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비해 오가는 사람이 적은 합정역,
손에는 꼬깃꼬깃 접힌 2만원을 쥐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한 아이가 그곳에 서 있다.
"바깥은 코로나니 뭐니로 난리다, 꼭 오늘 나가야 하는 거니?"
신발을 갈아신을 즈음 아이의 부모가 던진 말이다.
투박한 말투이지만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이 깊이 배어있는 말투.
그렇기에 오늘도 나간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의 한 달 용돈인 2만원을 본래 날짜보다 조금 일찍 쥐여줬으리라.
아이는 그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녀오겠습니다" 한마디를 현관에 던져둔 뒤 집을 나선다.
"직거래 2만원에 해드릴게요"
인터넷 카페에서 블레이드를 팔기로 한 판매자의 제안이었다.
아이가 알기로 족히 4~5만원은 하는 물건이다.
무슨 영문인지 하자도 없는 상품을 2만원에 파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용돈이 넉넉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뜻밖의 행운이었다.
곧바로 약속장소로 향하여 주위를 둘러보니 판매자로 보이는 남자가 아이에게 다가온다.
남자는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물건을 건네주었다.
조금은 구겨진 비닐 포장, 그렇지만 안에 들어 있는 블레이드는 마치 새 상품과도 같았다.
상품의 질이 생각보다 좋아보였기에 절로 흥이 난 아이는 남자와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는다.
"사실 제가 블레이드는 처음 사보거든요"
아이의 들뜬 언행에 판매자는 무언가 마음에 걸린 듯 잠깐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게 아쿠아 내한공연 때 팔았던 블레이드거든요"
"되게 기념적인 굿즈라서 저도 몇 개나 샀었어요"
판매자의 이야기를 듣자 아이의 눈에서는 진주처럼 빛이 난다.
동경하던 그룹의 기념적인 내한 공연, 그 현장에서 판매했던 블레이드를 지금 이렇게 구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재수가 좋은 일인가?
아이는 판매자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한 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2만원을 꺼내 판매자에게 건넨다.
"거래 감사합니다"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부러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아까까지만 해도 든든하기만 해 보였던 블레이드가 지금은 바보같이 부러져있다.
아이는 가방에서 부러진 블레이드를 꺼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여기저기 살펴본다
부러져있다. 몇 번을 다시 봐도 부러져있다.
거래 이후, 가방에 넣은 채로 꺼내지 않았던 블레이드가 왜 집에 도착한 지금 부러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아이는 믿고 싶지 않다는 듯이 가방에 블레이드를 도로 밀어 넣고선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본 이야기는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