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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축전SS] 카난 "화이트 버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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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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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059773
  • 2020-02-17 15:56:39
 

“뭐? 보물찾기?”


겨울방학도 끝났겠다, 다시 봄방학을 기대하게 만드는 개학날 월요일.
더 이상 연습도 없는 부실에서 치카가 꺼낸 말은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뭔가 감추고 있다는 것만은 눈치챘지만 ‘다들 모여서 축하인사나 해 주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웬 보물찾기...


“응!”


“나더러 직접 찾으라고?”


“응!”


“내가 왜?”


“아, 진짜!”


답답해하는 치카의 표정.
아니, 원래는 내가 답답해해야 하는 거 아냐?
선물이라면 여기로 가져오면 서로서로 편할텐데.
불평을 뿜뿜 늘어놓는 치카의 모습이 귀여움과 짜증의 경계를 넘나들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러니깐, 뭔가 대단한 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흠.”


“그러니까 카난짱은 바로 보물을 찾으러 떠날 것. 알겠지?”


“치카가 가져오면...”


“갸아아아아악!”


“악, 잠깐만, 그거 던지면 어떡해?”


내 짜증보다 더 폭발했는지 보이지 않는 화염을 뿜으며 마구 돌아다니는 치카.
정리하겠다며 쌓아놓은 가사집들을 던지는 것은 보너스였다.
요우로부터 평범괴수란 건 말로만 들었지만 저거 말하는 거였구나...
저걸 눈앞에서 당했던 요우와 리코에게 묵념.


“아무튼 난 간다! 카난짱은 알아서 찾아와!”


“으에에...”


쾅!


“뭐 어떡하라는 거냐...”


거세게 닫힌 문이 불쌍해보였다.
창 밖에서는 잔뜩 약이 올라서 전화를 하는 치카의 목소리.
누군진 모르겠지만 다 같이 모인 대화방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거겠지.
명백한 증거로, 방금 다이아에게서 받은 답장에선 ‘그냥 오세요.’라고 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나.


그나저나 어디로 오라는 말일까...
슬슬 둘러보다가 문 앞에 떨어진 봉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치카가 떨어뜨린 것일까, 열어보니


[쇼게츠]


와 함께 돈 약간이 들어있었다.
쓰여진 대로 오라는 걸까?
그런데 돈은 어디에 쓰지...?


주인을 알 수가 없어 책상 위에 얌전히 둔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어머! 카난짱, 오랜만이야.”


“잘 지내세요?”


“그럼, 잘 지내고말고. 전에 무슨 대회 우승했던 거 축하해.”


“헤헤... 감사합니다.”


신곡 회의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들렀던 곳.
러브라이브도 끝나고 방학이었던 탓에 올 일이 없어서 오랜만이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그 이후에 하시는 아주머니의 말씀은 눈을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자, 여기. 준비해뒀던 타라미수랑 녹차. 합쳐서 700엔이야.”


응????????????


“에? 네?”


“친구가 미리 예약해놓곤 돈은 카난이 낼 거라고 하던데?”


“어떤 ㄴ... 아니지, 누구요? 언제?”


“1시간 전에. 그리고 친구 이름은 비밀. 돈 없으면 어쩌냐고 물었더니 걱정 없다고도 했었어.”


앗, 설마.
봉투 안에 들었던 돈이 이걸...?


“설마 진짜로 없는 거라면 외상으로 달아놓을까?”


“아, 아뇨. 지갑에 돈 있으니까...”


“다행이네. 맛있게 먹어.”


“감...사합니다.”


일주일 용돈의 반 이상이 날아갔어...
차라리 학교에서 다시 봉투를 가져왔어야 했던가.
오늘 당장 돈을 쓸 일은 없어서 다행이겠지만...
잡히면 가만 안 두겠어, 치카.


자리를 잡기 위해서 카페를 둘러보면 학교에서처럼 흰 봉투가 있는 탁자가 있었다.
창가의 자리, 너무도 인위적인 분위기.
직감이 말해준다, 내 자리는 저기다!
그럼 따라야지.


쟁반을 내려놓고 봉투를 열었다.


[학교 강당]


...
이거, 놀리려는 목적은 아니었겠지.
여기서 케이크 먹고 학교 강당으로 돌아가라니,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그래도 자신들 돈으로 이렇게 먹여줬으니 불평할 입장이 아니긴 하다만...


속이 불편한 탓에 녹차 한 입.
그리고 녹아내릴 것만 같은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내어 입에 넣는다.
허이구야 이런 케이크도 있었구나.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못 먹어봤는데, 이런 거라면 550엔 가격이 될 만하다.
보드라운 크림에 싸인 밀가루 솜사탕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살살 녹는다.


절반 쯤 먹었을 때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우리들이 가게를 점령해서 구석 자리는 시끌시끌했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가게 음악소리, 주방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나를 감싼다.
그 소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녹차를 내려놓을 때에도 천천히.
잠깐 포크를 내려놓고 탁자에 엎드리면 들리는 모두의 말소리가 정겹다.




“잘 먹었습니다.”


“조심히 가렴.”


타라미수라 했었나? 단 맛과 녹차의 향이 최고의 조화를 이루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이네.
차 종류가 많은데 굳이 녹차를 선택한 건 다이아인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고급 케이크를 떠올린 건 마리의 아이디어인 것 같기도 하고.
속이 든든해져서 그런지 발에 힘이 실린다.


전에는 이렇게 걸어가면서도 말이 끊일 새가 없었지.
새삼 혼자서 걸어가니 보이고 들리는 것이 많다.
저 멀리서 들리는 바다소리.
간간히 들리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말소리.
그리고 꼬물꼬물 기어가는 구름...
엥, 구름?
좀 불안하네... 서둘러야 하나.


후다닥 도착한 학교는 예상대로 아무도 없음.
먼저 부실에서 내 지갑을 도로 채운 후에 강당에 있는 단상으로 향했다.


단상에 위치한 하얀 봉투를 찾았다.
다만, 그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우승 직후 강당에 쭉 둘러서 설치한 활동사진들.


이탈리아 여행 사진들.
관객석에서 찍은 무대 사진, 마을 신문 사진들.
우리 학교 마지막 졸업식, 종업식 준비 자료.
마지막의 학교 축제 사진들.
연습하던 사진들.
PV 하이라이트 모음.
우치우라 마을 축제.
후배들이 만들어냈던 연등 기원.
그리고 치카, 요우와 리코가 함께했던 첫 번째 무대.


아, 잠깐만. 울 것 같잖아.
여자애를 이런 식으로 울리려고 하다니 다들 너무하네.
어찌해볼 수 없는 뭔가가 자꾸 들어차서 섭섭한 감정을 메워버린다.


한창을 그러고 있다가 이제야 봉투 생각이 났다.
준비해놓은 성의를 봐서 이번 봉투도 열어봐야겠지.


[즈라마루의 절]


...ㅋㅋㅋㅋㅋㅋ
그냥 숨길 생각도 없구나.
아마 이 친구라면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고 퉁쳤을테니, 이럴 법 하다.
그래서 이젠 의심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절에서는 썩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만, 개인적인 기억엔 한 가지 관련된 것이 있었다.
지금은 기억이 좀 애매하게 남았지만, 확실한 건 지금의 나를 이룬 전환점이란 것.
부모님과 생일이 되었다하면 이곳에 방문해 기도를 드리곤 했다.
중학교 때부턴 굳이 같이 오지 않고 혼자서 오게 되었지만 말이다.
여길 추천한 친구는 내 일을 알지 못하겠지만, 우연의 일치는 놀라운 법이다.


아무튼, 마지막 봉투에는


[집]


후훗, 그렇군.
지금까지 내 집에서 준비할 시간을 벌겠다는 뜻이었던가.
정말 굉장하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조금 일찍 올 수 있다고 들떴던 아빠, 흥미롭다는 웃음을 흘렸던 엄마.
그리고 나와 관련된 기억들.
Aqours 친구들.


가슴이 부풀어 올라 달리기 시작하면 하얀 눈이 내렸다.
이 눈송이에는 이 추억, 저 눈송이에는 저 추억.
내가 태어났을 때에는 눈이 내렸었다고 나를 눈송이에 비유하던 눈꽃들.


그리고 마침내 집 대문 앞에 서면,


“화이트 버스데이!!”


-----------------

눈뽕 맞고 쓰는 8일 지난 축전...


모음집

;ㅇ; 이자는 물갤의 보배인데스웅 2020.02.17 15: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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