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집이 엄청 넓네?”
“루비쨩네 집은 대대로 지역 유지에유! 그래서 이렇게 훌륭한 전통가옥이구먼!”
“그런가. 헤헤.”
루비는 어색하게 웃으며 요시코와 하나마루에게 차를 나눠줬다.
“즈라아아~ 이 녹차에유. 이 녹차가 먹고싶었어유~!”
“정말. 꽤나 깊은 맛이 나는걸. 뭐 요하네에겐 양식의 홍차가 더 어울리지만!”
요시코는 차를 한 입 마시고 가방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날씨가 엄청 어둑어둑하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데, 후딱 본방으로 넘어갈까.”
“짜잔! 휴대용 타천방송세트!”
“와! 오늘 찍는거야?”
“잘도 그런걸 휴대하고 다녔네유.”
요시코는 루비의 방 다다미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진 양탄자를 깐 뒤 능수능란하게 양초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이터를 켜며 말했다.
“오늘 방송 주제는 흑마술이야. 육체교환 흑마술. 루비, 갈아입어. 즈라마루는 우리를 좀 찍어줘.”
“응! 오랜만의 방송... 기대돼!”
“맡겨주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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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사와 다이아는 젖은 머리를 매만지며 현관에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듣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성실하게 인사하고 구두또한 가지런하게 벗어놓아 정리했다. 그러던 중 옆에 가지런하게 정리된 우라노호시 지정구두 세 쌍을 보고 살며시 미소지었다.
‘친구가 놀러온 거군요. 마루양이랑... 츠시마... 양이려나요.’
“인정... 해줘야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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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암흑마계에서 술렁이는 리틀데몬들이여... 지금 당장 이 요하네의 소황네 응하여 바로 이곳에 성스러운 악의 둥지를 틀어...”
요시코가 한창 주문을 외던 그 순간. 드르륵, 미닫이문이 열렸다. 시간은 농밀하게 압축되었고, 그 흐름은 한없이 감속했다. 두 명의 타천사(코스플레이어)는 영상을 찍다말고 문이 열린 쪽을 쳐다보았다.
귀신. 그곳엔 귀신이 있었다. 도깨비의 얼굴을 한 여자. 쿠로사와 다이아가 다과를 들고 고고하게 서 있었다.
그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비춰진 것, 양초가 바닥에 잔뜩 깔린 공간에서 기괴망측한 복장을 입고, 망령된 주문을 외고있는... 자신의 자매.
분기탱천. 쿠로사와 다이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차고, 눈에 핏발이 섰으며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가슴은 방망이질을 쳤다. 마치 한 명의 아수라와도 같았다.
“여러분... 지금... 무엇을?”
“어... 언니야! 이건!”
“즈... 즈라아앗!”
“방송이야. 방송. 여긴 루비방이고, 방해되니까 회장은 나가는게 어때?”
“...남의 집에서 제법 잘난 듯이 말씀하시는군요.”
사락사락. 다이아는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와 동시에 루비는 한걸음씩 물러섰다. 요시코는 조용히 다이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루비! 지금 이런 파렴치한!”
“삐...삐기이이잇!”
다이아의 사자후를 듣고, 루비는 너무 놀란나머지 뒷걸음질치다가 넘어졌고, 그 탓에 요시코가 세워둔 양초가 넘어져 루비의 옷과 요시코의 양탄자에 불이 붙었다.
“!”
가장 빨리 움직인 것은 쿠니키다 하나마루였다. 재빨리 녹차를 끼얹어 불씨가 커지기 전에 진화를 했던 것이다.
“루비! 괜찮나요?”
“괜찮은거야?”
“으... 으유... 응.”
다행히 치마의 기장이 길고, 나풀나풀했기에 옷만 조금 탔을 뿐 루비는 다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적잖이 놀랐는지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마루양. 루비를 데리고 잠시 화장실에 가주시겠어요?”
“아... 네.”
“저는 이분이랑 대화를 좀 나누죠.”
서로를 노려보는 둘은 걱정스럽게 뒤로하며 하나마루는 루비를 데리고 나갔다.
하나마루가 완전히 나간 뒤 다이아는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 입을 열었다.
“츠시마 요시코양.”
“뭐...뭐야?”
“저와 루비에게 뭔가 하실 말씀은?”
“으... 그게..”
“보시다시피, 저희 쿠로사와가는 목조주택입니다. 바닥도 다다미 바닥이구요, 그렇기에 화재가 나기 쉽죠. 만약에 바에 아무도 없었을 대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생각해 보셨나요?”
“그... 그점은... 미안해. 생각하지 못했어. 하... 하지만! 갑자기 회장이 나타난 것도 잘못이라구!”
요시코는 눈에 띄게 겁먹은 듯 보였다. 다이아는 한숨을 푹 쉬곤 말했다.
“일단 이 초들부터 끌까요. 대화는 그 다음입니다.”
“그... 그러자구.”
“이걸로 마지막...이네.”
요시코가 마지막 촛불을 손에 들고 끄려던 찰나, 다이아가 말했다.
“츠시마양.”
“뭐... 뭐야?”
“저는 루비를 굉장히 아낍니다. 조금 엄하게 대할 때도 있지만, 소중한 여동생이에요.”
“나도 루비를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구!”
“뭐. 당신도 당신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계시겠죠.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루비와의 교제를 끊어주세요.”
단호하게, 쿠로사와 다이아는 말했다.
요시코는 갑자기 날아든 예상밖의 말에 당황했다.
“그... 그치만! 오늘일은 사고였고... 또 아까도 말했지만 회장이 윽박지르며 다가온 것도 잘못이라구!”
“잘잘못의 얘기가 아닙니다.”
“뭐? 그럼 무슨?”
쿠로사와 다이아는 차분히 말했다.
“알고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쿠로사와 가문은 지역유지로써 전통있는 명문가문입니다. 루비는 이제 가문수업을 받지 않지만, 그래도, 언니된 자로써 최소한의 긍지와 기품은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말은 즉? 내가 기품이 없다는 얘기?”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그말씀대로입니다.”
“뭐... 뭐야? 회장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가방엔 해괴망측한 물건밖에 들고다니지 않고 찍는 동영상은 타천사가 어떻다는둥 괴이쩍은 내용밖에 없잖습니까! 풍기문란! 파렴치해요! 너무나도 파렴치하다구요!”
쿠로사와 다이아는 츠시마 요시코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 쿠로사와 가문의 루비와 어울리지 않아요!”
“핫?”
요시코는 당황한 듯 하더니 이내 웃기 시작했다.
“흐음... 그렇군. 즉 방금 전 일 때문이 아니라... 당신은 그냥 내가 싫다는 거지?”
“싫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루비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부정하실 수 있나요?”
“흐음 확실히.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야. 회장같은 꽉막힌 사람이 보기엔 그렇게 보일지도?”
“생각보다 얘기가 빠르시군요. 그러면.”
“그런데!”
요시코는 다이아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회장. 당신은 좋은 언니야?”
“네?”
예상밖의 질문에 다이아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야. 전 당연히...”
“글세? 내가 루비에게 좋은 친구인지 아닌지는 차치하더라도, 당신. 나랑 루비를 강제로 떨어뜨리려고 했잖아? 그것 자체도 그리 좋은 행위는 아닌 것 같은데? 루비가 대여섯살 어린애도 아니고, 고등학생인데도 말야. 숨막히겠어! 숨막히겠다구! 루비의 의사를 물어본 적 있어? 한번이라도 물어 본 적 있냐구! 그렇게나 누마즈에 놀러오는 걸 좋아하던 애가 그날 이후로 이주일 동안 한번도 안 왔어! 방송얘기도, 아이돌 얘기도 입도 뻥긋 안했다고! 당신이 싫어하니까! 루비는 좋아하는데도 말야! 그래서 내가 놀러온 거라구! 당신은 절대 좋은 언니가 아니야! 가문의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