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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기/순례 요소베리와 떠난 이탈리아 성지순례 (19) - 7/22 로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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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죠사진부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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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05 23: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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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로마 (1)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630495 )
콜로세오 반대편에서 바라본 광경.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대 문명과 현대 문명이 교차합니다.
시간은 벌써 오후 1시 30분 가까이 됐습니다. 뭔가를 먹어야 합니다. 로마 관련으로는 아무런 정보도 찾아 놓지 않은 상태라 자동으로 '고독한 미식가' 모드에 돌입합니다. 여행 정보 앱 '트리플'을 켜 보니 가까운 식당이라 해 봤자 콜로세오에서 300미터 가까이 있어서 일단 천천히 이동해 봅니다.
콜로세오 인근에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콜로세오를 남쪽에 두고 북서쪽으로 직진하다 보면 나오는 카보르 거리(Via Cavour)입니다. 이 인근에 음식점이 제법 있었는데 일단 메뉴를 둘러보고 그럭저럭 괜찮겠다 싶은 곳을 하나 찾아 들어갑니다.
일단은 아보카도 바 로마(Avocado Bar Roma). 슬쩍 안을 보니 자리가 비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들어가 봤지요.
"Una Person(한 명)."
"너 혹시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왔어?"
"예약 안했는데?"
"그러면 한 시간 걸리는데 그 뒤에 올래?"
"⋯미안, 안 되겠다. 다음에 올게."
보기에는 별거 없어 보이는데 왜 이리 사람이 몰리지, 참 먹고 살기 힘드네⋯하고 주위를 다시 둘러 보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다시 찾았습니다. 알레 카레트(Alle Carrette), 피자집입니다. 이번에는 성공입니다.
[ * Tip : 이탈리아라고 아무데서나 피자를 파는 건 아닙니다. 트라토리아(Trattoria)같은 식당에서는 주로 요리를 팔고, 피자를 전문적으로 파는 집은 피제리아(Pizzeria)입니다. 그리고 피제리아에서는 80% 이상의 확률로 피자를 팝니다. ]
주위를 둘러 보니 사람이 적당히 있는데, 제 옆으로는 아마 가족 모임인듯한 손님들이 몰려서 점심 식사중이었고, 앞 테이블에는 영어권 관광객이 앉았습니다.
일단은 너무 목이 말라서 생맥주를 중간 사이즈로 시켰는데, 여기는 이탈리아인데도 독일 맥주를 가져다 파네요⋯뭐지? 시원하게 한 잔 죽 들이키고 나니 이제서야 살 것 같습니다.
프로슈토와 버섯이 들어간 피자를 시켰고요.
그리고 참치와 빈즈, 양상추가 들어간 샐러드를 시켰습니다.
한참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고 먹부림을 치다 보니 마실 게 떨어졌습니다. 음료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보니 이탈리아 지역 맥주인 두체사(Duchessa)라는게 있어서 이걸 추가로 시켰습니다.
예약 성공, 요소로!
전화를 끊고 나니 안도감이 몰려옵니다. 스쿠페스 10연 가챠에서 UR 우미나 UR 요우가 나왔을 때보다 더 큰 성취감도 함께. 스쿠페스야 현질을 거듭하다 보면 원하는 카드를 뽑을 수 있는 돈의 문제지만, 식당 예약은 돈보다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조금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콜로세오로 향합니다.
대체 이 광경을 오늘 몇 번 보는 건지⋯
미스트를 바람에 실어서 뿜어내는 냉풍기. 폭염에 시달리는 관광객들을 달래줍니다.
드디어 콜로세오로 입장합니다. 입장을 하려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뭐가 문제인고 하니⋯직원이 묻습니다.
"너 입장 시간 예약했니?"
"안했는데?"
"그러면 여기 줄 서서 입장권 받아서 들어가야 돼."
이런... 2유로를 내고 전화 예약이나 인터넷 예약을 하면 안 기다려도 되는데 로마 일정은 정말 날림으로 짜다 보니 이걸 까먹었습니다. 별수 없죠, 진짜로 로마에 왔으니 로마 법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시시덕대는 미국인 관광객들 앞뒤로 혼자 서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립니다. 앞에 있는 애들은(아마도 사촌이나 형제로 보였는데) 그루밍에 관심이 있는지 연신 스마트폰으로 로마에 있는 이발소 정보를 찾아보면서 수염이 어떻게, 면도가 어떻네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아무튼 한 30분 가량을 기다려서 발권을 했습니다. 오전에 팔라티노 언덕을 다녀왔는데 이걸 가지고 무슨 처리를 해야 하는지 창구에 있던 직원이 좀 헤매더니 옆에 제 패스를 들고 가서 뭔가를 물어 보고, 어쩌고 저쩌고 한 끝에 간신히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놈아들 세 명이 몰려서 로마 패스 입장하는 데로 들어가는데 경고음이 납니다. "너네 여기 갔다 온거 같은데?"라고 직원이 말했습니다. 풉, 킥킥킥, 이번에는 제가 비웃어 줄 차례입니다. 아예 입장까지 거부당했다면 속이 더 시원했겠지만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콜로세오 최상층과 지하층을 들어가려면 뭔가 따로 말해야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열심히 돌아 볼 의지는 생기지 않아서 일단 2층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돌면서 1층으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긴 말이 더 필요 있습니까, 사진 보고 가시죠.
사진만 봐도 짐작이 되겠지만, 일단 넓기도 엄청나게 넓어서 한 바퀴 천천히 돌아보고 안내문을 읽으면서 돌아보는 데도 한 시간 30분 이상이 걸립니다.
대체 여기에서 몇 명이나 죽어 나갔을까, 신세 한 번 고쳐보려고, 노예가 되어서, 혹은 단순히 재미거리로 희생당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생각해 봤습니다. 보기에는 좋지만 참 폭력적인 건물입니다.
콜로세오에 입장해서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조금 있으면 오후 5시인데 아직도 해가 쨍쨍합니다. 목이 탑니다.
"얼음물 1유로, 1유로에 얼음물"을 외치며 돌아다니는 잡상인이 이 때만큼은 정말로 반가웠습니다.
물병을 따서 죽 들이키는데 어⋯얼음조차 안 녹았습니다. 일단 물을 다 비운 다음 근처 식수대에서 물을 받고,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지하철 역으로 갑니다.
지하철 역 입구 근처에 무려(!) 탄산수가 나오는 식수대가 있어서 물병에 한 가득 받아 왔습니다. 날도 덥고, 기력은 떨어졌고, 더 이상 어딜 다닐 컨디션이 아닙니다. 지하철을 타고 다시 아스토리아 가든 호텔로 돌아가 쓰러졌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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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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