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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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베리와 떠난 이탈리아 성지순례 (14) - 7/21 피렌체 (3)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6095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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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사람들로 미어터지기 시작하는 피렌체 대성당.
피렌체 성지 순례의 마지막 일정인 두오모, 쿠폴라로 향합니다. 이 곳은 애초에도 관광 명소였지만 2001년, 에쿠니 카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함께 쓴 소설인 '냉정과 열정 사이'(Calmi Cuori Appassionati) 때문에 엄청나게 유명세를 탔습니다.
두 주인공이 10년 뒤 재회하는 장면에 바로 이 쿠폴라가 등장합니다. 이것 때문에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어, 일본어 낙서로 쿠폴라가 골머리를 앓았다고 합니다. 현재 30대 중-후반 여성들에게 피렌체? 하면 바로 '두오모' 입니다.
그렇다면 극장판 어느 장면에 이 쿠폴라가 등장하는가, 바로 루비가 저 멀리 떨어진 오하라 마리 친구네 별장(빌라 코라)에서 비치는 다이아의 신호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별장 찾기가 정말 어렵고 혼동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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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에서 한가로운 비둘기들
완전히 시간을 착각해서 원래 예약 시간인 2시보다 한참 늦었습니다. 허둥대며 피렌체 대성당으로 갔더니 2시 20분, 다음 입장 시간까지 딱 10분 남았습니다. 그 와중에 쿠폴라로 올라가는 입구를 착각하기까지 했습니다. 당황하면 정말이지 눈에 보이는 게 없습니다.
앞에는 중국인 관광객들, 뒤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간에 낀 저 혼자 한국인입니다. 다들 더워서 안 올라왔나?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올라가 보니 한국 사람들 어지간히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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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을 서면서 정말 괴로웠던 점은, 바로 그늘이 없다는 겁니다.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작은 양산이라도 있었다면 덜했겠지만, 선크림조차 서울에 두고 온 정신머리로 그 생각을 어떻게 했겠습니까. 손에 든 입장권(바우처 인쇄한 종이)으로 얼굴을 가려 보지만 어떻게 태양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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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예약 시간인 2시 30분에서 5분이 지나도 줄이 안 움직여서 그야말로 타들어 가고 있는데 드디어 줄이 움직입니다. 미리 인쇄해 온 바우처를 내밀면 PDA로 스캔한 후 입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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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이 괴롭지, 일단 성당 안으로 들어오면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체감 온도가 뚝 떨어집니다. 한국보다는 습도가 덜하기 때문에 일단 그늘을 찾으면 상당히 시원해집니다.
쿠폴라로 오르는 계단 입구 앞에서는 가방 보안 검색이 있습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삼발이식 게이트를 밀고 들어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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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기 힘들다, 팍팍하다, 뭐 이런 이야기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는데 체감 난이도는 아와시마 신사가 더했습니다. 적어도 경사도가 엄청나거나 햇빛이 그늘 없이 바로 내리 쬐지는 않으니까요.
제 뒤에 올라오는 일본인 관광객 일행 중 꼬마애가 정말 열심히 올라와서 칭찬해주며 예상보다는 훨씬 즐겁게 올라갔습니다. 간혹 아래에서 내려오는 사람때문에 길을 비켜 주느라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리 오래 안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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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중간 중간 평탄한 곳에는 전시물이나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져 있어 페이스 조절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조금만 조심하면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지만, 실족이나 낙상 사고는 조심해야 합니다.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면 마치 도미노처럼 뒷 사람까지 다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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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올라가면 이렇게 천장의 벽화를 둘러보며 찍을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플래시는 금지이며 쿠폴라 위에서 빝이 들어와 비춰 주기 때문에 낮 시간이면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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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분에서 30분을 들여 쿠폴라에 오르면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죠토의 종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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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쿠폴라가 피렌체에서는 가장 높은 곳인 것 같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벽돌 지붕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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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장식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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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여유가 생겨서 요소베리를 데리고 장난을 쳤습니다. 난간 겸 피뢰침에 요소베리를 걸어 주고 사진을 찍고 있자니 제 오른쪽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던 중국인 여자애가 막 웃더니 저를 보고는 엄지를 쳐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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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빌라 코라는 어디에 있는가? 위 사진에서 빨간색 네모로 표시해 놓은 곳을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처음에는 사진 중앙의 돔 아래에 보이는 건물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대략 두 시 방향에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막상 올라가면 햇빛이 너무 쨍한 나머지 사진을 찍어 놓고도 잘 확인이 안됩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200mm까지 소화 가능한 망원 렌즈나 줌 렌즈가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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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사진은 200mm급 줌 렌즈가 아니면 도무지 건질 수 없는 광경이죠.
쿠폴라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데는 약 20분에서 25분 정도 걸립니다. 지상에서 높이가 약 100미터 정도 되다 보니 바람도 많이 불고 그늘에 있으면 상당히 시원해서 둘러볼 만 합니다.
이래서 다들 기를 쓰고 올라오는구나 싶었습니다. 분명히 올라올 때보다는 내려올 때가 더 쉬울 겁니다. 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돌아 돌아 그렇게 쿠폴라를 내려 왔습니다.
( 계속 )
※ 질문 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