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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글쓴이
Olf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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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807018
  • 2019-10-31 11:15:11
 

스쿠스타 점검을 틈타서 올렸지만 올리자마자 점검이 끝나 버린 바람에... 추하게 재업함ㅎ

안녕, 노조미.


조금 웃길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나는 지금 공중전화 앞에 서서 한 손에는 수화기를, 한 손에는 종이를 들고 있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서, 처음에는 편지를 써 볼까 했지만 어디로 보내야 네가 받을지 알 수가 없었거든. 그래서 이 음성메시지를 남기게 된 거야.

그렇다고 마음 속의 모든 말을 다 꺼내기에는 두서없이 지껄이는 꼴이 되어버릴까 봐 할 말을 어떻게든 정리해 두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물론 너무 오래 서 있으면 춥기도 하고, 전화 요금도 걱정되어서 말이야.


십일월 들어 날씨가 부쩍 추워졌지. 마치 겨울이 내가 돌아왔다며 크게 외치는 것 같아.

이 나라의 겨울은 러시아보다 훨씬 따스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번 겨울은 유난히 온몸에 냉기가 사무치는 듯 해.

그래서 오늘의 저녁식사는 보르쉬. 마트에서 비트, 양배추, 양파, 토마토, 당근에 갈빗살까지 사서 집에 보관해 놨어. 아무래도 비트는 좀 커다란 마트가 아니면 팔지 않는 것 같더라고. 겨울이 오면 네게 질릴 때까지 해먹이려고 벼르고 있던 요리야.

식사 후에는 네가 사 온 찻주전자로 홍차를 끓여서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시고 있어.

홍차를 한 모금 들이키면 이윽고 온몸에 열이 퍼져나가지만 그렇게 얻은 온기는 오래 가지 않아.

깜깜한 방에 혼자 누워 잠을 청하자면 순식간에 몸이 차디차게 식는 것을 느껴.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가 함께 걸었던 그 거리 기억해?

할로윈이랍시며 천정에 매달려 있던 온갖 유령과 호박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요 며칠 사이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뒤바뀐 모양이야.

입구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섰고 유령과 호박 대신 산타와 루돌프가 매달려 있어.

온통 빨강과 초록, 하양과 주황의 일루미네이션으로 뒤덮힌 거리에는, 너도 듣고 있을 수도 있지만,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가 울려퍼져.

이 거리는 행사나 기념일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지도 몰라.

그리고 그런 거리에는 언제나 이벤트의 열기를 먹고 사는 사랑꾼들이 뒤따라붙기 마련이야.

여기저기 연인들이 손을 맞잡고 볼을 부비고 입술을 맞추며 온기를 나누는 그 사이에 나는 멈춰서서, 조용히 푸쉬킨의 시를 읆어.


Я вас любил: любовь еще, быть может,

В душе моей угасла не совсем;

Но пусть она вас больше не тревожит;

Я не хочу печалить вас ничем.


작년 겨울에 너는 어디선가 러시아 원서를 잔뜩 구해 와서는 나에게 읽어 달라고 떼를 쓰다시피 했었지.

러시아어로 소리내어 읽은 다음 너에게 해석을 들려주다 보면 어느새 너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어. 결국 꼬박 겨우내 걸려 다 읽어 냈잖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푸쉬킨. 너는 특히 푸쉬킨의 시를 좋아했지.

그래서일까, 네가 이 시 한 편만을 남겨두고 훌쩍 떠나버린 것은.


노조미, 너는 왜 이 시리운 계절을 앞두고 떠나야만 했을까.

너는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네가 이 시를 남겨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으로도 슬프지 않길 바란다는 시구는 나에게 어떤 위로도 되지 못해.

나는 너의 말 한 마디로 충분한데.

나는 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뿐인데.

나는 단지 네가 옆에 없어서 슬플 뿐인데.

나는 혼자서도 추위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어. 내가 혼자 있다고 느낄 때에도 나는 항상 너와 함께 마음 속 따뜻한 방에서 지내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읽은 책 중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있었지. 이제 와서야 내 모습이 책에 나오는 부자 같다는 것을 깨달았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리고선 사소한 일에만 신경을 쏟는 꼴이라니, 멍청하기 짝이 없네. 영리하지 못해.


추워. 쓸쓸해. 외로워. 노조미, 그리워. 네가 보고 싶어.


슬슬 땅거미가 지는 시간이네. 결국 종이에 써 놓은 것보다 훨씬 많이 말해 버렸구나. 조금 추워졌어.

이제 집에 돌아가야겠다. 어쩌면 오늘은 네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보르쉬. 펠메니. 피로시키. 비프 스트로가노프. 너를 위해 만들어 주고 싶은 요리가 정말 많아. 꼭 러시아 음식이 아니라도 괜찮아.

만약 지금 네가 내 옆에 있다면, 무엇보다도 단둘이 마주앉아 야키니쿠를 구워 먹을 텐데.


그럼, 노조미, до свидания.
애플이쓴모든화이트픽셀 나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2019.10.31 11: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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