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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루비는 요시코의 집에 놀러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보다 누마즈 자체를 가지 않게 되었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친하게 지내주는 루비였지만 요시코가 집에 놀러오라고 권유할 때 마다 풀죽은 얼굴로 거절하곤 했다. 결국 누마즈를 놀러갈 때는 항상 하나마루와 요시코 둘이서 놀러가게 되었다.
요시코는 그것이 분해서 방송마저 쉬게 되었다. 찍을 맘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요시코는 며칠간 학생회장인 쿠로사와 다이아를 지켜봤다. 성적우수, 용모단정,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았고 특기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회장으로써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어쩌다가 연설 한 번이라도 하면 1학년들이 그녀의 팬이 되기도 했다. 즉 인망도 뛰어났다.
“옛날부터 쭉 학생회장을 해왔구먼, 초등학교때도, 중학교때도, 고등학교도, 정말 대단하다니까. 다이아씨.”
“으으. 마치 그림에 그린 듯한 인간이네... 고지식한 주제에! 정말로 루비의 언니가 맞는거야? 어떻게 자기 동생을 그렇게 속박할 수가 있어!”
“다이아씨는 명가의 딸으로써 어렸을 때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고 자란겨. 거기다 올곧은 성격이고, 그게 루비의 부드러운 성격과 안좋은 조화를 일으킨거구먼.”
하나마루는 입에 물고있던 놋포빵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말했다.
“다이아씨도 다이아씨지만, 분명히 말해서. 내는 루비쨩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구먼.”
요시코는 잠시 말없이 하나마루를 바라봤다. 그 너무나도 진지한 시선에 눈을 뗄 수 없다는 듯이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가끔씩 하나마루는 이런다. 너무 낯설어서 깜짝 놀라게 해버리는... 친구의 진지한 얼굴. 자기가 모르는 친구의 또다른 얼굴. 그 예쁜 입술이 말을 자아냈다.
또박또박.
“자기 마음을... 눌러 담으니까.”
“...”
“어쨌든! 마루는 루비쨩도 다이아씨도 좋아혀. 집에 놀러가면 둘 다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주구, 아~ 루비쨩네 집에서 또 녹차를 마시고 싶어유~”
“잠깐. 즈라마루. 방금 뭐라고?”
“에...엣? 그러니까... 마루가 조금 건방지게 말하긴 했지만 루비쨩은 언제나 자기 의견은 뒷전이구.. 사실은 멋진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아니. 그거 말고. 방금거.”
“루비쨩네 녹차가...”
“그거야!”
“즈랏!”
“루비가 우리 집에 안오면 내가 루비네 집에 가면 되잖아!”
“즈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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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정말이지. 루비가 그런 나쁜 친구를 사귀다니... 충격이에요.”
쿠로사와 다이아가 보기드물게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흠? 그건 너무 오버하는거 아니야 다이아? 보니까 귀엽기만하더만. 그리고 요즘시대에 그정도 방송은 보통이기도하고,”
“그뤠요! 프리티 봄버 헤드! 입뉘다~! 심술쟁이 다이아가 루비의 우정을 방해하는 거라구욧!”
“그래. 우리학교에 나쁜 학생은 없다구 다이아. 한번 진하게 허그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
“허그라니... 파렴치해욧! 물론 그분이 나쁜 의도를 가진 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루비는 우유부단 해서 쉽게 남에게 물든단 말이에요. 제가 언니된 자로써 잘 선도해주지 않으면....”
“또또 그런다. 다이아는 과보호쟁이라니깐. 루비가 알아서 잘하겠지. 이젠 어린애도 아니니까... 그리고 이런말도 있잖아? 우유부단(優柔不斷)의 우(優)는 상냥하다(優しい)의 우라고? 루비는 다이아 생각보단 강한아이라니깐?”
“그래. 다이아. 루비의 입장도 생각해 달라구. 좋아하는 친구와 떨어지는 괴로움은... 너도 잘 알잖아?”
마리의 진솔한 말에 다이아는 씁쓸히 웃었다.
“뭐! 나중에 루비랑 츠시마랑 데리고 셋이 같이 우리 다이빙 솝에 놀러오든가! 서비스 해줄테니까 말야!”
“후훗. 카난 양도 참.”
“아... 비다...! 오늘 집중호우랬나? 그럼 우린 파도가 거세지기 전에 집에 가볼게. 가자. 마리.”
“Yes. 다이아. 파랑새가 무지개를 넘도록 새장에서 풀어주자고?”
“그게 무슨... 어쨌든,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다이아는 먹구름이 드리운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말... 제가 지나쳤던 걸까요?? 루비......”
다이아는 집으로 발을 옮겼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폭풍이 몰아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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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제한 빡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