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일,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 공항 착륙 5분 전. 대충 주인과 마찬가지로 기대에 설렌 아오쟘 요엥이)
0. 들어가며
이번에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너무 공개된 정보가 없어서 곤란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도피행각을 벌인 3학년의 자취를 찾아 떠나시려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 삼아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즐거운 여행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글 하나당 4,000자 내외로 끊어서 올릴 예정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왜 하필 이탈리아였는가
그동안 일본은 주말이나 명절 등 연휴를 이용해서 지겹게 많이 다녀 왔습니다.
지난 해부터는 여름 휴가 기간에 다른 동네, 혹은 안 다녀온 나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히 올해는 구 극장판의 무대인 뉴욕, 그리고 이번 극장판의 무대인 이탈리아가 후보로 올랐습니다.
뉴욕은 얼추 찾아 보니 아는 사람들도 제법 있고 성지순례 관련 자료가 풍부하게 정리되어 있더군요. 항공사 마일리지를 다 털어 먹으면 비즈니스 발권도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허나... 가장 중요한 마일리지 항공권 예약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7월은 관광 뿐만 아니라 뉴욕 거주 유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들어오는 시즌입니다. 거의 1년 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사실상 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자연히 이탈리아지요. 유럽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고, 극장판 블루레이 발매일도 얼마 남지 않아서 제일 적합해 보였습니다. 항공권 가격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요.
2. 항공권을 찾아라
행선지를 정하면 제일 먼저 항공권을 찾아봅니다. 트립닷컴, 구글 플라이트, 국내외 여행사, 항공사 직판 등 여러 수단을 찾아본 결과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 루프트한자 독일 경유 : 쌉니다. 다만 수십 만원을 내고 가는데 아시아나 적립률이 박할 뿐만 아니라 소요되는 시간도 만만찮습니다. 길게 휴가를 못 쓰는 상황이라 이 선택지는 제외되었습니다.
- 에티하드, 카타르 등으로 아부다비 등 중동 경유 : 쌉니다. 마일리지도 적립됩니다. 그러나 아시아나클럽 회원 등급 산정 마일리지는 안 쳐 줍니다. 경유 소요되는 시간은 덤. 그래서 결국 제외했습니다.
- 아시아나 직항 : 100만원이 넘습니다. 그러나 마일리지가 100% 적립되고 국적기 직항입니다(사실 언어는 큰 고려 대상이 안 되지만...).
출국편에 탑승한 아시아나 561편. 좌석 간격 넉넉한 777편이었습니다.
특히
밥먹고 사는 일이 일인지라 최악의 경우 항공권을 취소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기 때문에 여행사 경유보다는 항공사 직판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검색해 보니 의외로 베네치아 인 로마 아웃이 십 몇만원 정도 더 싼데다 3학년들 도주 루트와도 일치해서 큰 고민 없이
결제했습니다.
여행사 경유하면 카드사 혜택 등으로 몇 만원 싸지지만 환불이나 일정 변경에서 떼어가는 수수료가 정말 뼈아픕니다.
그리고
네이버 항공권이나 여행사도 좋지만 출발 일자가 두어 달 미만이라면 속는 셈 치고 선호하는 항공사 직판도 꼭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정을 이리 저리 바꿔서 견적을 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가격에 표를 푸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3. 호텔은 어디로 하는가
일정이 베네치아-피렌체-로마로 결정되었으니 다음은 호텔을 잡아야 합니다.
일단 로마 호텔은 고민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아스토리아 가든 호텔을 잡아서 일부러 성지를 찾아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베네치아와
피렌체는 사실상 1박 후 이동을 반복하는 패턴이라 각각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역, 피렌체 산타 노벨라 역에서 무조건 가까운
곳으로 잡았습니다. 짐을 맡겨 놓고 주위 관광을 하기도 편하거니와 호텔에서 역까지 이동하는데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베네치아에서 1박한 일 모로 디 베네치아. 이게 호텔이라니...
예약은 주로 호텔스닷컴을 이용했는데, 예약을 진행하던 6월 당시 유니온페이 카드 대상으로 20% 할인을 하고 있어서 유용하게 잘 써먹었습니다. 무료 1박에 포인트까지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하면 가격이 많이 내려 갑니다.
베네치아와 피렌체의 호텔은 그야말로 혼자서 샤워하고 잠만 자고 다시 짐챙기는 일정이라 굳이 비싼 곳을 안 잡았습니다. 단 체력소모를 감안해 무조건 조식이 있는 플랜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베네치아 섬 내부 호텔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방값은 더럽게 비싸고 시설은 부실합니다. 베네치아를 3일 이상 보실 것이라면 메스트레 섬에 숙소를 정하고 수상 버스로 출퇴근하는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호텔 예약 비용은 다음과 같습니다(모두 싱글룸, 조식 포함 기준).
호텔 일 모로 디 베네치아 : $114.72 (1박)
알바 팰리스 호텔(피렌체) : $70.99 (1박)
아스토리아 가든 호텔(로마) : $116.02 (2박)
그리고 이탈리아 호텔은 숙박시 1박당, 1인당 숙박세가 별도로 발생합니다. 하루에 인당 2유로에서 4유로까지 규정이 다양하니 꼭 예약 전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숙박세는
무조건 현금 수납입니다. 처음 묵은 호텔에서 숙박세 내려고 10유로를 내밀었더니 기겁하면서 "야 그만큼 잔돈을 안 가지고 있어.
그냥 나갔다 와서 돈 좀 깬 다음에 내일 아침에 내던가"라고 잔소리를 들었고, 아스토리아 가든 호텔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1유로, 2유로는 꼭 챙겨다니세요.
4. 통신 수단 확보
요즘 세상에 스마트폰 없이 해외 여행을 다니기란 어려운 일이죠. 음식점 검색, 지도, 모바일 메신저,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여행 자랑까지 스마트폰 없이 도저히 여행이 안 됩니다.
저는
항상 해외 여행 일정이 잡히면 먼저 현지 유심을 알아 보는 편입니다. 찾아보니 TIM(텔레포니카 이탈리아 모바일) 유심이 제일
커버리지가 좋고 쓸만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네이버 쇼핑 등에서 파는 유럽 공용 유심은 다른 국가에서도 쓸 수 있지만 일단 속도가
느리고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서 유심을 사면 일단 상당히 불리한 조건으로 데이터는 더 적게, 요금은 비싸게 계약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TIM 웹사이트의 투어리스트 심 안내 페이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하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TIM에서 파는 투어리스트 심입니다. 이 유심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LTE 인터넷 15GB (핫스팟, 테더링 가능)
- 왓츠앱, 스냅챗, 페이스북 메신저 이용 데이터는 무료 (제로레이팅)
- 이탈리아 내/외 무료 통화 200분
- 유효기간 30일
- 가격 20유로
( https://www.tim.it/tim-tourist-en )
더 좋은 점은 이 유심은 미리 출발 전에 계약해서 사전 지불까지 마친 다음 이메일로 전달된 바우처와 여권을 이탈리아 도착 후 TIM 대리점에 내밀면 끝이라는 겁니다. 필요한 것은 여권 사본 뿐이고 속임수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6일간 이 유심을 굴려본 결과 속도도 충분히 빠르고(물갤에 사진 올릴 때 전파 상태만 양호하다면 호텔 와이파이보다 더 빨랐습니다) 괜찮았습니다. 라 마트리치아나에 예약할 때 현지 통화 기능도 잘 써먹었고요.
피렌체 대성당 인근에 있는 TIM 대리점.
※ 주의 : 아이폰을 쓰신다면 이 유심을 꽂기 전에 반드시 아이메시지 기능을 꺼 놓으시기 바랍니다. 아이메시지 기능을 켜 놓으면 번호 인증을 위해 영국에 국제 SMS를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충전된 잔액이 마이너스가 됩니다(약 -1.37유로)
이
상태에서는 데이터가 모두 막히고 전화만 작동하므로 진짜 실시간으로 '물붕이 현지에서 좆됐다'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현지 TIM 대리점을 찾아서 매장 최소 충전 금액인 10유로를 입금해 주어 잔액을 플러스로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저는 하필이면 일요일에 피렌체에서 이 문제를 겪고 나서 개고생을 했는데... 다행히 피렌체 산타 노벨라 역 인근에 TIM 대리점이 있어서 이 문제를 간신히 해결했습니다.
담당하던 직원이 "너 이거 딴데서 샀지? 이거 여기서 사는 사람한테는 다 이야기해주는데 너도 당했구나. 애플놈들이 나빠"라고 동정해 주었습니다. 안습.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