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성우 덕질은 2d의 벽을 넘어서 그 뒤까지 갈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함
내가 처음으로 씹덕질 시작했던 애니가 중1때 봤던 하루히 1기였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그냥 한글 패치된 일본 게임 정도만 가볍게 즐기는 일반인에 가까웠음
그런데 친구놈한테 추천 받아서 보게된 이 작품이 나를 씹덕의 길로 이끌었다
걔는 그 나이에 라노벨까지 구해서 챙겨봤던 될성부른 떡잎이었는데
딱 한번만 보라고 맨날 노래를 불러서 반쯤 예의상 봐줬었음
초중반에는 그냥 유명하다니까 본다는 느낌으로 설렁설렁 봤는데
이거 보고나서 나도 하루히에 꽂혀버렸다
전체적으로 중2중2한 설정을 매력적이라 생각했던 탓도 있었지만
제일 결정적이었던건 역시 저 노래였다고 생각함
오 노래 개좋다 뭐 다른 노래 더 없나 하고 찾아보기 시작해서
본편엔 얼마 나오지도 않은 Lost my music 까지 찾아서 듣고
심지어 캐릭터송까지 찾아서 듣고 다녔었다
그 노래를 부른 애니 성우진들까지 파기 시작한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음
당연히 God Knows 부른 히라노 아야를 위주로 다른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게 된 애니가 하필 또 이거였음
겉보기엔 아즈망가대왕 스타일의 학원 개그물 4컷만화로 보이나
실상은 당시 씹덕 네타의 정수라고 불러도 무방했던 작품 럭키스타
원나블만 챙겨보던 킹반인들은 '그게 뭔데 씹덕아'라고 외치며 치워버렸을 물건이었지만
이미 하루히와 히라노 아야를 거쳐온 내겐 오히려 뒤틀린 학구열을 불태우는 계기가 되었음
그만큼 티라노가 좋았으니까 물론 이후 여러 사건사고 때문에 안 좋아졌지만 아무튼
당시의 나는 카페와 블로그 그리고 엔하위키(현재의 나무위키)를 뒤지며 각종 네타를 온몸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성실했던 소년은 훌륭한 씹덕이 되었다
그 뒤 달빠(우에다카나) - 나노하(미즈키나나) - 은혼(쿠키미야리에)순으로 옮겨다니긴 했지만
글의 주제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니 생략하고 하고싶은 얘기를 해보자면
어떤 덕질을 하던간에 결국 원동력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함
그 애정이 생기는 계기와 방식은 서로 다를 지라도 말이야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등장인물이 너무 매력적이면 그 역을 맡은 배우의 다른 역할도 알아보고 싶어지고
아이돌이 너무 좋으면 연습생 시절 모습이나 무대 밖에서의 모습도 찾아보고 싶어지고 하는거지
애니나 성우 덕질도 작품과 캐릭터에 애정을 느껴서 파고들기 시작하는 거니까
결국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욕구가 기반이 되는 것은 모두 동일하다고 봄
킹반인들은 그거랑 이거랑 같냐 씹덕쉐리야라고 반문하겠지만
넘어야 하는 장벽이 조금 더 두꺼울 뿐 결국은 같은 형태의 행위라고 생각함
단지 연기자와 팬 사이에 2d의 영역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뿐이니까
물론 그 2d의 벽을 넘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님
2015년 가상아이돌물 인기가 절정이던 시절
날 씹덕으로 만든 그 친구는 데레마스에 꽂혀서 라이브 직관까지 다녀왔었고(지금은 밀리쪽까지 다님)
고등학교에서 만났던 씹덕 친구는 뮤즈 다이스키 마키쨩 다이스키를 외치며 열심히 영업을 하고 다녔었음
하지만 당시 입대를 앞두고 대학에서 일반인 코스프레에 심취해있던 나는 이런 서브컬쳐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했었다
'아 그래도 저건 너무 씹덕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지
원래부터 미소녀물엔 좀 깐깐한 성향이라 당연한 반응이긴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러키스타 성우 이벤트 영상까지 찾아봤던 씹덕이 저런 생각을 했었다는게 참 우습다
결국 돌고 돌아 물붕이가 되긴 했지만 말이야
따지고보면 내가 입럽하게 된 계기도 애니를 통해서가 아니라 라이브를 거쳐서 한거니까
그 2d의 벽을 내 의지로 넘은거라고는 할 수 없지
역으로 캐스트가 2d의 경계선을 넘어서 이쪽으로 와준 느낌?
아 이래서 가상아이돌이 흥했구나 하는걸 올해 입럽하고나서야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공식이 다방면에서 미디어믹스를 전개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함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러 방식으로 입럽 계기를 제공해주는 거니까
덕질이란게 원래 처음이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잖아
나도 라이브뽕 맞고나서 애니는 물론이고 역대 라이브랑 니코나마 다 찾아보고
요즘은 캐스트들 라디오까지 챙겨듣고있다
대부분 기존 팬들에게 맞춰진 컨텐츠들이기는 하지만
큼직한 컨텐츠들은 잠재적인 팬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함
뉴비들이 2d의 장벽을 넘어 관심을 가지게 만드려면 어느정도 항마력을 갖출 필요가 있는데
그 항마력을 부여해주는게 결국 캐릭터 또는 캐스트에 대한 애정이고
그걸 만들어주는게 러브라이브 프로젝트의 여러 컨텐츠들이니까
그러니까 스쿠스타좀 빨랑 출시하라고
@ㅏ재 친구놈이 데레스테 폰으로 처음 보여줬을때 느낌을 나도 좀 느껴보고싶다
- 5줄 요약 -
1. 성우 덕질에 필요한건 2d 너머로 갈 수 있을 정도의 애정과 관심
2. 애정이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선 다른 덕질과 다를 바가 없다
3. 뉴비가 애정을 가지는 계기가 되는건 역시 공식의 다양한 컨텐츠
4. 그러니까 스쿠스타 조기 출시해주면 안됨?
5. 센욧