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2월 10일,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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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반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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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18 17:58:15
부족한 글이니 피드백을 아끼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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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요새 외출이 잦네?」
「네? 아, 그런가요..?」
「뭐야, 싱겁기는...잘 다녀와」
「네, 그럼...」
상투적인 인사를 남기고 다이아는 집을 나간다. 어제오늘만의 일도 아니다. 보름이 조금 넘는 날동안 다이아는 매일같이 집을 나서는 것이다. 내가「어디 가는거야?」라고 물어봐도 조개처럼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다. 나는 이런 다이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리 일정한 시간에 나간다면 무슨 학원을 끊었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했다거나 하는 상황일텐데, 그런 것을 나이게 일언반구도 없이 정해버리고 휙 나간다는 점에 심통이 난 것이었다. 원래는 다이아가 나갈 때 마다「마스크 해야지」같은 다정한 말을 건넸었지만, 이러한 의구심이 들고 난 뒤에는 간단한 인사 외에는 일절 다른 말을 하지 않음으로 소소한 반항을 한다. 아무튼 간에, 나는 보름간 쌓인 화가 마침내, 오늘 정점을 찍었기에「오늘 다이아가 집에 돌아오면 마주앉아 보름간의 온갖 행적을 낱낱이 취조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상대방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으레 집에 돌아왔을 시간인데도 다이아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휴대전화마저 꺼져 있으니, 나는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속에서 부아가 끓어올랐다. 이런 미칠듯한 기분때문에 화는 더더욱 난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대충 롱패딩만 걸쳐 입고 집을 나섰다.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우선 근처 상가, 번화가 등을 돌았다. 사실 자주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 근처에 있을 확률은 적었지만, 그래도 집에 있으면 갑갑해서 돌아버릴것만 같았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매일같이 보던 거리를 샅샅이 헤집고 다녔다. 당연하게도, 다이아는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바깥 공기를 쐬고 그나마 냉철해져서 나는 다이아가 어디에 있을까ー하고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다 다이아가 유난히 좋아했던 푸딩집이 떠올랐다. 나와 다이아는 사장님 내외가 우리 얼굴을 기억할 정도로 가게 문턱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왜인지 다이아가 여기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혔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이었다. 나는 홀린 듯 푸딩집을 향해 뛰어 갔다.
가게에 들어서니 주인 내외가 가게를 정리하고있었다. 사실 지금은 꽤 늦은 시간이라 이때까지 셔터를 내리지 않은 것만 해도 큰 행운이었다.
「어르신, 혹시 여기에 다이아가 오지 않았나요?」
「다이아..? 다이아는 두시간쯤 전에 퇴근했는데, 아직 집에 안들어왔나봐?」
「예? 다이아가 여기서 일을 했어요?」
「오메! 우짜쓰까잉, 내 입이 방정이지...」
「...아주머니, 혹시 다이아가 보름쯤 전부터 일을 시작 했나요?」
「그것이...그렇긴 한디...」
「아...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대화가 끝나자 마자 흥분된 상태로 가게를 나왔다. 이제야 실마리가 풀린다. 다이아는 매일같이 이 푸딩집에 와서 일을 했던 것이다. 그나마 안심이 되었지만, 아직 모든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첫째로, 가족의 재정은 쿠로사와 가에서 보내주시는 돈도 있고, 나도 나름 돈을 벌고 있는데 다이아가 무슨 돈이 필요했길래 나몰래 아르바이트를 한 것일까? 둘째로, 그렇다면 지금 다이아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둘째였다. 푸딩집 어르신의 말씀에 따르면, 벌써 퇴근한지 두시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아무 연락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이제는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넣어야만 했다. 다행히 파출소는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다이아였다. 다이아의 옆에는 초면의 남자아이가 울상으로 앉아 있었다.
「카난...」
다이아는 나를 알아보고서는 놀란 듯 말꼬리를 흐렸다.
「다이아. 여태까지 푸딩집에서 아르바이트 했어?」
「예? 아니, 아니고, 그게...」
「방금 푸딩집에 들렀다 오는 길이야.」
「...네, 맞아요.」
「왜 나에게 비밀로 한 거야? 돈이라면 많지는 않아도 둘이서 족히 쓸 돈이 있잖아. 대체 그 큰 돈을 어디에 쓰려고 그랬어, 가지고 싶은 물건이라도 있었어?」
내가 다그치듯 힐문하자 다이아는 한껏 움츠러들었다.
잠시 침묵하다 이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선물을 사려 했어요.」
「선물...? 무슨...」
「오늘은 카난의 생일이잖아요. 설마 내가 그걸 잊겠어요...?」
다이아는 고개를 돌려 눈짓을 한다. 그제서야 다이아의 옆에 있는 길쭉한 박스가 보인다.
「생일 선물로 망원경을 사 주려 했는데, 아무래도 돈이 모자랐어요. 그래서 몰래 아르바이트를 한 거예요.」
나는 망치로 머리를 후려친 듯한 감각이 들었다. TV를 보다 망원경을 갖고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던 걸 다이아는 지금까지 간직해주었다. 그에 비해, 함부로 다이아를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오늘은 돈이 가까스로 모여서, 망원경을 사서 곧바로 집으로 가려 했는데. 꼬마가 길을 잃어버려서 걱정되는 마음에...죄송해요.」
「아냐. 내가 미안해. 사정도 모르고...」
「아니예요. 제가 비밀로 한 잘못도 있으니까요.」
「나는 다이아를 막 의심했는데...」
「모두 제가 하고싶어서 한 일이예요. 카난은 아무 잘못 없어요. 미안해요...」
「......안아줘, 다이아.」
다이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나를 푹 안아줬다. 다이아의 품은 너무나 포근했다. 다이아의 순수한 마음이 내게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아 퍽 좋았다. 그러다 어떤 여인이 파출소 문을 다급히 열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아이의 아머니였다. 여인은 아이를 푹 끌어안고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아마 몇 분 전의 내가 저 입장이었으리라.
「저기 저 누나가 나 여기로 데려와줬어.」
아이가 말하자 어머니는 그제서야 우리를 본다. 여인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다이아의 손을 잡고 흔들며 연신 감사를 표한다.
「약소하지만 받아주세요. 제 성의입니다.」
하고 여인이 다이아에게 흰 봉투를 들이밀었다. 다이아는 멋쩍은 듯 거절하려 하지만 여인은 우악스럽기까지 한 손짓으로 다이아의 가방에 봉투를 집어넣고 파출소를 떠났다. 봉투 속에는「금 10만원 정」하는 글자가 가운데에 떡하니 박혀 있는 수표가 열댓장 보인다. 망원경의 값을 제하고도 족히 남는 돈이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수표로 술과 안주를 사는 희귀한 경험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이아, 내가 했던 소리를 담아두고 있던거야?」
「네. 너무 갖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걱정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 추운 겨울에...
아르바이트에 간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죄송해요. 그래도 깜짝 선물인데...」
「나는 깜짝 선물같은 거 필요 없어. 나는 다이아만 있으면 되니까...오늘 얼마나 걱정했는데.」
다이아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취기 때문이든 부끄러워서든 큰 상관은 없다. 나는 벌게진 두 볼을 양손으로 쓰다듬는다. 다이아는 야릇한 눈빛을 내게 쏜다. 하늘도 내 기분을 아는지 창밖에서는 함박눈이 온다. 우리는 서로 볼을 찔러대며 장난치다가 이내 웃음을 짓는다. 더이상 망원경은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망원경에 담긴 다이아의 마음일 것이다. 나는 그것만 있다면 평생을 행복에 함뿍 취해 살아갈 수 있다. 단언컨대 이 망원경은 내 생애 최고의 생일선물이다.
-저번에 올렸던 글은 반응이 너무 저조해서 파했습니다.
아마 대부분은 내가 다른 글을 올렸을지조차 모를거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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