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읽으시기 전에]

그냥 손 가는 대로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우리말로 옮겨 봤습니다.
키미노 사쿠라코가 쓴 텍스트를 번역하는건 2006년 이래로 처음이네요.
여전히 감성돋는 문체는 그대로...

파일럿 판입니다.
한 번 보시고 캐릭터 붕괴는 없는지,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봐주세요.
읽을만 하다고 하시면 하루에 단 몇 페이지씩이라도 계속해서 작업해 보겠습니다.

러브라이브! School Idol Diary
~봄빛 발렌타인~

※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인명 표기는 따르지 않습니다.
※ 그림 식자는 없습니다.

1. 힘 내서 가자!
오늘의 당번 : 코이즈미 하나요

"아, 눈이네⋯⋯"
내 방으로 돌아오는 복도를 걷고 있으니.
방 안 공기에, 희미하게 하얗게 흐려진 유리창 너머로‒‒문득.
작게 춤추는 하얀 꽃잎 같은‒‒눈 조각이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아까 저녁 먹을 때 봤던 NHK 뉴스에서 그랬던가요.
오늘 밤은 기온이 내려가서, 다음 날 눈이 조금씩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아 하고, 흐려진 창에 입김을 불고 살짝 손가락으로 문지르니‒‒모여든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창 저편에서.
"와아‒‒점점 더 많이 내려!"
하나요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하늘 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점점 수를 더해가는‒‒밤하늘을 나는 꽃잎 같은 눈송이.
순식간에‒‒.
뜰의 짙은 녹색 동백나무 잎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드러운‒‒아직 더 추워지기 전에 내리기 시작한 눈.
손대면 분명히 덧없이 사라져 버릴‒‒.
하나요는요, 언제나 이럴 때는 눈을 감고.
너무 많이 쌓이지 않기를.
뜰의 고양이가 추워하지 않고 지나가기를.
다음 날 아침, 학교나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모두 큰 고생을 하고 미끄러지지 않기를‒‒하고.
빨리 눈이 그치기를 기도하지만.
하지만‒‒오늘은.
문득.
생각했어요.
아아, 이 눈이‒‒.
하염없이 계속 내리면 좋을텐데 하고.
그리고‒‒.
이 눈이 계속 내리는 동안, 이어지는 밤 저편의 내일이라는 날이‒‒안 오면 좋을텐데 하고요.

하지만 그런, 조금 짓궂은 생각을 한 하나요의 마음을 마치 꿰뚫어 보듯.
부엌 쪽에서, 어머니가 큰 목소리로 물어보셨어요.
"하나요‒‒내일도 도시락 싸야 하니?"
응, 내일은 뮤즈의 연습이 시작되니까, 싸주세요‒‒.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생각했습니다.
겨울 방학도 오늘로 안녕.
내일부터 3학기가 시작되지만‒‒.
하지만.
그 곳에는 더 이상 3학년의 모습이 없을 것이라고‒‒

♡♡♡♡♡

"카요칭, 찾-았다! 연습하러 가자‒‒응? 무슨 일 있어? 어쩐지‒‒기운없다, 냐."
눈이 그친 아침. 한 시간 남짓‒‒어이 없을 정도로 바로 끝난 개학식 뒤에.
학교 복도에서, 달려온 린쨩과 만났더니‒‒하나요의 시큰둥한 얼굴은 바로 들통나 버렸다.
"엣, 저, 전혀‒‒안 그런데?! 앗, 혹시 짐 때문에 그런가? 봐, 이거‒‒교무실에 가져다 달라고, 선생님이 부탁하셨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워서‒‒"
점점 고개가 아래로 향하는 하나요의 얼굴을 훔쳐보려 드는 린쨩에게, 하나요가 양손으로 안고 있던 영어 과제물 더미를 보여주니, 린쨩은 푸우 하고 볼을 부풀리며 말했습니다.
"아~! 선생님도 참, 카요칭이 상냥하다는 걸 핑계삼아서 또 이런 걸 떠넘겼어~!! 정말, 린의 카요칭에게 이런 일을 시키다니 용서할 수 없다냐! 나한테 주는거다냐!"
순식간에 과제물을 절반이나‒‒절반이라기 보다는 아마도 2/3 정도? 하나요의 팔에서 뺏어들더니, 린쨩은 흥흥 화내면서 앞서서 달려나갔습니다.
"정말, 오늘은 좀 이따가 연습도 해야 하는데, 무거워서 팔이 안 올라가면 어쩐다냐! 선생님이 책임지고 라멘 사라~!!"
‒‒쿡쿡♪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어.
항상 하나요에게 힘을 주는 린쨩.
그렇다고 해도‒‒과보호인걸♡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빨랑빨랑 갖다 주고 옥상에 가자? 호노카쨩이랑 기다리고 있어~!"
"응!"
어느샌가, 하나요의 입에서는 좀 더 건강한 대답이 흘러 나왔어요.

그 뒤에, 항상 모이는 옥상에 갔더니‒‒익숙해진 풍경 가운데, 건조해진 겨울 하늘 아래서는, 2학년 세 명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느긋하게 준비운동이나 연습곡을 틀기 위한 스피커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역시, 3학년‒‒에리쨩, 노조미쨩, 니코쨩 세 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실은 어제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가슴이 조금 아려와서.
"어머‒‒오늘 마키는요? 쉬나요?"
가까이 다가가는 우리들을 눈치챈 우미쨩이 이상한 듯이 묻습니다.
"아, 오늘은‒‒"
오늘은, 마키쨩은 학생회 일이 있는 모양이에요‒‒.
딱히 별 일이 아닌데도 어쩐지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서.
하나요가 입을 다물고 있자니 코토리쨩이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 오늘은 3학기 첫 날이고‒‒학생회인가? 원래대로라면 호노카쨩도 가야 할텐데‒‒"
코로리쨩이 그렇게 말하며 호노카쨩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크게 다리를 벌리고 유연체조를 하고 있던 호노카쨩이 갑자기 놀랐다는 듯이 콜록콜록하면서 작게 기침을 해서 웃었어요.
"아, 아아아‒‒그거 말야. 하지만 오늘은 회의같은게 아니고 예산 짜기 같은거라‒‒호노카는 수학 관련은 잘 모를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돌아가도 된다던데♡"
우미쨩이 머리에 손을 얹고 어이없어 합니다.
"그건, 모두들 이미 알고 있다는 게‒‒"
"아니야, 그렇지는 않아~! 사람에게는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잖아? 그랬다고, 마키쨩이♪ 그래서 호노카는 좀 더 마력이 필요한 안건에 대비해서, 오늘은 놀았다가‒‒아, 노는게 아니라, 힘을 모아두라고♡"
그 말에 코토리쨩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이어서 우미쨩도, 그리고 린쨩도‒‒.
"응, 그럼 린도 힘 쓸 일에 대비해서, 지금부터 준비‒‒으응‒‒오늘은 역시나 돌아갈 때 라멘 먹을 수 밖에 없을까냐♪"
결국은 하나요도 웃어버렸어.

언제나처럼‒‒즐거운 뮤즈의 풍경.
평소대로‒‒일텐데도.
하지만‒‒.
분명히 이럴 때라면.
지금까지였다면‒‒학생회 일때문에 자리를 비운 건 에리쨩이고, 그 이유를 알려주고 웃어주는 건 노조미쨩.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니코쨩은 요즘 알아 놨던 최신 로컬 아이돌 정보를 자랑스럽게 늘어놓고, 모두에게 총 공격을 당하는‒‒그런 장면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역시, 조금은 마음이 아파오는 나‒‒.

♡♡♡♡♡

김이 올라오는 라멘 그릇 건너편에서.
린쨩이 오른손을 크게 들어 올리고는.
"자아, 미소 버터 콘 라멘 with 미역 토핑~, 간닷!"하고 불타올랐습니다.
결국 둘이서 와 버린, 아키하바라의 자주 들르는 라멘집.
그 뒤에‒‒.
역시 호노카쨩이 학생회 일로 불려가게 되어서, 뮤즈의 연습은 평소보다도 상당히 빨리‒‒간식 시간 전에 끝나 버렸죠.
그래서, 아침부터 줄곧 라멘 이야기를 화제로 삼았던 린쨩과 하나요는, 당연한 듯이 여기로 왔어요.
"오늘은‒‒톤코츠 간장이 아니네."
눈 앞의 그릇을 바라보며 하나요가 말하자, 린쨩은 우후후 하고 웃고서는.
"오늘은 3학기 첫날이고‒‒뮤즈도 또 하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이니까! 린도 심기일전, 일까✩"
아‒‒.
알고 있었구나‒‒하고 생각하고, 린쨩의 얼굴을 바라보니.
"카요칭, 바로 얼굴에 드러나니까‒‒알고 있었다냐✩ 오늘은 '언니들'이 다들 없어서, 카요칭 쓸쓸했었지?"
옥수수 덩어리를 집어내듯 에잇 에잇하고 격투하면서 린쨩이 웃습니다.
뭐람‒‒.
"역시나, 들켰었던 거구나아‒‒에헤헤♡"
하나요가 웃고, 눈 앞의 라멘으로 눈을 돌리자‒‒거기 놓인 것은 깔끔한 도쿄 풍 간장 라멘.
별 생각도 없이 주문했었지만‒‒.
"아 이건 니코쨩이‒‒좋아하는 메뉴잖아, 항상 라멘은 심플함이 최고랬던가‒‒"
하나요의 마음을 눈치챈 린쨩이 기뻐서, 그렇게 말을 꺼냈더니‒‒아, 어쩌죠.
어쩐지 갑자기 굉장히‒‒슬퍼졌어요‒‒.
"아아아아-! 안돼, 카요칭, 울면 안된다냐! 울면‒‒"
당황해서 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당황해서 주머니를 뒤지는 린쨩.
하지만 찾으려는 물건이 안 나타나는지, 몇번이고 허둥지둥 이곳저곳 주머니를 뒤지고 있으니까‒‒.
"괜찮아, 린쨩‒‒나 티슈 가지고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작게 코를 풀었습니다.
울고 있는건‒‒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미안, 좀 뜨거워서‒‒눈에 습기가 찼나봐! ⋯⋯와아, 라멘 맛있겠다! 이거 보고 생각났는데. 지금쯤‒‒니코쨩, 열심히 공부 하고 있으려나?"
맑은 갈색 국물에 비쳐보이는 하나요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하자.
린쨩은 갑자기 하나요의 머리를 빙글빙글 힘을 실어 쓰다듬고는‒‒.
"카요칭‒‒장해! 착한 애다냐!! 응!! 분명히 지금쯤‒‒니코쨩, 엄청 공부하고 있을 거야! 영어는 잘 한다고 했으니까‒‒아, 하지만, 혹시 지금쯤 우리가 이야기한 것 때문에 재채기 할 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며 아하하 하고 웃는 린쨩의 얼굴.
하나요는 그제서야 꾸밈없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어요.
고마워, 린쨩‒‒.

(앞으로 대강 60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