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SS] 종전(終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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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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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7-06 10: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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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난, 아직도 박혀있니?”
“잠만요, 좀 이따 나와요~”
“너는 정말... 그렇게 모니터 앞에 앉아서 그래도 결과는 정해졌다니까?”
“그래도... 그래도!”
오늘은 국제 스쿠버다이버 자격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
그래서 아침부터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오늘이라 했으면 아침 10시에는 나와야 하는 거 아냐?
“아이구, 그러니깐 평소에 잘 했어야지,,,”
“힝”
왜 이런 소리까지 듣는 거냐고?
그야... 공부하다보면 좀 다르게 외울 수도 있지 뭐...
실습하다가 순서 까먹어서 다른 건 다 정확한데 순서만 다를 수도 있고...
그러다보니 뭔가 망했다고 생각해서 이젠 요행을 바라는 중이다.
양 손을 모으고 열---심히 기도를 드린다, 이 세상에 있는 신이란 신 모두에게.
그런 짓을 하니 엄마께서도 기가 차는 것은 그다지 무리는 아니겠지.
[새로 고침]
클릭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우....!”
“그래서 점심은 언제 먹으려고?”
“얘만 보고 알아서 먹을게요...!”
“오냐. 다 먹고 치운다?”
“네엥.”
실없는 기다림.
애가 타서 죽는다는 말이 드디어 이해가 된다.
지금 마음이 잔뜩 쫄린다.
꼭 예전 우라노호시까지 5번은 왕복한 기분?
탓, 다다닥, 타닥
달깍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으”
달깍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으으으으으...”
달깍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으, 진짜! 모르겠다, 밥이나 먹어야지!”
달깍
[결과 확인을 위한 암호를 한 번 더 입력하십시오.]
“...어?”
탓, 다다닥, 타닥
달깍
「성함 : 마츠우라 카난
나이 : 만 20세
출신 : 일본
메일 : [email protected]
신청 구분 : 국제
신청 요건 : 스쿠버다이빙 자격
신청 중개 : 일본 해양안전 진흥원
.
.
.」
“어, 어어, 어? 어...”
아, 잠깐만 진정이 안 돼.
누가 좀...
“어, 엄마? 잠깐만 이거 좀 같이...”
“왜, 이번엔 또 뭔데?”
「합격 여부 : ...
재교육 일시 : ........」
“으아아아... 못 봐. 난 못 봐, 엄마가 대신 좀...”
“그렇게나 겁먹을 거면 왜 보려고 한 거야... 얼굴에서 손 떼고 직접 봐.”
「합격 여부 : 합격
재교육 일시 : 통지 후 1달 이후...」
“오,”
“후훗. 축하해, 딸. 저녁은 뭐 먹을래?”
“오, 와”
“얼빠진 표정 하기는...”
“와아아아아앗!! 내가 합격이래!!”
“....”
“꺄아하하하핫, 붙었어어어어엉”
“그래, 이제 됐으니까 점심이나 마저 먹을까?”
“밥이다, 밥. 앗싸리!”
좀! 앉아서 먹어!
히이이이익, 네엣!
-
하루가 끝난 오후 5시.
남들에게는 언제나처럼 귀갓길이겠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 더 의미를 두고 싶다.
새로운 학교에서의 1년 마지막 시험을 방금 막 끝마쳤기 때문이지.
이번만큼은 타천은 안 돼!! 하면서 열을 냈던 것이 어제 점심부터였나...
썩 나쁘지 않게 답안을 작성하고 제출했지만 왠지 오늘의 과목만큼은 제대로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몇 명의 아이들과 모여서 그대로 밤샘.
흔한 수다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다.
고통의 오후를 지나, 시련의 저녁과 마주치고, 혹한의 밤을 보내면 후회의 새벽이 몰려왔다.
몇 명의 좀비가 책상을 기어오르더니 ‘아아, 난 쓰레기야...’, ‘우어어...’, ‘수강신청 왜 했지... 차라리 드랍할까...’가 메아리쳤다.
정화마법? 소용없지. 나도 걸렸거든.
예제는 눈에 들어왔지만 머리는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머리 주변을 빙빙 돌 뿐이고...
후회의 새벽을 지나 단결의 아침.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지긋지긋한 책을 더 보던지, 아니면 잠깐의 휴식으로 눈을 붙인다던지.
다만 아무도 눈을 붙일 사정이 아니었기에 얌전히 책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결전의 2시.
시험 시간은 대략 2시간.
기억해뒀던 것을 모조리 토해놓는다.
심지어 눈에 흔적으로 남은 글자조차 끌어내어 종이로 옮긴다.
기억에 없다고? 그럼 최대한 생각해서 자연스러운 쪽으로 찍어!
그렇게 사투를 해 가며 답안을 써 내려가면 어느새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된다.
답안지를 내고,
아무런 생각 없이 가방을 챙겼고,
화장실에서 초췌한 꼴을 구경해보고, 허이고야 거울 너머에 걸어 다니는 시체가 있고만...
지하철에서 자다가, 어라 역 지나쳤네.
간신히 집 근처의 역에 도착했다.
곧바로 집으로 가자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역사에서 카드를 찍고 나왔을 때는 붉은 노을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서는 낮선, 하지만 계절에 맞지 않는 따뜻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노란 기타소리가 주위의 모든 것을 지웠다.
향기로운 흥이 내 피로를 녹였다.
그리고 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나를 현실로부터 해방시켰다.
나와 연주자들만이 이 거리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머리를 싹 비워서 그런가, 나 혼자만 이 모두를 감상하는 듯하고.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겪던 지옥도가 꿈만 같았다.
시간이 지나가는 게 이렇게나 감미로웠던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 길거리 음악가.
그럼에도 마음에 닿는 아련한 음색은 헛헛했던 속을 채운다.
아무도 모르는 푸근한 평화로움을 만끽하며 집으로 향했다.
-
바닷바람이 넘실거렸다.
하늘을 하얀 구름을 타고 흘렀다.
바닷물마저 잠깐 방파제에 부딪힌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결선은 끝났고, 모두는 우라노호시로 돌아왔다.
인사를 마친 후, 모두 하교했다.
그뿐이었다.
다만 우리만이 여기에 남아있었다.
“마리 씨, 집에 안 가세요?”
“글쎄, 다이아야말로?”
“저는 어떤 이사장님 때문에 남아있는 것입니다만?”
“그런가, 민폐를 끼치네.”
“그리고 학생들 잘 나갔는지도 확인해야하고 말이죠. 민폐도 짝이 없다니까요.”
“바쁘구만. ”
말은 아프게 해놓곤 입 근처를 벅벅 긁는 다이아.
발표가 난 후 내가 라이브회장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을 지키고 있었겠지.
그리고 지금 학교로 돌아와서도 강당에서 망부석이 된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험하게 말하는 것은 자신에게 미안해하지 말라는 것, 다이아답다.
“전에는 무섭게 조용했었던 청중들이었는데, 그렇게 떠들썩했던 게 아직도 믿기질 않아요.”
“그러네...”
‘전’
내가 발목을 다쳤을 때.
컨디션 관리의 실수에서 시작된 무참한 나비효과.
2년을 날려먹었던 시작점은 나였다.
“...응, 그러네.”
“마리 씨?”
“후, 좀 피곤하네. 여긴 앉을 곳이 없어서 힘들단 말이야.”
“마리 씨.”
“응, 왜?”
“제가 저번에 말했죠? 시간은 흐를 뿐이라고요.”
“그래도...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욱씬
“...보려고 해도, 내가 너무 바보같이 행동했던 걸 용서할 수가 없어.”
“바보같이 행동했던 거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이 더 멍청한데요.”
“...”
“마리 씨, 저 봐요.”
뺨과 턱에 양손이 받히는 것이 느껴진다.
힘없는 목을 들어 올린 손의 주인은 가만히 나를 향했다.
눈동자에 반사되는 나의 모습이 아련히 비쳐보였다.
“마리 씨, 타임머신 만들 수 있어요?”
“....”
무슨 뜻인지는 안다.
만들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 있을 수 없는 일.
과거를 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
“시간을 조종하는 초능력 가지고 있나요?”
“...가졌으면 진작 했겠지.”
“타임스톤은 영화에만 있는 거잖아요?”
“응...”
“그러면 끝난 거예요.”
“마리 씨 때문이 아니라 마리 씨 덕분에 끝난 거예요.”
...!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재미를 볼 수 있었겠어요? 다 한때의 우라노호시 스쿨아이돌 Aqours만이라고만 기억했겠죠.”
“잘... 끝났다고 생각해?”
“당연하죠. 셋이서 한 번에 우승했다면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애초에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어. 어떤, 그... 아니, 내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일인가 싶고.”
“으이구! 항상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이럴 때에만!”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이 내던지듯 떨어졌다.
답답하다고 생각하려나...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겠...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먹구름을 걷는 자신감.
다이아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저와 카난 씨의 러브라이브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어요.”
“그렇다니 다행이네.”
“당신도 그럴 수 있어요.”
“...”
“그럴 자격 있다고요.”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
어떤 가치가 있는 지 잘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그러니까,”
얼굴을 잡던 손.
따뜻하게 달아오른 손이 내 팔을 휘어잡았다.
“이제 집에 가죠. 착한 아이는 슬슬 집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응”
목표를 향한 싸움은 끝났고, 결과를 받았다.
어딘가에 집중만 하던 나는 싸움이 끝나도 싸움터에 남아있는 것 말곤 몰랐다.
다만, 언제나 다른 이들의 손에 이끌려 탈출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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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졌다.
달이 뜨기 직전 어떤 시간대.
내가 존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사랑해야만 했던, 하지만 사랑해서는 안 되는 그대가 내 옆에 섰다.
“쿠로사와 씨, 잘 지내요?”
‘저야 뭐... 이제 마지막을 받아들여야죠... 당신은?’
“쿠로사와 씨 덕분이에요. 오히려 과분할 정도죠.”
‘그래요, 다행이네요.’
약혼녀.
약혼녀라는 신분으로 얼마나 많은 자유를 박탈당해왔던가.
‘자유로운 당신을 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아이고, 당신이나 좀 신경 쓰시지...”
‘다음 쿠로사와 당주는 누군가요?’
“당신 예상대로예요. 둘째 집안에서 맏딸. 아마 그 자매도 같이 돕지 않을까 생각해요.”
‘쿠로사와 다이아, 그 어린 애가...’
“괜찮을 거예요. 당신보다 더 당찬 아이라고요.”
‘혹시 큰아버지가 또 학대하진 않으시겠죠?’
“당신 덕분에 그럴 일은 없어요.”
‘또 주변이랑 정치질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죠?’
“쿠로사와 가문은 깨끗해졌어요. 이제 다른 역할은 없이 선주 중개만 맡겠죠.”
‘혹시 제가 못했던 일이 있다면... 그 아이가 감당할 수 없으면...’
“그만.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그래요...’
달이 떠오른다.
숨어있는 것도 끝난다.
나 없이 지낼 세상은 알아서 나 없이 잘 가겠지.
‘죄송해요.’
“네?”
‘이런 한심한 사람이랑 같이 있게 해서, 죄송해요.’
“후훗, 사실 좋아할만한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너무 소심한 게 문제라니까요.”
“다이아 양을 지키느라 고생하셨어요. 이젠 제가 이어서 지켜줄게요.”
‘그럼...
...
“편히... 쉬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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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이라 미묘하다...
ㅇㅇ | 이번에도 잘봤음. 근데 저 국제 스쿠버다이빙 어쩌구는 실제로 있는 건가? 110.76 | 2019.07.06 10:44:34 |
손놈 | 모르지만 최대한 있을법한 단체로 설정해봤어. 잘 봤다니 다행... 121.142 | 2019.07.06 11:10: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