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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 시간의 그림자 -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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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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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839860
  • 2019-11-24 01:40:53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


‘어디 요우짱만 할 말인가, 우리도 정신없었다고.’


‘흐흐, 리코짱은 도쿄에서 조용히 살 땐 이런 재미 못 봐서 어떻게 지냈나싶네.’


‘나?... 그러네. 너희랑 만난 게 최고의 행운이네.’


‘앞으로 흩어지더라도 연락은 자주 하는 거다? 특히 요우짱!’


‘에, 에? 왜 나를 걸고 넘어지는 거야, 치카짱...’


‘요우짱은 우리들 중에서 제일 먼 곳으로 가니깐 그렇지! 뭐... 뭐시기 학교.’


‘해운전문학사... 지금까지 요우짱이 자랑한 거를 어떻게 들은 거야?’


‘아무튼 뜻만 통하면 되잖아.’


‘...’
‘...’


‘뭐... 아무리 그래도 종일 학교에 박히겠어?’


‘아마...도? 여름이랑 겨울에는 집에 들르니까 그 때 만나볼 수 있겠네.’
‘리코짱은 도쿄에 있는 대학교랬지?’


‘응. 방학엔 부담 없으니까 언제든지 불러.’


‘나는 우치우라 붙박이니까 강제인가. 그럼 바로 다음 여름에 우리 여관으로 모이는 거다?’


‘‘‘콜!’’’



.


.


.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웅...”


삐빅, 삐빅


“아우, 시끄러...”


삐빅삐빅


“어딨는거야, 이건...”


삐비비빅, 삐비비빅


“아씨, 귀찮아.”


삐비비빅 삐.



“...?”


어?
뭔가 이상한데.


“우웅...”


뭔가... 뭔가 이상해.
휴대폰이 필요한데.


“아우. 눈부셔... 어?”


응? 눈이 부시다고?
계획대로라면 좀 아침이 약간 어두운 느낌이 정상인데?
지금 시간...


“휴대폰.. 휴대폰이, 찾았다.”


[20xx. 10. xx. 월요일]
[아침 10시 14분]


「새로운 메시지 5건」


....


『오늘 계획이 바뀌어서 10시 반까지 오면 된다고 하네요.』
『천천히 오셔도 될 것 같아요.』
『이번 단체 미팅 발표자는 저번에 말했던 그대로고요.』


『보셨으면 답장 한 번만 해줘요.』


『언니 지금 준비하고 있는 중인 거 맞죠?』


“하아... 망했네.”


「미안, 이제 출발하려고 함.」


침대에 앉은 채로 그룹 대화방에 답장을 날린다.


거의 매주 월요일마다 가지는 그룹 미팅.
내가 주인공은 아니니 회의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참가하지 않으면 나중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월요일 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읏차차...”


어쩔 수 없지.
다른 수는 없다, 최대한 빨리 학교에 있는 동아리 회의실로 향해야 한다.
학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지체할 시간은 없다.
그런데 이불이 나가지 말아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는 탓에 도착 예정 시각은 더 멀리로만 향했다.
염병.


“엄마, 빵 있어?”


“빵 말고 밥 먹고 가지?”


“시간이 급해서...”


“어이구, 그러니까 누가 새벽까지 깨어있으래?”


“씻는 동안 빵 좀 구워줘!”


“으이그, 진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엄마의 필살 잔소리 폭탄을 얻어맞을 것이 뻔했다.
나오기 전에 후다닥 피하는 것이 상책, 부탁 아닌 부탁을 던지고 방으로 피신한다.
곧바로 갈아입을 속옷만 낼름 챙긴 뒤 화장실로 직행.


벗은 옷가지들을 대충 벗어던지고 거울로 향했다.
소싯적 꽤나 이름을 날렸던 붉은색 머리카락은 기름과 각질로 버무려진 상태.
정수리 쪽은 누군가 종이접기라도 한 것 마냥 삐죽 튀어나와있었다.
주말동안 방에 틀어박힌 덕분이었다.


“천하의 사쿠라우치가 이런 꼴로 나가면 다들 기겁하겠지...”


흐흐흐흐흐,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만화에서 나오는 흑막처럼 음침한, 하지만 짜릿한 미소를 지으며 이틀을 정리해간다.
샤워를 한 뒤에 대충 잠잠해진 거울 속 나의 모습.
구겨진 이불은 경단처럼 잘 말아놓았으니 안심.
바닥에 늘어진 책들은... 모르겠다, 일단 침대 아래에 밀어 넣으면 괜찮겠지.
3시간 전에 다운로드를 완료했다고 알려오는 노트북은 절전으로 돌리고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전성기 때에 입었던 블라우스에다가 치마를 걸치면 완...ㅅ...


꽈아아아악


“...어?”


팽팽 꽈아악..


“이게... 왜 안 들어가?”
“치마... 치마라도...”


팽팽
부들부들...


“...허어? 이게 왜??”


그동안 잘 들어가던 옷이 왜 오늘만 안 들어간단 말인가?
왜 하필 오늘?!


“지지배야, 빵 다 됐다.”


“어, 어~”


시간이 없다.
급한 대로 벗어서 도로 의자에 걸치고 체크무늬 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를 챙겼다.
혹시나, 혹시나 필요할까 싶어서 사 뒀던 것이 천운이었다.
거기다 고무줄! 이 얼마나 굉장한 안락함인가.
좀 있다가 보자, 이놈의 치마야.


“옷이... 금방 다녀오나 보네?”


“어... 아마도? 올 때 되면 문자할게.”


“빨리 가. 대학생이나 되어서 지각하겠다.”


“뉘에에.”


슬슬 싸늘해지는 날씨, 좀 두꺼운 비닐잠바를 입고 집을 나선다.
빵을 씹으며 걷다가 코앞에 위치한 전철을 타고 30분.
러시아워를 지난 객차에는 간간히 빈자리가 보였다.


휴대폰을 열면 이것저것 들려오는 SNS 소식들.
하지만 그룹 대화방으로부터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아마 한창 회의하는 중이라 뭔가를 전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겠지.
이 기세라면 아마 12시쯤에 끝난다, 평소에도 그랬으니.
그 전에만 슬쩍 들어가면 발표는 못 들어도 공지사항은 들을 수 있을 터이다.




그럴 거라 생각했다...


“이제야 오셨네요.”


“뭐야, 미팅 끝났어?”


“네, 사쿠라우지각 씨. 교수님도 미팅 중에 찾으셨는걸요.”


“뭐라고!”


“‘이 친구 또 늦나? 나중에 오게 된다면 따로 불러주세요.’라고 하셨네요.”


“...”


가방을 맨 채로 조심스럽게 세미나실로 향했다.
계획대로였다면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뒷정리하는 후배 1명 빼고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삐죽빼죽 튀어나온 반대편의 의자와 반쯤 들어찬 쓰레기통이 나는 망했다고 알려오는 것 같았다.


“오늘 무슨 얘기 했어?”


“교수님이 알려주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냥 올라오라고만.”


“...아, 진짜 싫다.”


“지금 동방 갈 거예요?”


“가방 놓고 얼른 가 봐야지...”


“잠깐요, 저 의자만 다 넣으면 끝나니까요.”


“반대쪽은 내가 할게.”


처음부터 도와줄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흉내 내는 것에 불과했다.
어차피 얼마 걸리지도 않잖아?
그리고 큰 노력도 필요하지 않고, 그럼 됐지.


정리가 마무리된 후 동아리실로 향한다. 줄여서 동방이라고도 말하더라.
대학에서 가볍게 음악을 하려는 사람들을 모아 솔로, 팀, 오케스트라를 구성해서 연습하거나 가끔은 대회도 나가는 동아리이다.
가끔씩은 음악대학 대학원생이나 더 진중하게 배우려는 이들도 있기에 마냥 가벼운 것만은 아니고...
입학한 뒤로 꾸준히 러브콜을 나에게 보냈지만 거절했었다, 사실 좀 귀찮기도 하고 좀 어수선했거든.
다만 그것도 그때뿐 2학년이 되니 달리 취미가 없어서 덜컥 가입.
그렇게 2년이 지나 3년차 가을이 되니 소위 말하는 고인물이 되어있었다.


하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다른 친구들 솔로를 하고 싶다고 할 때 구경해주는 것.
협주를 해야 할 때면 대충 배경을 깔아주는 것.
이거저거 쳐 주세요 하면 어려운 것은 패스, 무난한 것은 콜.
어쩌다보니 심심하면 피아노를 치면서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와! 주인공!”


“다들 안녕... 응? 주인공?”


“가장 늦게 오는 사람이 주인공이라잖아요.”


“너어는 정말...”


나름의 환영인사를 뒤로 한 채 가방을 책상 위에 올린다.
언제나처럼 노트북과 작업용 노트 한 권, 펜 몇 개를 세팅해둔다.
그리고 ppt 하나를 열어두면 뭔가를 하던 것처럼 보이니 아주 적절.
주변으로부터 눈총을 맞을 일은 사라졌으니 교수님의 눈총만 맞으면 된다.


겁나 아프겠지만 말이다.


“아, 늦었네.”


“학교 안에서 급하게 약속이 잡혔어서... 죄송해요. 다른 일 있었나요?”


“지금 3학년이라 그랬나?”


“저번 겨울에 3학년 마치고 휴학했죠.”


“아, 맞아. 그랬지. 그런데 이렇게 어중간하면 어떡해?”


“...”


“복학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 여기 나오는 건 거의 매일 늦는다고 들었어.”


“...”


“너무 대충대충 하는 것 같아서 그래... 차라리 그냥 쉬라고 했더니 반드시 나오겠다고 한 건 사쿠라우치였잖아.”


“그렇죠...”


교수님은 사실... 무역학부 교수가 메인. 동아리 고문은 취미와 같은 역할이시다.
어쩌다보니 같은 과 학생이라는 점에 눈이 들어 지금은 동아리 내에서 무역학부 듀오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상황을 자세하게 알려고 하시는 것도 크게 이상한 점은 아니다.
문제는 내가 글러먹어서 문제지만 말이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하는데.”


그 분은 벌떡 일어나시더니 노트북을 들고 오시는 것이었다.
평소 회의나 학과 수업에서도 갑작스러운 모습은 자주 보이셨기에 놀랍진 않다.
하지만 그 이후의 내용은 눈이 튕하고 튀어나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AA대학교 예술 심포지엄


예술인들의 동향과 미래를 알기 위한 자리에 초청...
각자의 실력을 발휘하고 조언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시기 : 20xx. 12. xx. 금요일」


“여기에 한 번 참석해보는 건 어때?”




어...
음...
개망했네.


--------


시간이 없어서 여기서 급하게 마무리


모음집

이엣 개꿀잼이야 2019.11.24 02:53:39
아와시마공벌레 아주 좋아 2019.11.24 03: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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