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사진 정리하다 이제서야 한번 적어봄
다음에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2주 전 열심히 샤론라이브를 준비하던 도중 고쿠라 주변 숙소는 다 놓치고
하카타에 숙소를 잡고 어떻게 회장까지 왔다갔다할까 고민하던 중
갤에서 분고모리 이야기를 보고 후쿠오카에 아 맞다 그게 있었지 하고 떠올라서 바로 갈 계획을 세우게 됨.
선샤인에 결정적으로 치이게 된 계기가 해피 파티 트레인 PV를 봤던 거고 자연스럽게 제일 좋아하는 곡이 해파트이기도 해서.
그리고 하카타 - 분고모리 - 고쿠라를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패스 이야기도 갤에서 들어서
친절하신 고닉과 윾동의 도움을 받아 집단지성으로 계획도 짜고 패스도 구매하게 됨.
내가 필요했던 게 북큐슈레일패스. 아마 이번에 갤에서 분고모리 다녀오신 분들은 대부분 이거 사용해서 가신거로 암.
어림도 없지 바로 패스 잘못 사버리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요한게 북큐슈 '레일' 패스였는데 북큐슈 '산큐' 패스를 사버린거임. 기차가 아니라 버스 전용.
이걸 또 출국 전날 밤에 갤러 덕분에 깨달음. 어차피 취소 환불 불가긴 했지만......
그래서 그냥 옘병 아ㅋㅋ 후쿠오카 도착하면 레일패스 현장에서 사야겠다 하고 생각하다가
전에 친구가 보내준 공지에도 있는 '버스로 분고모리 가는법' 을 보고 분고모리는 해결되고 (이것도 갤러가 많이 도와주고)
하카타부터 고쿠라에 왔다갔다 하는 버스가 있나? 하는 것도 갤에서 다 알려주시고
토요일이 공연시작이 더 늦으니 아침 일찍 분고모리 갔다오면 되겠다 하는 식으로 어떻게어떻게 아다리도 잘 맞아 떨어져서
어찌저찌 금전적으로 추가 지출 없이 토요일 일요일 둘다 산큐패스 열심히 빨아먹어서 잘 활용하게 됨.
여기까지는 ㅄ짓 했어도 어째저째 운이 좋았다 샤론님이 날 도우셨구나 하면서 잘 흘러갔음
분고모리 가는 토요일 아침에 기분좋게 기상.... 은 못했고
알람 욕심내서 맞춰놓다가 너무 일찍 울려서 끄고 다시 잤는데 그대로 늦잠자서 버스터미널까지 존나게 뛰어가서 아슬아슬하게 버스 타고
딱 버스에 앉아서 한숨 돌리면서 바깥경치 구경하면서
오늘 날씨 비도 오고 흐리네...... 비오는날씨 좋아하는데 기분 좋다...... 비오는 버스에 앉아서 달리고 있으니까 감성 오지네 이 평화로운 느낌 너무 좋다......
그래도 라이브 시작 전에는 맑아졌으면 좋겠는데...... 다 우산 들고 줄서면 찝찝하기도 하고 회장 들어가서도 습기차서 찝찝하고 우산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나는 비오는 날이 좋아도 라이브날에는 많은 사람이 기분 좋을 수 있도록 맑은 날씨였으면 하니까......
아 근데 분고모리 갔는데 흐려서 사진 잘 안찍히면 어떡하지...... 아 그래도 해파트 PV에선 사계가 다 흘러가고 날씨가 계속 변해도
비오고 흐린 날씨는 그려지지 않으니까 이건 이것대로 귀한 풍경인걸까.... 하면서 아메감성 터지면서 기분 좋게 갔음.
이제 분고모리 걸어가는 정류장에 도착해서 내리고 지도 보려고 핸드폰을 딱 찾는데
고속버스에 폰 두고내림
버스 내리자마자 거의 바로 상황 파악했는데 이미 버스는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음
손에 핸드폰 쥐고 있음 - 도착해서 가방 메려고 잠깐 옆좌석에 폰 던져놓음 - 가방메고 폰 안챙기고 그대로 하차 아ㅋㅋ
일단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분고모리까지 걷기로 했음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 다행인건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 일행이 한명 있었음.
아마 이 친구 아니었으면 이미 핸드폰 떠나간 시점에서 방법이 없으니 멘탈도 같이 터져나가서 그대로 끝났을 거임. (일본어 못함)
아마 잃어버린게 가방이나 라이브 티켓이었으면 진짜 멘탈 바로 갈갈이 갈려나가서 못움직였을텐데
일단 핸드폰 외에는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다 싶어 일행 지도 보면서 분고모리까지 감.
대충 폰 빌려서 검색해보니 케바케긴 하겠지만 일본에서 핸드폰 잃어버려도 되찾은 사례도 많이 보이고
일단 그 버스에 승객도 많이 없었고 기사아조씨가 핸드폰을 습득하면
높은 확률로 다시 내 손에 들어올거라는 일본인의 일처리에 대한 근거가 있는것같으면서도 없는 확신이 있어서 생각보다 가볍게 움직임.
그냥 지금 이 순간의 사진을 내 폰에 담지 못한다는 점 그거 하나만 아쉽더라. 그렇게나 기대하던 해피파티트레인 성지인데.
일단 외교부 영사관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뭐 버스 회사를 알면 그쪽으로 전화를 해봐라,
주변에 경찰서가 있으면 거기로 들어가서 말해봐라 이런 답변 받고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전화를 받는데 계속 연결량이 많다고 전화를 안받아서 조금씩 속타는 마음으로 있다가
분고모리에 도착을 했음. 뭐 전화는 안받아도 일단 계속 걸면서 분고모리 기관고 구경을 했음.
현지 물붕쿤이나 관광온 물붕쿤들도 많이 보이던데 한번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기관고 박물관으로 들어갔음.
그리고 기관고 박물관으로 들어가서 구경 좀 하다가 시간이 남길래 고민 안하고 바로 여성 관리인 분한테 가서 사정을 말씀드렸음.
여기랑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지만 사실 여기 오는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 계속 전화는 하고 있는데 받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하고 말씀을 드리니 바로 버스 티켓 정보 받아가신 다음에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구경하고 있으라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씀해주시고 바로 여기저기 전화 돌려주심.
딱 입장할 때부터 아 옷 귀여워요~ 져지ㅎㅎㅎ (우라노호시 져지 풀셋 아ㅋㅋ) 어디서 왔어요? 아 한국! 아 러브라이브?? ㅎㅎㅎ
아 오늘 키타큐슈에서 라이브 있다고요ㅎㅎㅎ 그렇네요 어쩐지 많이 찾아오시네 하고 입장티켓 자판기로 뽑는 거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막 어쨌든 친절함의 오라가 막 피어나는 그런 상냥함 그 자체인거같은 분이셨음.
그래서 더 말씀드리기 쉬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사정을 말씀드리기를 참 잘한거같음.
남성 관리인분이랑 열심히 버스회사같은거 이야기하면서 두분이서 같이 열심히 전화 돌리고 도와주시는데
이미 그 시점에서부터 너무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는 상태 됨.
이래도 못찾으면 어떻게 될까 하면서 속은 타지만 너무 열심히 자기 일인 것처럼 도와주셔서 마음이 엄청나게 놓였음.
돌아갈땐 어떻게 가요? 몇시에 출발해요? 아 11시 반에 버스 타고 하카타 가면 고쿠라에 라이브 시작 5시까지 안늦게 갈 수 있겠네~
거기 기차도 되게 많고 하니까요~ 맞아맞아 신칸센 타면 30분도 안걸려요~ 하고 대화도 막 걸어주셨음. 덕분에 긴장도 많이 풀리고 마음도 진짜 많이 풀어짐. ㅠ
일단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내 일인데도 저렇게 도와주시고 계신데 내가 자리 비우는것도 아닌거같아서
주변에서 열심히 기다리다 보니 다가와서 말씀을 해주심. 혹시 폰이 어떤 색이에요? 케이스는 무슨 색깔이에요? 하고 막 물어보셔서
어줍잖은 일본어로 설명 해드렸는데도 진짜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다시 전화로 대화하시다 폰 찾았다고 말씀해주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그냥 대가리박고 감사합니다만 연발하고 있는데 거기서 그대로 계속 연결해주셔서
혹시 이분들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다시 돌아가는데 버스 돌아올때 가져다주셔서 거기서 핸드폰 회수할 수 있냐고 말씀해주셔서
그대로 버스터미널로 돌아가서 바로 폰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심.
이때의 이 심정은 아무리 써봐야 다 표현 못할 거 같다.
핸드폰 회수할 수 있는 장소랑 시간이랑
혹시 궁금한거나 무슨 일 있으면 전화달라고 번호까지 적어서 주시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웃으며 말씀해주시는데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리오...
버스 시간이 돼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나옴. 슬슬 사람이 많아지고 있었으니 바쁜 타이밍 잘 피해서 귀찮게 해드린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음.
도착했을 땐 비도 오고 흐렸는데 나오니 비구름이 걷혀가며 맑아지기 시작해서 너무 아름답더라.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한 건 아쉽지만 폰을 찾은 안도감이 너무 커 기분 좋게 돌아왔음.
터미널에 도착해서 안절부절하며 기다리고 있자니 어떤 기사님이 버스출구에서 나오셔서 익숙하게 생긴 폰을 들고 소리치셨음.
가서 받고 그대로 샤론 회장으로 출발하는걸로 해프닝이 마무리됐음.
뭐 일본 와서 ㅄ짓한적은 여러번 있지만
이정도로 임팩트가 쎈 일은 처음... 은 아니고 또 한번 있었네 ㅅㅂ 그거는 ㄹㅇ 이불킥 개뻥뻥감 흑역사인데 거의 그거랑 비비는급
뭐 한국에서도 폰 잃어버리는건 큰일이다만 그거랑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외국 나가서 폰을 잃어버린다는게 얼마나 큰 패닉인지 알 수 있었다.
당장 그때 옆에 일행이 없었다면 분고모리까지 길을 몰라서 찾아가지도 못해, 돌아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도 몰라,
그래도 인간이 극한상황에 몰리면 머리가 돌아가긴 하지. 어째저째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봐서라도 찾아서 갔으려나?
그래도 그 순간의 위기를 넘기고 났어도 모든 일정이 다 꼬여버렸을 걸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물론 너무 좋은 추억이 생겨버린 건 맞다. 항상 가보고 싶던 성지에 가서 이렇게 좋은 분을 뵙고 은혜를 입은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
좋은 추억이 생겼기에 나중에 이곳에 꼭 다시 한번 돌아오자고 생각하게 됐고 이 생각이 구실이 되어 여행을 한번 더 떠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이번에 분고모리를 다녀오며 겪은 일이 너무 큰 경험과 공부가 되는것도 맞다.
이런 일을 한번 겪었으니 다음엔 더 조심히 행동하게 되겠고 스트랩이나 목걸이줄을 달 수 있는 폰케이스 제작도 찾아보고 하는 중이고
일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고 나도 누군가 곤경에 처하면 자기 일처럼 성심성의껏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하고 다짐도 하게 되었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역시 안 잃어버리는게 훨씬 좋은 편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순간의 실수로 타천해버렸다.
결과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결국 못찾았으면 크게 엿먹은 기억으로 남았을테니.
뭐 갤 보다보면 공항 헷갈려서 비행기 놓치는놈 숙소 날짜 착각해서 잘못잡은놈 서울에서 행사있는데 부산에 티켓 놓고온놈
가부키쵸가서 돈 뜯기고 온 놈 캡슐호텔에서 노트북 도둑맞은 놈 이런놈저런놈 많던데
비단 외국으로 나가는게 아니더라도 밖에 나가면 조심하자. 외국은 특히 더.
이번 후쿠오카는 뭔가 시작부터 삐그덕거리긴 했다. 패스를 잘못 산다던가 비행기 탑승마감시간 10분 전까지 라운지에서
알람도 안맞춰놓고 자다 공기와 감으로 깬다던가 아침에 알람 잘 맞춰놓고 다시 잠들어서 버스를 놓칠 뻔 한다던가....
게으르고 느리긴 해도 꼼꼼한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전부 다 내 부주의로 인한 일이었고
일본 왔다갔다하는 경험이 몇번 쌓이다보니 익숙해져서 방심을 하고 있던 것 같다. 일본도 엄연히 타지이고 외국인데.
어느샌가부터 집을 나가는 순간 ~ 도쿄 한복판에 서있게 되는 순간 사이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진 길이라 넋 놓고 방심하게 되었던 것 같다.
실제로 쳐맞고 타천하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걸 나는 이번 기회에 다시 느꼈고
다들 나처럼 ㅄ같은 일 겪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