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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창작 7일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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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반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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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13 14:09:06
「지루해.」
바로 이것이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내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다. 내 일과는 해가 뜨면 집을 나서 출근하고, 해가 지면 잠깐 선술집에 들렀다 집에 돌아와서 기절한 듯 자고, 주말이 오면 밀렸던 집안일을 마치고 문드러져서 예능을 본다던가 하는 재미없는 일상이다. 심지어 요즘은 유일한 삶의 낙이었던 선술집마저 흥미가 떨어져 "이제는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 라는 고민이 절로 난다.
때문에 오늘은 모처럼 돌아오는 금요일이지만 별 감흥이 들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여느때같이 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이번에는 일과였던 선술집을 들렀다 오지 않았는데, 싫어하는 대머리 부장이 오늘 그 선술집을 가려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였다. 물론 부장이 선술집을 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마주치는것보다는 나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에 단 한번 오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편의점에서 4캔에 10000원 하는 낯선 상표들의 수제맥주와 닭꼬치를 사서 단촐한 술상을 차렸다.
맥주를 한모금 쭉-들이키니 베란다의 이중 창문을 뚫고 달빛이 떠올랐다. 오늘이 음력으로 15일쯤 되려나보다. 보름달을 바라보니 문득 "고향의 달도 저런 아름다운 모습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찾지 못한 까닭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고향의 집도, 부둣가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학교가 너무나도 그립다. 동생 루비도, 아쿠아의 모두도, 그리고 마리도...어느새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이 착잡한 기분을 잊기 위해 술을 연거푸 마시니 금세 정신을 잃고 바닥에 곯아떨어졌다.
「똑똑」하는 소리가 대문에서 들려온다. 모처럼 주말이기도 하니 술기운을 빌어 잠이나 푹 자볼까 했지만 저 노크 소리에 잠에서 깨버렸으니 여간 짜증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문에서 고작 몇 뼘 옆에 있는 초인종을 제치고 굳이 노크를 했다는게 신경쓰인다. 이 늦은 시간에 집을 찾은 이유도 궁금하다. 이러한 일련의 호기심때문에 쉽사리 잠이 오지도 않는다. 차라리 번지수를 잘못 찾은 취객이면 좋으련만. 노크 소리는 몇분 계속되다 결국 멈춘다. 그래, 저 놈이 드디어 포기했구나 하는 순간...
「다이아-」 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내 귀에 꽂힌다.
반응 좋으면 더써옴
글쓰기 연습하는 겸으로 쓰는거니까 쓴소리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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