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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문학상] Day of the Dead
글쓴이
Jud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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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597930
  • 2019-07-19 13:39:49
 


때 늦은 여름밤, 어쭙잖은 달빛이 구름을 뚫고 거리를 비춘다. 엄밀히 말하자면 달빛이 비추는 것은 일부밖에 없다. 길길 마다 선 가로등이 밤거리를 밝게 비춘다고 해야 맞는 표현이리라. 그런데도 달빛은 자신의 은은한 존재감을 하늘 높이서부터 뽐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달이 아름답다고 말할만한 감수성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라며 하나마루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기만 한다. 그저 터덜터덜 걸어가 공원 벤치에 걸터앉아 아까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를 입에 가져다 댄다.

밤거리를 노니는 커플과 가로등 아래, 은근히 분위기를 잡는 대학생들, 심지어 지나가던 고양이까지 짝을 지어 다정하게 공원을 걷고 있었다. 그걸 보던 하나마루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홧김에 캔맥주를 전부 비우고 벤치 뒤쪽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으아!!! 연애하고 싶다!!!"

기지개를 켠 상태로 등받이에 기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주변 시선이 너무 따갑다. 학창시절에 살짝 유명했던 것과 더불어, 상사의 슬슬 연애 같은 것도 해야 되지 않으냐는 걱정이라는 이름의 오지랖과 슬슬 20대 중반인데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봤다는 압박감. 무엇보다 - 다시 이별을 경험할까 두려움이 합쳐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애매하고 우울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달 진짜 밝다...그러고 보니 달이 아름답다는 말엔 프러포즈 비슷한 의미도 있었던가, 그런 말 해줄 사람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네…. 생각하며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뜨자, 그녀의 눈앞엔

그녀의 첫사랑이자 옛친구. 요시코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달이 참 아름답네. 안그래? 즈.라.마.루"

하나마루는 그녀 자신도 모르게 상반신을 벌떡 일으켜 세웠고 그 결과...

그들의 재회는 성대한 박치기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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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코는 하나마루가 아예 세차게 머리를 부딫칠줄 몰랐는지, 성대하게 뒤로 넘어졌다. 분명히 손에 든 캔맥주가 쏟아질 만 했는데도, 용케 몸을 던져 사수하려 했는지, 다행히 요시코의 손에 든 캔맥주와 훼미리마트 봉투는 멀쩡했다.

"뭐하는 짓이야 즈라마루!!!"

요시코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어서 하나마루에게 그렇게 소리친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여성정장과 계속해 관리를 한 듯 잘록한 허리선,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은 하나마루로 하여금 동요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뭐…. 대체 무슨…. 요시코쨩이 왜 여기있는거여? 그 꼴은 또 뭐고?!"

하나마루는 속사포같이 말을 쏟아냈다. 평소엔 안 쓰던 사투리까지 쏟아내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요시코는 그 말을 듣고선 어이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니…. 난 이런 꿀 같은 연휴에 일하고 있는 네가 더 이해가 안 가는데, 당연히 휴가라서 놀러 왔지! 그리고 나도 취업 정도는 했어,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옆쪽에 자리 남지?"

요시코는 그렇게 하나마루의 옆에 앉았다. 하나마루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결국 무언가 짚이는 게 있는지 한숭믈 푹 쉰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요시코의 편의점 봉투에서 맥주를 하나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디부터 봤어? "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던 하나마루가, 입을 소매로 스윽 닦으며 이야기했다.

"그거 내 것인데…. 뭐 어차피 주려고 했으니까 상관없나? 퇴근길부터, 쭉 따라와 봤어. 고등학교 때만 해도 편의점 잡지코너에서 그렇고 그런 책을 보는 아이로 자랄 줄 몰랐는데 말이야~"

요시코는 유감이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
"시끄러워유!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난리여! 그리고 난 이제 성인이라고! 정당해!"

하나마루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미 머릿속이 당황과 흥분으로 가득 찬 듯, 직장에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숨기던 사투리가 마구마구 튀어나왔다.
요시코는 그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깔깔대며 웃다가, 배가 아프다는 듯 한 손으론 배를 움켜잡고 한 손으론 눈물을 훔쳤다.

"6년 전이랑 분위기는 달라졌어도, 내용물은 똑같네! 정말..."

하나마루는 아무 말 없이 맥주를 계속 마시다 할 말이 없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다.

"따라오기나 해. 요시코쨩, 어차피 잘 곳도 없잖여?"

그렇게 이야기하며 요시코에게 등 한번 돌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좋게 봐주더라도 삐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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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도 조금 흐트러뜨리지 않고 하나마루의 뒤를 뛰어서 쫒아온 요시코는, 상처받았다는 듯 하나마루에게 소리쳤다.

"여기는 초행길이란 말이야! 길 잃으면 책임지기라도 할 거야?!"

하나마루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나한테 잘못한 요시코쨩 잘못이 더 커."

요시코는 원래 이랬었지라고 한탄을 하다가 무언가를 보고선 하나마루에게 잠시 기다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하나마루는 영문을 모른 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요시코는 딱 좋은 타이밍에 자판기가 있었다며 담배 자판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요시코쨩 담배도 피웠어?"

하나마루는 의외라는 듯, 요시코를 쳐다본다. 요시코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담배를 한 자루 꼬나물고 담배 끝에 불을 붙이며 대꾸했다. 담배 끝에서 아른거리던 연기가 하나마루의 코를 스친다.

"사람이 변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성인 되기 전엔 안 폈어. 자 가자."

하나마루는 급하게 손으로 앞을 부쳐 연기를 흐트러뜨리며 요시코를 꼬나보았다. 정말이지, 예전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말을 속으로 집어넣으며 하나마루는 요시코에게 의아하다는 시선을 잠시 보냈다. 이윽고 한번 내쉰 한숨은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꽤 덤덤하게 있을 것 같다는 뜻이리라.

어느새 요시코가 하나마루보다 앞서게 되고, 자연스레 하나마루가 혼자 자취하는 오피스텔 앞에 두 사람은 서게 되었다. 하나마루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앞장서자 요시코는 하나마루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간다. 끼익 하고 꽤 관리를 많이 하지 않은듯한 경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하나마루의 집에 들어섰다.

"와.... 내방 보는 것 같아..."

요시코는 자기가 사람은 바뀌는 것이라고 한 주제에, 꽤 멍하니 거실을 바라봤다. 옛날의 하나마루라면 생각도 못 할만한 컴퓨터와 게임기, 성대한 게임 타이틀이 거실 한구석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물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자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공간 활용을 잘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소한 사실 따윈 요시코의 머리엔 들어오지 않았다.

"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게임에 돈을 많이 쓰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나마루는 어이없다는 듯 요시코를 향해 물었다. 요시코는 눈을 피하며 휘파람을 불어 노골적으로 대화를 피했다.
한가지 이상한 점이라면 꽤나 많이 게임을 산 것치곤, 게임기나 타이틀에나 먼지가 한가득 쌓여있다는 점 쯤일것이다.

요시코는 아무 거리낌 없이 소파에 몸을 던졌다. 하나 마루는 요시코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먼저 욕실로 들어갔다. 요시코는 무언가 생각난 듯, 사르륵 옷을 벗고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가볍게 샤워를 하느라 문이 열리는 소리를 못들은 듯, 하나마루는 아무렇지 않게 몸을 씻고 있다. 요시코는 하나마루를 뒤에서 은근슬쩍 껴안았다. 하나마루는 당황한듯하지만, 이윽고 요시코의 손을 끌어안았다. 예전 생각을 하는 듯, 하나마루는 눈을 살며시 감고 잠시간 요시코의 온기를 느꼈다.

몇 분이 지났을까, 하나마루가 눈을 뜨고 요시코를 돌아보자, 요시코는 얼굴이 빨개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나마루는 그런 요시코를 보고 살짝 히죽였다.

"요시코쨩, 이런 부분은 변함없네...언제나 먼저 대쉬하는 주제에 내가 대쉬하면 엄청 당황했었지..."

요시코는 아무 말 없이 하나마루를 향해 볼을 부풀리다가.

히죽히죽 웃는 하나마루의 입을 보기 싫다는 듯, 자신의 입술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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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서의 키스 이후, 나와 요시코쨩은 밤새워 놀았다. 아쿠아의 근황을 이야기한다든가, 마리오 카트를 한다든가. 결국 체력에 못 이겨 내가 먼저 잠에 빠져버렸다. 어렴풋한 기억은 거기까지, 침대에서 머리를 짚으며 일어나자 툭 하고 침대맡에서, 편지 하나가 떨어졌다.

나는 그 편지를 집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정말 바보 같다.

소리 내 울면 지는 것만 같아 억지로 울음을 참아본다. 히끅히끅거리며 눈물을 참아본다. 하지만 참을 수 없다. 이 격렬한 감정을 어찌 뱉지 않고 참을 수 있을까.
결국, 감정에 지고 말았다. 난 몇시간이고 몇시간이고, 울기 시작했다. 몇번 이고 몇 번이고 다시 한 번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태어난 때의 울음마냥 온 힘을 다해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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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간이 없어서 이렇게 썼읍니다. 나중에 편지 내용은 나아중에 써서 넣을게요 지금 문학상 마감직전에 급하게 시마이침. 아 후반 날림쓴거 존나 보기싫네 진짜 나중에 2편을 써서 올리던가 해야지

일러스트는 

月窓

https://www.pixiv.net/member_illust.php?mode=medium&illust_id=75318824

를 리터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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