 같은데요? 시오링 씨~」
「시오링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요.」
다시 차가운 말투의 학생회장, 미후네 시오리코로 돌아와 있었지만 신문부원 중 상급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그런 시오리코를 놀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 혹시 괜찮다면 코미케 회장 한번 둘러봐도 돼요. 어차피 여유시간 1시간 정도 남았는데.」
「정말인가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며 대답했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지 않았나요? 그때는 나ー쨩이 부탁해서 그런거였지만.」
「와아....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학생회실로....」
「가요, 미후네 씨!!」
나는 미후네 씨를 끌고 스태프실을 뛰쳐 나갔다.
「사, 사람 말은 좀!!」
미후네 씨가 뭐라 말을 했지만 나는 동인지와 피규어 생각에 정신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이제 앞으로 다시는 나카가와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코미케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디브리핑이 끝나자 나와 미후네 씨만이 학생회실에 남아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정된 휴식시간을 30분이나 넘긴데다 내 손에는 동인지와 피규어, 기타 굿즈들로 가득찬 쇼핑백들이 들려있었고, 미후네 씨는 평생 할 고생 오늘 다 한 듯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사과하시면 제가 넘어갈 걸로 생각합니까?」
「물론 제가 미후네 씨를 곤란하게 했고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 당연히 처분은 받겠지만 제발 스쿨아이돌 동호회에는....」
「...시요.」
「네...?」
「앞으로 1주일에 한번,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활동 및 실적 보고서와 함께 그 라이트노벨, 순서대로 7권씩 학생회실로 가져오십시요.」
「네?」
「착각하지 마십시요. 그저 다음 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을 뿐이니까.」
그 말에 벙쪄 멍하니 있다가 자세히 보니 미후네 씨의 뒤 학생회장 책상에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
「아아, 네!!」
「그럼 처분은 이번 주 금요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미후네 씨는 그 말을 끝내고 쇼핑백을 챙겨 허둥지둥 나가려 했다.
「아, 그리고 오늘은 ....다.」
「네??」
「그럼 이만.」
무언가 중얼거리며 서둘러 학생회실을 나서는 미후네 씨.
그녀의 얼굴은 약간이지만 홍조를 띄고 있었다.
「감사했다... 고 한건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무슨 의미로 감사하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츠시오 애껴라
필력 좋은 새끼들 존나 부럽네
aaab | 2020.03.06 12:55: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