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New Romantic Sailors (프롤로그)
- 글쓴이
- Lion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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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813135
- 2019-11-04 15:00:41
Prologue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날, 이 날은 한 소녀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날이다. 지금껏 도쿄 바깥을 벗어나 본적 없는 그녀에게 우치우라 해변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바닷바람이 양 볼을 강타하는 것마저 환영의 인사로 받아들이는 그녀는 그야말로 최고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도쿄처럼 빽빽한 회색빛 건물 틈에선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분명
기분 탓이겠지만 같은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소녀는
자신이 그들의 일환이 될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들뜨기 시작한다.
“여기도 기본적으로 음악실과 피아노는 있겠지? 사진으로 본 학교는 조금 작아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을 거야. 그래.”
의식하지 못한 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던 그녀는 등교 길의 끝자락인 학교가 눈에 들어오자 슬슬 긴장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만 이는 걱정이라기 보다는 튀는 애라는 첫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고작 16년 밖에 살지 않은 그녀지만 되바라지게도 그 나이에 인생의 모토가 잡혀있었다.
‘별달리 튀지 말고 남들만큼 적당하게 살자.’
도쿄에서 지내던 시절 가정사정 때문에 여러 번 전학을 다니며 체득한 나름 삶의 지혜였다. 작은 사회를 갖추며 살아가는 학생들은 새롭게 끼어든 돌을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사회에 위화감 없이 녹아 들기 위해서는 무난무난한 모습과 성격이 필수인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이런 경험이 충분하기에 어려움은 없다. 단지 이상한
녀석들한테 찍히는 일만 없길 바랄 뿐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정문 앞까지 왔다.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이제부터 새로운 나날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시작될 행복한 미래를 위한 한 걸음. 그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안녕?”
그녀가 교내에 한 발 내딛는 순간 갑자기 한 여자 아이가 튀어나왔다. 빙글빙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황색 머리를 한 아이. 몸에서부터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활달하고 친화력 좋은
소녀의 전형적인 표상이었다. 자세히 보니 꽤나 미인상인 것 같기도 하고…
“저기…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헉, 아니, 미안!”
“하하하 아니야. 괜찮아. 처음 보는 얼굴이라 인사했어. 혹시 전학 왔니?”
“아, 응. 도쿄에서 왔어. 오늘이 첫 등교야.”
“역시 맞네. 이렇게 귀여운
애는 누마즈 내에서 본 적이 없거든.”
그 순간, 소녀의 평범 레이더가 빠르게 작동했다. 여기서 나오는 대답은 중요하다. 여기서 자칫 앞의 말을 맞장구 친다면
이 아이는 나중에 친구들에게 전학 온 애가 자뻑이 심한 공주병 말기라며 뒷담화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정말 좋은 의도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직 모르는 법. 여기서는 만능 대처법을 써야 할 때다.
“아냐, 아냐. 귀엽다니 아하하. 오히려 네가 더…”
이 방법은 영어로 따지면 ‘아임 파인 땡큐 앤 유’ 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곤란한 언사에 대해서 나의 대답은 최대한
얼버무리고 그것을 상대방에게 되돌려주는 방법. 소녀는 자신을 낮추는 겸허함과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칭찬까지 동시에 보여주는 자신의 대처능력에 감탄했다. 그 순간 뒤에서 다른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치카쨩~ 치카쨩~”
“아, 요우쨩~”
“누구랑 그렇게 얘기 중이야?”
“응. 오늘 전학 왔대. 그것도 도쿄에서 왔대.”
“도쿄~ 나는 아직 도쿄
가 본 적도 없는데. 그렇구나. 아, 이게 아니지. 치카쨩 오늘 당번인 거 잊었어? 우리 오늘도 늦으면 정말 둘이서 수영장 청소를 하게 될지 몰라. 서둘러!”
“아, 맞다. 나 당번이었지. 미안~ 다음에
꼭 보자~!”
치카라고 불린 아이는 요우라던 아이의 손에 이끌려 바람처럼 날아갔다. 일단
둘 다 좋은 아이처럼 보이긴 했고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다 생각하며 소녀는 다시금 학교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선생님의 한 두 발짝 뒤를 쫓아 교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닌 척 조심히 교실을 스캔. 오케이, 일단 다들 인상은
서글서글하니 좋은 것 같다. 게다가 이 무슨 행운인지 등교길에 자신을 좋게 봐준 아이들이 있었다. 갑작스레 헤어져 물어보지 못했는데 같은 학년이었던 모양이다.
“자, 오늘은 도쿄에서 전학생이 왔습니다. 오랜만에 멀리서 온 학생이니 다들 친절하게 대해줘. 자기 소개 조금 해줄 수 있겠니?”
“네.”
좋다. 느낌이 좋다.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 아침 TV에 본 별자리 운세도, 행운의 아이템도 챙겼다. 적어도 여기서 지낼 2년간의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서 조용히 몇몇 친구들과 무난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그 때였다.
“제 이름은…”
“사쿠라우치 리코!”
쾅 소리와 함께 부서질 듯 문이 열렸다. 그 순간 교실 안의 모든
이목은 교단의 소녀가 아닌 문을 향했다. 문을 연 사람, 아니
일당은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것 처럼 당당하게 걸어들어 왔다. 그리고 소녀의 손을 잡았다.
“너는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어. 리리♡.”
“Of Course! Go~! Go~!”
교실 안의 많은 학생들과 선생은 이 상황에 모두가 입이 떡 벌어졌다. 소녀, 아니 리코는 자신의 손을 잡은 이 정체 모를 일당과 교실의 모습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눈치 빠른 리코는 분명히 알아챘다. 지금 이 상황은.
‘진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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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글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길티키스 신곡인 New Romantic Sailors를 소재로 쓴 글임
원래 3부작 정도의 단편 생각하고 썼는데 실제로 쓰고보니 턱없이 분량 증식하는 중이라서 한 5, 6부 정도 나올거 같네
올리는 시각은 매일 자정에 올릴게.
에미츤 | 2019.11.04 15:10:23 | |
LieeN | 오 찬찬히 읽어봐야징 | 2019.11.04 15:17:48 |
이엣 | 흥미롭다 기대됨ㅋㅋㅋㅋㅋㅋ | 2019.11.04 15:22:14 |
火水金 | 2019.11.04 15:3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