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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문학] Guilty Night, Guilty Kiss
글쓴이
ㅇ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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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985849
  • 2020-01-23 19:14:03
  • 58.141
 

다행이다, 나까지는 살 수 있겠네

침묵에 잠긴 새벽, 아무도 없는 상가 건물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당장 날이 밝아오면 시작될 사후 통판.

A는 처음 굿즈를 판매할 때 블레이드를 사는 것을 주저했더랬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제발 사라고 권유해 대던 그 당시에는 끌리지 않았을 뿐.

지난 주 페스가 끝나고 나서야 블레이드가 눈에 들어온 A는 안일했던 스스로를

마구 욕하며 어둠 속을 달려 이 곳 합정 애니플러스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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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낚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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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가만히 손가락으로 대기하는 사람들을 세었다.

7번째면 안정권이다.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며 A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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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만, 단 몇 시간만 버티면 된다.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A는 폰을 꺼내어 아무 사이트나 뒤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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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폰 화면에서 눈을 들어 옆을 보니, 어느 거구의 남자가 비척거리며 옆에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 기운과,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미루어 보아

방금 건물로 들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급하게 뛰어왔던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는 A의 옆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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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퍼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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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지진과도 같은 육중하고도 둔탁한 울림이 텅 빈 상가를 울렸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는 주위를 바쁘게 두리번거리더니 옆자리의 A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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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기.. 사람은 이게 다에요?”

, 그런가봐요.”

... 몇 시부터 한대요?”

열 시부터 한다던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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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불현 듯, 그의 얼굴을 건너다보았다.

말없이 고요한 공간. 약한 조명 그 사이에서 그 사람의 얼굴은 어쩐지 A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억센 잡초처럼 자란 눈썹 밑으로 초점을 잃고 방황하는 눈동자.

이렇다 할 특징 없이 눈가에 얹어진 검은 색 뿔테안경 아래로 별처럼 수놓아진 여드름.

기름으로 광택을 낸 콧망울에는 이 상가의 유일한 조명이 반사되어 눈부실 정도였다.

투실투실한 볼살 위로 강인하게 새겨진 화농성 여드름은 다시금 A의 눈길을 끌었고,

이윽고 A의 시선은 겨울 첫 눈처럼 새하얗고 가문 논처럼 갈라진 그의 입술에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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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A가 너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고 느낄 때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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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아, 그거 루비죠? 어디서 샀어요?”

A는 그제야 알았다. 그가 처음부터 자신을 보고 있던 게 아니라 자신의 가방에 달려있던 루비 스트랩을 응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 이거, 전에 일본 갔다가 하나 샀어요.”

,,좋겠다, 나도 일본 가고싶다.”

A는 자꾸만 시선을 돌렸다. 자꾸 그의 입가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A는 스스로 그의 입술이 신경 쓰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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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약에 산다면 다이아를 살 거에요. 5센다잖아요. 저는 티셔츠도 샀거든요.

저기...,님은 누구 밀어요? 혹시 루비 밀어요? 저는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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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가 뭐라 말하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A는 타오르는 시선으로 그의 입술을 응시했다.

그는 덮치듯, 그의 입술에 손을 갖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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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외의 습격에 많이 놀란 듯 보였다.

급작스럽게 숨을 들이키며, 움찔하는 떨림이 A의 손을 통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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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아.

A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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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한 듯 A는 끓어오르는 듯한 눈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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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오늘 양치 안했죠.”

......?”

아 씨발 대답해봐요, 양치 했어요 안했어요.”

...... 안했는데요....”

아이 진짜 씹, 다음부터는 이 좀 닦고 다니세요.

내가 오늘은 참는데거 씨바 그러는 거 민폐에요, 안그래도 인식 안좋은데 씨바거

...죄송합...”

아 그리고요, 얼마나 평소에 안닦고 다녔으면 숨쉴때마다 따뜻한 쓰레기 냄새가 나요, ?

아이 씨발 모르겠고 고개 저 쪽으로 돌리고 있으세요.”

그는 순순히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아 그리고요, 몸에서도 냄새 나니까 평소에도 좀 씻으세요, 제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말해줘야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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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속이 시원한 듯, A는 나직히 읖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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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해지기인지 개 염병인지 하더만... 개 씨발 변한 게 하나도 없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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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흘렀다.

조용했던 건물 안에 A의 말소리가 울리자 사람들의 시선은 A와 그에게로 쏠렸다.

순간의 사태에 당황한 듯 보였던 사람들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누가 볼 새라 몰래 두 손을 포개어 코와 입을 막고 날숨을 불어대는 한 편,

자신의 몸 구석구석의 냄새를 맡아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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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킁킁대는 소리가 깊은 새벽을 울렸다








모두들 철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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