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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 창작 SS ] 그 진실. - 1화 -
글쓴이
5센리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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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2585902
  • 2019-07-10 15:04:59
 



  *1 친구의 꿈을 모티브로 작성한 SS입니다.

  *2 시리어스한 내용이 포함 돼 있으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3 BGM을 들으면서 보면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4 샤팬미 타천... 악 ! 악 !

  *5 센리





ㅡ.


깊은 어둠 속에 빠져 있는 학교.


ㅡ.ㅡ.


그 어떠한 이상도 허용하지 않는 그곳에, 어째서일까.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음.


ㅡ.ㅡ.ㅡ.


가쁜 숨소리. 투박한 발걸음 소리. 무거운 물체가 끌리는 소리.


ㅡ.ㅡ.ㅡ.ㅡ.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의 소리는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 어제 누마즈에서 1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였습니다..°°°°°° ]



" 아침부터 흉흉한 소식이네요.  "



평화로운 쿠로사와가의 아침. 단란하고 훈훈한 공기로 가득 차 있던 식탁은, 어디에선가 들려온 불청객의 소리로 인해서 산산조각 깨져 버리고 말았다.  

살인사건ㅡ. 뉴스의 앵커는 평온한 누마즈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걸어놓은 채로, 피해자인 10대 여성은 누마즈에 있는 어느 학교의 학생이라는 등 많은 정보를 쏟아내고 있었다.



"  다이아랑 루비도 너무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



"  네, 그렇게 하도록 할게요.  "



하긴, 뉴스에서 저렇게 크게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늘날 살인사건이라고 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흔한 범죄이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그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은 자그마한 섬 안 시골 마을. 외부인의 왕래라고는 거의 없을 정도라고 봐도 무방한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것. 그것도 피해자가 10대 소녀라는 점은, 이 누마즈의 우치우라라는 곳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충격적인 뉴스 일 수밖에 없었다.



"  루비?  "



하지만 소녀, 쿠로사와 루비에게 있어서 이러한 사건은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어른들은 학생들의 자살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야기. 우라노호시 여학원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실종. 살인사건. 



"  루비, 아버님께서 이야기 하고 계시잖아요.  "



"  에..? 응..  아니, 네. 그렇게 할게요..   "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던 소녀는, 언니인 쿠로사와 다이아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  루비,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



비슷했다. 살인사건이 밤에 일어났다는 점. 피해자는 십 대 여학생이라는 점. 장소의 차이와 사람들의 인식 여부의 차이를 제외하고,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그 사건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마치, 같은 사람이 저지른 것처럼.



"  루비, 혹시 무서운 건가요?  "



"  ...   "



"  하긴, 루비는 이런 일을 가까이에서 경험해 보는 건 처음이니.  "



뉴스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저 살인사건은 마치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그때 사건의 연장선이 아닐까. 두려움이 몰아닥친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언니를 바라보았다.



"  괜찮아요, 루비. 루비에게는 그 어떠한 일도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이 언니가 지켜줄 테니.  "



그녀는 소녀를 바라보면서 안심하라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 여느 때처럼 아름답고 또 믿음직스러운 미소를. 그때에도 그랬다. 소녀가 두려움에 떨고 있던 때에도, 그녀는 저렇게 이야기하면서 소녀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지만 소녀는 그녀의 미소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같은 미소, 다른 느낌. 그 이질적인 감각에 소녀는 눈을 돌리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ㅡ All the truths that are silenced are poisonous.

' Nietzsche '




"  루비ㅡ..  "



"  에?  "



"  아까부터 멍하게 뭐하고 있어유.  "



왁자지껄, 학생들의 활발한 소란스러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고 있는 교실의 안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루비는 멍하니 하나마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기억하는 것을 몸이 자연스럽게 거부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왠지 모르게 찝찝한 이 기분을 그저 피곤함 때문에 꿈을 꾼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로 마음먹은 소녀는 하나마루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소를 입가에 띄었다.



"  으.. 응. 아무것도 아니야. 피곤해서 잠깐 졸았었나 봐. 미안해, 하나마루..  "



"  지한테 미안할 건 아니지만유..  그것보다 어제는 뭘 했길래, 그렇게 피곤한거에유?  "



"  그러게.. 별로 한 일도 없는데.  "



왠지 루비다운 답변이네유.. 라는 말을 덧붙이며 미소짓는 하나마루와 아직까지 피곤함이 가시지 않은 듯 하품을 내쉬는 소녀. 따스한 분위기의 공기로 가득 차 있는 그곳은 마치 평범한 나날의 연속과도 같았다. 



"  아, 그러고 보니까 하나마루ㅡ 역 앞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여름맞이 이벤트 한다는데, 끝나고 같이 갈래?  "



"  역 앞 아이스크림 가게유ㅡ? 지는 좋ㅇ..   "



"  기랑-☆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는 거야?  "



"  삐ㄱ..... 후, 요시코.. 깜짝 놀랐어.  "



"  그러니까 요하네ㅡ 후후, 타천사의 오라를 눈치채지 못 하다니, 아직 멀었네. 리틀데몬 4호 루비.  "



갑작스럽게 대화 속으로 끼어 들어온 소녀, 츠시마 요시코. 두 사람 사이의 느긋하고 여유로웠던 공기는 요시코라는 기류를 만나 조금씩 리듬감 있고, 속도감 있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  역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이야기ㄹ..  "



"  그것보다, 루비와 즈라마루의 도움이 필요해ㅡ!  "



쾅, 책상을 내려치며 이야기하는 요시코에게 반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잠깐 쏠렸지만 그걸 알고 있는 건지, 모르고 있는 건지ㅡ 소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  요하네의 방송을 도와줘.  "



"  에?  "



"  방송이라면ㅡ.. 요시코의 그..  "



"  요하네! 다름이 아니라, 여름을 맞이해서 타천사스러운 괴담과 관련된 주제로 방송을 하려고 해서 말이야. 즈라마루라면 책을 많이 읽으니까, 잘 알지 않아ㅡ?  "



"  괴담... 인가유.   "



쓸만한 괴담을 떠올리기라도 하는 걸까.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하나마루의 모습에, 요시코는 눈을 빛내며 바라보다 이내 곧, 루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요시코와 눈을 마주친 루비가 할 수 있는 것은 애매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살짝 가로젓는 것뿐이었다. 애초에 소녀는 괴담에 그렇게 강한 타입도 아니고, 즐기는 쪽도 아니었다. 요시코의 말대로 여기서는 하나마루 가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터였다.



"  요시코는 혹시... 카미카쿠시 (  神隠し ) 에 대해서 알고 있나유?  "



"  카미.... 카쿠시?   "



무엇인가 떠올랐다는 듯, 이내 곧 무서운 분위기로 목소리를 낮춘 채 이야기를 시작하는 하나마루. 눈 깜짝할 사이에 일변한 분위기에, 루비도 요시코도 긴장한 듯 침을 한 번 삼키고,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  예전, 어느 마을에서ㅡ.. 갑자기 한 아이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어유.  "



한 자그마한 산골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 평온하기만 했던 마을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이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 아이를 찾기 위해 몇 날 며칠 마을 주변을 수색했지만 결국 그 아이를 찾을 수 없었다. 이유도, 과정도 알 수 없는 실종. 아무런 단서도 없어 결국 그 아이를 찾는 것을 포기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포기를 합리화하고자 “그 아이는 신이 데려갔다” 여기며...


이를 카미카쿠시ㅡ 라고 이름 붙였다. 


이 시점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으면ㅡ.. 그저 이 이야기는 하나의 미스터리한 사건, 또는 단순한 괴담 정도로 끝났겠지.



"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유.  "



"  ㅁ.. 뭔데.. 설마 아이가 귀신이 돼서 나타난다던가..?  "



"  그런 공포 영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유..  "



그로부터 몇 주 후, 마을 사람들이 사라졌던 그 아이를 조금씩 잊기 시작했을 무렵, 다른 한 아이가 또 사라졌다. 이번에도 역시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시 그 어떠한 단서도, 자그마한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또 다른 한 아이가 사라졌다.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그들은 곧 마을을 “저주받은 신의 마을”이라 일컬으며 자신들의 터전과 보금자리를 버리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  하지만 요시코도 알다시피 저주. 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잖아유. "



그러나 마을 사람들을 옭아맸던 저주는 마을을 떠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 때문에 그들이 새로 정착한 각 지방에서도 카미카쿠시의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라지는 시점도, 아이의 성별이나 연령대도 모든 것이 달랐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전부 같았다. 아이들은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마치 진짜로 미지의 존재가 데려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  그.. 그래서 결국 아이들은 어떻게 된 거야..  "



"  그건 아무도 알지 못 해유. 아, 그리고 이건 참고사항인디, 이곳 누마즈에도 있었다는 것 같아유. 카미카쿠시 현상이.  "



"  에? 누... 누마즈에도..?  "



"  삐... 삐기잇..   "



"  그.. 그 정도에 타천사 요하네가 겁낼 것 같아..?!  "



"  요시코, 이미 목소리가 떨리고 있어유. "



장난스럽게 미소지은 채, 눈을 흘기면서 요시코를 바라보는 하나마루의 모습에 이미 아까 전의 무거우면서도 어두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루비의 마음 속 찝찝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무겁게 지키고 있었다. 



괴담이라는 것은 본래 옛날이야기다. 자신들과는 조금 멀리 떨어진,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저 무서운 이야기. 그렇기에 아무리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도, 결국 괴담은 단순한 시간 해소용 또는 취미 거리로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괴담이 본인의 주변에서 일어난다면? 자신과 관련이 되어버린다고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괴담이 아닌 재앙, 재난이 된다.



"  어.. 어쨌든 고마워, 즈라마루. 덕분에 이번 방송의 주제는 카미카쿠시로 결정이네.  "



"  챙겨볼게유.  "



"  에? 안 돼, 부끄러우니까 즈라마루랑 루비는 보는 거 금지 !  "



왁자지껄, 괴담 때문인지 살짝 무거워졌던 공기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하나마루와 요시코의 이야기에 루비의 얼굴에도 슬쩍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어째서인지 아까 전 괴담이 좀처럼 떠나가지 않았다. 







"  그러면 먼저 가서 기다려주세유.  "


"  응, 도서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방과 후, 아쿠아의 연습이 있기 전까지 도서관의 일을 마무리하기로 하나마루와 약속한 루비는 주번 일을 끝마쳐야 하는 하나마루 보다 한 발자국 먼저 도서관으로 향했다. 원래 같았으면, 그녀가 주번 일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도서관으로 향했을 소녀였지만, 오늘은 그녀가 오기 전, 꼭 한 가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  분명히 이쪽에...   "



도서관에 도착한 소녀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전설, 민담, 설화 등으로 나뉘어 있는 구역. 그곳에서 소녀는 괴담 집을 찾아, 책상에 내려놓았다.



"  카미카쿠시..  카미카쿠시..  "



온갖 제목의 괴담들이 한 곳에 담겨있는 책의 목차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원하는 제목을 찾던 소녀는 이내 곧 그것을 발견하고는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카미카쿠시, 무척이나 짧은 시간 아마 길게 쳐 줘봐야 15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시간 동안의 주제였을 뿐인 괴담. 그저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도 상관없을 것 같은 그 이야기는 어째서인지 계속 소녀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결국 마치 진짜 귀신에 홀린 듯 소녀는 카미카쿠시를 찾아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가고 있었다.



"  돌아온 아이가 있었네.  "



책에 쓰여 있는 카미카쿠시의 내용은 대부분, 하나마루가 이야기해 준 것과 동일했지만, 한 부분만이 달랐다. 결말. 하나마루가 해 준 이야기는 곳곳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책은 그 뒷이야기가 더 있었다.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가 갑작스레 돌아온 한 아이. 그러나 그 아이는 정상이면서도 정상이 아니었다.



"  다중인격...  "



평소에는 사라지기 이전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던 아이는 그러나, 가끔 완전히 다른 행태를 보였다. 어떤 때에는 우울한 성격으로, 어떤 때에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격으로, 마치 다른 여러 가지 인격들이 내재되어 있다가 급작스럽게 폭발하여 일정 시간 동안 외부로 표출되는 듯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결국 그 아이는 자살로 생을 마ㄱ...



"  루비?  "



"  에? 하나마루.. 언제 왔어?  "



"  지는 방금 왔는디 그것보다 무슨 책을 그렇게 읽고 있는 거에유? 지가 오는 것도 눈치 못 챌 정도로.  "



"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



책을 숨기듯 뒤로 밀어 넣으며 손을 가로젓는 루비의 모습에, 하나마루는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곧 몸을 좌우로 기울이며, 그녀의 뒤에 숨겨져 있는 책의 제목을 손쉽게 알아냈다.



"  일본 괴담집..?  "



에이, 별거 아니었잖아유. 라는 말을 미소와 함께 덧붙이면서 하나마루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하나마루의 입장에서는 루비가 저런 책을 찾아본 것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뿌듯한 일이었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한 이야기 때문에 그녀가 흥미를 갖고 저런 이야기를 찾아본 것 일테니까. 



"  그래서 카미카쿠시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거에유?  "



"  ....응.   "



"  그러면 지는 책을 정리하고 있을 테니까, 천천히 읽으세유.  "



"  에, 아냐 아냐. 다 읽었는걸. 정리하는 거 도와줄게.  "



하나마루의 말에 루비는 급하게 책을 다시 책장에 집어넣은 채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대로 시간이 지나면 소녀가 오늘 하나마루에게서 들은 것도, 책에서 찾아본 내용도, 모든 것은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겠지. 그래, 여름이라면 흔히 있는 일. 그저 괴담이라는 자그마한 이벤트 하나가 일상 속에 녹아들었던 것뿐이니까, 앞으로 소녀의 평화로운 일상에는 아무런 문제도 영향도 없을 터였다.




_◇_◇_◇_◇_◇_◇_





"  후우.. 힘들었네. so tired~  "



달빛만이 창문을 통해 으스름하게 비치는 저녁 늦은 시간. 아무도 없는 어두운 학교 안에 금발의 소녀, 오하라 마리는 한껏 기지개를 핀 채 그대로 이사장실 책상 위에 팔을 대며 엎드렸다. 바빴던 아쿠아의 활동 때문에 한껏 미뤄져 버린 이사장의 일, 그 중에서도 내일까지 끝을 내야 하는 급한 일에 결국 어쩔 수 없이 소녀는 이 시간까지 남아 그 일을 끝마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카난과 다이아의 도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 둘도 방과 후, 저녁 정도까지 마리의 일을 도와주다가 각자 가게 일과 집안일 때문에 조금 일찍 돌아갔을 뿐, 아마 그 두 사람의 도움이 없었으면 아직까지 이사장 일을 끝내지 못하고 소녀는 머리를 싸매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부 내팽개치고 돌아갔을 수도 있었다. 



"  정말이지, 두 사람에게는 나중에 확실히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는걸.  "



그러면 저도 슬슬 돌아가 볼까요- 기지개를 한 번 더 피며 책상 위에 이리저리 늘어져 있는 서류를 정리한 소녀는 그대로 이사장실의 불을 끄고 문을 나섰다.



깜빡ㅡ.


"  에?  "


깜빡깜빡ㅡ. 



소녀가 서 있는 복도의 반대쪽 끝에서 불이 한번 깜빡였다. 늦은 저녁. 분명히 아무도 없을 이 시간에 깜빡인 형광등. 그 현상에는 아무리 마리라고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저곳에 가면 위험할 것이라고 충고하는 그녀의 한쪽 마음과 무슨 일인지 가보자 하는 호기심으로 재촉하는 다른 한쪽 마음. 치열하게 싸우던 두 마음은 그러나 근소한 차이로 호기심이 승리하여 소녀는 그 발걸음을 조금씩,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불은 아까 전 소녀가 봤을 때 한 번, 두 번 깜빡인 이후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래 어쩌면 그냥 스위치의 오작동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녀는 마음을 쓸어내리면서 불이 깜빡였던 교실의 문 앞에 서 깊게 호흡을 내쉬었다.



"  ㅡ...  "



드르륵, 바닥에 끌리는 소리와 함께 열리는 문. 빛 한 점 없이 캄캄한 그곳에는 다행히도 외부인이라던가, 위험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천천히 벽을 짚으며 스위치를 찾아 헤매던 소녀의 손끝이 스위치를 올리자 이내 곧 눈이 부실듯한 밝은 빛이 교실 안을 환하게 비췄다.



"  It's nothing~ 역시 그냥 스위치의 오작동이려나.  "



환하게 비춰진 교실의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의자와 책상이 가지런히 정렬된 일상 그대로의 평범함 일 뿐. 그래, 이런 곳에 귀신이나 시체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었다. 요즘들어서 영화를 너무 많이 봐 조금 극적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  이건, 하루빨리 수리를 맡겨야겠네.  "



안 그러면 전기세가 엄청 들어가 버릴 테니 말이죠ㅡ 라고 덧붙이면서 쓴웃음을 입가에 내비친 채, 천천히 몸을 돌려 문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소녀의 시야 한 구석에...



교실의 앞문 쪽 무엇인가 이질적인 것이 눈에 띄었다.



다시 긴장된 표정으로 천천히 앞문 쪽에 발걸음을 옮기는 소녀.




그곳에는...



"  ... Blood..?   "



붉게 물든 핏자국이 있었다.



오래된 핏자국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손을 가져다 대면 묻어 나올 것만 같은 핏물. 아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진한 피비린내마저 마치 이 교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  우읍... 왜 이런 곳에...  "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은 이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사방에서 진동하는 진한 피비린내 때문일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었을 텐데. 몇 분 전의 불빛의 깜빡임. 조금 전에 생긴듯한 핏자국. 그렇다는 것은 이곳에서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그 위험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  에...?  "



알 수 없는 이상한 향기의 손수건이 소녀의 코와 입을 막은 건 그 순간이었다. 

점점 멀어져가는 의식. 속수무책으로 일어난 일에, 소녀는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ㅡ 

그저 깊은 잠에 빠져들어갔다.


ㅇㅇ 퍄퍄 잘보고갑니다 117.111 2019.07.10 15: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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