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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번역/SS] 30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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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3028051
  • 2020-02-07 14: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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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773659


Guilty Kiss 및 Last regrets를 쓰신 え〜もん센세(https://www.pixiv.net/users/9743534)의 작품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라 꾸역꾸역 번역해가며 읽고 있는데, 기왕 번역한거 다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올림.

투고 코멘트에도 쓰여 있지만, Last regrets의 후일담 같은 느낌의 이야기인데 Last regrets를 읽고 읽는거랑 아닌거랑 꽤나 감상에 큰 차이가 있을거 같음

문제는 Last regrets가 다들 멘탈 데미지를 호소하는 작품이란건데.....


멘탈 데미지에 주의하고서라도 읽어볼 사람은 Last regrets의 번역본 링크: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5886365


# 투고 코멘트

호노카의 결혼식 이야기 'Last regrets'로부터 5년쯤 지난 후의 '코토에리'입니다. 우선 'Last regrets'를 읽지 않았어도 이해는 가능합니다만, 읽어주신 분을 대상으로 쓴 이야기이긴 합니다.




오역 및 의역 주의. 





『30』


눈을 떴다. 몸이 조금 무겁다. 침실의 더블 베드. 베개는 두 개 놓여져 있지만 자신이 쓰고 있지 않는 쪽엔 아무도 없다. 침대 머리판에는 잡지 『an·an』이 접혀져 놓여 있다. 분명 어제 저녁 늦게, 섹스 특집을 잔뜩 취한 채로 읽으면서 "남자 귀찮아"라며 웃고 있었다.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킨다. 허리 높이의 장롱에는 7개의 사진틀이 어수선하게 놓여져 있다. 청소할 때에 배치가 변하긴 해도 이 세 달간 수는 변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늘어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들은 먼저 간 고등학교 시절 동료들의 영정 사진! 이라고, 믿게 만들기도 한다.


우선은, 코사카 호노카.


코이즈미 하나요. 호시조라 린. 소노다 우미. 야자와 니코. 니시키노 마키.


그리고, 토죠 노조미.


포트레이트에 찍혀 있는 7명은 모두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리고 지금에서는 대부분이 고등학교 시절과는 다른 성씨를 갖게 됐다. 침대에서 내려와 침실의 커튼을 연다. 토요일. 오전 9시. 창문을 연다. 시원한 가을 바람. 아주 좋은 날씨. 아야세 에리. 30세. 8년차 은행원. 태어나서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성씨 부분에 변화는 없다.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리고 룸메이트가 슬쩍 얼굴을 내민다.


"아, 일어나 있었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아침 밥, 다됐어-"


미나미 코토리. 30세.


학년이 하나 아래인 후배와 룸 쉐어를 시작한 것은, 딱 1년 전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학원의 이사장을 하고 있던 그녀의 어머니가 55세의 나이로 재혼하게 되었다. 마음씨에 상냥한 부분이 있는 코토리는 마음을 써서 집을 나가기로 했다. 때를 같이 하여, 자신의 여동생인 아리사가 2년간 사귀어 온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눈치 있게, 자매가 살던 방을 나가기로 했다.


어쩌다 만났을 때 그런 이야기가 되어서, 둘이서 살까, 라는 전개가 되었다. 코토리의 어머니는 신경을 써준 딸에게 감사의 의미로 둘이 살 방의 집세를 모두 부담하겠다고 이야기 해줬다. 약 12만엔. 반씩 나누어도 6만엔은 필요했을 집세가 0이 되었다.


사회인인 두 사람에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제법 늘었다.


"또 노조미쨩의 사진 보고 있던거야?"

"노조미만은 아니긴 하지만"


3개월 전. 친한 친구인 토죠 노조미의 결혼식에서 자신은 줄곧 울기만 했었다. 처음 만난 그녀의 아버지보다도 울고 있었다. 흐느껴 울고 있었다. 8명이서 쓴 『신부 사용 설명서』를 중간부터 읽지 못하게 되어서, 야자와 니코가 대신해 줄 만큼 통곡했다. 물론 슬퍼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행복해지는 것에 지독히도 서투른 노조미가 최고로 행복해 보였으니까.


뱃속이 울린다. 거실로 향한다. 좋아하는 북유럽풍의 의자에 걸터 앉는다.


"오늘은 테키토 카르파쵸야"


식사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코토리의 담당이었다. 정리하는 것은 자신의 담당이었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사시미나 야채로 카르파쵸를 만들어 주었다. 수제 드레싱을 뿌려서 먹는다. 여동생과 둘이서 살던 때, 아침밥은 토스트와 야채 주스 뿐이었다. 지금은 꽤나 호화스러워졌다.


"아, 빵이 구워졌다"


코토리가 토스터에서 여우색의 방금 막 구워진 바게트를 갖고 온다. 이 바게트는 호노카가 남편과 경영하고 있는 빵집에 가서, 주에 두 번 사오고 있는 것이다. 버터를 바른다. 서로 밖에 나갈 예정이 없거나 하면, 대뜸 아침부터 글라스 와인을 마시는 일도 있다.


햇살이 충분이 들이쬐는 거실. 한가로운 휴일의 아침.


"그러고보니 린쨩도 임신했대"

"헤에, 하나요네 애랑 동갑이겠네"

"대단한거 같아. 소꿉친구인 두 사람의 아이가 또 같은 나이의 소꿉친구라는건"

"그러네"


호시조라 린, 코이즈미 하나요. 두 사람 다 성은 변했지만, 여전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 살고 있다. 린은 외식 체인의 정직원, 하나요는 니시키노 병원에서 관리 영양사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일은 그만두려나?"

"그러겠지. 둘 다 꽤나 힘든 직장이니까"

"출산 휴가네. 놀러 가야겠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이 1년동안 스쿨 아이돌 『μ's』의 멤버였던 3명이 결혼했다. 이렇게 마주보고 아침밥을 먹고 있는 둘만이 남겨졌다. 남겨졌다, 라는건 자신의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눈 앞의 코토리에게서 그런 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잡을 수 없는 여자아이. 고등학교 시절, 사실은 둘이서 얘기했던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룸 쉐어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꽤나 망설였지만, 마지막에는 같이 사는 것으로 결정했다.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코사카 호노카가 25년 남짓 줄곧 가장 친한 친구로 있었으니까, 나쁜 인간일리가 없다.


이렇게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확신한다. 나쁜 인간이 아니야, 라고. 그렇지만, 생각한다. 잘 알 수 없는 아이라고. 거의 감정적이 되지 않는다. 화내는 일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도 없이 대부분 생긋생긋 웃고 있다.


자신이 일에 대한 푸념을 하고 있으면 조용히 들어준다. 그렇지만, 그녀가 푸념을 하는 일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다. 누군가의 험담을 하는 것도 들은 적이 없다. 지뢰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오히려 신경쓰게 되는 부분도 있다.


아마 지나친 걱정이겠지. 그렇게나 마이 페이스인 호노카를 계속 웃으며 지켜봐 주었으니까.


"날씨가 좋으니까 청소하고 빨래하고 나가자"

"그래"


잘 먹었습니다. 아침밥을 먹으면, 자신이 식기를 씻고 있는 사이에 코토리는 세탁기를 돌린다. 의류 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 30살이 가까워졌을 무렵, 드디어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내게 되었다. 코토리의 이미지가 점포 앞에 세워지게 됐다.


'최소공배수이긴 하지만 말야'


처음으로 직접 디자인한 옷이 상품화 되었을 때, 코토리는 M 사이즈를 들고 돌아와선 중얼거렸다. 1장 있으면 편리하다구요. 그런 식으로 손님에게 소개될 것 같은 보더컷소였다. 생각해보면, 그건 그거대로 그녀 나름대로의 불평이었을지도 모른다.


식기를 다 씻고 나면 청소를 한다. 귀찮긴 해도, 반드시 매 주 하도록 하고 있다. 여자 둘이서 살다 보니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쌓이기도 하고, 목욕탕도 어질러진다. 세탁기가 멈추고, 코토리가 덮개를 연다. 두 사람의 3일분 세탁물이 바구니로 옮겨진다.


"에리쨩, 빨래 널게-"

"응. 잠깐만"


목욕탕 청소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말을 건다. 손을 멈추고, 거실에서 재떨이와 담배를 갖고 베란다로 나간다. 넓게 만든 베란다. 거실과의 경계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다. 세탁물을 널어둔 채로 담배를 피우면 축축한 의류에 연기가 닿는다면서 코토리가 싫어하니까.


연기를 토해내고 있으면, 코토리가 옆에 앉는다. 옷에 담배 냄새가 배는 것은 싫어하지만, 담배를 피는 사람의 옆에 있는 것은 싫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기보다, 기본, 혼자인게 익숙치 않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 호노카나 우미와 함께였다. 누군가가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오봉때의 교토 투어 사진, 다 됐어"


사진틀에 넣은 투샷을 보여준다. 오봉의 연휴에 둘이서 교토에 갔다 왔다. 둘이서 무희로 변장했다. 아라시야마에서 인력거를 탔다. 밤에는 폰토쵸의 바에서 늦게까지 마셨다. 2박 3일이었는데도 혼자 10만엔 가까이 쓰고 왔다. 해외여행이냐고. 살짝 자신들에게 태클을 걸었다.


"에리쨩, 무희라기보다는 수상한 기생같은데"

"코토리도 적당적당인 걸"


찬장에 놓아 두자. 뭐, 다른 7명은 웨딩 드레스지만. 웨딩 드레스를 입는 것은 행복하겠지만,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가족 서비스나 육아와는 다른 행복을 찾아나가자. 애초에 인생은 아직 50년이나 있다. 반환점을 돌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을 생각해버리는 시점에 이미 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에리쨩의 F컵 브라랑 비교하면 패배감이 생기네"

"몰라, 그런거"


담배를 끄고, 둘이서 세탁물을 널어 간다. 코토리를 보면, 자신은 모든 것에 대해서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코토리가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1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그녀가 안고 있는 감정을 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래. 선입견은 좋지 않다.


둘이서 이사한 날, 그녀의 어머니인 전 이사장은 '딸과 사이좋게 지내주세요'라고 판에 박은 듯한 인사를 한 후, 살짝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손이 너무 가지 않아서, 자신의 육아 방식이 올바른건지 아닌지를 아직까지도 알수가 없어'


30년 가까이 함께 살았던 어머니마저 코토리에 대한 것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코토리라는 여자 아이가 '사람에게 걱정 받지 않는 천재' 일지도 모른다.


"청소하고 나면 쇼핑이라도 나가자"

"그러자. 날씨도 좋고"


코토리가 웃는다. 호노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밝다. 호노카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마이 페이스였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는 최고의 상대였지만, 괴로울 때는 그 밝음을 무거운 책임으로 느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호노카에게 계속 어울려 준 코토리는, 대범하지만 타인의 기분에 민감해서 무척이나 잘 신경 써준다. 상대의 기분과 밸런스를 잡아나가면서 밝게 행동하고 있다.


"에리쨩, 청소하자-! 뭘 멍-하니 있는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어쩌면, 고등학교 시절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 손실일 정도로, 귀찮을 정도로 기복이 심한 자신에게 필요한 인간이었던 것이 아닐까. (이제서야) 이렇게 둘이서 살게 되어서, 조금 후회되기까지 했다.


………


청소를 마치면 집을 나선다. 두 사람 다 옷이 많기 때문에 옷장은 꽤나 꽉 차있다. 오늘은 원피스 기분이라든가 같은 색으로 하자든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옷을 갈아 입는다. 옷을 갈아 입으면, 이번에는 똑같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화장을 한다. 평일은 그러면서도 둘 다 아침 준비가 몹시 빠르다.


"엄마가 오늘은 쓰지 않는 거 같으니까, 차로 갈까?"

"싫어. 코토리가 운전했던 거, 오키나와가 마지막이었잖아?"

"그런데?"

"나하의 거리에서 패닉에 빠져 죽을 것 같이 된 건 누굴까?"

"에리쨩이었는 걸"

"코토리의 운전이 너무하니까 수명이 줄어든거잖아!?"


그런 고로, 전차로 가는 것으로 한다. 교외의 쇼핑몰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다. 그러고 영화를 보고, 슬렁슬렁 몰 안을 돌아 다닌다. 코토리가 정말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에도 들어가본다. 노란색 새 인형을 재빨리 찾아내선 바로 끌어 안는다.


"에리쨩, 얘 되게 푹신푹신해!"

"꽤나 푹신푹신해 보이네"

"살까~"

"사는건 안돼. 안 그래도 쿠션 같은 게 많은 걸"

"그렇지. 여기서 잔뜩 푹신푹신하고 가야겠다"


둘이서 인형 코너에서 푹신푹신 하고 있자니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앗, 코토리쨩! 에리쨩!"


이름을 불려서 코토리와 둘이 인형을 안은 채로 돌아봤다. 한 가족이 있다. 심플한 진을 입은 호노카와 러거 셔츠가 어울리는 그녀의 남편과, 그 가운데에는...


"코토리 언니, 안녕!"

"네—, 안녕! 드디어 기억해줬네!"


호노카와 똑같이 오른쪽으로 자그맣게 머리를 묶은 여자 아이가 생글생글 웃고 있다.  코토리가 다가서선 여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호노카와 꼭 닮아서 눈과 입이 큰 여자아이는 이쪽의 존재를 눈치채고 기운찬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작은 아이는 아무래도 어려워서, 딱딱한 억지 웃음이 되어 버린다. 그건 민감한 어린 아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코토리의 뒤에 숨기로 한다.


"무서워 하지 않아도 괜찮다구. 이 사람은 '에리 아줌마'라고 불러"

"에리 아줌마! 안녕!"


코토리가 웃음을 터트린다. 처음 들은 '아줌마'가 마음 속에 울려 퍼진다. 호노카가 당황해선 주의를 준다.


"얘, 리호! 에리 언니잖니!?"


리호. 3살이 되는 호노카의 딸. 한자로 쓰면 '里穂'다.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호(穂)'는 물론 호노카(穂乃果)에서 따온 것이지만, '리(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첫 사랑의 대상인 '아야세 에리(絢瀬絵里)'의 '리(里)'에서 따왔을 지도 모른다. 그건 제멋대로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코토리는 '코토리'의 '리'라구, 라며 억지인 주장을 하고 있다. 단지 글자가 좋아서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에리 언니! 처음 뵙겠습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은 때부터 몇 번이나 만났는데도 전혀 기억해주지 못한다. 호노카가 곤란한 얼굴을 한다. 어쩔 수 없다. 코토리처럼 '츙츙'같은 걸 하며 익살스럽게 보인다든가, 그런걸 할 수 없어서 소통을 하지 못했으니까 기억에 남지 못해도 어쩔 수 없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반년 정도 전에는 유모차에 타고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걸어 다닌다. 인사를 한다. 작은 아이는 만날 때마다 크게 변화해 간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되어 버린다.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자신은, 그래서 어려워하는 걸지도 모른다.


"리호쨩, 얘 되게 푹신푹신해~"

"푹신푹신?"

"응, 푹신푹신!"


코토리가 안고 있던 인형을 호노카의 딸에게 안겨 준다. 푹신푹신! 푹신푹신! 즐거운 듯이 반복한다. 분명 호노카처럼 호기심이 왕성해서 웃음이 가득한 여자 아이가 된 거겠지.


"오늘은 토요일인데, 가게는 괜찮아?"


어쩐지 신경 쓰여서 호노카에게 묻는다.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두 사람이니까, 기본적으로 토일에 이렇게 쇼핑몰을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휴일이거든. 호노카가 살짝 머뭇거린다.


"오늘은 있지! 아빠가 엄마한테 고백한 날이야!"


어린 아이의 천진 난만한 외침이 곧바로 정답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가. 기념일인거네"


괜찮아. 이제 괜찮으니까 괜찮아. 오늘 저녁엔 맛있는 음식을 먹겠네. 말하면서, 호노카네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가 호노카에게 고백하고, 호노카가 그 고백을 받았다. 그리고 이 아이가 태어난거다.


그 두 개의 중대한 사건 사이에, '아야세 에리가 코사카 호노카에게 차였다'라는 무척이나 시시한 사건이 있거나 했지만, 이 아이에게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다.


"그럼, 또 가게에 놀러와줘"

"바이바이! 코토리 언니, 에리 언니, 바이바이!"


얼굴 가득 웃음을 띄고 손을 흔드는 호노카의 딸에게 둘이서 미소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손을 맞잡은 3명, 행복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습으로 떠나간다. 손에 쥐고 있던 인형을 푹신푹신하게 끌어 안아본다. 옆을 보면, 코토리도 똑같이 푹신푹신 하고 있다. 눈이 마주쳐서, 물어온다.


"고백 기념일이래. 찔려?"

"오랜만에 찔렸네. 그보다, 누가 아줌마야"


코토리가 이쪽을 가리키고선 웃는다. 인형을 던져버리고 싶어져서 참는다. 무척이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30살의 호노카와, 장난감 가게에서 인형과 놀고 있는 30살의 우리들.


"좋겠다. 호노카"

"에리쨩 맨날 오는 '결혼하고 싶은 병'이 올 것 같아?"

"이미 온 것 같아"


누군가의 결혼식에 갔을 때, 혹은 잡지의 기사 같은 곳에서 재촉당했을 때, 이유없이 결혼하고 싶어진다. 코토리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한다. 부모님이 일찌감치 이혼해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또 같이 길거리 미팅에 갈래? 여자는 0엔인거로"

"길거리 미팅은 안 갈래. 그것보다, 역시 얘 사서 돌아갈까"


코토리가 안고 있던 인형을 계산대로 가져가기로 한다. 종이 봉투에 담아서 받는다. 비교적 큰 인형이라서, 저녁 5시, 쇼핑을 계속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이탈리안이라도 먹고 돌아가기로 해서, 가족 동반으로 넘쳐나는 쇼핑몰을 뒤로 한다.


………


"드디어 맑아졌어! 팟하며 맑아졌어! 그리고 기운이 나고 있어~!"

"목욕 마치고 알몸 상태로 목욕 타월을 휘두르는 채로 '고백하기 좋은날, 이에요!'를 부르면서  거실로 뛰어 들어오는거 그만둬줘.... 어째서 핑크색으로 염색한거야!?"

"역시 에리쨩이라도 태클 걸지 않을 수 없었어!?"

"태클 걸 부분이 너무 많아!"


단골 이탈리안에서 와인을 1병 마시곤 돌아왔다. 뉴스를 보면서 코토리가 목욕을 마치길 기다리고 있자니, 머리의 나사마저 풀린 상태로 나타났다. 그녀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일지도 모른다.


"특수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친구한테 완전 핑크색인 염색약을 하나 받았거든"

"거길 염색할 필요는 없잖아? 어쨌든 팬티 빨리 입어"

"에리쨩도 '유리의 화원'을 부르면서 타월 휘두르면 즐겁다구"

"싫어"


교대해서 목욕을 한다. 느긋하게 물 속에 잠겼다가 나오면, 코토리는 아까 샀던 인형을 안고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돌아본다. 기쁜 듯이 웃는 것을 보고 확신한다.


미나미 코토리는, 30살이 되어 지금도, '혼자'가 되는 것이 무척이나 서투른 것 같다고.


"지마 식혀뒀어"

"베란다에서 마실까"


코토리가 냉장고에서 지마를 두 병 가져온다. 잠옷 차림으로 둘이서 베란다 문턱에 앉아 건배를 한다. 음식에 대한 취향이 비슷해서, 같은 정도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마음 편한 일이다. 비슷한 페이스로 병을 기울인다. 겨우 열대야에서 해방되어 맨션의 5층까지 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내일도 휴일이다—"

"그러네"

"호노카쨩의 가게에 가자"

"정말 좋아하네, 호노카"


웃는다. 코토리가 진지한 얼굴로 끄덕인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엄청 바빴으니까. 평일은 거의 호노카쨩의 집에서 저녁밥을 먹었어. 호노카쨩의 가족한테는 언제까지고 감사하고 있고, 호노카쨩은 지금도 언니처럼 생각하고 있어"

"그래..."


"그러니까, 에리쨩에겐 미안하지만 호노카쨩이 결혼했을 때는 정말로 기뻤어"

"미안할거 없어"


지마에 입을 댄다. 부족하네. 금방 텅 비어버린다.


"그렇지만, 에리쨩은 결혼하면 안돼"

"어째서"

"쓸쓸해지니까"

"알겠어"


코토리가 기대어 온다. 몸을 맡겨 온다. 무겁다. 체중이 아니라, '쓸쓸해져'라는 말이.


"에리쨩, 빨리 결혼해"

"어느쪽이야"

"갈아입을 드레스, 벌써 디자인까지 다 됐으니까"

"너무 성급한데"


텅 비어있는 병을 2개, 늘어 놓는다. 몸을 기대고 코토리의 몸과 어깨로 균형을 잡는다. 지금이 딱 좋은 것 같기도 하다. 행복한 호노카와 만나서 갑자기 부풀어오른 결혼에 대한 욕구가 급격히 가라앉는다.


"코토리야말로, 얼른 결혼해"

"힘낼게"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어느쪽인거야—?"


"어느쪽도 아니야"


얼버무리고선 하늘을 바라본다. 별이 거의 보이지 않는 도심의 밤하늘엔 달만이 유유히 빛나고 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코토리를 남겨두고 결혼할 수 있을 리가 없고, 혹시라도 코토리가 먼저 결혼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또다시 눈물이 멈추지 않을테니까.

루퍼 라스트 리그렛이 그렇게 ㅈ같나? 아직 안읽어봤는데 2020.02.07 14:31:06
루퍼 그리고 말머리 번역으로 바꿔주라 2020.02.07 14:31:24
ㅇㅇ 올리고 깨달아서 바꿨음 ㄳㄳ 125.176 2020.02.07 14:39:13
ㅇㅇ 그리고 난 사실 라스트 리그렛 그렇게 데미지 심한진 모르겠음. 좀 여운이 길게 남기는 하더라. 125.176 2020.02.07 14:40:02
루퍼 내넣9 같은거랑 비교하면 어느정도? 2020.02.07 14:44:06
노력의양과결과는비례하지않아요 아니 이게 후속편이 있엏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0.02.07 14:44:39
노력의양과결과는비례하지않아요 시간좀 많이 지났는데 라스트리그렛 재도전 해볼까 2020.02.07 14:44:57
ㅇㅇ 내넣9를 내가 제대로 읽어보질 않아서... 읽다가 도중 하차했던거 같은데 링크좀 125.176 2020.02.07 14: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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