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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창작 오늘, 우리 집에 자러 와 (요시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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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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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2-07 19:04:22
" 요시코 쨩. "
" 요하네야, 리틀 데몬 4호. "
" 오늘, 우리 집에 자러 올래? "
" 크헉! 켘! 콜록! 콜록! "
그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 맛 음료수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반절 가량 바닥에 쏟아버린 건 순전히 루비 때문이었다.
" 요시코 쨩. 바닥을 그렇게 더럽히면 못 써? "
" 아니, 너, 너희 집에? 자고 가라고? 오늘...? "
" 응. 오늘, 우리 집. 요시코 쨩, 혹시 바빠? "
순진함만 200% 정도 담긴 듯한 눈망울을 또르르 굴리면서, 되묻는 내가 이상하다는 듯이 재차 확인시켜 주는 루비.
나랑 루비는 연인의 계약을 맺은 지 한 달쯤 된 커플이다. 루비 쪽에서 고백해 왔고, 첫 키스도 루비가. 유약한 소동물계인줄만 알았던 이 아이와 사귀고 나서, 루비는 진심이 되면 무섭다는 걸 점차 알게 되었다. 고백도 살짝 붉어진 얼굴이었긴 했지만 말조차 더듬지 않고 했었고, 첫 키스도 너무 자연스럽게 루비 쪽에서 입을 맞춰왔다. 내가 알던 삐기- 나 오네쟝- 을 입에 달고 살던 루비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싶을 정도로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루비가 싫어졌단 얘기는 절대 아니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오히려, 전보다 두근거리는 느낌... 조금 분하지만.
그리고 지금 이 무서운 아이는, 사귀고 나서 한 달만에 연인에게 자러 오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저 혼자 있는 집에!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 루비, 오늘은 분명... "
" 응, 본가에 일이 생겨서 언니랑 부모님 없이, 집에는 루비 뿐이야. "
" ...음, 음. 루비 혼자... 그렇구나. "
" 응, 루비 혼자야. "
" 아~! 그런데 오늘은 리틀 데몬들과의 인터넷 방송 약속이! "
말을 끝내기도 전에 루비가 핸드폰을 꺼내서 무언가를 뒤적인다.
" 요시코 쨩, 오늘은 분명 방송 없는 날이지? 여기, 방송 일정표 봐. "
그러고 보니, 루비는 내 방송 매번 챙겨볼 정도로 열성 리틀 데몬이지... 루비가 나를 보고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 요시코 쨩, 최근 피곤해 보인다 싶더니... 착각했구나? "
" 요하네야!! ....여, 역시 리틀 데몬 4호네! 나랑 특별한 연인의 계약을 맺은, 최상급 리틀 데몬다워. 그런 충성심, 아주 기특해! "
" 에헤헤... 루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
생글생글 웃는 루비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죄책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나는 왜 도망치려고 했던 거람, 거짓말까지 하면서... 생각해보면 루비랑 같이 자는 건 연인이 아니었던 때에도 자주 있던 일인데 말이야. 그 루비가 설마! 아무리 진심이 된 루비라도 나랑 루비 사이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이상한 상상만 잔뜩 해 버린 내가 밉다.
" 아하하... 그거 좋네! 루비만 그 큰 집에 남겨둘 수는 없으니까, 즈라마루도 부를까? 오랜만에 셋이서 아이돌 비디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거나 하고! 이거야말로, 리틀데몬들과 타천사 요하네의 비밀의 연회... "
" 요시코 쨩. "
" 왜, 루브읍...! "
내 입술에 살짝 손가락을 대고, 귀여운 동물이라도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능글맞은 눈웃음을 친다.
" 마루쨩은 다음에. 나는 요시코 쨩한테만 권유하고 있는 거야. 우리 집에 자러 오라고... "
" 루, 루비, 너 무슨... "
" 그래서, 요시코 쨩은 좋아? "
요하네, 침착해!! 이상한 생각 하지 마!! 이게 무슨 네가 히키코모리 시절에 맨날 보던 만화책인 줄 알아!? 그 루비야!! 간바루비에, 삐기 삐기 하고, 소동물에, 언니바라기인... 이렇게 순수한 애를 네 망상으로 더럽히지 마! 그냥 나랑 단둘이, 연인다운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것 뿐일거야...! 생각해보면 요즘 둘만 있을 기회가 없었지? 루비는 단지, 나랑 같이 있고 싶었던 것 뿐...
" 아하하... 죄 많은 리틀 데몬이네. 요하네 님을 독점하고 싶은 거구나? 즈라마루도 끼어 있다면 더 즐겁겠지만, 가끔은 우리 사이의 계약의 밀도를 재확인하는 시간도 필요한 법이니까... "
내 말을 들은 루비가 쿡쿡 소리 죽여 웃더니, 속삭이듯 대답한다.
" 싫다, 요시코 쨩... 마루쨩까지 데려오고 싶다니, 변태. "
" 너, 뭐라고... 방금 무슨... "
루비가 살며시 의자에서 일어나서 내가 앉은 자리 뒤쪽으로 다가와서는,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루비가 항상 쓰는 달큰한 딸기 향 샴푸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지근거리에서 루비의 숨결이 귓가에 닿는다.
" 그야, 연인다운 놀이 할 건데... 마루쨩까지 욕심내는 건 변태잖아? "
" 연인... 놀이...? "
" 우리 집은 좀처럼 비지 않으니까, 지금밖엔 없는 걸...? "
" 루비! "
내 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루비의 팔을 잡고 단호하게 외친다. 그냥 기회가 왔다고, 흐름에 휩쓸려서 해 버릴 수는 없다. 루비는 유약한 아이니까, 부담감을 느껴서 서두르는 건지도 몰라... 내가 확실히 해 두지 않으면 애인 실격이야.
" 엣...? 요시코, 쨩...? "
" 그러니까, 정말 하고 싶은 거야...? 물론 싫다는 건 아니야!! 어느 쪽이냐고 하면, 나도 루비랑 그, 그런 걸 하고 싶어.. 루비는 예쁘고, 상냥하고... 무엇보다 내 리틀... 아니, 여자친구니까. 나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라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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