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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발렌타인
글쓴이
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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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045553
  • 2020-02-14 03:04:22
  • 58.141
 





“예상대로군요.”


학생회장, 미후네 시오리코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선언했다.


“뭐가...?”


“세간에서 발렌타인 데이라 떠드는 오늘인데, 빈손으로 돌아다니고 계시지 않나요?”


역시 매서운 아이다,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대신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동호회를 폐부시키겠노라 선언했을 때도, 세츠나를 밀어내고 학생회장이 되었을 때도,


시오리코는 이렇게 예리한 칼처럼 파고들어왔다.


상대가 누구든, 매섭게 찔러 꼼짝 못 하게 만든다.


그런 사람이었다. 시오리코는.


“...네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는데.”


“저는 학생회장입니다. 학생들의 생활과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살피는 게 책무죠.”


시오리코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런 장난같은 기념일을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학생으로서 미래를 도모해야 할 지금 시기에, 


시덥잖은 일에 사로잡혀 본분을 등한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죠.”


차갑게 단언한 뒤 그녀는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벌써 당신과 같은 학생을 몇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도대체 발렌타인이 뭐길래


모두들 이렇게 들떠서 웃고 울고 하는 건가요?”

 



나는 왜 혼나고 있는걸까?


훈계를 할 셈이라면 그 흔한 우정초코도 받지 못한 내가 아니라


한아름 초콜릿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를 골라야 하지 않을까?


뒷짐을 진 시오리코의 모습이 사뭇 고압적으로 다가왔다.


선생님에게 훈계를 듣는 듯, 나는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1학년에게 혼나는 2학년이라니, 정말이지 창피했다.


하물며 다른 것도 아닌 발렌타인 초콜릿 때문에!




시오리코는 한동안 의기소침해진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한풀 누그러진 태도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가끔은 어울려 줘도 되겠죠.”




별안간, 시오리코가 뒷짐 진 등 뒤에서 무언가를 내밀었다.


…… 상자?


뜻밖에도 그녀가 내민 것은, 정성스레 포장된 작은 상자였다.


이건 설마..? 이걸 주는 건가? 나에게?


나는 당황한 채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내버려 두실 건가요? 팔이 아픈데요.”


그 말에 퍼뜩 정신이 들어, 얼른 시오리코에게서 상자를 받아들었다.


“아, 미안해..”


상자를 건네 준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 아이는 이렇게 웃을 줄도 아는구나.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착각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당신은 장래에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을 쓰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여러모로 손해입니다. 


학교에 있어서도, 당신 자신에게 있어서도, 저에게 있어서도...”


시오리코는 짐짓 차가운 얼굴로 덧붙였다.


“응? 마지막에 뭐라고..?”


“아, 방금 한 말은 신경쓰지 마시길.”


시오리코가 재빠르게 덧붙였다.


“학생들의 사기 진작 차원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알았어..”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당신이 저와 함께 있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곘죠.”


말을 마치고 시오리코는 내 옆을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아, 저기, 그, 고마워..!”


대꾸할 리 없다고 생각하며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대답하듯 뒤돌아 나를 보며 아까의 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홱 돌려 복도 저 편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누가 볼 새라 주위를 두리번거린 뒤, 


가슴에 상자를 안고 시오리코의 반대방향으로 바쁘게 걸었다.


상처를 감추듯 가슴팍에 꼭 감싸안은 상자가, 내 가쁜 호흡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LuCianoPon 2020.02.14 03:06:22
H_ERO 2020.02.14 03: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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