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세츠시오 -1일차-
- 글쓴이
- 얀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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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본 글 주소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109168
- 2020-03-05 14:02:22
내가 이런거 다시는 쓰나봐라
「이상으로 동아리 예산 배정에 관한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기 자리를 정리하고 학생회실을 나섰다.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부장을 대신해 나온 전 학생회장, 나카가와 나나와 그녀를 밀어내고 학생회장 자리에 앉은 나, 미후네 시오리코 이 둘을 제외하고 말이다.
「부탁하신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활동 및 실적 보고서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물론 당신 동아리 부장한테 하는 말입니다.」
「하하...」
스쿨아이돌 동호회의 거의 모든 사무적인 일은 부장, 그 사람을 거쳐서 하게 된다.
또, 듣기로는 부원들의 공연용 곡의 작사, 작곡, 의상 제작에까지 관여한다고 한다.
이렇게나 도움을 주면서 고작 한다는게 스쿨아이돌 보조라니, 내가 다 답답할 지경이다.
또, 그걸 멋쩍게 웃으면서 할말 없다는 듯 표정을 짓는 나카가와 나나의 저 태도도 불만스럽다.
그것이 미안하면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좀 폭넓게 살펴보면 안되는건가? 왜 그렇게 스쿨아이돌에 목을 매는건가?
물론 이 질문을 던지면 돌아올 대답은 뻔하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아, 미후네 씨. 죄송하지만 부탁 하나만 드려도 괜찮을까요?」
「무슨 부탁이시죠? 스쿨아이돌 동호회라면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문제가 생기는 즉시 폐부 조치할 겁니다.」
「그 쪽의 부탁이 아니라... 다음 주 주말에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는 미후네 씨가 처음이라 인수인계 할 겸 제가 동행해도 될지 물어보고 싶은데요.」
「아.」
다음 주에는 1년에 두 번 열리는 코믹 마켓, 줄여서 코미케인지 뭔지 하는 행사가 여기, 니지가사키 학원에서 열린다.
일본 전국의 오타쿠들부터 해외의 오타쿠들까지 모여드는 행사라고 들었다. 원칙적으로는 코미케 주최 측이 통제를 하지만 장소가 학교이니 교실구역의 출입 통제 같은 일부 업무는 니지가사키 학원 학생회에서 직접 하고 있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정보 하나 없이 일을 맡는 거보단 그래도 경험자가 있으면 좀 편해질 것이다.
「그런 일이라면 괜찮습니다.」
「정말요?! 정말이신가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내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미는 나카가와 나나. 순간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곧이어 안정을 되찾고 되물었다.
「왜 그렇게 기뻐하시는거죠?」
「아, 그게.... 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고 말끝을 흐리는 나카가와 나나.
저 인간 당체 종잡을수 없다.
「애니같은 거 좋아하시나 보네요. 개인의 취미에 간섭할 일도 이유도 없지만 기억하십시요. 우리 일은 교실구역 출입을 통제하는 일입니다.」
「아, 네....」
「그럼 다음주 주말에 학생회로 오십시요.」
「네, 감사합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 다시 모범생 모드로 돌아오더니 인사를 하고 학생회 문을 나서는 나카가와 나나.
「정말 알면 알수록 이상한 사람...」
저 사람이 내가 속으로 동경하던 스쿨아이돌, 유키 세츠나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나 목소리 톤,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다.
친언니인 카오루코 언니의 일로 스쿨아이돌이 집안에서 금기시되면서 언니와 같이 했던 아이돌 덕후의 열의는 점점 식어갔고 스쿨아이돌 자체에 냉소적으로 변해갔을 때, 유키 세츠나라는 스쿨아이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가족이 대대로 다니던 가쿠슈인을 때려치고 니지가사키 학원에 입학한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학생회장 나카가와 나나였다니...」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이 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다른 학교에 비해 확연히 차이날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지원도 넉넉하다.
당연히 스쿨아이돌 동호회도 그 지원하에 활성화되어야할 터였다.
그러나 내가 와있을땐 스쿨아이돌 동호회는 가관 그 자체였다.
다른 부원들이나 부장의 능력을 깎아내리려는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유키 세츠나는 스쿨아이돌 동호회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다.
근데 그런 사람이 학생회장과 스쿨아이돌을 병행하며 츄토한파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래서 처음에는 스쿨아이돌 동호회를 폐쇄하여 유키 세츠나를 나카가와 나나로 완전히 바꿔보려고 했었다. 어중간한 스쿨아이돌은 더이상 필요 없다는 심리에서였다.
그러나 전 부원이 전과목 60점 이상을 맞추는 바람에 실패하자 나는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스쿨아이돌 동호회를 폐쇄시키려 하는가?'
그 결과, 나는 아직 유키 세츠나, 스쿨아이돌에 대한 미련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부정할 수 없었다. 엄격한 교육하에 위안이 되어준 유일한 것이 스쿨아이돌이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진로를 바꿔보기로 했다.
'그러면 어중간하지 않게 관리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그 후로 스쿨아이돌 동호회에 집중 마크를 시작했다.
매 시험마다 시험 성적을 확인하며 부원들의 성적을 확인하고 활동 및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게 해 한 명이라도 활동을 소홀히 할 시 바로 폐부시켜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아버렸다.
그 이후로 성적이 동아리 중에 대부분 하위권이었던 스쿨아이돌 동호회가 아사카 카린, 나카스 카스미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또한 훈련이나 체력 단련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게 예산 증액이나 하교시간 연장 등의 간접적인 지원도 하고있다.
「근데 내가 왜 이 생각을 하고 있는거지...」
나카가와 나나와 대화를 하고 나면 항상 이런 감상에 잠기곤 한다.
정말 보면 볼수록 이상한 사람, 하지만 그게 매력인 스쿨아이돌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오늘은 외부 행사로 인해 매우 많은 인파가 예상됩니다. 지난 겨울에도 해보신 상급생 분들은 아시겠지만....」
코미케 행사 당일 이른 아침, 학생회실에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각자 위치에 배치해야 겨우 시간에 맞출 수 있다.
「저와 나카가와 씨는 학생회실에서 지휘하며 가끔씩 돌아보며 점검하겠습니다. 이상 질문 있습니까?」
학생회 전원이 조용히 가만있었다.
지난 겨울에도 동원된 상급생들이 꽤 많이 있어서인지 다들 알고있다는 표정이었다.
「그럼 브리핑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각자 위치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브리핑을 끝내자 모두들 일어나 각자의 자리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나와 나카가와 나나는 학생회실에 남았다.
「이제 우리들은 학생회실에서 대기하면 되는건가요?」
「네. 어딘가에서 상황발생해서 무전이 오거나 하지 않으면요.」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책이라도 가져오는 거였는데 바쁠거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가볍게 온 것이 약간의 아쉬움이었다.
「혹시 괜찮으시면 이거라도 보시겠어요?」
그러면서 나카가와 나나는 나에게 책 한 권을 들이밀었다.
「나이프 아트 오프라인」이라는 글씨와 함께 오타쿠 풍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라이트노벨인가요?」
「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에요!」
역시 나카가와 나나는 오타쿠였다.
하지만 이런 나카가와 나나도 나쁘지 않다.
「이런 것을 학교에 들고 왔다는 건 처음부터 제대로 일할 생각이 없다는 뜻 아닙니까?」
「아, 그게....」
「....원래라면 압수해야 마땅하지만 오늘은 도와주시기로 온거기도 하고, 저도 마땅히 할게 없으니 성의를 봐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이번만입니다. 다음부터는 학교에 이런 책은 가져오지 마십시요.」
허둥지둥 얘기를 마무리 짓고 책을 빼앗듯이 받으며 초장부터 읽기 시작했다.
「....」
읽어보니 남자 주인공이 가상현실 게임 세계에 갇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쓴 라이트노벨이었다.
1시간도 안돼 책을 다읽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나카가와 나나에게 돌려주었다.
「하아.」
「어, 어떠셨나요?」
「...다음 권도 있습니까?」
「네...? 아, 네!!」
결국 종료시간 30분 전까지 점검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그 책에만 몰두해버렸다.
히로인과의 만남과 갈등, 사랑. 그리고 주인공의 악전고투 등, 꽤나 흥미로운 장면들도 많이 보이는 바람에 놓을 수 없었다.
「....이상입니다. 오늘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디브리핑을 끝내고 모두들 서로 인사하며 학생회실을 나섰다.
이번에도 나카가와 나나와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나카가와 씨.」
「네?」
「그 책, 감사했습니다.」
「...네?」
「그 책.... 나름 재밌었습니다.」
「....나.」
「....?」
「미후네 씨도 빠지셨구나! 시즈쿠 씨나 카린 씨도 재미있게 보셨거든요! 그 책 어느 부분이 제일 좋았어요?!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요?! 아직 그 스토리는 초반부에 불과하거든요!!」
관심 조금 줬더니 거기에 편승하여 이것저것 물어보는게 오타쿠 특징이라더니 딱 들어맞았다.
...그 책을 괜히 본거 같았다.
후리후리 | 다 가져와!!!!!!!!!!!!!!!!!!!!!! | 2020.03.05 14:0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