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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 Guilty Night
글쓴이
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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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985857
  • 2020-01-23 19:17:12
  • 58.141
 

‘다행이다, 나까지는 살 수 있겠네’

침묵에 잠긴 새벽, 아무도 없는 상가 건물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당장 날이 밝아오면 시작될 사후 통판.

A는 처음 굿즈를 판매할 때 블레이드를 사는 것을 주저했더랬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제발 사라고 권유해 대던 그 당시에는 끌리지 않았을 뿐.

지난 주 페스가 끝나고 나서야 블레이드가 눈에 들어온 A는 안일했던 스스로를

마구 욕하며 어둠 속을 달려 이 곳 합정 애니플러스 앞에 도착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낚는 법.


A는 가만히 손가락으로 대기하는 사람들을 세었다.

7번째면 안정권이다.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A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몇 시간만, 단 몇 시간만 버티면 된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A는 폰을 꺼내어 아무 사이트나 뒤적거렸다.


그 때,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폰 화면에서 눈을 들어 옆을 보니, 어느 거구의 남자가 비척거리며 옆에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 기운과,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미루어 보아 

방금 건물로 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급하게 뛰어왔던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는 A의 옆자리에 앉았다.


털퍼덕.


마치 지진과도 같은 육중하고도 둔탁한 울림이 텅 빈 상가를 울렸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주위를 바쁘게 두리번거리더니 옆자리의 A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저기.. 사람은 이게 다에요?”

“네, 그런가봐요.”

“그... 몇 시부터 한대요?”

“열 시부터 한다던데...”

“아, 아....”


A는 불현 듯, 그의 얼굴을 건너다보았다.

말없이 고요한 공간. 약한 조명 그 사이에서 그 사람의 얼굴은 어쩐지 A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억센 잡초처럼 자란 눈썹 밑으로 초점을 잃고 방황하는 눈동자.

이렇다 할 특징 없이 눈가에 얹어진 검은 색 뿔테안경 아래로 별처럼 수놓아진 여드름.

기름으로 광택을 낸 콧망울에는 이 상가의 유일한 조명이 반사되어 눈부실 정도였다.

투실투실한 볼살 위로 강인하게 새겨진 화농성 여드름은 다시금 A의 눈길을 끌었고,

이윽고 A의 시선은 겨울 첫 눈처럼 새하얗고 가문 논처럼 갈라진 그의 입술에서 멈추었다.


문득 A가 너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고 느낄 때 즈음,  


“우, 우와아, 그거 루비죠? 어디서 샀어요?”

A는 그제야 알았다. 그가 처음부터 자신을 보고 있던 게 아니라 자신의 가방에 달려있던 루비 스트랩을 응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 이거, 전에 일본 갔다가 하나 샀어요.”

“아,조,좋겠다, 나도 일본 가고싶다.”

A는 자꾸만 시선을 돌렸다. 자꾸 그의 입가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A는 스스로 그의 입술이 신경 쓰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저는 만약에 산다면 다이아를 살 거에요. 5센다잖아요. 저는 티셔츠도 샀거든요.

저기...니,님은 누구 밀어요? 혹시 루비 밀어요? 저는 근데…”


이제 그가 뭐라 말하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A는 타오르는 시선으로 그의 입술을 응시했다.

그는 덮치듯, 그의 입술에 손을 갖다댔다.


그는 의외의 습격에 많이 놀란 듯 보였다. 

급작스럽게 숨을 들이키며, 움찔하는 떨림이 A의 손을 통해 전해졌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아.

A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작심한 듯 A는 끓어오르는 듯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아저씨. 오늘 양치 안했죠.”

“네...네...?”

“아 씨발 대답해봐요, 양치 했어요 안했어요.”

“ㅈ...저... 안했는데요....”

“아이 진짜 씹, 다음부터는 이 좀 닦고 다니세요. 

내가 오늘은 참는데… 거 씨바 그러는 거 민폐에요, 안그래도 인식 안좋은데 씨바거…”

“죄...죄송합...”

“아 그리고요, 얼마나 평소에 안닦고 다녔으면 숨쉴때마다 따뜻한 쓰레기 냄새가 나요, 네?

아이 씨발 모르겠고 고개 저 쪽으로 돌리고 있으세요.”

그는 순순히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아 그리고요, 몸에서도 냄새 나니까 평소에도 좀 씻으세요, 제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돼요?”

“네....”


이제야 속이 시원한 듯, A는 나직히 읖조렸다.


“향긋해지기인지 개 염병인지 하더만... 개 씨발 변한 게 하나도 없어 그냥”



정적이 흘렀다.

조용했던 건물 안에 A의 말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은 A와 그에게로 쏠렸다.

순간의 사태에 당황한 듯 보였던 사람들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누가 볼 새라 몰래 두 손을 포개어 코와 입을 막고 날숨을 불어대는 한 편,

자신의 몸 구석구석의 냄새를 맡아대기 시작했다.


말없이 킁킁대는 소리가 깊은 새벽을 울렸다. 

릿슈 2020.01.23 19: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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