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미없는 쓰레기 글입니다.
일본에 사시는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 같은 이야기지만,
일본의 분리수거... 좀 복잡하죠??
쓰레기 종류별로 분류해야 하는 것은 한국과 같으나,
쓰레기 종류별로 내놓는 날이 정해져있어 다른 종류는 내놓으면 안된다거나...
알면 편한데, 우리 같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과 조금 다른 방식이라 처음에는 헤멜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일본의 분리수거, 언제부터 시작이 됐을까요?
일본은 1945년, 2차대전이 끝나기 전까진 쓰레기 처리 방식이 굉장히 전근대적이었습니다.
대충 개인이 알아서 소각 또는 매립하거나 아니면 업자에게 돈을 주고 쓰레기를 넘기는 식이었습니다.
업자들도 소각할 때 적당히 공터에서 태운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먹구구였지요.
물론 일본 정부에서 지자체에게 환경관리의 의무를 부여했지만, 전근대적 시스템 국가인 일본이었기에 이게 제대로 먹힐리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전염병 문제나 벌레가 들끓는 등의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일제가 패망하고 GHQ가 들어선 이후, 조금씩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하며 도시에 인구가 몰리기 시작하자, 쓰레기 문제가 조금씩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도시 사람들의 쓰레기를 모아가는 업자들은 손수레나 차량 등을 이끌고 도로를 누비며 쓰레기를 모았습니다.
이렇게 도로를 누비며 쓰레기를 모아가자 이 쓰레기들이 차의 속도나 바람에 의해 도시에 흩날렸지요.
이런식으로 점차 일본 내에서 쓰레기 처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일본 정부는 1954년 "청소법"을 제정해 기존의 지자체별 환경 관리 의무에 국가와 도도부현이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의무화 하였습니다.
또한 "생활 환경 시설 정비 긴급 법안"을 제정해 각 도시별로 소각장을 설치하고 쓰레기 수집, 운송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가 되어 일본의 고도 성장기에 들어서자,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고도성장기라 물건은 계속해서 찍어져 나오고, 사람들의 돈은 많기에 소비도 엄청났습니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많은 소비 덕분에 물건들을 싸고 있던 포장재들도 덩달아 쓰레기로 많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것이죠.
매일 발생하는 쓰레기 양이 처리 용량을 순식간에 아득히 넘어서버리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시즈오카 동부 맹주 도시인 누마즈에서도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1973년, 누마즈 주민들은 이전부터 사용해오던 쓰레기를 매립하던 쓰레기 매립지를 계속 사용할지에 대해 주민들간의 대립이 시작되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감당하려면 매립지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환경문제가 있으니 매립지를 사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견이 힘을 얻은 이유는, 10년 전 일본 정부가 누마즈, 미시마에 설치하려던 석유화학 단지 건설을 환경 문제로 철회시켰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 이외에도 시에게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시까지는 쓰레기 배출 방법이 딱히 없었습니다.
그냥 종류에 상관 없이 섞어서 내 놓으면 그것을 수거해 지정된 처리시설로 운반 후 사람이 쓰레기를 손으로 분류해 처리하던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쓰레기가 확 늘자 처리 용량을 순식간에 넘게 되고, 시 환경 당국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가 되어버립니다.
때문에 기존 체제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주민들과 머리를 모아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500여일 간 고민한 끝에, 1975년, 시와 주민들은 쓰레기를 줄일 획기적인 방안을 고안해냈습니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분리수거였죠.
- 소각이 가능한 타는쓰레기
- 매립만 가능한 안타는 쓰레기
- 재활용 가능한 자원쓰레기
로 쓰레기를 3종류로 나누어 배출하기로 정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도입함으로 쓰레기가 획기적으로 줄게 되었습니다.
물론, 시 당국에서만 이런 정책을 밀어 붙였다면 이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누마즈 주민들도 이 정책에 적극 협조를 하였습니다.
정(町), 촌(村) 단위의 마을들마다 주민들간 스스로 새로운 정책을 홍보와 교육을 하여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큰 성과를 거두자 1980년대 일본 정부는 이 정책을 일본 전국으로 홍보하여 분리수거를 유도하였고
이러한 쓰레기 분리 수거 정책을 "누마즈 방식 (沼津方式)"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누마즈는 3가지 분류 방법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종류나 규칙을 수정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누마즈 시에서 누마즈에서 쓰레기 버리는 방법에 대한 설명 자료도 배포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봐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한국어 버전도 있습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